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인데 패시브가 개복치-198화 (198/340)

제19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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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진지하게 게임 속 주인공이 되고 싶어요.

안녕하세요. 평범한 2학년 중학생입니다.

제가 게임을 많이 좋아해요. 막 오타쿠나 그런 건 아닌데,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다 보면 어느 순간 좀 울컥하게 되는? 그런 게 있어요.

제 캐릭터가 동료를 모아 함께 고난과 역경을 헤쳐 나가는 걸 보면 뿌듯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해요….

한 번 사는 인생 저도 주인공처럼 흥미진진하게 살아 보고 싶은데.

그리고 플레이하는 거도 결국은 저잖아요? 그런데 저는 왜 진짜가 될 수 없는 걸까요.

단순히 사춘기의 한 증상으로 치부하지 말아 주시고, 방법이 있다면 안 좋은 거라도 괜찮으니 일단은 다 알려 주세요.

진지한 답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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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지하게 말합니다. 엄마 손잡고 병원 가 보세요.

- 큭큭ㅋ.. 내 안의 흑염룡이 깨어난다...

- 코스프레 나가면 되겠네

- 윗댓 정답ㅋㅋㅋㅋ

-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 있으면 이런 망상에 빠질 일도 없을 텐데 안타깝네요.

내가 진짜 뭘 원하는지 다시 한번 천천히 생각해 보시고, 가까운 곳에서 삶의 목표를 찾아 정해보는 건 어떨까요?

- 제 몇 년 전의 증상하고 똑같네요... 게임중독입니다.

“게임 중독….”

뒤집어쓴 이불 속에서 밤을 꼴딱 새운 백야가 중얼거렸다.

마음이 싱숭생숭해서 잠이 오질 않았다.

‘몇 시지.’

현재 시각 오전 7시.

아저씨의 말대로 12시를 넘겨 다음 날 새벽에 돌아온 데이즈는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곯아떨어졌다.

백야만 빼고.

“추워….”

민성은 이불을 다 걷어찬 주제에 춥다고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이불을 끌어와 몸 위로 덮어 준 백야는 조심히 방문을 열고 나갔다.

생각보다 많이 울었는지 눈이 제대로 떠지질 않았다.

‘쪽팔려….’

딱히 갈 데도 없던 백야는 2층 계단에 쪼그려 앉았다.

붓기나 가라앉힐까 싶어서 난간 봉에 눈을 대고 있는데, 마침 계단 아래를 지나던 아줌마가 백야를 발견했다.

“어머. 백야 일찍 일어났네? 왜 거기서 그러고 있어?”

“안녕히 주무셨어요.”

자리에서 일어난 백야가 꾸벅 인사했다.

“백야도 잘 잤어? 어제 늦게 들어와서 피곤할 텐데. 좀 더 자지.”

“잠이 안 와서요.”

계단을 내려온 백야는 아줌마의 빨래 바구니를 대신 들었다.

“제가 할게요. 저희 옷이죠?”

“맞는데 우리 아들은 이런 거 안 해도 돼.”

“아니에요. 옷이 많아서 힘드실 텐데….”

“빨래는 세탁기가 하는데 뭐. 그런데 백야 눈이 왜 이렇게 부었지? 어제 무슨 일 있었어?”

“네? 아니요. 그냥 조금 감동적인 말을 들어서….”

어제 일을 생각하자 다시 눈물이 찔끔 새어 나오려 했다.

“우리 백야가 마음이 많이 여리구나? 어떤 말인진 모르겠지만 너무 기뻤나 보다.”

“…네.”

하얀 손이 백야의 뺨을 귀엽다는 듯 문질렀다.

“일어난 김에 아침 먹을래?”

“아니요, 괜찮아요. 저 뒷마당에서 산책 좀 해도 될까요?”

“그럼. 되고말고.”

밖으로 나오자 차가운 공기가 피부에 닿았다.

몸을 부르르 떤 백야는 팔을 문지르며 정원의 테이블로 향했다.

어제 6만 보를 기록한 살인적인 일정 때문에 오늘의 스케줄은 전면 취소됐다.

3일 차 가이드인 민성이 어젯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내일은 무조건 쉬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하아…….”

차가운 철제 테이블 위로 엎드린 백야는 다시 상태창을 불러냈다.

Lv.12 백야 (동기화 중)

칭호 : 천재 아이돌 (비활성)

칭호는 여전히 비활성화 상태였지만 레벨은 바뀌었다. <행운의 편지> 퀘스트를 완료한 결과였다.

