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인데 패시브가 개복치-197화 (197/340)

제197화

“혼난다, 진짜.”

“미안….”

입술을 말아 문 백야가 허벅지를 통통 두드렸다.

사실 백야는 그림을 보는 척 퀘스트를 살펴보고 있었는데, 지금 이런 장난을 치고 있을 때가 아니긴 했다.

‘괘씸한 놈들 같으니라고.’

스타 포인트도 남아도는 판국에 메인도 아닌 히든 퀘스트를 도전할 이유? 당연히 없었다.

그러나 이번 퀘스트만큼은 선뜻 거절을 누르기가 어려웠다.

바로 무시무시한 내용 때문에.

[Q. 행운의 편지 : 이 퀘스트는 미국에서 최초로 시작되어 일 년에 한 바퀴를 돌면서 받는 사람에게 행운을 주었습니다.

미신이라 할지도 모르겠지만 사실입니다.

24시간 전에 이 편지를 행운이 필요한 친구 100명에게 보내세요.

100명을 채우지 못하면 어마어마한 일이 일어날지도…. 하지만 100명에게 보내면 좋은 일이 생길 겁니다.

무려 하X드 대학교에서 입증된 사실!

그럼 퀘스트에 성공해서 꼭 행복한 삶을 보내길 바라요! ٩(ˊᗜˋ*)و

※ 보낸 사람한테 보내면 안 됨]

무시하면 되는데 그게 잘 안됐다.

“하아….”

더 큰일인 건, 백야에게 친구 100명이 있을 리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2명도 겨우 있는 친구인데 멤버들까지 합쳐 봤자 7명이 고작이었다.

‘나의 인간관계. 이대로 괜찮은 걸까….’

어찌어찌 대환과 연하 등 친한 선배 가수들을 넣어 봐도 10명을 겨우 넘겼다.

‘망했어.’

어쩐지 시무룩해 보이는 모습에 민성이 관심을 보였다.

“힘들어? 그러고 보니 안색이 안 좋은 것 같기도 하고.”

민성이 백야의 턱을 잡아 이리저리 돌려 보며 상태를 확인했다.

“느 믈쯩해.”

“아니야. 아파 보여. 오늘따라 더 창백한 것 같은데.”

“아이, 좀!”

이놈의 병약미를 하루빨리 없애든가 해야지.

백야가 도리질을 치며 민성의 손을 떼어 냈다. 그러다 근처에 놓인 한 작품을 발견했다.

작품명은 Moment.

높다란 2단 책상 위로 노트북과 프린트기 한 대가 연결되어 있었다. 기계는 새로운 글이 올라올 때마다 자동으로 인쇄물을 뽑아냈다.

지잉-.

프린트가 종이를 뱉어내는 순간, 화면 속 남자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는데 왠지 낯이 익었다.

‘뭐지?’

호기심이 인 백야는 가까이 다가가 보기로 했다.

노트북 스크린에 떠 있는 건 다름 아닌 파란짹. 그것도 LA에서 열렸던 케이팝 콘서트의 한 장면이었다.

사진 속 인물도 백야가 아주 잘 아는 사람이었다.

- 가끔 빡치는 일 있을 때 이거 보면 됨 (청 무대 사진.jpg)

└ 킹정

└ 요즘 내 자양강장제임

└ Cheong love you♥ eng plz

‘왜 화날 때 청이 사진을 보지?’

팬들의 주접을 이해하지 못한 백야는 심각해졌다.

그러다 눈에 띈 무언가.

사진 아래, 작은 아이콘 옆의 숫자가 실시간으로 올라가는 순간을 목격했다.

처음엔 312에 불과했던 숫자가 눈 깜짝할 사이 5,000을 넘어가고 있었다. 엄청난 화력이었다.

‘잠깐. 이건 이 숫자만큼 사람들이 봤다는 뜻 아닌가?’

개복치는 한 번에 저주를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됐다.

그러나 이는 팬들을 팔아넘기는 짓이나 다름없었다.

‘안 돼! 그럴 순 없어….’

질끈 눈을 감은 백야는 혼자만의 싸움에 괴로워했다.

* * *

드디어 마지막 행선지인 야경 명소. 트윈 픽스에 도착했다.

현재 시각 9시 15분.

지한이 나눠 준 일정표에 적힌 시간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맞아떨어졌다.

“미쳤어…. 6만 보야.”

“우웩.”

팀에서 체력이 제일 약한 민성과 백야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버스를 타고 중턱까지라도 올라오지 않았다면 꼼짝없이 7만 보를 찍을 뻔했다.

