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인데 패시브가 개복치-225화 (225/340)

제225화

* * *

- 애들 JAMA 출국

- 웃는 거 봐, 미치겠네 진짜... 코트에 안경, 로퍼까지 완벽♡ (유연 프리뷰.jpg)

- 막내즈 죽도록 사랑해ㅠㅠ 청이랑 백야 둘만 귓속말하면서 신난 것 좀 봐ㅠㅠㅠ (청 백야 프리뷰.jpg)

- 율무 유앱에서 자랑한 시계 차고 왔네ㅋㅋㅋㅋ 생일 선물 진짜 마음에 들었나 보다

- 흑발 올블랙 지한 미쳤잖아요...

오전에 마지막 연습을 끝낸 데이즈는 홍콩으로 출국했다.

비행시간 동안 누구와 방을 쓸 건지를 두고 투닥거린 결과. 지한과 민성, 율무와 청, 유연과 백야가 한 방이 되었다.

“잘 자~ 다들 내 꿈 꿔~”

객실로 들어가기 전 율무가 손 키스를 날리며 굿 나잇 인사를 했다. 당연히 아무도 반응해 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꿋꿋이 세 번의 손 키스를 날리는 모습에 민성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넌 피곤하지도 않니? 얼른 들어가서 발 닦고 잠이나 자렴.”

“역시~ 내 생각해 주는 건 민성이 형뿐이야.”

“모해? 빨리 와, 바보야.”

율무가 한 번 더 손을 올리려 했으나, 청이 목을 낚아채 안으로 들어가며 조용해졌다.

그 모습을 보며 키득거리던 백야도 유연의 뒤를 따라 객실 안으로 들어섰다.

“우리는 홍콩 올 때마다 같은 방 쓰네.”

“그러게.”

유연이 자연스레 창가 쪽 침대로 향했다. 겁 많은 개복치가 안쪽을 선호한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내가 여기 쓴다. 괜찮지?”

“응. 나는 안쪽이 더 좋아.”

일단 침대에 눕고 보는 백야와 달리 유연은 외출복 차림으론 절대 침대에 올라가지 않는 타입이었다.

“아~ 좋다.”

다리를 달랑거리며 방을 구경하던 백야가 배 위로 손을 올렸다. 그런데 오늘따라 배가 조금 단단하게 느껴졌다.

“오?”

백야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자신의 배를 꾹꾹 누르기 시작했다.

“너 뭐 하냐.”

“미친. 야! 나 복근.”

“복근? 네가 뭘 했다고 복근이 생겨.”

유연이 알기론 백야는 복근이 생길 만한 운동을 딱히 하지 않고 있었다.

쟤가 하는 건 그냥 생존 운동.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아니야. 나 요즘 운동 완전 열심히 해. 이것 봐, 내 배 완전 딴딴하잖아.”

티셔츠를 위로 올려 배를 깐 백야가 유연에게 다가갔다.

“이거 봐.”

“…내가 대체 뭘 봐야 되는데.”

“일어나니까 좀 희미해지긴 했는데 눌러 보면 달라. 눌러 봐.”

딱 봐도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데, 백야는 굳이 만져 보라며 고집을 부렸다.

성화에 못 이긴 유연이 마지못해 손을 들었다.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배를 찌르자 뽀얀 살이 저항 없이 들어갔다.

꾸욱-

“와…….”

“그치? 있지?”

백야가 기대에 찬 눈으로 바라봤다.

미간을 찌푸린 유연은 심각한 얼굴로 배를 여러 번 더 눌러 봤다. 그러다 고개를 들어 진지하게 답했다.

“무슨 놈의 살이 이렇게 말랑하냐. 넌 절대 복근 생길 일 없겠는데?”

이놈이 누구 앞길을 망치려고 이런 망발을…?

절대 복근이 생길 일은 없겠다니.

실패 시 패시브 강화가 걸려 있는 이상, 그 말은 백야에게 사형 선고나 다름없었다.

개복치의 얼굴이 포악해졌다.

“이거는 진짜, 와…….”

유연은 감탄을 멈추지 못했다.

말랑한 감촉이 묘하게 중독적이라며 여전히 배를 꾹꾹 눌러 보고 있었다.

“이 정도면 슬라임 아니냐?”

“뭐 인마?”

싸한 기운이 객실을 감쌌다.

조금만 놀리고 말 생각이었는데, 저도 모르게 3절까지 해 버린 유연은 망했음을 느꼈다.

그러나 그가 누구인가.

타고난 언변과 얼굴로 사람을 홀리는 데 일가견이 있는 인재였다.

