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인데 패시브가 개복치-206화 (206/340)

제206화

지한을 차지한 승자는 율무였다. 자신은 찬밥 신세임을 깨달은 민성의 쓸쓸한 한마디 때문이었다.

“자식 키워 봐야 다 소용없다.”

결국 마음 약한 백야가 지한을 포기하며 민성을 택했다.

“난 처음부터 형이랑 하려고 했어. 쟤한테 말린 거야.”

“됐거든? 징그러우니까 떨어져.”

“아 왜에~”

백야가 삐진 민성을 달래려 그의 팔에 엉겨 붙었다.

쉴 새 없이 터지는 케미에 나잉존은 그야말로 축제였다.

[MC1 : 네. 모든 그룹이 명단을 제출해 주셨고요. 지금 1팀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는데요.]

[MC2 : 요리에 필요한 재료들은 미리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레시피도 다 제공을 해 드려요.]

지급된 앞치마를 두르던 백야가 팬 석을 바라봤다. 나잉존 아래로 커다란 현수막이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다.

[데이즈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어♡ 너희는 우리의 하이틴]

“아니, 저게 왜….”

하이틴 웹드라마 속 백야의 대사였다. 흑역사 박제에 백야의 얼굴이 빨개졌다.

* * *

- 아요대 왔는데 방금 율무가 율무 했다

- 습관성 플러팅 멘트에 기절

└ 주어 없는데 왜 누군지 알 것 같지ㅋㅋㅋㅋ

- 백야가 민성이한테 애교 부리는 거 제발ㅜㅜ 제발 방송으로 보여주세요

- ㅅㅂ 방금 소년천하 팬석 앞으로 청이 지나갔는데 다들 박수 침ㅋㅋㅋㅋㅋ 근데 국화가 그거 보고 눈 동그래져가지고 ???? 이렇게 봄ㅋㅋㅋㅋ

└ 팬들이 다급하게 국화 이름 부르니까 손가락으로 눈 가리키면서 자기가 지켜보고 있다고ㅋㅋㅋ 그래놓고 지는 청이한테 감

└ 우리 청이가 많이 잘생겼죠

- 소천 (국화, 성우) 데이즈 (율무, 청) BB9 (금일, 승진) 모여서 친목했다는 소식♡

추석 특집 아이돌 요리 대회.

아이돌 셰프 군단이 만들어야 할 요리는 바로 송편과 오색 꼬치전이었다.

극악의 경쟁률을 뚫고 선택받은 100인의 나잉이. 개중에는 복쑹도 있었다.

‘얼마 만에 보는 실물 영접이야.’

덕메들이 모두 탈락하는 바람에 오랜만의 솔플이었으나, 입장 대기 중에 앞 뒷사람과 안면을 터 외롭진 않았다.

“들으셨어요? 추석 음식 만들기래요.”

“우리 백야…. 저 작은 손으로 꼬물꼬물 송편 빚을 거 생각하니까 벌써 심장 아파요.”

복쑹이 가슴을 움켜쥐며 거칠게 심호흡했다.

데이즈에서 가장 첫 번째로 나온 멤버는 민성과 백야였다. 요알못인 민성을 초반에 내보내 뒤에서 수습하려는 전략인 듯했다.

[백야 : 형. 내가 소금이랑 쌀가루 섞어 줄 테니까 채로 걸러.]

[민성 : 가루를 채로 거르라고?]

백야가 정면 LED 판에 떠 있는 송편 레시피를 가리켰다.

요리 방법을 띄워 주는 것까진 좋았지만, 텍스트뿐인 레시피에 이해하는 데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백야 : 엄마가 떡 만드는 거 본 적 있어. 채로 치라는 거 보니까 그거 맞는 거 같아.]

습식 멥쌀가루에 소금을 섞은 백야는 민성의 채 위로 가루를 살살 부어 주었다.

[백야 : 쳐.]

[민성 : 치라고?]

퍽!

민성이 채를 툭 건드리자 쌀가루가 허공에 날렸다.

[백야 : 끄악! 살살 쳐야지….]

[민성 : 아, 쏘리 쏘리.]

똥손은 뭘 해도 엉망이었다.

- 실내 체육관에 눈 내리는 중ㅋㅋㅋㅋㅋ

- 아요대 사녹 오신 분들 메리 추석♡

그사이 뜨거운 물을 받아 온 백야는 본격적인 반죽을 준비했다. 팀별로 20분밖에 주어지지 않아 시간 안에 끝내려면 서둘러야 했다.

- 민성이가 백금발 백야를 이렇게 보여주네ㅋㅋㅋㅋ

- 백야 오리 입 삐죽ㅠㅠ 밀가루 계량하느라 집중한 입 좀 봐

- ID 이번에는 요리학원 보냈다는 소문이 있던데ㅋㅋㅋ 개 극성 맘

└ 그런데 민성이는 왜.. 읍읍!

