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인데 패시브가 개복치-215화 (215/340)

제215화

* * *

- JAMA 인기상 1위와 격차가 크지 않습니다! 나잉이들 모두 함께해요!!

- 데이즈 대상 후보야? 언제 1군 됐어?

- 울 갓기들 데뷔한 지 2년도 안 됐는데 1군ㅜㅜ 나도 드디어 1군 빨아본다

- 지금까지 뜬 방송사별 콜라보 무대 정리 (남돌 위주)

J사 : 유연X국화 댄스 콜라보

M사 : 여돌 커버 무대

K사 : 리더즈 유닛 무대

S사 : 데이즈, BB9, S.AM 합동 무대

- JAMA 작정했네... 제일 인기 많은 두 팀 메댄만 데려다가 콜라보 하라고 붙여놓음

- 남돌 리더즈 유닛 무대라니... 역시 대한민국 대표 공영방송

└ 참된 수신료의 가치

- 남돌은 여돌 커버 무대 할 때 진정한 진가가 드러남ㅋㅋㅋㅋ

└ 백야 제발 백야ㅠㅠㅠ

- 신인 남돌 전쟁에서 살아남은 건 결국 데이즈, BB9, S.AM 이 세 팀 뿐인가...

└ 데이즈는 이미 넘사잖아

└ 데이즈는 이제 소천 에임이랑 묶어야 맞음

└ 마크들 퇴물 에임 왜 자꾸 들이댐?

- 얼굴합 미쳤네 벌써 레전드 (유연 국화 사진.jpg)

- 투표할 때마다 대상 후보에 데이즈 있는 거 보면 가슴이 웅장해진다... ID 최초 망돌이라고 조리돌림 당하던 때가 있었는데.. 정신 차려보니 1군 씹어먹고 있음

- ‘영삼X수련X백야 M사 가요대전 MC 확정’ 백야 가요대전 엠씨야ㅠㅠㅠ

- 선배님들 사이에 낀 연말 엠씨 아기 복숭아 벌써 기대된다♥

11월도 어느덧 중순을 지나고 있었다.

겨울을 맞이해 쇼플리 스페셜 스테이지 준비를 시작한 백야는 연습실에서 퀘스트 알림을 받았다.

[Q. MC 꿈나무 (2) : 생방송으로 갈고닦은 실력을 보여 줄 때가 왔습니다!

안정적인 진행으로 차세대 MC 킹이 되어 보자고요!

※ 실패 시 패시브 강화]

‘응? 무슨 진행?’

아직 연말 무대 MC 소식을 전달받지 못한 백야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개복치가 멍한 얼굴로 눈을 깜빡였다.

“뭐 봐? 너 진짜 귀신 봐?”

고개를 기울인 단아가 백야를 의아하게 바라봤다.

겨울 스페셜 무대로 캐럴을 준비 중인 단아는 일주일에 한 번씩 ID 사옥을 찾아왔다.

“대낮에 무슨 귀신이에요.”

“도민성이 ID 연습실에 귀신 있다던데? 너도 귀신 본다 그러고.”

“아니거든요? 그 형은 무슨 얘기를 하고 다니는 거야….”

달갑지 않은 주제에 개복치가 입꼬리를 삐죽거렸다.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게 백야다웠다.

“귀신 무서워서 혼자 잠도 못 잔다던데. 오구오구~ 우리 백야 며짤?”

“둘이 사이 안 좋은 거 아니었어요? 별 얘기를 다 해.”

“비즈니스지, 뭐.”

“왜 두 사람 비즈니스에 제가 끼여 있냐고요.”

느슨한 운동화 끈을 묶은 백야가 투덜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어나요.”

“왜? 오늘 연습은 끝내기로 했잖아.”

“누나 얄미워서 끝내 주기 싫어졌어요. 얼른 일어나.”

근엄한 척 미간에 힘을 준 백야가 호랭이 안무가를 흉내 냈다.

“아 싫어~ 나 힘들단 말이야.”

“누나 안 일어나면 제가 일으켜 세워요. 하나, 둘….”

백야가 카운트를 세자 이번에는 단아의 입술이 삐죽 튀어나왔다.

순둥순둥 물렁물렁한 놈이 자기 집이라고 의기양양하게 구는 게 제법 귀여웠다.

