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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아이돌인데 패시브가 개복치-227화 (227/340)

제227화

[이들은 인간 사회에 숨어 살며 사람이나 동물의 피를 흡혈하며 살아가는 뱀파이어.]

- 아 잠깐만 제발 내 항마력 좀

- 웹드 뱀파이어 버전을 이렇게...

- 미친ㅋㅋㅋㅋㅋ 영상 퀄리티는 왜 쓸데없이 좋아서ㅜㅜ 이 와중에 백야 연기 늘었네

- “나와는 달랐다” 그치 아무래도 넌 복숭아니까...

교문을 지나자 백야의 앞으로 공 하나가 굴러왔다.

툭-

신발 앞코를 맞고 멈춰 선 공은 해골의 머리뼈였다.

딱딱딱-

해골과 눈이 마주치자 하관이 움직이며 백야를 향해 달려들었다.

[백야 : 끄아악!]

백야가 운동장을 가로지르며 뛰는데, 불쑥 나타난 율무가 고개를 기울이며 해맑게 인사했다.

[율무 : 전학생 이제 오는 거야? 밤부터 체조? 부지런하네~]

율무의 등장에 다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얼마 뛰지도 않았으면서 백야는 가쁜 척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백야 : 아, 안녕.]

[율무 : 쫓기는 중? 내가 저거 해결해 줄까?]

대답할 기운도 없는지 백야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율무 : 그럼 학교 그만둘 거야?]

[백야 : 그건….]

[율무 : 에이~ 협상 결렬. 그냥 알아서 잘 따돌려 봐.]

어깨를 토닥인 율무가 얄밉게 퇴장했다.

빠르진 않지만 끈질기게 따라오는 해골에 백야는 학교 안으로 달렸다. 그러다 미처 보지 못한 계단에 발이 걸리고 말았다.

기우뚱-

앞으로 넘어지려던 순간, 탄탄한 팔이 백야의 배를 받치며 잡아 주었다. 지한이었다.

[지한 : 다치지 말라고 했을 텐데.]

임팩트 있는 등장에 전보다 더 커다란 함성이 쏟아졌다.

“아, 소름. 저게 뭐야?”

“와…. 나는 연예인 절대 못 하겠다.”

재현과 유경이 썩은 표정을 지으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저렇게 오그라드는 대사를 어떻게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할 수 있냐며 지한을 향해 극찬이 쏟아졌다.

[백야 : 고, 고마워.]

[지한 : 오해하지 마. 네가 걱정돼서 그런 거 아니니까.]

[백야 : 알아. 피 냄새 싫어서 그러는 거.]

- 우리는 이런 걸 츤데레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 지독하다 지독해...

- 저기 뱀파이어 학교인데 백야 혼자 인간인 거지? 쟤는 왜 저기 있는 거야?? 먹이야?

넘어지지 않도록 잡아 줄 땐 언제고 차갑게 뒤돌아선 지한은 교실로 들어갔다.

뱀파이어 친구들은 인간인 백야를 싫어하는 듯했다. 스스로 인간의 삶을 버리기 위해 찾아왔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유연 : 누가 괴롭혔어? 안색이 안 좋은데.]

백야가 자리에 앉자 유연이 뒤를 돌아봤다.

[유연 : 힘들면 그만둬도 돼.]

[백야 : 아니야, 안 힘들어.]

[유연 : 그래? 그럼 내가 더 분발해야겠네.]

유연이 싱긋 웃자 함성이 더욱 커졌다. 그의 책상엔 조금 전까지 백야를 괴롭히던 해골이 놓여 있었다.

이어서 뒷문이 열리며 청이 등장했다.

긴 다리로 다가와 백야의 책상에 걸터앉은 청은 천진난만한 얼굴로 혈액 팩을 내밀었다.

[청 : 먹을래?]

청이 내민 혈액 팩에선 비릿한 피 냄새가 진동했다.

[백야 : 우욱.]

순간 올라오는 구역질에 백야가 입을 틀어막았다. 그러자 청의 얼굴도 순식간에 굳어졌다.

[청 : 이깟 피 냄새도 못 맡으면서. 왜 괴물이 되려고 해?]

- 갭모에의 교과서 청청

- 왜 울 애기 괴롭혀ㅠㅠㅠ 너네 사이 좋잖아ㅠㅠ

- 할미는 너희를 그렇게 못되게 키우지 않았는데...

- 백야는 뱀파이어가 되고 싶어서 저 학교 찾아간 건데 애들이 반대하나 보네

[청 : 지금이라도 안 하겠다 해.]

청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교실에 있던 뱀파이어들의 시선이 한데 모였다. 관심 없는 척 다른 일을 하던 지한과 율무도 청을 바라봤다.

싸늘해진 공기.

수십 개의 붉은 눈동자.

겁에 질린 듯 백야의 주먹이 세게 쥐어졌다. 그러자 손톱이 여린 살을 파고들며 상처를 만들었다.

[유연 : 야, 너…!]

피 냄새가 교실에 퍼지자, 몇몇 뱀파이어들이 송곳니를 드러내며 달려들었다.

크아악!

백야가 눈을 질끈 감으며 팔로 머리를 감쌌다.

[유연 : 미쳤어?!]

콰앙!

큰 소리가 나며 유연이 백야의 손목을 낚아챘다.

엉망으로 널브러진 의자와 책상.

