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인데 패시브가 개복치-212화 (212/340)

제212화

* * *

- 너연 갑자기 음방 대타 뛴 거 100 쓰러져서. 나 병원에서 일하는데 3주 전인가? 100 응급실 다녀감

└ 인증 없으면 거름

- 쇼플리 2주 연속 결방...

- 그럼 요즘 결방하는 거 백야 아파서 그런 건가? 그냥 이참에 유연이로 바꿔ㅋㅋㅋㅋ 난 유유즈가 더 좋음~

└ M사 파업 중이라 결방하는 건데 뭔 개솔

- 3주째 우유즈를 못 보고 있다... 다음 주 핼러윈 특집 각인데 또 결방이면 인생 접음

- 요즘 사옥 자주 가는 거 보니 애들 연말 무대 연습 시작했나 보네ㅋㅋㅋ

- 최애 아프다는 소리가 있는데 그러고 보니 요즘 사옥에도 혼자 안 나옴... 진짜 무슨 일 있나 ;ㅅ;

- 2주 전인가? 서점에서 청이랑 유연이 봤다ㅠㅠ 영어 동화책 사 가던데 유연이 조카 선물 고르는 거 같았어요 (뒷모습 사진.jpg)

- 방송도 안 나오고 요즘 하는 거 없을 텐데 유앱이나 켜지. 좀 떴다고 벌써 이러면 어떡함? ㅉㅉ

- 복숭아 오늘은 사옥 나갔던데? 근데 사진 찍힌 거 보니까 살이 좀 빠지긴 했더라

- 볼살이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솜사탕 씻은 너구리 짤.gif)

어느덧 10월의 마지막 주.

사고를 겪은 지도 벌써 3주가 지나고 있었다.

멍 자국도 거의 사라졌고, 이제는 팔을 휘둘러도 통증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형, 오늘부터 나도 연습 끼워 줘. 의사 선생님이 안 아프면 조금씩 움직여도 된다 그랬어.”

“안 돼. 돌아가.

그러나 매몰차게 거절당했다. 아직 4주를 다 채우지 못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시간 아깝잖아. 우리 해야 할 것도 많은데.”

공식 스케줄이 없는 거지 데이즈는 여전히 바쁘게 지내고 있었다. 이 와중에 한 달을 날려 먹었으니 백야의 마음이 불편할 만도 했다.

연말 무대 준비는 물론. 지금 당장 찍어야 할 영상만 두 개가 밀려 있었으니까.

하나는 나잉봉 출시 안내 영상이었고, 다른 하나는….

“하이틴 안무 영상 진짜 나 빼고 찍는다고?”

팬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핼러윈 특별 콘텐츠 제작에 관한 것이었다.

“에이~ 당백이도 같이 해야지~”

“그런데 왜 연습은 안 끼워 준다는 건데. 우리 핼러윈 3일밖에 안 남았다니까?”

백야를 공포 게임으로 보내버렸던 문제의 <핼러윈 이벤트>도 3일밖에 남지 않았다.

“우리 계속 미뤘잖아.”

코스프레 안무 영상을 기획한 건 훨씬 전이었지만, 백야의 부상으로 미루다 보니 어느덧 코앞까지 다가온 것이다.

멤버들이 자신을 걱정해 주는 마음도 이해는 됐으나 개복치는 이제 정말 괜찮았다.

오히려 이걸 하지 않으면 더 큰 일이 날지도 몰랐다.

“응?”

백야가 율무를 보며 보채자 그가 눈을 피했다.

‘어쭈. 피해?’

뭔가 숨기는 게 있는 것 같았다.

그때 민성이 총대를 메며 앞으로 나섰다.

“그래서 우리가 생각을 해 봤는데. 너도 영상에 나오긴 해야 하니까 이건 어때?”

안무용 태블릿 PC에는 관 안에 누워 있는 뱀파이어 사진이 떠 있었다.

“이참에 확실하게 병약 컨셉으로 가는 거지. 구도 잘 잡아서 너는 관 안에 누워 있고 우리만 안무를 하는 거야.”

지독한 컨셉충이 되라는 소리였다.

어차피 핼러윈 기념이니까 네가 아파서 못 하는 거라곤 아무도 생각 못 할 거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백야도 일단 따라서 웃었다.

“하하하!”

“하핫! 어때, 기가 막히지? 역시 너도 좋아할 줄 알았어.”

민성이 백야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기뻐했다.

툭-

그러나 그의 팔은 짧은 반동에 의해 아래로 떨어졌다.

한참 웃다가 급정색을 한 백야가 멤버들을 향해 선전포고하듯 외쳤다.

“잘 봐.”

