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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아이돌인데 패시브가 개복치-192화 (192/340)

제192화

* * *

“Hey! Wake up!”

휴가 1일 차.

둘 셋 투어의 첫 번째 가이드를 맡게 된 청이 방을 돌아다니며 멤버들을 깨웠다.

민성과 백야의 방문을 열자 바닥에 떨어진 납작 곰돌이가 제일 먼저 보였다.

“Oh my god! 곰돌이야!”

카펫 위로 떨어진 핑크색 곰 인형을 주운 청이 먼지를 털었다.

깊게 잠들었는지 미동도 없는 두 사람 사이로 악몽 인형이 나란히 놓였다.

“민성 일어나! 빨리!”

팔을 잡아 억지로 일으키자 그의 입에서 앓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야…. 지금이 몇 신데….”

그러다 가운데 놓인 곰 인형을 발견하곤 미간을 찌푸렸다.

“와, 씨…. 진짜 공포다.”

이놈의 곰돌이는 버려도 버려도 다시 돌아온다며 뭐에 씐 게 틀림없다고 중얼거렸다.

“모라는 거야. 빨리 일어나!”

“네 햄스터나 깨워….”

“아니야. 민성 씻을 때까지 시간 있어.”

이제는 대놓고 하는 편애에 민성은 어이가 없어졌다. 실소를 터뜨리며 청을 올려다보자 그가 머쓱한 미소를 지었다.

“너도 어이없는 거 알지.”

“I don’t know. 오늘은 내가 왕이니까 내 마음이야. 일어나는 순서도 내가 정해.”

가끔 느끼는 거지만 멤버들은 백야에게만 관대했다.

“염병. 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구시렁거리며 침대에서 내려온 민성은 씻고 오겠다며 방을 나섰다.

기지개를 켜며 욕실로 향하는데 계단 아래가 소란스러웠다. 귀를 기울이지 않아도 율무의 목소리가 확실했다.

“엄마~ 이거 어디에 둘까요?”

“세상에. Baby 이런 거 안 해도 되니까 그냥 쉬고 있으라니까…. 공연하느라 힘들었을 텐데.”

“에이~ 가만히 있으면 심심하잖아요. 감자 제가 깎을까요? 저 주세요. 저 진짜 잘해요.”

20년 만에 만난 부모님이라며 오두방정을 떨더니 이 집 아들보다 더 아들 노릇을 잘하고 있었다.

“엄마, 엄마. 저희 아침 뭐 먹어요?”

“샌프란시스코에 왔으면 클램 차우더 수프를 먹어 봐야지. 입맛에 맞으면 좋겠는데.”

“와! 저 그거 진짜 좋아해요.”

쟤가 안 좋아하는 음식이 있었던가.

아침부터 여러 번 실소한 민성은 고개를 저으며 걸음을 옮겼다. 다른 건 몰라도 율무의 친화력 하나는 알아줘야 했다.

그리고 잠시 후.

식탁에 모인 데이즈는 호화로운 아침상을 하사받았다.

가장 늦게 나온 백야는 부은 얼굴로 제 앞에 놓인 그릇을 내려다봤다.

“왜 내 거만…….”

다른 애들의 수프는 양이 적당해 보이는데 백야의 것만 유독 넘칠 듯 가득 차 있었다.

당황한 눈동자가 저도 모르게 청의 부모님을 향했다.

“어머. 분명 똑같이 담았는데?”

아줌마는 모르는 일인지 조금 당황한 것 같았다.

그러다 대각선에 앉은 아저씨와 눈이 마주쳤는데, 그의 한쪽 눈이 찡긋 감기며 입꼬리가 올라갔다.

“저런, 수프가 불어났나 보네. 많이 들어요. 햄스터 친구.”

“아…. 자, 잘 먹겠습니다.”

차마 거절은 하지 못하겠는지 백야가 조용히 숟가락을 들었다. 체하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 목구멍 안으로 밀어 넣어 볼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릇을 가져가는 율무의 손이 더 빨랐다.

“내 거랑 바뀌었네~ 내가 아까 많이 달라 그랬거든.”

율무가 자연스레 그릇을 바꿔 주었다.

“당백아, 여기 안에 들어간 감자 내가 깎았다? 진짜 맛있을걸?”

“어? 어…. 고마워.”