삐거덕거리며 고개를 올려다본 유연은 눈을 맞추며 싱긋 웃었다. 움푹 파인 보조개가 매력적인 미소였다.

“뭘 쪼개.”

그러나 개복치는 이미 심사가 뒤틀린 상태. 그저 아니꼬워 보일 뿐이었다.

유연의 손등을 찰싹 내려친 백야가 티셔츠를 내렸다. 이내 눈앞의 사냥감을 본격적으로 조질 생각인지 양팔을 걷으며 달려들었다.

“넌 주거따.”

그러나 가볍게 제압당했다. 양 손목을 붙들린 백야가 하악질 했다.

“콱 씨. 놔. 안 놔? 뭐, 슬라임?”

“아니, 백도.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 봐야지.”

“뭐! 슬라임 말고 더 욕할 게 남았냐?”

앞니를 드러낸 백야는 금방이라도 유연을 물어뜯을 기세였다. 그에 사기꾼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야, 이거 좋은 거야.”

“웃기고 앉았네!”

“진짜라니까? 원래 너처럼 말랑말랑한 애들이 근육 만들기 더 쉬워. 난 그 말 해 주려고 한 거지.”

과학적으로 증명된 거라며 연구 결과를 운운하자 백야의 기세가 조금 누그러들었다.

“…진짜?”

“어. 진짜.”

“누가 그랬는데.”

“트레이너 형이.”

유연은 말하면서도 얘가 과연 이걸 믿을까 의심스러웠다.

“…진짜지.”

그런데 백야는 정말 믿었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됐다. 이대로면 살면서 한 번 정도는 크게 당할 것 같아서.

“당연하지. 야, 너도 할 수 있어! 포기하지 마.”

“포기 안 해.”

새침하게 돌아선 백야가 침대로 가 발라당 누웠다. 다시 자신의 배를 누르며 복근을 느끼던 그는 허공에 대고 말했다.

“너 먼저 씻어. 계속 거기 앉아 있을 거 아니면.”

잠옷으로 갈아입기 전까지 유연이 저 자리에 계속 앉아 있을 걸 알기에 백야는 샤워 순서를 양보했다.

이를 모를 리 없던 유연은 갑자기 양심이 찔렸다.

저렇게 착한 애한테 나는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그래서 조금 퉁명스러운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야, 근데 너 사람 말을 원래 그렇게 잘 믿어?”

“아닌데. 나 의심 많아.”

“퍽이나 많겠다.”

“진짠데. 네 말이니까 그냥 믿는 거지. 너희가 나 속여서 뭐 할 거야.”

백야는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의 말이라면 의심 없이 믿는 편이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분신사바’였다.

* * *

- JAMA 레카 눈부시다 (데이즈 트위드 자켓 단체.jpg)

- 데이즈+트위드 자켓 = ♡

- 목걸이 겁나 크고 화려한데 한유연 얼굴밖에 안 보임 (레드 카펫 유연.jpg)

└ 아 얼굴 본다고 단추 세 개나 푼 것도 모르고 있었네;; 뭐해? 당장 여며

- 데이즈 레카 의상 진짜 화려한데 얼굴이 더 화려해서 이김... 의문의 1승

- 한백야는 들어라! 레카 의상으로 셀카 찍어서 우리한테 컨펌받도록

- 으아아악 무대의상은 얼마나 예쁠지 벌써 기대된다ㅜㅜ

- 율무야 자켓 안에 아무것도 안 입은 것 같던데~ 단추 왜 잠갔어? 당장 풀어

레드 카펫을 시작으로 JAMA의 화려한 막이 올랐다.

대기실로 돌아온 멤버들은 본 시상식을 기다리며 마지막 점검을 하는 중이었다.

“딴딴따단. 이거 아니야?”

거울 앞에 선 백야가 율무에게 헷갈리는 부분을 물어보고 있었다.

“에이~ 네가 왼쪽에 서잖아. 그럼 반대로 돌아야지.”

“반대로? 아…. 나 자꾸 가요대전 거랑 헷갈려.”

“괜찮아. 실수해도 아무도 모를걸? 누가 뭐라 하면 네가 맞고 우리가 다 틀린 거로 해.”

“그런 게 어디 있어, 싫어. 대신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더 봐 봐.”

백야가 정말 마지막이라며 해당 부분을 다시 연습했다.

다른 멤버들은 스타일리스트에게 얌전히 몸을 내어 준 상태로, 입으로만 훈수를 두었다.

“백도, 팔 더 들어.”

“햄스터! 당당해! 그럼 아무도 몰라!”