연습실 가운데로 걸어간 백야는 바닥에 쭈그려 앉아 냅다 앞구르기를 시전했다. 얼마나 재빠른지 말릴 새도 없었다.

“어어? 굴러가…!”

청의 눈이 커지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한 번도 아니고 연속으로 데굴데굴 굴러가는 복숭아에 멤버들이 놀란 얼굴로 달려왔다.

“미쳤어?!”

막 네 번째 앞구르기를 하려던 백야를 유연이 막아 세웠다. 머리에 피가 쏠려 빨개진 얼굴로 백야는 당당하게 외쳤다.

“봐! 나 멀쩡해!”

“어. 그래 보여.”

유연은 대답하면서도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럼 이제 나 끼워 주는 거지? 나 하고 싶은 거도 생각해 놨어. 내 운명이 걸린 일이야.”

관짝 안에 누워 있는 뱀파이어를 멀리 치워 버린 백야는 열심히 찾아온 사진 한 장을 내밀었다.

“난 이거 할 거야.”

* * *

당일 업로드 예정인 하이틴 핼러윈 영상보다 백야의 쇼플리 코스튬이 먼저 공개됐다.

노란색 모자에 파란색 리본이 달린 케이프. 빨간 멜빵바지를 입은 백야는 동화 속 피노키오의 모습을 하고 나타나 잔망을 떨어 댔다.

[단아 : 그럼 얼른 다음 무대를 소개해 볼까요?]

[백야 : 흥. 저는 다음 무대가 하나도 궁금하지 않아요.]

팔짱을 끼며 토라진 척하던 백야는 갑자기 코를 가리며 당황해했다.

거짓말을 하면 코가 늘어난다는 캐릭터의 설정 때문이었다.

[단아 : 그런데 갑자기 코는 왜 가리시는 거예요? 설마 백야 씨…. 방금 또 거짓말했죠!]

[백야 : 아, 아니에요.]

[단아 : 아닌데~? 거짓말한 것 같은데?]

[백야 : 죄송해요…. 사실 거짓말이었어요. 자꾸 단아 씨만 다음 무대를 소개하니까 심술이 나서 그만….]

이제는 베테랑이 되어 버린 백야는 오그라드는 대본도 실수 없이 척척 읽어 냈다.

- 우유즈 넘나 신인 그 자체ㅋㅋㅋㅋ 뭘 해도 뽀짝거리는 느낌

└ 영혼 없이 읽어도 이해할 텐데 너무 열심히 해서 내가 다 안쓰러워ㅋㅋㅋㅋㅋ

- 백설공주 사과를 왜 피노키오가 먹고 쓰러지는 거죠?ㅋㅋㅋㅋ

- 디X니에서 방금 튀어나온 거 아닌지..? (볼 하트 하는 피노키오 백야, 백설공주 단아 셀카.jpg)

- 핼러윈 특별 무대 해주길 바랐는데.. 그치... 또 내 욕심이지ㅠ

- 그래도 크리스마스에는 캐럴 무대 해주겠지?

그리고 10월 31일 자정.

한국 시각으로 핼러윈 데이가 되자마자, 너튜브 공식 계정에는 코스튬 버전의 하이틴 안무 영상이 업로드됐다.

- 민성 : 좀비 시계 토끼 / 백야 : 킹X맨 / 율무 : 조커 / 지한 : 미라 / 유연 : 하X / 청 : 사신

- 유연 단발머리 보고 기절

└ 하X의 움직이는 성 남주 맞지? 레알 얼굴 천재... 애니메이션 찢고 나온 미모

- 아이고~ 울 백야 멋있는 옷 입고 안경까지 껴쪄요~

- 다 죽고 피 나고 분위기 살벌한데 유연이 혼자 꿈과 희망이 가득해ㅋㅋㅋㅋㅋ

- 청이랑 지한 분위기 지렸다...

- 지한이 저거 붕대로 일일이 다 감은 거야? 눈 화장도 미쳤네...

└ 데이즈 코디 오타쿠 맘에 불 지르는 법 너무 잘 알아서 가끔 당황스러워;;

- 애들 셀카도 떴다!

- 율무 혹시 세계관 스포인가?!

- 지한아 몸 선이 너무 예쁘다... 미안해 누나가 이런 거만 보는 쓰레기라....

- 백야 청이 보고 울었겠는데? 진짜 공포 영화에 나올 것 같이 생겼다고ㅋㅋㅋㅋ

- 민성이 세상 무해하게 생겼는데 어떻게 저런 게 어울리지?

- 얘들아... 얼굴이 진짜 기가 막힌다......

