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7화
- 아요대 지금 데이즈 때문에 팬덤 다 디비짐
- 역조공 레전드다...
- 데이즈 아요대 역조공 목록♡
└ 스테이크 도시락, 마카롱, 쿠키, 커피, 사인 폴라로이드 2장 (랜덤), 손 편지 카드 (랜덤)
- 카드 100장 멤버들이 직접 쓴 거 맞고 내용 다 다르다고 함
- 다른 소속사에서 ID 개 싫어할 듯ㅋㅋㅋㅋ 아체대 도시락 역조공 시작한 거 = 에임 / 판 키운 거 = 데이즈
한편 팬들과 똑같은 도시락을 받은 데이즈도 대기실에서 점심 식사를 준비 중이었다.
“백도. 누구 기다려?”
“어? 아…. 덕진이 형이 조금 늦으시네. 식사하셔야 하는데.”
백야가 대기실 문을 힐끔거리며 덕진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형 도시락 나눠 주러 갔잖아.”
“그래. 덕진이는 내가 챙길 테니까 너희 먼저 먹어. 금방 올 거야.”
남경이 걱정하지 말고 먹으라며 멤버들을 챙겼다.
딱히 입맛이 없던 백야는 먹는 둥 마는 둥 젓가락으로 샐러드만 파헤쳤다.
그러다 팍팍 좀 먹으라는 잔소리가 들릴 때쯤, 상태창이 떠오르며 덕진이 돌아왔다.
[<내 가수가 미쳤어요!> 완료!]
[퀘스트 보상이 지급됩니다 : 1 스타 포인트]
“형!”
기다리던 소식에 백야의 얼굴이 활짝 피었다.
“저요? 왜요?”
“얘 아까부터 밥도 안 먹고 형만 기다렸어.”
유연은 덕진이 오자마자 고자질했다.
“백야 니이임….”
최애가 밥도 안 먹고 자신을 기다렸다는 말에 덕진은 감동받은 얼굴이 되었다.
“아하하…. 얼른 식사하세요.”
약간의 오해가 있었지만 굳이 정정하진 않았다. 그제야 입맛이 돌기 시작한 백야는 본격적인 식사를 시작했다.
“우리 얼른 밥 먹고 나가서 인사 드리자. 선물 마음에 드셨는지도 물어보고.”
“좋아! 빨리 먹어!”
“야 이것들아, 너희 그러다 체해. 천천히 먹어.”
“No! 난 최애 아니야!”
청과 백야가 밥을 허겁지겁 먹자 민성이 주의를 줬다.
“체한다고. 너 이따가 배 아프다니까?”
“No! 난 아픔을 느끼지 않지!”
“이놈은 왜 갈수록 말이 안 통하는 거 같지?”
민성이 한 대 쥐어박고 싶다는 얼굴로 청을 노려봤다.
* * *
- 레전드 역조공으로 감동 주더니 쉬는 시간에도 나와서 깨알같이 예쁜 짓 해주고 감♥ (지한이 얼굴로 대신 볼 하트 해주는 청 사진.jpg)
- 정성 쩌는 데이즈 역조공 (손 편지 사진.jpg)
- 애들 폴라로이드 너무 많이 찍어서 카메라 고장 났대요ㅋㅋㅋㅋ
- 밤새 준비한 거라고ㅜㅜ
- 누가 쿠키 흔들면서 “백야야 이리 와!” 하니까 복숭아 멤버들 눈치 보더니 슬쩍 다가와서 올려다보는데, 진짜 그대로 들고 튈 뻔...
└ 옆에 분이 쿠키 먹으라고 던지니까 이거 우리가 준 건데 왜 돌려주냐고 시무룩ㅠㅠ
└ 율무가 다시 던져서(?) 돌려주려고 했는데 민성이가 팬분들 다친다고 말리는 바람에 다 같이 욤뇸뇸하고 갔다는 후기
- 유연이가 숙소에 망한 폴라로이드 엄청 많대... 제발 나한테 버려
- 애들 우리 배경으로 셀카 찍고 갔어ㅜㅜ
- 백색소음 ㅈㄴ 성덕 됨
- 율무 폰 배경 백색소음 니트 백야ㅋㅋㅋㅋㅋ
- 쉬는 시간에 아요대 출연한 그룹 노래 랜덤으로 나왔는데 마침 하이틴 나와서 애들이 즉석에서 무대 해줬어ㅠㅠ
└ 마지막에 다 같이 복숭아 볼콕하면서 백야 몰이 제대로ㅠㅠㅠ
- 역조공 레전드♡ 팬 사랑 레전드♡
아이돌 요리 대회 2부 녹화가 시작됐다.