“그럼 잘 먹겠습니다~”

당황한 아저씨가 잠시 율무를 노려봤다.

“맛이 어때? 입에 맞아야 할 텐데.”

“와…. 진짜 맛있어요. 저 이렇게 맛있는 수프 처음 먹어 봐요.”

민성이 진심으로 감탄했다.

“야, 이거 이름이 뭐라고?”

“클램 차우더 수프! Mom 수프가 세상에서 최고야!”

유연도 입맛에 맞는지 음식명을 재차 물어봤다.

식사가 어느 정도 끝나자 이번에는 달콤한 과일이 다시 식탁을 채웠다. 청과 똑 닮은 남자는 이번에도 백야를 향해 샤인 머스캣을 은근히 밀어 주었다.

“많이 들어요.”

“잘 먹겠습니다.”

백야가 제법 큰 알을 한입에 넣었다. 씹기도 전에 맛있냐고 물어오는 통에 햄스터의 고개가 황급히 끄덕여졌다.

“네! 마이써요.”

햄스터의 먹방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아빠와 달리, 엄마는 아들의 첫 휴가가 많이 궁금해 보였다.

“어제는 일하느라 바빴고. 오늘이 샌프란시스코 첫날이나 다름없는데 뭐 하고 지낼지는 생각해 놨어?”

“Yes! 내가 멤버들 드라이브해 줄 거야!”

언젠가 미국에 가게 되면 차를 태워 주겠다던 청의 말이 떠올랐다.

아직도 과일을 오물거리던 백야는 눈을 크게 뜨며 청을 바라봤다.

“너 지짜 웅저 해?”

“모라는 거야. 안 들려.”

백야의 볼이 더 빠르게 움직였다.

“너 진짜 운전하려고?”

“당근 하지! 나 못 믿나 햄스터야?”

“아니, 뭐…. 조금?”

평소 청의 덜렁거리는 성격으로 봤을 때 운전을 잘할 것 같진 않았다.

“괜찮아. 매니저 형들 있잖아. 불안하면 바꾸면 돼.”

유연이 귀띔해 준 최후의 보루에 백야의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드라이브 어디로 가려고?”

“바다! 서핑도 하고 물개도 보여 줄 거야! 튜브도 있어!”

서핑이라는 말에 유연과 율무가 솔깃해했다. 귀를 쫑긋 세운 백야는 튜브에 반응했다.

“난 튜브 탈래!”

“그래! 내가 백야 밀어 줄게!”

반면 움직이는 게 세상에서 제일 귀찮은 민성과 지한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바닷물 별론데…. 꼭 들어가야 하니? 튜브 하나밖에 없어?”

“No! 엄청 많아!”

“그럼 나도 튜브.”

민성도 튜브를 예약했다.

지한은 그마저도 관심 없는지 무표정으로 일관했다.

“한백야. 너 물 조심 하라 했다며.”

“물? 아~ 그거 괜찮아. 벌써 액땜했어.”

가벼운 뇌진탕으로 이미 봉변을 당했다 생각한 백야는 물에서 놀 생각에 신이 나 있었다.

* * *

우려했던 것과 달리 청의 운전 실력은 꽤 안정적이었다.

차가 7인승인 관계로 남경과 덕진은 따로 움직였다.

내키지 않으면 다른 일을 봐도 된다고 했지만 두 사람은 기어이 따라와 보모 역할을 자처했다.

“날씨가 너무 좋네요. 봄 같아요.”

“그러게. 그런데 애들 춥진 않으려나.”

햇빛은 질색이라며 해안가의 야외 카페테리아에 자리 잡은 두 사람은 망원경으로 멤버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세상 편안해 보이네요.”

노란색 오리 튜브에 안착한 백야는 누구보다 편한 자세로 바다에 동동 떠 있었다.

“쟤 자는 거 아니지? 떠내려가면 큰일 난다.”

“손 움직이는 거 같은데요? 나름 방향을 조절하고 있는 것 같아요.”

선글라스까지 장착한 햄스터는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다른 애들은 뭐 하고 있어?”

덕진이 방향을 돌리자 이번에는 모래사장 위에 엎드려 있는 육체파 삼인방이 보였다.

“서핑 강습 중인가 봐요. 청 님이 눈썹을 이렇게 세우고 열변을 토하고 계세요.”

“또.”

