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인데 패시브가 개복치-191화 (191/340)

제191화

멤버들은 우선 각자 하고 싶은 일을 한 가지씩 말해 보기로 했다.

“나는 미술관 가 보고 싶은데.”

지한이 담담한 투로 말했다.

팬 사인회 때 팬분들께 예쁜 고양이를 그려 주기 위해 시작한 그림 공부는 요즘 그의 최대 관심사였다.

마침 샌프란시스코에는 미국 서부에서 유명한 현대 미술관이 있기도 했고 말이다.

“미술관 좋지~ 가면 네가 그림도 설명해 주는 거야?”

“아는 거면.”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는 지한에 백야도 관심을 보였다.

“우와! 나도 갈래.”

“백야 가면 나도 가!”

“넌 백도 껌딱지냐? 작작 좀 따라다녀.”

“작작…? Oh my god. 백야! 유연이 너 작다고 했어!”

청의 모함에 분위기는 금세 소란스러워졌다.

그렇게 한참의 회의 끝에 정해진 브이로그 콘셉트는 <데이즈의 둘 셋 투어 샌프란시스코 편>.

제비뽑기에서 당첨된 멤버는 그날 하루, 일일 가이드가 되어 코스를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됐다.

“가이드가 무조건 왕인 거네?”

“I am the king!”

“키티야, 샌프란시스코에는 귀신의 집 같은 거 없어?”

“Ghost House? 있어! 옛날에 학교였는데 망했어.”

어릴 적 친구들이랑 귀신을 잡으러 들어가 본 적 있다고 했다.

“오케이~ 내가 가이드 되면 우린 다 같이 거기로 간다.”

율무의 폭탄선언에 백야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싫어. 너 혼자 가.”

“키티랑 당백이는 무조건 한 팀~”

“애들 죽일 일 있니?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빨리 뽑아.”

막내들을 약 올리던 율무는 결국 민성에게 잔소리를 들었다.

남은 포토 북 스케줄을 제외하면 주어진 시간은 4일뿐. 영광은 단 네 명에게만 주어질 예정이었다.

“Wait! 이거 나도 하나?”

“예외는 없어.”

드물게 의욕을 보이는 지한이 청의 무임승차 시도를 단칼에 차단했다. 그러나 순순히 물러날 청이 아니었다.

“여기 내 고향인데! 나보다 잘 아는 사람 없어!”

듣고 보니 그랬다.

브이로그 하나를 위해 현지인을 두고 굳이 고생할 필요가 있을까.

“그래. 쟤는 부전승으로 올려 주자.”

과연 숨은 실세.

백야의 한마디로 청은 손쉽게 가이드 자리를 꿰찼다.

“다 떠들었니?”

“Yes!”

“그럼 셋 세면 동시에 공개하는 거야. 하나 둘 셋!”

민성이 셋을 외치기 무섭게 쪽지가 펼쳐졌다.

행운의 주인공은 민성, 율무, 유연이었다.

* * *

===========================

[이슈] 단아 민성 사귀는 듯

추천 1144 반대 810 (+573)

믿거나 말거나지만 내 촉이 말해주고 있음.

1. 강아지

단순히 종만 같은 게 아니라 생김새가 매우 흡사함

(단아 인스타 강아지 사진.jpg)

(데이즈 공계 민성 셀카.jpg)

2. 쇼플리 음방 아이컨택

하이틴 1위 발표하자마자 단아가 민성 먼저 쳐다봄. 트로피 건네면서 눈빛 주고받는 거 보임?

눈에서 꿀 떨어짐ㅋㅋㅋㅋㅋ

사랑의 징검다리는 백야로 추정됨. 수상 소감하는 내내 둘 사이에서 동공 지진 나는 거 보면 빼박이다.

(쇼플리 민성 단아 백야 캡쳐.jpg)

3. 단아 인스타

하이틴 손키스 동작이랑 똑같음 (단아 손키스 셀카.jpg)

포도 부자라며 포도랑 찍은 셀카 올림.

민성 할머니가 포도밭 하시고 민성이 포도 축제에서 캐스팅된 일화는 유명함. (포도 사진.jpg)

4. 기타

같은 브랜드 모자, 시계. 하루 차이로 인스타/공계에 올라온 하늘 사진 등.