1시간 안에 전과 송편을 동시에 완성해야 했기 때문에 데이즈는 팀을 나누었다.
“백도, 진짜 혼자 할 수 있어?”
“응. 괜찮아.”
팀 내 요리 실력 1위인 백야가 전을 맡았고 나머지는 전부 송편을 맡기로 했다.
백야는 명절 때마다 부모님을 도와 전을 구워 봤다며 경력직임을 어필했다.
그사이 율무는 숙성시켜 둔 반죽을 찾아왔다.
“반죽이~ 왔어요~ 쫀득한 반죽~”
볼을 든 율무가 계란 장수를 흉내 내며 돌아왔다. 옆을 보니 손이 빠른 팀은 벌써 송편 빚기가 한창이었다.
“우리도 얼른 시작해 보자. 다들 송편 빚을 줄은 아는가~”
“나 몰라!”
청이 당당하게 외쳤다.
쿠키는 잘 굽지만 떡은 생소할 막내에게 율무가 시범을 보여 주겠다며 나섰다.
“일단 반죽을 떼서 동글동글하게 만드세요~”
“오! 완성!”
“응. 완성 아니야~”
아직 시작도 안 했다며 제자의 사기를 꺾은 율무는 다음 동작을 이어 갔다.
“여기 가운데를 꾹 누르세요~”
동그랗게 뭉친 반죽을 엄지손가락으로 누르자 가운데가 움푹 들어갔다.
이어서 가운데를 기준으로 점점 바깥으로 반죽을 펼쳐 가며 납작한 동그라미를 만들라고 지시했다.
은근히 손이 많이 가는 동작에 청은 의문이 생긴 듯 질문했다.
“그냥 손으로 누르면 안 되나?”
“응, 안 돼~”
도마 위에 반죽을 올리고 냅다 손바닥으로 누르려던 청이 움찔하며 손을 멈췄다.
그 모습을 본 민성이 잘 좀 해 보라 타일렀다.
“너 송편 잘 빚어야 나중에 예쁜 딸 낳는다.”
반죽을 조몰락거리던 민성이 말했다. 어렸을 적 할머니 댁에서 송편을 만들 때 한 번씩은 들어 본 이야기였다.
그 말에 유연이 민성의 송편을 넌지시 바라봤다.
“형은 그럼 감자 같은 딸 낳는 거야?”
자신의 송편을 비웃는 발언에 민성이 발끈했다.
“뭐라고? 야, 네 거 봐.”
네 송편을 얼마나 예쁜지 보자며 손목을 잡아당기자 반달 모양의 그럴듯한 송편이 들려있었다.
“난 나 닮아서 예쁠 것 같아.”
유연이 보조개를 지으며 얄밉게 웃었다.
그저 속담일 뿐인데 뭐 저렇게 진지하게 받아들이는지. 의미 없는 싸움에 지한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곤 묵묵히 자신의 송편을 빚었다.
“…….”
지한의 송편은 작고 앙증맞은 게 조랭이떡 같았다.
어이없지. 내 딸이 조랭이떡이라니.
신빙성 없는 말 따위에 휘둘리지 않겠다던 사람치고 지한의 표정은 심각했다.
“그런데 왜 떡 잘 만들어야 딸이 예뻐? 한글 비슷하게 생겨서?”
관용적인 표현이었으나 외국인이 이해하기엔 살짝 어려운 모양이었다.
“그냥 옛날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 같은 거야~”
“레전드?”
“그치, 레전드. 키티야 반죽 다 폈으면 이제 안에 소를 넣어야 하거든?”
베이킹 우등생은 1 대 1 과외를 곧잘 따라왔다.
한편 홀로 꼬치전을 굽고 있던 백야는 계란 물이 노릇노릇하게 익어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맛있겠다.”
뒤집개로 전을 들춰 보면서 건져 낼 궁리만 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고개를 든 백야가 주위를 둘러봤다. 그러다 대각선에서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하랑을 발견했다.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휙 돌려 버리는 상대에 백야는 조금 황당했다.
‘뭐지? 왜 날 보고 있었지.’
하랑이 자신에게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 정도는 백야도 알고 있었다. 이해는 되지 않지만 엄청난 피해 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것도.