장착 중인 스킬의 등급만 보면 천재 아이돌은 되고도 남겠는데. 기준이 너무 박했다.

‘그나저나 이걸 활성화를 해야 해 말아야 해….’

가족에 친구들까지 모두 있다 보니 이곳에 남는 쪽으로 자꾸 마음이 기울었다.

평생 퀘스트를 할 자신이 있으면 남아도 될 것 같은데, 업데이트나 패시브 강화만 생각하면 조금 망설여졌다.

‘단명하거나 대성할 팔자…. 설마 이것까지 꿰뚫어 보신 건가.’

<천재 아이돌> 칭호를 활성화하지 않고 남아 있다면 단명.

게임을 종료하고 원래 자리로 돌아가면 대성할 팔자라는 뜻 아니었을까.

백야는 다시금 칭호 활성 조건을 살펴보기로 했다.

[<천재 아이돌>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아래와 같은 조건이 필요합니다.

- 천재 아이돌(10)

- 초동의 밀리언 셀러

- 전 석 매진의 신화

- 대상 가수

…더 보기]

하나, 둘, 셋, 넷….

“101개? 미쳤구먼. 미쳤어.”

쿵-.

백야가 테이블 위로 이마를 찧었다.

101가지 조건 중 백야가 달성한 건 겨우 33개. 아직 절반도 채우지 못한 숫자였다.

‘이러나저러나 죽을 팔자.’

역시 용하다니까.

점집을 향한 신뢰도가 하늘을 찔렀다.

* * *

멤버들은 점심시간이 다 되어서야 일어났다.

“당백이 일찍 일어났네~”

“응. 다른 애들은?”

“다 일어난 것 같던데? 내려올걸.”

율무가 백야의 감자튀김을 집어 먹으며 방긋 웃었다.

멤버들이 자는 동안 부엌에서 사육을 당하고 있던 백야는 볼이 통통해져 있었다.

“근데 너 어제 공계에 뭐 올린 거야? 아침에 보고 빵 터졌네, 진짜. 청이 사진은 왜 올린 건데.”

“팬분들이 화났을 때 청이 사진 보면 다 풀린다고 하시길래.”

율무와 백야의 대화를 들은 아줌마가 크게 웃었다.

“어머, 정말? 우리 집에 청이 사진 많은데 다 보여 드리고 싶네.”

아줌마는 지금도 청이가 가수가 됐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하셨다.

“율무 많이 줄까?”

“네. 우와~ 밥이다 밥!”

“왠지 쌀 먹고 싶어 할 것 같아서 어제 한인 마트 다녀왔거든. 맛있게 먹으렴.”

“잘 먹겠습니다~”

테이블 위로 먹음직스러운 해물 리조또가 놓였다.

율무가 식사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멤버들도 모두 모습을 드러냈다.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떠먹던 백야가 민성에게 물었다.

“오늘 진짜 아무 데도 안 갈 거야?”

“왜. 나가고 싶어?”

“그건 아닌데, 그냥. 이제 휴가 며칠 안 남았잖아.”

며칠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귀국이 이틀 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돌아갈 생각을 하니 벌써 아쉬웠다.

“솔직히 이제 갈 곳도 없지 않니? 웬만한 데는 어제 다 간 것 같은데.”

“그건 그래.”

“그럼 오늘은 그냥 집에서 보내자.”

한국으로 돌아가면 청이가 당분간은 부모님을 못 뵐 테니 배려해 주려는 속셈 같았다.

“그치, 그치. 이게 바로 나와 지한이의 큰 그림이었던 거지~”

율무가 눈 위로 브이를 해 보였다.

“이놈은 말이나 못하면.”

백야가 율무의 얼굴을 손으로 죽 그어 내렸다. 당연히 타격감은 0이었다.

그 결과 만장일치로 집에서 하루를 보내게 된 데이즈.

멤버들은 아기 오리가 되어 아줌마의 뒤만 졸졸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아줌마가 뭘 하나라도 하려고 하면 너도나도 도와드리겠다며 달려드는 통에 오히려 일이 진행이 안 될 정도였다.

“자, 그럼 엄마가 할 일을 줄게.”

부엌으로 향한 아줌마는 밀가루와 버터 등. 각종 베이킹 도구를 꺼내 주며 말했다.

“지금부터 너희가 오후에 먹을 간식을 직접 만들어 보는 거야. 어때. 재밌겠지?”