- ㅅㅂ 민성이 눈 한쪽 빨간색 하트 렌즈였던 거 안 사람? (시계 토끼 민성 셀카.jpg)

- 백야 싸움 잘해? (총 겨누고 있는 백야 사진.jpg)

└ 새끼발가락으로도 내가 이김

└ 눈싸움하자 그러면 울 거 같아

예상한 대로 반응은 좋았다.

댓글을 보며 뿌듯해하던 멤버들은 ‘내년 핼러윈 데이 코스프레’를 두고 새벽 늦게까지 이야기를 하다 잠들었다.

그 뒤로는 대개 비슷한 일상이 반복됐다.

연말 무대 연습은 기본이었으며, 시상식 때 입을 의상을 피팅하고, 광고 촬영 스케줄 또한 꾸준히 이어졌다.

‘어제 아웃도어 촬영했으니까…. 이제 남은 건 통신사랑 모바일 게임인가.’

절대 못 할 것 같았던 퀘스트가 벌써 반 이상 완료되어 있었다.

참고로 헤븐 플레이버7에서는 그날의 일을 사과하고 싶다며 숙소로 찾아오기까지 했다.

꽃다발과 선물을 바리바리 싸 들고 온 관계자는 저희 측의 과실이라며 진심 어린 사과를 전했는데, 가시방석이 따로 없었다.

그들이 떠나간 자리에는 각종 아이스크림케이크와 자사 쿠폰 50장이라는 뇌물이 남았다.

백야는 아이스크림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멤버들에게 쿠폰을 나눠 가지라 했지만, 다들 비슷한 이유로 거절했다.

그리하여 쿠폰은 유연의 조카에게로 돌아갔다.

“조카가 나보다 아이스크림 삼촌이 더 좋대. 괜히 말해 줬어.”

아이스크림 쿠폰을 몽땅 조카들에게 보내 준 유연은 툴툴거리면서도 미소를 숨기지 못했다.

“정말? 그럼 나중에 나 또 영상 통화 시켜 줘.”

“그래.”

데이즈는 차를 나눠 한 스튜디오를 찾아가는 중이었다.

바로 시상식 VCR을 촬영을 하기 위해서였다.

매번 홍콩에서 열리는 JAMA는 국내 연말 시상식 중 가장 처음으로 개최될 예정이라 타 방송국보다 준비를 서둘렀다.

“그런데 우리 작년에는 이런 거 안 찍었잖아.”

“너희 대신 대환이가 찍었지.”

지한의 질문에 남경이 피식 웃으며 답해 주었다.

“회사 스튜디오에서 찍은 좀비 영상?”

“어, 그거. 이번 컨셉도 대충 들었는데 뭐랬더라…. 아! 뱀파이어 학교.”

뱀파이어 컨셉이었던 NAN과 학교 배경의 하이틴을 섞은 것 같았다.

“무슨 학교?”

지한은 자신이 잘못 들었음을 확인받고 싶은지 구태여 되물었다.

“뱀파이어 학교. 너희 가서 또 웹드라마 같은 거 찍는 거 아니냐? 푸하하!”

지한은 물론, 조카의 사진을 구경하던 백야와 유연은 심각해졌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그러자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 상태창이 떠올랐다.

[Q. 믿고 보는 연기돌(1) : 마음을 울리는 연기로 팬들을 감동시킬 준비가 되셨나요?

- 3달 안에 드라마 관계자의 눈에 띄어 오디션 제의받기

※ 제한 시간 내 성공 못 할 시 패시브 강화]

스케줄 직전에 연기 관련 퀘스트가 뜬다? 무조건이었다.

심지어 제한 시간까지 붙어 있는 타임 퀘스트에 백야의 눈이 질끈 감겼다. 지금 유연의 조카 사진이나 보며 시시덕거릴 때가 아니었다.

‘뽑기! 당장 뽑기 창 띄워!’

또다시 <발 연기(D)> 스킬 따위로 카메라 앞에 설 수는 없었다.

‘어차피 남아도는 게 스타 포인트인데. 나올 때까지 돌린다.’

이를 악문 백야가 뽑기 10회를 돌렸다.

[스킬 획득!]

[<골반을 지배하는 자(C)>, <내적 댄스(C)>, <천의 목소리(C)>, <랩통령(C)>, <탈착 보조개(C)>, <암살 천재(C)>, <투명 드래곤(C)>, <신체 강화(C)>, <리더십(C)>, <엄마 손맛(C)>]

‘이런 씨.’

언젠가 본 적 있는 밭이었다.

C 밭.

‘아니 근데 얘는 패시브가 농부라도 되나…. 저번부터 왜 자꾸 C를 뿌리지?’

실망스러운 결과에 백야가 발끈했다.

어쩌면 제 패시브가 개복치인 것처럼 시스템의 패시브는 농부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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