판단은 각자 알아서ㅎㅎ

===========================

- 실컷 똥 다 싸놓고 판단은 각자 알아서~ 이 지랄

- 데이즈가 뜨긴 떴구나

- 포도에서 웃고 간다ㅋㅋㅋㅋ

- 음방은 나도 좀 쎄하긴 했음... 사귀는 거까진 아니더라도 최소한 썸 타는 단계인 건 확실

- 1. 강아지 생긴 거 다 거기서 거기

2. 어쩌다 찍힌 캡처

3. 손키스 동작은 데이즈가 원조 아님 / 마트에 가면 널린 게 포도

4. 해당 모자는 브랜드에서 연예인들한테 협찬으로 뿌린 거

- 수니들 피 토하면서 반박하고 있네ㅋㅋㅋㅋ 개웃김ㅋㅋㅋ

- 응~ 이게 찐이면 나도 유연이랑 사귐

- 아까는 단아 백야랑 사귄다며... 진짜 이 정도면 지극정성이다

- 저 모자랑 시계는 우리나라에서 안 가지고 있는 사람 찾는 게 더 빠름

- 둘이 동갑이야? 비슷하게 생겨서 잘 어울리긴 한다

- 억까 열애설이 뜬다 > 떴다는 증거

오후 5시의 캘리포니아주.

데이즈의 포토 북 촬영이 한창인 시각이었다.

같은 순간 오전 9시를 맞이한 한국에서는 작은 소란이 일고 있었는데. 한 커뮤니티에 민성과 단아의 열애설을 주장하는 글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소식을 접한 소속사는 당연히 콧방귀를 뀌었다.

억지로 끼워 맞춘 내용에 터무니없는 주장은 귀여워 보이기까지 했다.

해외 공연 반응은 단연 최고인데다, 활동이 끝난 지금까지 음원 차트 1위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었으니 안티들이 날뛰는 것 또한 놀랄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사실 확인을 해서 나쁠 건 없으니 해당 내용은 곧바로 남경에게 전해졌다.

[홍보팀 팀장 : [이슈] 단아 민성 사귀는 듯(링크)]

마침 핸드폰을 하고 있던 남경은 미리 보기로 뜬 내용을 보고 기함할 듯이 소리쳤다.

“뭐?!”

드르륵-.

의자가 끌리며 현장에 있던 스태프들이 남경을 돌아봤다.

그러나 이어서 도착한 메시지에 그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홍보팀 팀장 : 샌프란시스코 좋아요? 부러워 죽겠네.]

[홍보팀 팀장 : 별거 아니고 커뮤니티에 올라와서 일단 공유 드려요. 시간 나실 때 확인 부탁드립니다.]

“놀래라…. 아, 죄송합니다.”

감독과 눈이 마주친 남경은 흐름을 깨서 죄송하다며 거듭 사과했다.

‘뭐지?’

백야의 눈이 자리를 떠나는 남경의 뒷모습을 좇았다.

“다시 집중할게요~ 세 사람 여기 보고 아까처럼.”

작가의 요청에 백야가 다시 유리잔을 들었다.

바다 배경의 흰색 파라솔 천과 투명한 컵 안에 담긴 블루 레모네이드가 시원해 보였다.

“오! 나 색깔 기억 안 난다.”

“너 초록색, 나 빨간색, 백도 노란색. 몇 초 됐다고 까먹냐.”

조금 전까지 자신이 물고 있던 빨대가 뭔지 모르겠다는 말에 유연이 정리해 주었다.

“백야 씨, 잔 조금만 더 올려 볼까?”

“이렇게요?”

“네. 얼굴 가운데로 모아 주세요.”

유리컵은 한 잔인데 꽂힌 빨대는 세 개였다.

커다란 손이 각자의 빨대를 잡아 입술에 머금자 세 사람의 얼굴이 가깝게 모였다.

“청 씨랑 유연 씨는 서로 마주 보고 백야 씨만 컵 안에 얼음이 몇 개 들었나 세어 보는 거예요.”

찰칵찰칵-.

조명이 터지며 막내즈의 사진이 연결된 노트북에 떠올랐다.

그 시각 촬영 2팀.

남경이 향한 곳이기도 한 이곳에는 율무와 지한, 민성이 한창 촬영 중이었다.

“이게 마지막 컷이니까 케이크를 손으로 한번 집어 볼까요?”

구도상 가운데 앉은 지한이 드는 게 좋겠다는 말에 그가 주저 없이 손을 뻗었다.

맨손으로 딸기 케이크를 들게 된 지한은 새초롬한 눈꼬리를 올리며 카메라를 바라봤다.

“그럼 이번에는 딸기를 주고 싶은 사람한테 하나 먹여 줄까요?”

작가의 지시에 지한이 포크로 손을 뻗었다. 그러자 포크를 쓰지 말고 손으로 집어 달라는 요구가 이어졌다.

“…손으로요?”

당황스러운 요청에 지한의 눈빛이 흔들렸다.

율무는 당연히 자신에게 줄 거라 생각하는지 턱을 괸 자세로 여유롭게 지한을 바라보고 있었다.

“작가님. 혹시 제가 해도 되나요?”

“네. 상관없어요.”

지한이 주저하는 기색을 보이자 민성이 자연스럽게 끼어들었다.

딸기를 집은 그는 망설임 없이 지한의 입가로 가져갔다.

닫힌 입술 위로 딸기를 무작정 들이밀자, 도톰한 입술이 열리며 민성의 엄지가 앞니에 닿았다.