“이 밤에 등산이라니. 죽을 거 같아….”

“아니야, 안 죽어~ 아직까지 많이 걸어서 죽었다는 사람은 못 들어 봤어.”

“너 이 자식…!”

백야가 율무를 향해 와락 달려들었다. 앞섶을 움켜쥔 솜 주먹이 바들바들 떨렸다.

“푸핫! 아직 팔팔하네, 뭐~ 당백이 물?”

율무는 힘들지도 않은지 생글생글 잘도 웃고 있었다.

두 사람의 앞에 무릎을 굽혀 앉은 그는 가방을 뒤적였다.

“빨리 내놔.”

“나도. 나도 줘.”

율무가 두 허약체를 챙기는 동안 남은 세 사람도 숨을 고르고 있었다.

“좀 힘들긴 하네.”

로봇은 아닌지 지한도 어느 정도 힘듦을 느끼는 것 같아 다행이었다. 그에 물을 마시던 유연이 소신 발언을 뱉었다.

“형. 지금 이게 휴가야? 극기 훈련이지.”

“…….”

“저기를 좀 봐.”

유연이 옆을 턱짓했다.

그곳에는 물을 더 내놓으라며 율무의 가방을 강탈해 가는 날강도단이 있었다.

“내려갈 땐 아저씨 부르자.”

“…그럴 생각이었어.”

지한과 유연이 자신의 물을 들고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그사이 포토존을 알아보고 온 청도 무리에 합류했다.

“얘들아! 저기 가면 포토 스팟 있다!”

샌프란시스코 전경이 가장 잘 보이는 곳을 찾았다며 청이 한곳을 가리켰다.

지한이 손을 따라 고개를 돌리자 백야와 민성의 얼굴은 사색이 됐다.

“설마…. 포토 스팟으로 이동하는 시간도 정해져 있어?”

“나, 나는 여기서도 보이는 것 같아. 굳이 저기까지 안 가도 될 것 같은데….”

민성과 백야가 진저리 치자 지한이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거 없어. 쉬고 싶은 만큼 쉬었다가 움직여. 물 더 마실래?”

지한이 반 정도 남은 물을 내밀자 백야가 얼른 받아 갔다.

“왜 이렇게 불쌍해 보이냐….”

유연이 안타까운 얼굴로 두 허약체를 내려다봤다.

“우리 불쌍하면 제발 집에 갈 때는 택시 타자. 얼마가 나오든 돈은 내가 낼게.”

백야가 두 손을 간절히 모으며 애원했다. 그러자 유연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 청이가 방금 아저씨께 연락드렸어.”

“맞아! Dad 오고 있어!”

12시간 만에 뚜벅이 탈출을 하게 된 두 사람은 서로를 끌어안으며 한껏 기뻐했다.

“혀엉…!”

“됐어! 우린 살았어!”

내려갈 때는 더 이상 걷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힘을 얻었는지, 두 사람이 벌떡 일어났다.

“자, 이동! 포토 존이 어디라고?”

“저쪽이라고 했던 거 같습니다, 형님.”

“그럼 그쪽으로 가 보지!”

힘들다고 찡찡거릴 땐 언제고, 앞장서서 걷는 두 사람에 남겨진 멤버들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모야! 잘 걷는데?”

“하여간 저 둘 엄살 하나는 알아줘야 한다니까~ 우리도 가 보자.”

율무가 지한과 동생들을 챙겨 백야의 뒤를 따라갔다.

가장자리로 다가가자 캘리포니아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우와~ 진짜 예쁘다.”

연석을 밟고 올라간 백야가 황홀한 얼굴을 했다.

크고 작은 주황색 불빛.

그 너머로 보이는 바다.

그리고 반짝이는 별까지.

고생 끝에 마주한 풍경은 더없이 값지게 느껴졌다.

“팬분들 보는 것 같아.”

“어?”

“반짝거리잖아.”

곁에 다가와 선 지한이 앞을 가리켰다. 다시 고개를 돌린 백야가 멍한 얼굴을 하자 옆에서 작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냥. 희망 콘서트 때 생각나서.”

“아, 그때? 맞아. 불 꺼지니까 진짜 예뻤는데.”

찰칵, 찰칵-.

야경 사진을 찍는 네 사람의 셔터소리 위로 지한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겹쳤다.

“한백야. 네가 우리 팀이라서 다행이야.”

엥? 갑자기?

백야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옆을 돌아봤다.

“생각해 보니까 고맙다는 말 한 번도 한 적 없는 거 같아서.”

“왜? 내가 한 게 뭐 있다고.”

