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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아이돌인데 패시브가 개복치-201화 (201/340)

제201화

* * *

반딧불이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화려한 개막식이 시작됐다.

웨이브가 굵게 들어간 5 대 5 스타일의 흑발. 통통한 뺨에서부터 콧등까지 연결된 발그레한 숙취 메이크업.

뼈 수저들만 입을 수 있다는 루즈핏 니트의 올드 스쿨 룩.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오묘한 분위기의 회색 컬러 렌즈까지.

“왜 반딧불이가 제 눈앞에…. 백야 님 오늘 작정하셨군요….”

덕진이 심각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네?”

백야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었다. 다른 생각을 하느라 덕진의 말을 미처 듣지 못했다.

그러나 덕진은 고개를 도리질 치며 남경의 뒤로 숨을 뿐이었다.

“왜 그러시는…?”

“괜찮아. 애가 살짝 미쳐서 그래. 귀여운 걸 좋아한대.”

남경이 대충 수습해 주었다.

“그런데 백야 오늘 컬러 렌즈 꼈네.”

“아, 이거. 샘플로 받았어요.”

사용하던 투명 렌즈가 똑 떨어지는 바람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했다.

“이상해요?”

“아니. 팬분들 좋아하시겠네.”

남경은 백야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해 주었다.

힘들게 모신 만큼 데이즈의 순서는 가장 마지막이었다.

다양한 연령대가 모이는 자리인 만큼 초청된 가수들 또한 다양했다.

오프닝을 장식한 한국 무용팀의 아름다운 부채춤부터 트로트, 발라드, 밴드까지.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때마침 앞 팀의 공연이 끝났는지 MC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주 반딧불 축제 개막식! 시간이 지날수록 열기는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MC는 좌석이 모자라서 공원의 산책로까지 인파가 가득 찼다며 축제의 열기를 강조했다.

“특히 카메라를 들고 오신 분들이 굉장히 많으신데요. 어떻게, 제가 포즈를 좀 취해 드리는 게 인지상정 아니겠습니까?”

MC가 귀여운 척 포즈를 취했다. 그러자 딱 한 군데서 플래시가 터졌다.

“오씨, 뭐야. 저기요, 이거 플래시 어떻게 꺼요?”

백색소음과 나란히 앉아 있던 유경이었다.

* * *

시간은 조금 거슬러 올라간다.

“두 분께는 제가 찍은 사진이랑 영상 다 공유해 드릴게요. 어떠세요?”

꿀꺽-

서로를 마주 본 재현과 유경이 동시에 침을 삼켰다.

돈을 얹어 주겠다는 파격 제안 때문이라기보다는 예사롭지 않은 사진 퀄리티에 당황한 모습이었다.

“저, 저희 잠깐 얘기 좀 하고 와도 될까요.”

“네. 말씀 나누시고 오세요.”

블랙 나잉의 허락이 떨어지자 유경이 재현의 팔을 억세게 잡아끌었다.

“야, 씨. 사진 퀄리티 봤냐?”

“근데 사기면 어떡해? 우리 티켓 들고 튀면.”

재현과 유경이 옆을 힐끔 돌아봤다. 블랙 나잉과 눈이 마주치기 무섭게 고개를 바로 했지만.

“LA까지 따라갔다잖아. 일단 사기꾼은 아님.”

“그럼 이렇게 하자.”

둘 중 더 좋은 카메라를 가진 유경이 블랙 나잉과 들어가 감시 겸 촬영을 하기로 했다.

유경은 10분에 한 번씩 재현에게 상황을 메신저로 공유해 주었는데.

[김유경 : 자리 졸라 좋음]

[김유경 : 근데 여기서 내 카메라가 제일 구려]

[신재현 : 그래 보여ㅎㅎ]

[신재현 : 근데 여기도 카메라 엄청 많아]

대포에 포위된 재현은 처음 보는 광경이 낯설었다.

[김유경 : 블랙님이 미안하지만 내 카메라는 포기하래]

[김유경 : 대신 캠코더 빌려 주심]

[김유경 : 아무것도 건드리지 말고 백야 따라서 삼각대 손잡이만 움직이라는데]

[신재현 : 뭐냐ㅡㅡ 그럼 내가 가도 됐잖아]

[김유경 : ㄴㄴ 너보단 내가 낫지]

백색소음과 일시적 동맹을 맺은 두 사람은 백야의 레전드 직캠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트로트와 열정 가득한 국악 밴드의 무대를 지나 드디어 단 한 팀의 무대만을 남겨 두고 있었다.