[민성 : 다 했어!]

[백야 : 고마워. 이제 반죽을 해야 하는데….]

그때 20분 종료를 알리는 사이렌이 울렸다.

두 번째 팀으로 교체하라는 안내에 백야와 민성이 빠지고 율무와 지한이 투입됐다.

“미친. 유연이가 민성이 머리 털어 주는 거 보셨어요?”

“방금 청이가 백야 머리에 대고 바람 엄청 세게 불었어요.”

나잉존은 여전히 뜨거웠다.

[율무 : 반죽은 내가 할게. 우리 지한이는 손에 물 묻으면 안 되니까~]

[지한 : 야.]

[율무 : 왜에~ 그럼 지한이는 송편 소를 만들어 볼까?]

깨소금 50g, 설탕 20g, 꿀 1 큰 술을 넣어 섞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작업이었다.

그러나 지한에게는 그 어떤 것보다 어려운 게 계량이었다.

다행히 율무도 그 사실을 알고 있는지 손으로는 반죽을 치대면서 눈으로는 지한을 좇았다.

[율무 : 거기 전자저울 있지? 저거 켜 봐.]

[지한 : 안 켜지는데.]

심지어 기계치이기까지 했다.

[율무 : ON 이런 거 없어?]

[지한 : 아. 켰어.]

[율무 : 그럼 이제 그릇 하나 올리고 버튼 아무거나 눌러 봐. 0g으로 맞춰질 때까지.]

[지한 : 0g…. 됐나?]

[율무 : 어어. 된 거야. 그럼 이제 거기에 깨랑 설탕을 넣고,]

[지한 : 아. 쉽네.]

[율무 : 아이고 잘한다~]

눈높이 지도에 지한도 맡은 바 임무를 곧잘 수행했다.

- 아요대 약간 애들 소꿉놀이하는 거 보는 기분ㅋㅋㅋㅋ

- 잠깐 옆에 봤는데 진심 뻥 안 치고 모든 팬덤이 똑같은 얼굴(엄마 미소)로 본인 가수 보고 있음

깨소를 완성한 지한이 다음은 뭘 하면 되냐며 율무에게 다가갔다.

그 모습이 어미 뒤를 따라다니는 새끼 오리 같아 나잉존은 또 한 번 뒤집어졌다.

[율무 : 청이랑 유연이가 전 만들 거 준비해 주자. 저기 재료 있지?]

[지한 : 알겠어.]

[율무 : 아이고 잘한다~]

[지한 : 너 그거 하지 마.]

조리대 한편에 꼬치전 재료인 단무지와 세척된 파, 햄, 맛살이 놓여 있었다.

밀가루를 묻히고 계란물을 입혀 굽는 작업은 뒤의 팀이 할 테니, 재료를 꼬치에 예쁘게 꽂기만 하면 됐다.

그러나 율무가 반죽에 집중한 사이, 지한은 재료 바구니를 들고 싱크대 앞으로 이동했다.

그리곤 말릴 새도 없이 햄과 맛살의 포장을 뜯어 흐르는 물에 씻기 시작했다.

그의 시선이 잠시 주방 세제를 향했으나 적절한 타이밍에 율무에게 발각됐다.

[율무 : 어어…! 동작 그만! 뭐지? 지금 뭐 하는 거지?]

[지한 : 씻어야지.]

멀리서 이마를 짚는 민성과 경악하는 막내즈가 보였다.

[율무 : 아니야, 우리 지한이 그거 아니야~ 내려놔. 옳지.]

황급히 달려온 율무가 물에 빠진 햄과 맛살을 구해 냈다.

[율무 : 우리 지한이는 이런 거 할 필요 없어. 내가 손에 물 안 묻히게 해 준다 그랬잖아.]

[지한 : 장난치지 말고.]

[율무 : 내가 지금 장난치는 거로 보여?]

확실히 얼굴에 웃음기가 없었다.

[지한 : …아니.]

[율무 : 그래, 진심이야. 일단 그거는 내려놓고, 어……. 계란! 그래. 우리 계란물을 풀어 볼까?]

[지한 : 갑자기?]

[율무 : 그건 학원에서 해 봤잖아. 그거라면 너도 잘 할 수 있을 거야.]

어르고 달래는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지한은 율무가 시키는 대로 순순히 움직였다.

그렇게 두 번째 사이렌이 울렸다.

이제 마지막 팀인 유연과 청이 들어올 차례였다.

