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인데 패시브가 개복치-195화 (195/340)

제195화

* * *

- 애들 휴가 받았다던데 그럼 계속 LA에 있는 건가?

- 데해데 1화 드디어ㅜㅜ 애들 넘 귀여워서 울었다

- 백야 군만두랑 눈싸움하는 거 볼 사람 (백야 짤.gif)

- 일본에 복숭아 서리 당할 뻔함

└ 주인 있는 복숭아가 혼자 막 돌아다니니까 그렇지ㅠ 울 백야 어서 내 입속으로

- 청아 햄스터 간수 잘하자

- 데이즈 백야 일본에서 길거리 캐스팅 당함ㅋㅋㅋ 울 복숭아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미모

└ 근데 혼자만 몰라...

└ 원래 백야같이 생긴 애들이 취향 안 타고 다 잘 먹혀

- 일주일에 한 번이지만 리얼리티라도 해 줘서 다행이야ㅜㅜ

- (인용) 민성 단아 열애 ▶링크

└ 돔성 단아 뭔데... 언제 눈맞..

- 누가 자꾸 저 말도 안 되는 구씹에 관심 주냐

- 이걸 앉아서 봐도 되나 무릎 꿇어야... (고양이 탈 지한.jpg)

- 긴말 않겠습니다. 데해데 1화 짤 하나로 설명합니다 (지한 ‘나 가지고 논 거야?’ 캡쳐.jpg)

└ 지한이가 또... 지또..

- 청이는 천사야ㅠㅠㅠ 백야 귀신 무서워한다고 악몽 인형 골랐을 거 생각하니까 맘이 따수워짐

- 청아... 할미가 너 믿는 거 알지? 오늘부터 타코야끼 유앱 존버 간다

- 애들 지금 뭐 하고 있을까

└ 자고 있겠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피자도 먹고, 청의 모교도 구경한 멤버들은 마지막 일정을 앞두고 마트에 도착했다.

부모님의 심부름을 하기 위해서였다.

“우리 뭐 살 건데?”

“Flour, Tomatoes….”

“꽃?”

“No! Flour. 그거 있잖아, 하얀 가루. 빵 만드는 거.”

“뭐. 밀가루?”

“오! 그거야!”

유연과 청이 나란히 걸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외국 마트에서 장을 보는 게 버킷리스트였다는 율무는 백야와 일상 브이로그를 촬영 중이었다.

“여러분~ 저희 지금 엄마 심부름하러 마트에 왔어요.”

“그런데 여기 진짜 동네 마트 맞아?”

분명 작은 마트라고 했는데 한국의 웬만한 대형 마트만큼이나 매장이 컸다.

산처럼 쌓여 있는 색색의 과일과 SNS에서 보던 외국 과자들이 잔뜩 진열되어 있었는데, 스케일이 남달랐다.

“어? 나 이거 너튜브에서 봤어.”

백야가 앞으로 달려가 빨간색 시리얼 상자를 집어 들었다.

“먹고 싶으면 담아.”

카트를 밀며 따라오던 지한이 백야의 옆에 멈춰 섰다.

“먹어 볼래?”

“응. 근데 제일 밑에 있는 건 뭐야? 저건 색깔이 다른데.”

“어? 그러네.”

쪼그려 앉은 백야가 아래 칸의 시리얼과 손에 든 시리얼을 비교했다. 같은 제품인데 상자의 색깔만 달랐다.

“맛이 다른가? 어떡해?”

백야가 뒤를 돌며 올려다보자 율무가 앓는 소리를 냈다.

“하. 귀여운 새끼…. 그거도 담아. 당백이 먹고 싶은 거 다 담아.”

“뭐래…. 네가 계산하는 거도 아니잖아.”

“까짓것 얼마 한다고. 내가 사 줄게, 사. 다 사.”

율무가 쿨하게 고개를 까딱였다.

그러자 그 말에 반응한 건 오히려 지한이었다.

“나는?”

“지한이도 사 줘야지. 담아, 담아.”

율무가 카트를 가리키며 손을 휘젓자 지한이 백야를 일으켜 세웠다.

“한백야 일어나.”

“왜?”

백야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일어났다.

“나 오른쪽 너 왼쪽. 종류별로 하나씩 담아 보자. 가운데서 만나.”

갑자기 커진 스케일에 여유롭던 율무의 얼굴에 금이 갔다.

“음…. 저기, 지한아?”

“고르라며.”

“그치~ 그런데 우리 모두에겐 ‘적당히’라는 게 있지 않을까? 나 아직 이번 달 용돈 못 받았는데.”

역시 율무를 놀리는 데에 조또만한 인재가 없었다.

계획에 어울려 주기로 한 백야는 개구진 미소를 지으며 시리얼을 하나씩 주워 담기 시작했다.

“지한아, 그냥 직원 불러서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달라 그러면 되지 않을까?”

“괜찮네. 청청 부를까.”

“아니야, 부를 필요도 없어. 우리에겐 미미고라는 훌륭한 번역기가 있거든.”