“민성 님은 물에 들어가실 건가 봐요. 방금 준비 운동을 끝내고 피자 튜브 위로 올라타셨어요.”

챙이 큰 밀짚모자를 쓴 지한은 돌아다니며 그런 멤버들을 촬영 중이라고 했다.

“음. 잘들 노는군.”

한시름 놓아도 되겠다 판단한 남경은 잠시 보모에서 벗어나 여유를 즐기기로 했다.

그러나 애들 사고는 방심하는 순간 일어나는 거라고 했다.

지상에서 보드 위 균형 잡기 훈련을 마친 세 사람이 파도를 잡으러 들어간 때였다.

“I’ll show you.”

시범을 보여 주겠다며 청이 먼저 바다 안쪽으로 향했다.

서핑 유경험자답게 금방 파도를 잡은 청은 넘어지지 않고 능숙한 자세로 해안가까지 내려왔다.

“좀 타는데?”

“오~ 우리 키티 재능 발견?”

“이거는 식은 껌이지! 지한! 나 찍었어?”

“응. 잘 나왔어. 멋있네.”

형들의 칭찬에 의기양양해진 청은 이번에는 두 사람을 데리고 안쪽으로 향했다.

“Right now!”

파도가 높게 올라오자 청이 지금이라고 외쳤다.

지시에 따라 보드를 움직인 두 사람은 판을 짚으며 동시에 일어섰다. 그러나 물 위에서 균형 잡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풍덩-!

“푸하!”

“어우, 짜.”

볼 땐 쉬워 보였는데 생각만큼 되지 않는다며 유연이 아쉬워했다.

“그래도 처음인데 2초 서 있었어! 유연 대단해!”

“그래?”

유연이 젖은 머리를 쓸어 넘기며 보조개를 지었다.

그사이 보드 위에 올라탄 율무는 편한 자세로 앉아 물 위에 떠 있었다.

“키티야, 나는 왜 칭찬 안 해 줘? 수강생2 서운한데~”

“율무도 잘했어!”

“나도 알아.”

율무의 근거 없는 자신감에 세 사람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다 모래사장 쪽을 돌아보며 동시에 손을 흔들었다.

지한이 서 있는 방향이었다.

“지한! 그냥 들어와!”

“싫어.”

1초 만에 거절당한 청이 입술을 삐죽였다.

바닷물은 들어갔다 나오면 찝찝해서 싫다나 뭐라나.

기계에 물이 들어가면 안 된다며 카메라 핑계를 대는 바람에 억지로 데리고 들어올 수도 없었다.

“형. 지한이 형 옷 안 들고 왔지? 아까 빈손이던데.”

“그래서 내가 대신 챙겨 왔지~”

“역시 율무! 그럼 나중에 카메라 없을 때 빠뜨리자!”

“오케이. 콜~”

먹잇감을 노리는 하이에나들의 시선이 지한을 향했다.

세 사람의 작당 모의가 들리진 않지만 촉이 좋은 지한은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저것들이 나를 노리는구나.

슬슬 서핑 보드 팀을 떠나야겠다 생각한 그는 튜브 팀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형. 뭐해.”

민성은 피자 튜브 위에 팔자 좋게 누워 있었다.

지한의 부름에 엎드린 자세로 바꾼 그는 개헤엄을 치며 뭍으로 다가왔다.

“야, 이거 신기하지. 이거로 파도도 탈 수 있어.”

서핑 팀보다 자신이 파도를 더 많이 탄 것 같다 하자 지한이 키득거렸다.

“백야는?”

“백야? 백야 저기…. 어?”

뒤를 돌아본 민성이 멍청한 소리를 냈다.

“옆에 있었는데?”

근처에 있어야 할 오리 튜브가 보이지 않았다.

민성이 당황한 기색을 보이자 지한도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다 저 멀리, 안전선 가까이로 떠내려가고 있는 노란 튜브를 발견했다.

“설마 저거야?”

“…….”

지한이 정색하며 가리킨 곳엔 나른함을 이기지 못하고 잠들어 버린 백야가 있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안전선 너머로 세모 모양의 지느러미가 튜브를 향해 다가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지한아. 저기 움직이는 거 뭐 같냐.”

“…상어?”

시선을 마주한 두 사람 사이로 짧은 정적이 흘렀다.

“저 미친!”

“한백야!”

두 사람이 경악에 찬 소리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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