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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아이돌인데 패시브가 개복치-214화 (214/340)

제214화

[백야 : 아악! 따라오지 마!]

목이 터져라 소리 지른 게 무색할 정도로 해피는 백야의 뒤를 빠르게 따라잡았다.

[백야 : 끄아악!]

[청 : 해피! Come here!]

주인의 부름에도 해피는 백야만 쫓았다.

개복치의 비명에 달려 나온 멤버들이 해피를 잡으려 해 봤지만, 해피는 집요하게 백야만 노렸다.

오히려 멤버들이 방해할수록 더 신나게 꼬리를 흔들었다.

[지한 : 그냥 한백야를 잡아. 그게 더 빠르겠어.]

[유연 : 쟤 눈 뒤집어지면 엄청 빠른 거 몰라? 봐, 해피도 못 따라잡잖아.]

[백야 : 오지 마아악!]

햄스터 한 마리가 잔디 위를 질주하고 있었다.

[청 : Oh my god. 해피 신났어.]

청은 해피가 제대로 흥분했다며 낭패 어린 얼굴을 했다. 주의를 끌어 보려 원반을 날려 봐도 관심조차 없었다.

[청 : Come here!]

[유연 : 저러다 애 잡겠네.]

청이 해피 유인에 실패하자 이번에는 율무가 백야를 유인했다. 손에는 청의 어머니께서 싸 주신 샌드위치가 들려 있었다.

[율무 : 당백아 이리 와! 쭈쭈쭈~]

[민성 : 장난하니? 그런다고 쟤가 올 리가….]

있었다.

율무를 발견한 백야가 그를 향해 방향을 틀어 달려오기 시작했다.

[백야 : 으아악! 살려 줘!]

[민성 : …저게 되네?]

율무에게 돌진한 백야는 그의 등 뒤로 쏙 숨어 버렸다.

[청 : 해피 Stop!]

빠르게 달려온 청이 간발의 차로 앞을 막아섰다.

[백야 : 우욱. 우웩.]

백야는 속이 울렁거리는지 헛구역질을 하며 잔디 위로 주저앉았다.

[율무 : 당백이 잘했어~ 괜찮아?]

[민성 : 넌 오란다고 오니?]

민성이 떨떠름한 얼굴로 물을 내밀었다.

[민성 : 마셔.]

[백야 : 쟤는 왜 나만 보면 달려오는데에…. 죽을 거 같아 진짜.]

[민성 : 네가 소리 지르면서 도망가니까 그러지. 놀아 주는 줄 알고 따라간 거잖아.]

체력을 모두 소진한 백야가 잔디 위로 드러누웠다. 그 사이 청에게 다시 목줄이 채워진 해피는 낑낑거리며 잡혀 있었다.

[청 : 백야는 네 장난감이 아니야! 너 때문에 내 친구가 놀랐잖아.]

[해피 : 끼잉….]

해피는 청에게 혼나고 있었다.

짧은 훈육 후, 다시 젖은 인형을 입에 문 해피는 시무룩한 모습으로 바닥에 엎드렸다.

엉금엉금 기어 돗자리 위로 올라간 백야도 대자로 뻗었다. 그러다 무심코 돌린 고개에 해피와 눈이 마주쳤다.

[백야 : 뭘 봐! 씨이…. 너 나 먹으려 했지. 이 나쁜 놈.]

백야와 눈이 마주치자 축 늘어져 있던 해피의 꼬리가 다시 살랑살랑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한 : 네가 좋은가 본데.]

[유연 : 간식이라도 주면서 친해져 보든가.]

[백야 : 아니야. 우리는 친해질 수 없어.]

[유연 : 그런 게 어디 있어. 너 강아지 좋아하잖아. 지금 쟤 차별하냐? 청이 가족인데?]

[백야 : 아니, 그런 건 아닌데….]

그리하여 시작된 해피와 백야의 친해지길 바라. 백야는 멤버들의 성화에 못 이겨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일단 해피의 간식을 손에 쥐긴 했는데, 본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누가 봐도 겁먹은 얼굴이었다.

[청 : 해피, Stay.]

다행히 청이 옆에서 도와주기로 했다.

[유연 : 얌전하네.]

[민성 : 애가 똑똑하다니까.]

해피는 다소곳이 앉아 백야를 바라보고 있었다.