“그냥. 너 아니었으면 이렇게까지 잘 되진 않았을 것 같아. 느낌이라는 게 있잖아.”

“…어?”

지한을 바라보는 눈빛이 조금씩 흔들렸다.

그도 시선을 느꼈는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백야를 마주 봤다.

“너 없는 데이즈는 이제 상상이 안 가.”

아직까지도 데이즈는 저를 제외한 5인조 그룹이라고 생각하던 백야는 커다란 충격을 받은 기분이었다.

원래대로 돌아가고 나면 당연히 제 자리는 멤버들의 곁이 아닐 테니까.

‘그런데 그렇게 말하면….’

백야는 눈물이 왈칵 차올랐다.

붉어진 눈시울에 지한은 조금 당황했다.

“하, 한백야?”

“씨이…. 네가 그렇게 말하면….”

백야가 소매를 들어 눈가를 벅벅 닦아 냈다.

그러나 한번 터진 수도꼭지는 다정한 목소리에 기어이 물을 쏟아 냈다.

“끄흐….”

“야, 왜? 도대체 왜?”

“흐어엉!”

“아니, 울라고 한 말은 아니었는데.”

늦은 시각, 아름다운 풍경, 차가운 공기에 취한 지한은 그만 흑역사를 쓰고 말았다.

“미안. 내가 미쳤지.”

또라이도 감수성 앞에서는 나약한 인간일 뿐이었다.

그러나 상대 또한 감수성에 당한 건 마찬가지인 듯, 울음을 금방 그칠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한백야. 한…. 아니, 너는 왜 울고 그러는….”

퀘스트도 없겠다.

시스템도 조용하겠다.

모처럼 평화로웠는데 지한의 한마디가 백야의 마음을 엉망으로 헤집어 놓았다.

저에겐 죽거나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결말뿐인데. 그 생각을 하니 너무 속이 상했다.

“끄윽, 끕. 흐으으.”

한편 인증 샷에 정신이 팔려 있던 네 사람도 꺼이꺼이 우는 통곡 소리를 듣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당연히 저희 일행의 소리는 아닐 거라 생각했는데, 우는 바이브가 너무나도 한국인 그 자체였다.

다가와 보니 백야가 목 놓아 울고 있는 상태라 다들 황당해했다.

“What?”

“…때렸니?”

“아니, 난 진짜 아무것도 안 했는데….”

의심의 눈빛이 쏟아지자 지한이 억울해했다.

손사래까지 쳐 가며 적극 부인해 보지만 그다지 신뢰감 가는 얼굴은 아니라 효과는 미미했다.

그사이 조금 진정한 백야가 거칠게 눈가를 닦으며 대답했다.

“나도, 끅, 나도 너희가 너무 좋아.”

“우리가 좋아서 우는 거라고?”

“끕. 흐응….”

“알겠으니까 당백이 뚝~ 아니, 남자애를 이렇게 달래 보기는 또 처음이네.”

뿌애앵!

“아, 형! 빡쳐서 더 울잖아. 백도, 나 봐.”

“No! 햄스터는 내가 전문이야!”

원래 이렇게 눈물이 많은 편이 아니었는데, 눈물샘이 고장 났는지 최근 들어 우는 일이 잦았다.

‘그래도 이런 말을 듣고 어떻게 눈물이 안 날 수 있어.’

저를 위해 주는 멤버들의 목소리에 백야는 더 서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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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SE_Official]

행운의 편지. (복숭아 이모티콘)

이 편지는 미국에서 시작되어 일 년에 한 바퀴를 돌면서 받는 사람에게 행운을 주었습니다.

미신이라 할지도 모르겠지만 사실입니다.

24시간 전에 이 편지를 행운이 필요한 친구 100명에게 보내세요.

P.S. 미안해요. 글을 봐 버렸어... 안 올리려고 했는데 이걸 보내야 내가 살아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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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친ㅋㅋㅋㅋㅋㅋ 이거 뭐야?

- ㅈㄴ 귀여워

- 백야니?

- 근데 청이 사진은 뭐야? 왜 같이 올려 준 거지?

- 글 쓰면서 잘못 올린 거 같지만ㅋㅋㅋㅋ 다다익청

- 나 진짜 이런 거 왜 하는지 모르겠어... 이 편지는 영국에서 시작되어 일 년에 한 바퀴를 돌면서 받는 사람에게 행운을 주었습니다.

- 이게 바로 병 주고 약주고..?

- 내 아이돌한테 행운의 편지를 받는 팬덤이 있다? 데이즈 나잉이

- 백야야 할미 친구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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