“저기…. 얘들아?”

“그거 번역 제대로 안 되던데.”

“아니야. 미미고 짱이야.”

“저기…. 아니, 친구들아? 잠시만 내 통장 잔고를 봐 주겠니?”

은행 앱을 켠 율무가 핸드폰을 들이밀며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었다.

정산을 받기 시작한 지는 꽤 됐지만, 큰돈을 관리할 자신이 없다며 통장을 부모님께 맡긴 율무는 매달 용돈을 받아서 생활하고 있었다.

그때 민성과 남경, 덕진이 다가왔다.

세 사람은 율무를 거덜 낼 작정을 한 룸메 사기단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신났네, 신났어.”

“오~ 율무가 쏘는 거야? 민성이 너도 먹고 싶은 거 골라야 하는 거 아니냐.”

“내가 애도 아니고 무슨….”

민성은 아닌 척 과자 하나를 카트 안으로 집어넣었다.

“하하. 그런데 청 님이랑 유연 님은요? 잃어버리면 안 되는데.”

“저기 앞에.”

남경이 턱짓하자 앞 블록에 있는 막내즈가 보였다.

“유연! 이거 진짜 맛있어!”

“사, 사. 야, 너 이거 먹어 봤어?”

“당근 하지! 세상에서 제일 엄청난 초코야!”

“그 정도라고? 그럼 먹어 봐야지.”

다들 심부름은 뒷전이었다.

시간을 확인한 민성은 청과 유연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청아, 어머니께서 시키신 거 있잖아. 뭐 사 오라고 하셨는데?”

“많이!”

민성이 청의 핸드폰을 가져왔다. 다행히 한국어라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파, 토마토, 밀가루, 민트. 이게 끝이야?”

“그리고 먹고 싶은 거 사도 된다 그랬어!”

청이 품 안에서 카드를 꺼내 치켜들었다.

“이거로 계산하면 돼! 우리 여기 있는 거 다 살 수 있어!”

이름하여 엄마 카드였다.

“그래. 들고 설치다가 잃어버리지 말고 다시 주머니에 넣으렴. 여기 적힌 건 내가 가져올게.”

민성은 먹고 싶은 거나 고르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섰다.

그동안 백야와 지한은 미미고의 성능을 테스트해 보고 있었다.

“여기부터 저기까지 다 주세요.”

- From here to there, please.

백야의 핸드폰에서 기계적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문법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뜻은 통하는 것 같다며 덕진이 박수 쳤다.

“파는 오다가 본 것 같은데. 토마토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네.”

쇼핑 리스트를 알아낸 민성이 다시 돌아왔다.

“남경이 형. 여기 있으면 내가 얼른 가서 필요한 거만 가져올게.”

“어디 가는데? 같이 가.”

“파랑 토마토 가지러.”

그때였다.

미미고가 한 번 더 자신의 존재감을 내비친 건.

- Go get blue tomatoes.

블루 토마토?

미미고 찬양을 늘어놓던 백야가 움찔했다.

“얘, 얘가 왜 이래. 정신차려. 파랑 토마토라고. 파랑.”

- Blue tomatoes. Blue.

한숨이 절로 나오는 성능에 민성의 표정이 떨떠름하게 굳었다. 그리곤 욕인지 칭찬인지 모를 말을 읊조렸다.

“환장하겠네. 어디서 지 같은 걸 가져와 가지곤….”

* * *

“하아아. 지한이 보고 싶어~”

나라가 핸드폰을 쥔 채 소파에 거꾸로 누워 있었다.

2분에 한 번씩 SNS를 새로 고침 했더니 이젠 피드에 새로 뜨는 글도 없었다.

현재 시각 오후 12시 12분.

“청시!”

12월 12일.

청의 생일과 같은 숫자인 청시를 외친 나라는 늦은 아침이나 챙길 생각으로 몸을 일으켰다.

우웅-.

그러던 중 짧은 진동과 함께 핸드폰 상단에 유앱 알림이 나타났다.

[DASE|우리 집 놀러 와! 여기 샌프란시스코!]

샌프란시스코라고?

나라는 곧장 유앱을 켰다. 평일 점심을 앞둔 애매한 시간이라 방송은 쉽게 들어가졌다.

[청 : 나잉아! 나 멤버들이랑 우리 집 왔다!]

[율무 : 안녕하세요~ 아저씨가 스테이크 구워 주셨어요. 맛있는 거 먹으니까 나잉이 생각나서~]

핸드폰을 가로로 돌리자 청과 율무의 얼굴이 화면에 가득 찼다.

뒷마당에서 가든파티를 한 멤버들은 후식을 먹던 중 잠깐 유앱을 켠 거라 했다.

[청 : 나잉이는 밥 먹었나? 우리는 바비큐 파티했어!]

[유연 : 한국 지금 몇 신데?]

[지한 : 12시 넘었어.]

[유연 : 밤?]

[지한 : 아니. 점심.]

[민성 : 아…. 여기는 오후 8시예요. 우리가 너무 생각 없이 켰나?]