슬슬 데이즈가 나올 때가 됐다는 걸 눈치챈 홈마들은 허리를 꼿꼿이 세우며 준비 자세를 취했다.

“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MC가 운을 떼자 공연장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반딧불 축제 개막식을 축하하러 와 주신 마지막 손님입니다. 이분들의 무대를 끝으로 저는 이만 인사를 드려 볼까 합니다. 데이즈! 나와 주세요~”

MC가 무대 뒤편으로 사라지자 전면 LED 판의 배경이 바뀌었다.

“촬영 눌렀어요?”

“네.”

“그럼 이제 다른 소리 안 들어가게 조심해 주세요.”

입을 닥쳐 달라는 뜻이었다.

유경은 트로트 무대 때 흥을 주체하지 못하고 노래를 따라 부르던 전적이 있었다.

“알겠어요. 저만 믿으세요.”

꺄아아악!

그 순간 엄청난 함성이 들리며 데이즈가 무대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웃으며 걸어오던 유연과 율무가 작게 손을 흔들어 주자 함성은 더욱 커졌다.

촤라라락-

팬들의 함성만큼이나 셔터 음 또한 대단했다.

‘미친. 저게 백야라고?’

유경은 데뷔 후 백야를 딱 한 번 만난 적이 있었다. 그때는 딱히 낯설다고 느끼지 못했는데, 오늘은 조금 달랐다.

평범해 보이지만 쇄골이 살짝 드러난 브이넥 니트에 저같이 평범한 일반인은 시도도 못 해 볼 목에 딱 맞는 진주 초커.

어디 의상뿐인가.

풀 세팅된 헤어와 메이크업으로 조명 아래 서 있는 모습을 보니 그제야 제 친구가 연예인이라는 게 실감 났다.

‘어…. 기분이 좀 이상한데.’

유경이 백야를 넋 놓고 보는 동안 백색소음은 끊임없이 셔터를 눌렀다.

손은 눈보다 빠르다.

앓는 건 나중에 해도 된다.

백야가 등장하는 순간, 그녀는 반딧불이 백야가 두고두고 회자될 레전드로 남게 될 것이라 확신했다.

♪♩♬♪♬♪♩

첫 번째 곡은 NAN이었다.

반주가 시작되자 아련하게 손을 뻗은 민성이 달빛을 잡듯 거머쥐었다.

- Under the Moonlight

손을 따라 위를 향하던 시선이 아래로 떨어지는 순간, 본격적인 안무가 이어졌다.

조명 때문인지 백야의 피부는 유독 투명해 보였다.

- 내 뜨거운 숨을 앗아가

Night After Night

느린 템포로 진행되던 곡은 후렴구에 진입하자 속도가 빨라지며 안무도 파워풀하게 바뀌었다.

격한 안무에 머리카락이 금세 흐트러졌다.

그러나 머리카락도 조종이 가능한 건지, 마치 안무의 한 부분처럼 우아하게 흩날렸다.

“아아악! 청아! 아악! 미친, 존나 잘생겼어!”

“한지한! 아아아악!”

이어지는 랩 파트에 청과 지한이 앞으로 나왔다. 그 순간 멸종된 줄로만 알았던 익룡이 곳곳에서 출몰했다.

저러다 죽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소리를 질러 대는 팬들에 유경이 걱정 어린 시선을 보냈다.

‘대단하다.’

속으로 감탄하면서도 유경의 캠코더 렌즈는 계속해서 백야를 좇았다.

그렇게 4분이라는 시간은 금방 지나 첫 번째 무대가 끝이 났다.

“먼저 인사드리겠습니다. For your days!”

“안녕하세요. 데이즈입니다!”

첫 번째 곡이 끝나자 멤버들이 무대의 가운데로 모였다.

민성의 선창으로 구호를 외친 데이즈는 함성에 화답하듯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

한 명씩 돌아가며 개인 인사까지 마치자 민성이 다시 마이크를 들었다.

“저희가 또 무주에 왔잖아요. 무주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뭐가 있을까요? 작고, 예쁘고, 빛이 나는 거.”

“반딧불이~”

뻔한 대답을 유도하는 질문에 나잉이들이 순순히 대답해 주었다.

그러나 이런 자리에는 개인 멘트를 하는 사람이 한 명쯤은 있는 법이었다.