- 역시 요리는 여돌이다... 남돌은 개판 오 분 전ㅋㅋㅋㅋㅋ

- 똥손 질량 보존의 법칙인가? 팀에 요리 못하는 멤버들 꼭 한 명씩은 끼여 있는 듯

└ 약간 메보, 매댄, 비담 같은 필수 포지션인가ㅋㅋㅋㅋ

유연과 청이 투입됐을 땐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게 없는 상태였다.

굉장히 막막한 상황.

[유연 : 내가 재료 손질하고 꼬치 먼저 끼우고 있을 테니까 반죽 다 하면 넘어와.]

[청 : Okay.]

대기석에서 전략을 짜고 들어온 두 사람은 별다른 대화 없이 척척 움직이기 시작했다.

예능은 앞의 두 팀이 실컷 했으니 저희 둘 정도는 진지해도 된다며 요리에 집중했다.

율무가 하다 만 반죽을 마무리한 청도 곧장 꼬치전에 합류했다.

이제 남은 시간은 5분 남짓.

마지막 1시간은 송편을 빚고 찌기에도 빠듯한 시간이라 최대한 전을 마무리해 놔야 했다.

- 우리도 있잖아요 요섹남ㅜㅜ

- 얘들아 됐다. 요리 CF 들어온다. 무조건이다.

청과 유연은 드림팀답게 속도도 빨랐다.

[유연 : 야, 굽는다?]

[청 : Wait! 우리 시간이,]

그 순간 종료를 알리는 세 번째 사이렌이 울렸다.

[유연 : 헉.]

종료되었다는 안내와 함께 조리대의 모든 가스가 차단됐다.

치이이익-.

프라이팬 위에 얹어진 꼬치 하나가 희미한 소리를 내며 죽어 갔다.

[유연 : 야, 이거 어떡해?]

[청 : 모가 어떡해. 망했으니까 율무 주자.]

[유연 : 율무 형?]

동시에 같은 사람의 이름을 뱉은 막내즈가 웃음을 터뜨렸다.

- 한폭스 ID 센터 위엄 제대로 보여주는 중. 얼굴로 대동단결

- 최애는 최애고 유연은 유연이다

- 아요대에 얼굴 천재의 등장이라...

- 여보세요? NASA죠? 고양 체육관인데 여기 지금 엘프가 있어요. 네. 아, 이름이요? 청청이요.

세 번째 팀의 요리가 끝나자 녹화는 잠시 중단됐다.

점심 식사 및 쉬는 시간을 가진 뒤 2부 촬영이 진행된다는 안내가 이어졌다.

“밥 뭐 나올지 너무 기대돼요.”

“이번에도 도시락에 스티커 붙어 있겠죠?”

옆 팬덤은 벌써 스태프가 점심 식사를 나눠 주고 있었다.

복쑹도 떨려 하며 데이즈의 서포터즈를 기다리는데, 유명 패밀리 레스토랑 상자를 든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뭐가 저렇게 많아요?”

“대박. 클라스 지렸다.”

이래서 노비짓을 해도 대감댁에서 해야 한다는 걸까. ID는 대형 소속사답게 통 큰 배포를 보여 주었다.

“저기 덕매 아니에요?”

“어디요? 헉. 맞는 거 같은데요?”

끊임없이 들어오는 상자들 사이로 데이즈의 매니저도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나잉이들의 호기심 어린 눈빛이 덕진을 향했다.

“받으면 열어 보지 말고 무조건 옆으로 넘겨 주세요~”

인원이 100명이나 되다 보니 서포터즈는 세 팀으로 나누어 배급을 시작했다.

상자를 개봉하자 투명한 플라스틱 위로 데이즈의 얼굴이 붙어 있었다.

“스테이큰가? 다 보이는데 뭘 열어 보지 말라는 거예요?”

“다 받을 때까지 기다리라는 소리 아닐까요. 제일 뒷사람은 늦게 받으니까.”

여기가 학교도 아니고 뭐 저런 거까지 통제하려 드냐며 몇몇이 구시렁거렸다.

앞 좌석부터 시작된 도시락 배급은 어느새 중간 열을 돌파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멀뚱히 지켜보고 있던 덕진은 아직 뜯지 않은 상자를 개봉하며 그제야 자신의 할 일을 시작했다.

“저건 간식인가 봐요.”

그가 꺼내 든 건 초록색 리본으로 묶인 직사각형의 흰색 상자였다.

“도시락은 되게 막 돌리면서 저건 엄청 신중하게 나눠 주네요.”

“개수를 딱 맞췄나?”

옆자리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안에 멤버들이 직접 준비한 선물이 들어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 하는 얼굴들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꺄악!”

“미친! 이거 뭐야?!”

말 안 듣고 몰래 간식 박스를 열어 본 한 나잉이의 비명으로 멤버들의 깜짝 선물이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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