어차피 편곡하며 새롭게 추가된 구성이라 처음 공개되는 안무였다.

멤버들은 네가 틀려도 아무도 모를 거라며 백야가 긴장하지 않도록 격려해 주었다.

“슬슬 움직이자.”

잠깐 떠드는 사이 본 시상식 시간이 다 되었는지 바깥이 어수선했다. 신인 그룹부터 공연장으로 이동하는 것 같았다.

대기실을 나서기 전 동그랗게 모인 데이즈는 손을 가운데로 모아 차곡차곡 포개었다.

제일 위에 손을 얹은 남경은 멤버들을 둘러보며 확신에 찬 얼굴로 말했다.

“형 촉 좋은 거 알지? 아마 최고의 하루가 될 거니까 마음껏 즐기고 내려와. 아자아자!”

남경이 기합을 담아 목청껏 외쳤다. 그러자 민성이 괜히 남경을 타박했다.

“구호 놔두고 아자아자가 뭐야, 아자아자가.”

“민성, 어쩔 수 없어. 남경은 늙었으니까 우리가 이해해.”

“뭐 인마?”

청이 남경의 뼈를 때리자 동시에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 틈을 타 청이 재빨리 선구호를 외쳤다.

“Always DASE!”

“데이!”

여덟 개의 손이 높이 올라갔다.

* * *

- 제발 JAMA 큐시트 좀... (데이즈 나오면 깨워주세요 짤.jpg)

- 그래서 국화X유연 언제 나온다고? 세계관 최강 폭스들의 세기의 대결

- ㅁㅊ 공연장 들어왔는데 걍 미쳤음... 여기 데이즈 단콘임

- 나잉스틱 미쳤냐고ㅋㅋㅋ 발광력 클라스 일당 100 (공연장 사진.jpg)

- 데이즈 입장ㅜㅜ (동영상)

무대 위로 올라오자 가운데 자리만 덩그러니 비어 있었다.

이제는 어엿한 2년 차가 된 데이즈는 올해 데뷔한 신인 그룹들의 인사를 받아 주느라 정신이 없었다.

벌써 두 번째 참여하는 시상식이지만, 신인 티를 벗지 못해 어리숙한 티를 폴폴 풍기고 있었다.

그 증거로 남아 있는 자리 중 가장 구석진 곳을 탐색하느라 여섯 쌍의 눈이 바쁘게 움직였다.

그러나 뒤이어 올라온 소년천하의 손에 이끌려 강제로 중앙 앞 좌석에 앉게 되었다.

“왜. 뒤에 뭐 있어?”

“네? 아니요, 다른 선배님들이 뒤에 계셔서…. 저희가 뒤로 가야 하지 않을까요.”

민성이 긴장한 얼굴로 연신 뒤를 돌아봤다. 엉덩이를 들썩거리는 게 눈이라도 마주치면 당장 자리를 바꿔 드리겠다고 할 기세였다.

그러자 소년천하의 리더, 성우가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왜? 이거 지정석이야.”

“네?”

“올라오기 전에 좌석표 못 봤어?”

“좌석표요?”

민성의 옆자리에 앉아 있던 백야도 금시초문인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너희가 못 봐서 아까 그렇게 서 있었구나?”

성우가 낮은 웃음을 흘렸다.

그는 2부쯤 되면 공연 때문에 자리가 섞이긴 하지만, 1부까지는 좌석이 정해져 있다며 설명해 주었다.

“너희 우리 옆자리 맞아. 그러니까 그만 돌아보고 편하게 있어.”

“아…. 감사합니다.”

민성이 고개를 숙이자 백야도 덩달아 고개를 꾸벅였다.

소년천하와 데이즈는 명절 특집 프로그램이나 시상식에서 한두 번 마주친 게 전부였지만, 국화와 유연이 합동 무대를 준비하게 되면서 좀 더 친해졌다.

“JBC 아시아 뮤직 어워드에 오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공연장이 어두워지며 MC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프닝 멘트와 함께 라인업을 소개하는 VCR 영상이 공개됐다.

이어서 올해 데뷔한 그룹 중, 가장 성적이 좋은 여자 아이돌 그룹의 데뷔곡으로 첫 번째 무대가 시작됐다.

음악방송에서 핫 데뷔 스테이지를 소개하며 배웠던 안무가 나오자, 백야가 손 모양을 따라 했다.

- 백야 대기석에서 꼬물꼬물거리는 중ㅜㅜ 너무 예뻐서 기절 (동영상)

- 애들 컨디션 최상

- 대기석에서만 그러지 말고 영상을 따로 찍어서 올려봐 백야야... (백야 프리뷰.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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