찰칵찰칵-.

저에게 줄지 몰랐는지 딸기를 받아먹은 지한도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그 순간을 놓칠 리 없는 작가는 연속으로 셔터를 누르며 A컷을 건져 냈다.

“오케이! 너무 좋다.”

사진작가의 칭찬이 이어졌다.

그러나 한 사람만큼은 불만이 있는 모양이었다.

“어어? 뭐지? 내가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자. 옜다 딸기.”

율무가 투정을 부리자 민성이 한 번 더 딸기를 집어 입막음했다.

식탐이 많은 놈이라 공평하게 대해 줘야 뒤끝이 없었다.

“나이스! 너무 좋아요.”

다행히 작가의 니즈를 충족시켰는지 2팀의 촬영이 1팀보다 먼저 종료됐다.

“고생하셨습니다~”

“수고했어요.”

세 사람이 스태프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는데 남경의 목소리가 들렸다.

“민성아, 도민성. 잠깐만.”

“…나?”

근처에서 촬영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던 남경이 민성을 채 갔다.

수상함을 느낀 지한은 두 사람의 뒷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자리를 떠날 생각이 없어 보이는 율무는 남은 음식을 탐내고 있었다.

“작가님~ 이거 케이크 손 안 댄 거 가져가도 돼요?”

“네. 드세요.”

율무가 테이블에 놓인 조각 케이크 중 가장 예쁜 것을 골라 접시 위로 옮겼다.

“야, 그만 먹어. 너 돼지 된다. 관리 안 해?”

“휴가인데 너무하네~ 그리고 나 먹을 거 아니야. 애들 줄 거야.”

청이 디저트라면 환장하지 않냐며 겸사겸사 당백이와 밤비도 맛보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런데 당백이와 키티는 알겠는데 밤비는 또 뭔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지한이 미간을 찌푸렸다.

“밤비가 뭔데.”

“있어~ 작고 귀여운 아기 사슴. 팬 분들이 그렇게 부르시던데?”

“우리 팀에 그런 애 없는데.”

“뭐가 이렇게 단호해? 너무하네~ 우리 유연이가 얼마나 귀여운데.”

걔가 작은 편은 아니지 않나.

게다가 앞의 둘보다 귀염성도 현저히 떨어졌다.

실소를 터뜨린 지한은 알아서 하라며 등을 돌렸다.

“나 손 씻으러 간다.”

율무를 남겨 둔 지한은 화장실로 향했다.

시원한 바다가 보이는 유리창 너머로 막바지 촬영이 한창인 막내들이 보였다.

저희만큼이나 낯간지러운 포즈를 곧잘 소화해 내고 있었다. 백야는 민망해 죽으려는 것 같았지만.

미소를 머금은 지한은 멈춘 걸음을 다시 옮겼다. 코너를 돌자 이번에는 외진 곳에서 대화를 나누는 남경과 민성이 보였다.

“형. 이건 진짜 말도 안 되는 개소리야. 얘랑 나랑 사촌인데 어떻게 사귀어.”

“사촌이라고? 근데 왜 말 안 했어?”

“거기엔 조금 사정이 있는데…. 아무튼 절대 아니야.”

민성은 댓글에 간간이 보이는 백야와 단아의 열애설도 부정했다.

“백야도 절대 아니야. 내 눈에 흙이 들어와도 도복순은 절대 안 돼.”

“사촌을 정말 끔찍이 생각,”

“우리 백야를 어디다 갖다 붙여.”

“…하는 게 아니었구나. 그런데 복순 씨는 또 누구야?”

“어?”

“어?”

“어? 아니, 아니야. 잘못 말한 거야.”

공식적으로 화제가 된 것도 아니고 그냥 커뮤니티에 올라온 수많은 억지 글 중 하나일 뿐이었다.

조회 수가 높은 게 조금 걸렸으나, 두 사람이 가족 관계라면 더더욱 신경 쓸 필요가 없어졌다.

“그럼 된 거지?”

“그래. 너희가 좀 떴어야지. 아마 앞으로 이런 글 수백 개는 더 올라올 거다.”

“그럼 그때마다 이렇게 일일이 물어볼 거라고?”

애초에 계약 사항에 데뷔 후 4년 동안 연애 금지 조항이 있지 않냐며 민성이 어이없어했다.

“그건 그러네. 너희는 맞아도 아니라고 할 텐데, 그치.”

“사람을 뭐로 보고….”

“농담이야. 너희 열심히 하는 거 내가 제일 잘 알지.”

민성을 달랜 남경은 급히 화제를 돌렸다.

“아무튼 촬영도 끝났겠다, 이제 진짜 휴간데 뭐 할지 계획은 정했고?”

“당연하지. 형들은 몸만 따라와.”

데이즈의 둘 셋 투어.

대기 중인 첫 번째 가이드는 청이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