[백야 : 기다려….]

간식을 쥔 앞발이 조심스레 해피에게 내밀어졌다.

[청 : Eat 하면 먹을 거야. 해 봐.]

[백야 : …Eat.]

먹으라는 말에 해피가 상체를 굽히며 입을 벌렸다.

절대 물지 않는다는 주인의 장담과 민성의 후기를 듣고 시도를 결심한 건데, 두 사람의 말이 무색하게 해피는 백야의 손을 통째로 덥석 물어 버렸다.

왕-

청이 간식을 줄 때마다 하는 해피의 장난이자 애교였다.

그러나 이를 알 리 없는 백야는 손목에 이빨이 닿자마자 돌처럼 굳어 버렸다.

[백야 : …….]

인중 위로 붉은 선혈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청 : Nonono. 이거 장난이야! 해피, 장난치면 어떡해?!]

[해피 : Woof!]

[유연 : 야, 너 코피…!]

[지한 : 한백야, 숨 쉬어.]

이후 백야는 줄곧 휴식을 취했으며 결국 해피와는 친해지지 못한 채 브이로그는 끝이 났다.

더는 볼 영상이 없다는 게 조금 아쉬웠으나 이로써 뉴나잉의 픽은 명확해졌다.

최애는 유연.

차애는 복숭아, 너로 정했다.

* * *

- 뭐 했다고 벌써 11월ㅠㅠ

- 가을은 투표의 계절이지...

- 12월 한 달도 안 남았는데 우유즈 겨울 스페셜 무대 어디까지 왔죠? 맡겨놓은 거 주세요

- 내일 율무 생일~

- 1년에 여섯 번밖에 없는 나잉이들 대명절 D-1♥ (생일 투어 지도 사진.jpg)

11월은 멤버 중 두 명이나 생일이 있는 달이었다.

[나율무 : 지한아]

[나율무 : 백야 몰래 내 방으로 올래?]

밤늦게 숙소로 돌아온 지한은 율무에게서 개인 메시지를 받았다.

방도 바로 맞은편인데 용건이 있으면 직접 올 것이지. 왜 자신 보고 오라는 건지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옆을 보자 백야는 뒤돌아 누워서 안무 영상을 보고 있었다.

[나율무 : 빨리 빨리 빨리]

“하….”

짧게 한숨을 쉰 지한은 못 이기는 척 방을 나섰다.

“네가 오면 되잖아.”

“쉿!”

방문을 열자 아직 외출복 차림의 율무가 서 있었다. 지한을 안으로 들인 그는 문을 잠그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어디 가?”

“응. 우리 어디 갈 거야.”

“우리라니.”

지한은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그가 어이없는 목소리로 되묻자, 율무는 자신의 핸드폰을 내밀며 계획을 늘어놨다.

“짠~! 내일 내 생일이잖아. 이게 팬분들께서 해 주신 너랑 내 생일 전광판인데 나랑 같이 이거 보러 가자.”

화면에는 생일 광고가 설치된 역이 보기 쉽게 정리되어 있었다.

“네 거랑 내 거랑 같이 걸린 역은 여기 표시해 둔 곳이 전부야.”

“이렇게 많이?”

“솔직히 다는 못 갈 것 같고, 숙소에서 제일 가까운 데만이라도 가 보자. 응? 가자아~”

“일단 이것 좀 놓고 얘기해.”

지한은 자신의 팔을 흔들며 애교를 부리는 율무가 징그러웠다.

“한 달 동안 걸려 있긴 한데, 우리 다음 주부터 녹음 시작하면 시간 없을 것 같아서. 갈 수 있을 때 가면 좋잖아. 너는 안 궁금해?”

“지금 가도 볼 수 있어?”

지한도 궁금하긴 한지 관심을 보였다.

“그럼~ 새벽이라 사람도 별로 없을 거야. 몰래 나갔다 오면 아무도 몰라. 어때? 막 솔깃하지?”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표정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지한은 지금 흔들리고 있었다.

“나갔다가 사진이라도 찍히면. 저번에 애들 혼나는 거 봤잖아.”

막내들이 몰래 나갔다가 단체로 혼난 일이 생각났다. 물론 율무도 그를 모르지 않았다.

“그러니까 우리 둘만 조용히 갔다 오자고. 형한테 물어보면 당연히 안 된다고 할걸?”