데뷔 초에는 주변을 알짱거리며 신경을 긁어대길래 솔직히 스트레스였는데, 이번에는 활동 기간이 달라서 그런가. 딱히 만날 일이 없어서 한동안 잊고 있던 존재였다.
‘확 그냥. 저놈도 날 잡아서 참교육 한번 해?’
뒤집개를 쥔 앞발이 파르르 떨렸다.
그러다 후각을 자극하는 고소한 냄새에 다시 꼬치전에 집중했다.
하마터면 쓸데없는 놈에게 정신이 팔려 전을 홀라당 태워 먹을 뻔했다.
‘하여간에 저놈은 도움이 안 돼요.’
자연스레 하랑을 탓한 백야가 얼른 접시 위로 전을 건져냈다.
오버 쿡 되어 많이 노릇노릇했지만 이 정도면 먹는 데 지장은 없었다.
‘어차피 우승할 것도 아니고.’
방송에 쓰일 분량은 충분히 확보했다고 생각한 백야는 멤버들 옆으로 다가갔다.
“잘 되고 있어? 나는 전 다 구웠는데.”
지한의 옆으로 다가간 백야가 고개를 내밀었다. 가운데 놓인 쟁반 위로 다양한 모양의 송편이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개중 가장 참신한 모양을 한 송편을 가리키며 백야가 해맑게 물었다.
“우와! 많이 만들었네? 근데 저기 콩 붙어 있는 건 뭐야? 망한 거야?”
민성의 야심작인 토끼 송편이었다.
* * *
아이돌 팬들 사이에서 크게 화제가 됐던 데이즈의 역조공은 결국 기사까지 나오게 됐다.
[팬 사랑은 이런 것! 데이즈 아요대 역조공 미담 화제]
[‘아요대’ 팬들 기 살린 데이즈]
“얘들아, 이거 먹고 해.”
“오! 그거 모냐!”
양손 가득 수제 버거를 들고 나타난 남경은 홍보 팀장이 쏘는 거라며 포장을 내려놓았다.
최근 ID 소속 배우의 스캔들에 이어 사생활 논란으로 골치가 아팠는데, 연이은 악재 속 유일한 희소식이라며 그녀의 지갑이 열렸다고 했다.
“너희가 예뻐 죽겠단다. 그렇게 예쁜 짓 할 생각은 어떻게 했냐던데?”
모두의 시선이 백야에게 향했다.
“왜 그래…. 다 같이 의견 낸 거잖아.”
시스템이 시키는 대로 한 것밖에 없는 백야는 공이 자신에게 돌아오는 게 부담스러웠다.
백야가 부끄러워할 때마다 나타나는 자존감 지키기 위원회는 이때다 싶어 백야를 마구 칭찬했다.
“역시 천재 아이돌은 다르네~”
“천재 햄스터!”
“하지 마. 제발….”
백야가 얼굴을 손바닥에 파묻으며 힘겨워했다. 천재 아이돌이 목표이긴 하나 이렇게 대놓고 듣는 건 원치 않았다.
“어디서 나온 말이야?”
웬만하면 댓글을 보지 않는 편인 지한은 그 출처가 궁금한 듯했다.
“천재 아이돌? 당백이 무주 직캠.”
최근 백야의 반딧불 축제 직캠이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으며 아이돌 팬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지는 중이었다.
AI의 놀라운 침투력은 머글의 알고리즘 망까지 뚫으며 하루가 멀다 하고 조회 수를 올리고 있었는데. 해당 직캠의 베스트 댓글이 바로 ‘천재 아이돌’이었다.
- 천재 아이돌
- 데뷔 초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 얘 졸사 봤는데 힘숨찐이었음
- 이름도 천재야ㅜㅜ 저 얼굴로 예명도 아닌 본명이 백야
- 하트 깨물 때부터 알아봤다...
- 얘랑 센터에 서는 춤 잘 추는 애, 걔랑 둘이 무대에서 표정 짓는 거 보면 끼라는 게 이런 건가 싶음
└ 백야 유연 아이돌력 만렙
솔직히 처음에는 죽기 싫어서 억지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지금은 나름 재미도 있고 보람도 느끼고 있었다.
강압적이라 그렇지 퀘스트를 통해 성장한 자신이 느껴지기도 했고.
‘이런 걸 두고 애증이라 하는 건가.’
시스템 때문에 죽을 수도 있지만 이만큼 성장한 것도 결국은 시스템 덕분이었다.
생각이 많아진 백야가 한숨을 폭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