민성이 미안해하자 댓글이 빠르게 올라갔다.

- 아니야 하고 싶은 거 다 해

- 켜 준 게 어디야ㅜㅜ

[율무 : 저희 처음으로 휴가받아서 지금 청이네 집에 놀러 와 있어요~]

[유연 : 얘네 집 엄청 좋아요. 영화에 나오는 집 같아요.]

[율무 : 맞아. 이층집에 마당도 있고~ 수영장도 있고~ 애완 곰도 있어요.]

[청 : 해피 곰 아니야! 강아지야!]

청이 발끈하자 율무가 크게 웃어 댔다. 그러다 백야를 돌아보며 장난스럽게 물었다.

[율무 : 당백아, 해피 곰이지?]

[백야 : …응.]

[율무 : 거봐~ 맞다잖아.]

청은 배신감에 눈썹을 추켜세웠다. 박장대소하는 율무의 너머로 눈을 느릿하게 끔뻑이는 백야가 보였다.

- 이층집이요? 수영장이요? ㅈㄴ 금수저였어... 어쩐지 얼굴에서 귀티가 좔좔 흐르더라

- 아구ㅠㅠ 백야 졸린가 보네

- 청이 본가 가서 좋겠네~ 정원도 너무 예쁘다♡

- 애들 좋아 보여서 다행이야ㅜㅜ 이게 힐링이지

- 청아 오늘 뭐 하고 놀았어?

- 집 구경시켜줘!!

[청 : 오늘 우리 바다 가서 서핑도 하고 백야는 고래 잡았어!]

- 백야가 고래를 잡았다고??

- 무슨 말인진 모르겠지만 아주 멋진 휴가를 보내고 있구나...

[유연 : 맞다. 백도 너 그거 카메라에 찍혔어. 돌고래 타는 거.]

[백야 : 진짜?]

[민성 : 찍혔다고? 어디에?]

[유연 : 서핑 보드에 달려 있던 방수 카메라. 거기에 찍혔어. 아저씨가 그거 보면서 울고 계시던데. (웃음)]

[청 : Really!? 나도 볼래!]

- 백야가 뭘 탔다고?

- 저기.. 얘들아? 우리도 같이 이야기하자

- 유연이 목소리 잘 안 들려ㅜㅜ

- 청아 집 보여줘

청이 대박이라며 흥분했다.

그러다 집을 구경시켜 달라는 댓글을 발견하고 이내 정신을 차렸다.

[청 : 아! Garden 보여 줄게!]

자리에서 일어난 청은 집 안에는 부모님이 계시니 대신 정원을 보여 주겠다며 마당을 돌아다녔다.

잘 가꿔진 화단과 그를 비추는 조명 장식. 잔디밭 돌길을 따라 규칙적으로 심어진 정원 램프는 척 봐도 고급스러웠다.

[청 : 어때? 마음에 들어?]

이어서 수영장과 해피의 집, 미니 분수대까지 보여 준 청은 어디론가 달려가 커다란 나무를 비췄다.

[청 : 이거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나무야!]

자카란다라는 꽃나무인데 만개하면 보라색 꽃이 예쁘다고 자랑했다.

[청 : 그런데 지금은 추워서 꽃 다 사라졌어. 나중에 내가 사진 보여 줄게! I promise you.]

지금은 시기를 지나 꽃을 보여 줄 수 없지만, 찍어 둔 사진이 있다며 SNS에 올려 주기로 약속했다.

다시 테이블로 돌아온 청은 화면을 돌려 멤버들을 비췄다.

샌프란시스코는 일교차가 큰 편이었기 때문에 멤버들 모두 외투를 걸치고 있었다.

[청 : 햄스터 자?]

[백야 : …으어? 아니야, 나 안 잤어.]

의자 위에서 양반다리를 한 백야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유연 : 냅 둬. 피곤할 만하지.]

[민성 : 우리도 슬슬 들어갈까? 너희 감기 걸릴라.]

그때 창문이 열리며 키티를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키티?? 키티가 누구야?

- 감기 조심해 얘들아♡

- 댕귀여워ㅜㅜ 청이 집에서 스윗 리를 키티라고 불린대

- 와기 복숭아 조는 거 캡처했다

- 얘들아 한국 언제 와?

[율무 : 여러분~ 엄마가 이만 들어오래요. 확실히 저녁 되니까 춥긴 하네요.]

[유연 : 언제 돌아가냐고요? 한국은 좀 더 쉬다가 갈 것 같아요. 저희는 잘 지내고 있으니까 너무 걱정 마세요.]

[민성 : 저기….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팬분들 식사하셔야 하는데 우리가 너무 생각이 짧았다.]

[지한 : 점심시간이라고 하셨지.]

[청 : Oh my god! 나잉이 밥 먹어!]

[민성 : 여러분도 감기 조심,]

[청 : 끊어!]

“…응? 이렇게 끊는다고?”

[라이브가 종료되었습니다.]

데이즈의 깜짝 방송은 바람처럼 나타났다 바람처럼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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