“한백야! 작고 예쁜 거 한백야!”

목소리는 또 얼마나 큰지.

나잉이의 목소리를 들은 유연은 반사적으로 웃음이 터져 버렸다.

“푸흡.”

그러나 민성만큼은 이를 악물며 참아 냈다. 무대에 오르기 전, 팬들의 말에 휘둘리지 말라는 남경의 조언 때문이었다.

“네, 맞습니다. 반딧불인데요.”

민성은 준비해 온 멘트로 다음 무대를 소개했다.

“반딧불이만큼 저희도 원해 주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WANT ME’라는 곡을 준비했습니다.”

“이 순간만큼은 저희가 반딧불이보다 더 귀여워 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율무의 농담을 끝으로 멤버들은 다시 대형을 갖췄다.

* * *

- 홈마들이 직캠 올려 줄 때마다 실시간으로 레전드 직캠 바뀌는 중

- 백야 흑발 생머리+착장만으로도 레전드였는데... NAN 때 조명이 만들어준 나른 병약미, WANT ME 때 당도 100% 과즙 튀기면서 정신 혼미하게 만들더니, 하이틴 때 볼콕으로 나잉이들 극락 보냄

- 무주 반딧불이 백야 그저 레전드. 무조건 섬겨

- 백금발 청이 NAN을 한다? 말만 들어도 압도적 레어 영상인데, 무대 장치 때문에 날티+예민미까지 더해짐. 반박 불가 탑 레전드

- 아니 백야야 이 옷은 좀 아니지 않아??? (홈마별 니트 백야 프리뷰 모음.jpg)

└ 맨살이야? 안에 흰 티 입은 줄 알았어...

└ 아니 저런 말랑 콩떡 같은 애한테 저런 허벌 니트라니?? 옷 올려주고 싶다. 지켜주고 싶어...

└ 진짜 하얘...

└ 개 야해...

└ 니트가 엄청 파인 건 아닌데 뭐랄까... 애가 너무 말랑하게 생겨서 더 야해 보이는 거 같기도 하고

- 신생 홈 쏟아지는 중

- 반딧불이 축제 올 타임 레전드 끼 부리는 음기 복숭아

- 놔봐! 얘가 먼저 나 꼬셨어!! (니트 백야 프리뷰.jpg)

- 나 본진 말고 아이돌 직캠 본 거 처음인데 끼 대박이다

- 무주 갈걸..... 오늘 애들 미모 도랏네... 머선 일이야... (민성 프리뷰.jpg)

- 백야 NAN 직캠 내가 5천 번은 본 거 같은데 왜 아직 1억 뷰 아니야??

└ 흑발에 흰 니트, 컬러렌즈 = 병약 뱀파이어 그 잡채

- 수니에게 지방 행사란 ▶ 최애가 다신 없을 개쌉레전드 찍는 날이자 역사적인 직캠 탄생하는 날

[<전설의 레전드> 완료!]

[퀘스트 보상이 지급됩니다 : 1 스타 포인트]

백야는 그렇게 레전드를 탄생시키는 데 성공했다.

[신재현 : 백야야 멋있더라]

[신재현 : 근데 넌 네 주제를 좀 알아야겠던데...]

[신재현 : 팬이 그렇게 많은데 그런 걱정은 왜 하는 거야?]

[김유경 : (영상)]

[김유경 : 직캠 봄? 내가 나만 믿으라고 했잖아ㅋㅋㅋㅋ 댓글에도 다 레전드래]

[김유경 : 하... 진짜 어떡하지? 나 도대체 못 하는 게 뭐지??]

[신재현 : 얼굴]

“푸흡.”

숙소에 도착한 백야는 샤워 순서를 기다리며 앨범에 사인을 하고 있었다. 친구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갑자기 웬 사인이야?”

“친구 주기로 했어.”

마침 다가온 율무가 소파에 앉으며 백야가 하는 걸 지켜봤다.

“우리 당백이 혼자 태평하네~ 지금 팬분들은 너 때문에 난린데.”

“왜? 나 아무것도 안 했는데?”

“아무것도 안 하긴~”

뒤를 돌아본 백야가 겁먹은 얼굴로 올려다봤다. 그러자 율무가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핸드폰을 내밀었다.

니트가 한쪽으로 흘러내려 어깨가 드러난 백야를 담은 고화질 사진이었다.

“꺄아~ 당백이 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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