“지금 텃세 부리는 거야? 어쭈. 여기 너희 회사다 이거지?”

“네? 이게 왜 텃세예요….”

그러나 단아의 한마디에 근엄 개복치는 곧장 쪼그라들었다.

그 모습을 보며 웃음을 터뜨린 단아는 잊고 있던 한 가지를 떠올렸다.

“아! 맞다.”

손뼉을 친 단아가 소파 쪽으로 달려갔다. 가방과 외투가 있는 곳이었는데, 그곳에는 빨간색 선물 상자도 함께 놓여 있었다.

상자를 들고 돌아온 단아는 백야에게 내밀며 활짝 웃었다.

“짠!”

“저 주는 거예요?”

“아닌데? 내 건데?”

가끔 보면 하는 짓이 유치한 게 민성과 똑 닮아 있었다. 피는 못 속인다는 말이 이래서 나온 건가 싶을 만큼.

“회사 앞에서 받았어. 내 팬이시래. 꼭 너랑 같이 풀어 보라던데?”

“어디 봐요. 얼마나 좋은 거 받았나 구경해야지.”

단아가 쪼그려 앉으며 바닥 위로 상자를 내려 두었다. 백야도 따라서 무릎을 굽혔다.

리본을 풀고 뚜껑을 열자, 얇은 종이로 한 겹 더 감싸진 포장지가 보였다. 그 위로는 토끼 그림의 카드가 놓여 있었다.

“카드다. 편지인가 봐요.”

“내가 먼저 봐야지~”

설렘에 두 볼이 상기된 단아가 카드를 집어 들었다. 그러나 얼마 안 가 표정이 어두워졌다.

“왜요?”

단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굳어진 얼굴이 내용을 짐작하게 했다.

설마….

“누나, 줘 봐요.”

“아니야. 이건 그냥 나 혼자 봐야겠다.”

단아가 금세 태도를 바꿨다.

그에 자신의 짐작이 맞았음을 확신한 백야는 손을 뻗어 카드를 가져왔다.

“싫어요. 저도 볼래요.”

“야! 너는 왜 남의 편지를 마음대로….”

[옆에서 떨어져]

팬레터를 가장한 협박 편지.

빨간색으로 휘갈겨 쓴 글씨가 섬뜩했다. 주어는 없지만 누구의 곁을 말하는지는 뻔했다.

“아…….”

탄식이 절로 나왔다.

“누나, 미안해요.”

백야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걸려 오는 낯선 전화와 문자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는데, 그게 단아에게까지 번질 줄은 미처 몰랐다.

백야가 굳은 낯으로 상자를 내려다봤다. 좋은 마음으로 준 선물이 아니라면 내용물 또한 정상은 아닐 게 분명했다.

“진짜 죄송해요.”

짓씹은 입술이 떨리는 게 감정을 추스르려 애쓰는 것 같았다.

“네가 왜 미안해.”

이럴까 봐 보여 주지 않으려 했던 건데. 단아는 상자 뚜껑을 덮으며 덤덤한 척 카드를 가져왔다.

“내가 알아서 할게.”

뭐가 들었는진 모르겠지만 카드를 보고 나니 단아도 선뜻 포장지를 들춰 볼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단아가 상자를 들고 가게 내버려 둘 백야가 아니었다.

“아니요, 두고 가세요. 제가 처리할게요.”

“내 선물인데 네가 왜?”

“저 때문이잖아요.”

“싫어.”

단아도 민성만큼이나 한 고집을 하는 성격이었다. 이미 상자를 챙긴 걸 보니 절대 두고 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

눈썹 끝이 내려간 백야는 울상이 된 얼굴로 단아를 바라봤다.

‘어떻게 설득해야 하지.’

단아가 몸을 돌리는 순간 반사적으로 손이 뻗어졌다. 소심하게 옷소매를 잡긴 했는데 이다음에 뭘 해야 할진 몰랐다.

그런데 순간 눈가가 뜨거워지는 게 아닌가.

[<또르르(C)>를 사용합니다!

※ 재사용 대기 시간 : 5분]

기가 막힌 타이밍에 눈물 한 방울이 떨어졌다.

또르르.

애처로움이라는 게 폭발했다.

“제발요….”