“혹시…. 저희가 너무 귀찮게 해 드렸나요?”

민성이 정답을 맞췄지만 아줌마는 못 들은 척했다.

“베이킹? 나 해 봤어!”

“그치. 청이는 엄마랑 어릴 때 많이 해 봤지?”

“Yes!”

옛 추억에 청은 잔뜩 신이 난 반면, 베이킹을 해 본 적 없는 멤버들은 난감해하는 눈치였다.

“나 빵 만들 줄 모르는데.”

“나도.”

유연과 백야가 자신 없어 하자 아줌마는 베이킹 관련 서적도 꺼내 주었다.

“괜찮아, 처음이면 쉬운 거로 만들어 보면 되지.”

아줌마는 제일 잘 만든 사람에게는 선물을 주겠다며 미끼를 내걸었다.

“선물이요? 선물은 못 참지~”

“어머. 율무가 갖고 싶은 게 있구나?”

“아니에요. 얘는 그냥 뭐든지 좋아해요.”

“지한이가 날 참 잘 알아. 그치?”

“저리 가.”

팀으로 하고 싶으면 팀으로 해도 무방하다는 말에 너도나도 청에게 파티 요청을 걸었다.

그러나 결과는 뻔했다.

“Come on, hamster.”

“아싸.”

선택받을 사람은 어차피 정해져 있었다.

남겨진 네 사람은 도긴개긴.

대충 옆에 있는 사람과 팀을 꾸린 데이즈는 본격 베이킹 대회를 시작했다.

아줌마는 심판 겸 감독이 되어 데이즈의 첫 베이킹 도전을 촬영하기로 했다.

“백야 먹고 싶은 거 해!”

“뭐가 제일 쉬워? 쉬운 거로 하자.”

“Umm. 나 쿠키랑 마들렌 해 봤는데 마들렌이 쉽나?”

“그럼 그거 만들까?”

A팀은 순조로웠다.

반면 B팀의 율무, 민성은 시작부터 반칙이 난무했다.

“야, 뭐래?”

“마들렌이 더 쉽대.”

“그럼 우리가 마들렌 하자.”

책을 보는 척 옆 팀의 대화를 훔쳐 들은 율무가 냉큼 선수 쳤다.

“마들렌 우리 거! 따라 하기 없기~”

“What?”

“우리가 하려고 했는데!”

“저런…. 그것참 안타깝구나. 먼저 말하지 그랬니.”

민성이 갸륵한 표정을 지으며 안타까운 척했다.

반면 조용히 강한 C팀.

“너 뭐 먹고 싶어?”

“마카롱. 근데 어려워 보여.”

“그럼 다른 거 골라.”

“브라우니 할까? 이건 쉬워 보이네.”

그렇게 브라우니로 결정됐다.

집주인이 흔쾌히 주방을 내어 준 덕에 데이즈는 이 안의 모든 재료를 사용할 수 있었다.

잠시 후, 수납장 앞에 모인 선수들은 좋은 재료와 장비를 선점하기 위해 반칙도 서슴지 않았다.

“브라우니를 뭐 얼마나 많이 만들려고 초코를 다 가져가. 나 조금만 줘.”

민성이 볼을 내밀며 초콜릿 칩을 구걸했다.

잠시 고민하던 지한은 그래도 형이니까 선심 쓰듯 한 알을 내주었다.

달그락-.

“이런 또라이…. 장난해?”

약이 오른 토끼가 앞니를 드러냈다.

“야, 율무차! 인간적으로 마들렌 만들 건데 쿠키 틀이 왜 필요한데!”

“왜~ 토끼 모양 마들렌 귀엽잖아.”

“좋은 말로 할 때 내놔라.”

“가져가 볼 수 있으면 가져가 보시든가~”

까치발을 든 율무가 쿠키 커터를 쥔 손을 높게 들었다. 백야가 빼앗기 위해 폴짝대 보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는 법.

율무가 백야에게 정신이 팔린 사이 의자를 밟고 올라간 청이 탈취에 성공했다.

“Peekaboo!”

“뭐야? 언제 올라갔어?”

“You는 마들렌 쿠키 먹을 준비해라.”

청이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왼손에 든 마들렌 틀을 흔들었다.

유연은 이 난장판 속에서 혀를 차며 묵묵히 계량을 시작했다.

“다들 어? 아주 그냥 입으로 빵 만들지.”

집안 분위기가 오래간만에 떠들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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