물어보지 않아도 남경의 대답은 뻔했다. 안 돼.

“아아~ 내 생일 선물로 같이 가 줘. 어? 나 이거 진짜 봐야겠단 말이야.”

“그래…. 가 보자.”

내심 보고 싶었던 지한이 율무의 작당에 동참하기까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리하여 시작된 동갑즈의 은밀한 작전. 목적지 후보는 잠실과 강남, 삼성역으로 총 세 군데였다.

“강남이랑 잠실은 갈 때마다 길 잃어버리는데. 우리 지한이는 잘 아는감?”

“그럼 삼성역으로 가.”

율무가 선택지를 두고 고민하면 지한이 빠르게 결정을 내려 주었다. 덕분에 목적지는 금방 정해졌다.

택시에 올라탄 두 사람은 어두운 의상에 모자, 마스크까지 낀 매우 수상한 차림이었다.

“감사합니다~”

삼성역 6번 출구.

택시에서 내린 두 사람은 지도에 적힌 안내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나 사실 작년부터 엄청 와 보고 싶었거든? 진짜 떨린다. 심장 터질 것 같아. 어떡해?”

늦은 시간이었으나 사람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커다란 덩치만으로도 시선을 끄는 율무인데, 가슴을 짚으며 오버 액션까지 취하자 금세 시선이 집중됐다.

“오버하지 마.”

“어?! 저기 있다!”

그러나 지한의 잔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율무는 사라지고 없었다.

“같이 가.”

지한도 얼른 뒤를 따랐다.

그리고 멈춰 선 곳에는 시니컬한 표정으로 측면을 바라보고 있는 베레모 지한이 커다랗게 걸려 있었다.

[1124 지한아 생일 축하해♡]

“이야~ 이게 누구야? 잘생겼네~”

율무의 호들갑에도 지한의 시선은 오롯이 전광판만 바라봤다. 표정을 보아하니 제법 감동받은 눈치였다.

“먼치킨 씨, 가서 서 보시죠?”

“…….”

“얼른~ 내가 사진 찍어 줄게. 모자도 잠깐 벗고. 지금 아무도 없어.”

율무의 손에 떠밀려 전광판 앞에 선 지한이 모자를 벗었다. 눌린 머리를 털어 내며 어색하게 앞을 바라보자 율무가 장난을 걸어왔다.

“하나 둘 셋, 브이~”

율무의 재롱에 지한의 입꼬리가 저항 없이 올라갔다.

“왜 네가 브이를 해?”

“너 웃으라고~”

율무가 키득거리며 지한의 옆으로 다가갔다.

“고객님~ 제가 다리 2m처럼 나오게 찍어 드렸어요.”

“그러네. 네 것도 보러 가자.”

“옆에 있는데?”

율무의 전광판은 바로 옆에 걸려 있었다.

[율무의 빛나는 스물하나를 응원해♡]

강아지 귀 머리띠와 화관을 겹쳐 쓴 채 눈 위로 브이를 하고 있는 사진이었다.

“우리 같은 팀이라고 나란히 걸어 주셨나 봐. 푸하하! 근데 사진 온도 차 무슨 일이야?”

“…너도 서. 찍어 줄게.”

지한의 말에 기다렸다는 듯 달려간 율무는 사진과 똑같은 포즈를 취했다.

찰칵-

“하나 더, 하나 더!”

찰칵-

그렇게 다섯 장을 찍은 뒤에야 지한의 곁으로 돌아왔다.

굳이 표정 분석기를 돌려 보지 않아도 ‘행복 100%’가 뜰 것 같은 얼굴이었다.

“나율무 입 찢어지겠네.”

“웃음이 계속 나와. 아~ 이거 떼서 숙소에 가져가고 싶다.”

“경찰서는 혼자 가라. 거긴 같이 안 가 줘.”

“얄짤없네~ 혼자는 무서워서 안 되겠다. 그럼 포기!”

율무의 능청에 지한이 피식 소리 내어 웃었다.

“이제 돌아가자. 한백야 문자 왔어. 어디냐는데.”

“아이고~ 무서워서 잠 못 자나 보다. 그냥 당백이도 데리고 나올 걸 그랬나?”

“다음번엔 같이 나오든가.”

허술한 막내즈와 달리 두 사람의 일탈은 마지막까지 완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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