백야와 눈이 마주친 순간 단아는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제가 잘못한 건 없지만 왠지 사과해야 할 것 같고, 이 상자를 들고 가는 순간 쓰레기가 될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아, 안 되는데….”

“누나아….”

K.O.

작정하고 심장을 후벼 파는 비주얼에 단아는 손에 힘이 풀리고 말았다.

툭-

바닥으로 묵직한 상자가 떨어지며 내용물이 쏟아졌다.

그 결과 본의 아니게 선물의 정체를 함께 확인하게 됐다.

“으갹!”

“악! X발! 이게 뭐야!”

죽은 햄스터였다.

놀란 두 사람은 햄스터를 밟지 않으려 폴짝거리며 상자에서 빠르게 멀어졌다.

어느새 서로의 팔을 꼭 움켜쥔 우유즈는 반대편 거울에 바짝 붙어서 햄스터 시체를 경계했다.

“저거 진짜야? 죽었어?”

“누, 누나 어떡해요? 쟤는 아무 잘못도 없는데, 저 때문에….”

놀란 개복치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X발. 그거 완전 미친X이네! 나한테 죽은 쥐새끼를 줘?”

단아는 욕이라고는 하나도 모를 것 같은 얼굴로 폭주하고 있었다.

“괘, 괜찮아. 누나가 지켜 줄게.”

“싫어요. 누나가 왜요?”

백야가 남자답게 단아의 앞을 막아섰다.

“누, 누나는 거기에 있어요. 제가 치울게요. 제가…. 끕.”

스킬 재사용까진 아직 3분도 더 남아 있었지만 백야의 눈에선 눈물이 퐁퐁 흘러나왔다.

“백야야 그냥 사람 불러오자….”

센 척하지만 단아도 두렵긴 마찬가지였다.

갑 티슈를 여러 장 뽑은 백야는 피투성이 햄스터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미안해…. 내가 미안, 끄아악!”

제법 거리를 두고 멈춰 선 백야가 눈을 꼭 감으며 햄스터 위로 휴지 한 장을 살포시 날려 얹었다. 일단 처참한 몰골을 가려야 집어 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누나아… 이거 진짜예요. 털이 진짜야.”

리얼하게 생긴 인형이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으나 살아 있는 생물이었다. 게다가 난도질당한 것처럼 온몸이 붉은색이었다.

“흐어엉. 미안해.”

몇 장의 휴지를 더 날린 백야는 햄스터의 형체를 완전히 차단했다.

그런데 갑자기 휴지가 움직였다.

꿈틀-

잘못 본 건가 싶어 눈을 비벼 봐도 분명히 휴지 더미가 들썩이고 있었다.

“끄악! 우, 움직였어!”

움직인다는 말에 단아는 소파 위로 냅다 줄행랑을 쳤다.

백야도 도망가고 싶었지만 그러려면 휴지 더미를 지나가야 해서 조금 망설여졌다.

“백야야, 그냥 상자로 덮어 버려. 그리고 너희 매니저 오빠 불러서 처리해 달라 그러자. 응?”

단아의 말에 백야가 빨간색 상자를 집어 들었다.

거꾸로 뒤집어 조심조심 휴지 더미를 덮으려는데, 작고 새빨간 생명체가 고개를 내미는 게 더 빨랐다.

뀨?

“끄아악!”

찍찍!

상자를 집어 던진 백야가 엉덩방아를 찧으며 나동그라졌다.

개같이 부활한 햄스터도 백야의 비명에 놀랐는지 구석을 향해 돌진했다.

“꺄아악!”

“끄아악!”

단아의 비명까지 더해지자 연습실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 시각 단아의 사촌이자 팀의 리더인 민성은 마침 사옥으로 출근한 참이었다.

그는 두 사람을 응원할 겸 연습실로 향하는 중이었는데, 가까워질수록 선명해지는 비명에 황급히 문을 열어젖혔다.

그러자 아수라장이 된 연습실이 보였다.

“뭐야? 무슨 소리야?”

“도민성! 저거 잡아! 저거억!”

“혀엉…!”

애처로운 목소리에 옆을 돌아보자, 쓰레받기를 든 백야가 스피커 위에 올라가 좀비 햄스터와 대치를 벌이고 있었다.

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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