벽에 박혀 정신을 잃은 뱀파이어와 그를 제압한 율무와 지한, 청이 다른 뱀파이어들을 경계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때 뒷문이 열리며 민성이 등장했다.

- 뱀학루등

- 주인공은 마지막에 등장하는 게 국룰이니까 민성이가 남주인가 봐

- 나는 대체 뭘 보고 있는 걸까...

희미한 피 냄새를 맡은 민성이 미간을 찌푸렸다.

장난감 취급을 받으면서도 백야가 아직까지 살아 있는 이유는 학생회장이자 이들의 우두머리인 민성의 경고 때문인 것 같았다.

[민성 : 따라와.]

백야가 멤버들의 눈치를 보며 민성의 뒤를 따라갔다.

장면이 바뀌고 옥상에 서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 제발 (길어 짤.jpg)

- 그만하고 무대나 보여줘...

- 누가 봐도 사연 있는 얼굴

- 무슨 내용인지 모르시겠다고요? 얼굴이 개연성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겁니다

- 이 정도면 볼만하지 않나?

└ 나잉이 당신들은 대체 어떤 덕질을 하고 있는 거죠?

트인 공간으로 나오자 숨쉬기가 한결 편해진 듯 민성의 얼굴이 편안해졌다.

주눅이 든 백야는 고개를 숙인 채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백야 : 자꾸 귀찮게 해 드려서 죄송해요. 그러니까 저 그냥 물어 주시면 이런 일도 없을 텐데….]

[민성 : 왜 인간의 삶을 포기하려는 거지? 내가 납득할 수 있을 만한 이유를 대.]

[백야 : 사실…. 저에겐 남은 시간이 얼마 없어요.]

- 아악!!! 누가 쟤네 입 좀 막아!!

- 휘몰아치는 전개와 세기말 대사에 정신이 혼미해짐

- 아가 그게 무슨 말이니?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니...

- 젠장 시한부였어?

- 시한부 병약 미소년 존맛인데

[백야 : 괴물이 돼서라도 기억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 이젠 아무리 떠올리려고 해도 기억나지 않아요.]

백야의 눈에서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렸다.

- 잘생긴 남자는 울려야 제맛인데 얘는 좀 죄책감 든다...

- 어떻게 대사 끝나자마자 한쪽 눈에서만 눈물이 흘러내리냐고ㅜㅜ 내 새끼 연기도 짱 잘해

- 눈 빨개진 것 좀 봐ㅠㅠ 할미 억장 다 무너지는 중

- JAMA 지금 우는 애 어디 누구야? 처연미 ㄹㅈㄷ

- 탐라 홍수남

백야의 이야기를 들은 뱀파이어들은 표정이 굳어 있었다.

[백야 : 뱀파이어는 다 기억할 수 있잖아요. 죽기 전에 주마등이 스친다고 들었어요.]

[백야 : 저 꼭 기억해 내야 해요. 제발요….]

백야가 무릎을 꿇으며 민성의 다리를 잡고 늘어졌다.

입술을 짓씹은 유연이 다가와 그런 백야를 일으켰다.

[유연 : 일어나. 오늘은 집으로 돌아가.]

[백야 : 안 돼요. 저 아직 할 말이 더 남았는….]

유연과 눈이 마주치자 울며 애원하던 백야가 힘없이 늘어졌다.

백야의 시선을 따라 밤하늘을 비추던 카메라는 서서히 파랗게 물들었다.

장면이 바뀌며 왁자지껄한 교실 전경이 보였다.

창가의 제일 끝자리.

교복을 입은 백야가 살랑거리는 커튼 앞에서 편지를 쓰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율무 : 백야야~ 같이 매점, 어? 너 뭐 써? 편지?]

[백야 : 안 돼…!]

[율무 : 안녕? 나는 백야야. 우리가 알게 된 지도 벌써 2년…. 뭐야, 이거 고백 편지야?]

[백야 : 아니야, 내놔.]

[율무 : 맞는데 뭘~ 얘들아, 백야 좋아하는 사람 있대~]

그 순간 VCR이 끝나며 현장 화면으로 바뀌었다.

[In My Dreams]

본무대가 비치며 소제목이 자막으로 떠올랐다.

하이틴의 전주가 시작되며 무대 중앙에 대형을 갖추고 선 멤버들이 보였다.

영상에 나온 것과 같은 교복을 입은 멤버들은 편곡된 반주에 맞춰 단체 군무를 선보였다.

30초 정도 이어진 짧은 인트로가 끝나자 본격적인 무대가 시작됐다.

- 무대 시작하자마자 토끼 난입 (민성 캡쳐.jpg)

- VCR 내내 어둡다가 갑자기 너무 청량해져서 얼어 죽을 뻔

- 교복이 슈트로 보이는 마법

민성의 도입부로 시작된 하이틴은 청량 콘셉트답게 밝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숨어 있는 카메라를 잘도 찾아낸 멤버들은 윙크며 볼 콕이며 과하지 않게 끼를 부렸다.

곡은 어느새 2절 하이라이트를 맞이했다.

사이드에서 착실히 안무를 소화하던 백야가 율무의 파트를 받아 애드리브를 내지르자, 공연장의 함성 소리가 커졌다.

방긋 웃는 얼굴로 고음을 소화하는 모습이 원샷으로 잡혔다.

- 갓기 명창 결국 홍콩 찢음

- 대기석에 있던 신인 남돌 입틀막 상태로 굳어 있음ㅋㅋㅋㅋ

- 초고음 찐 라이브로 내지르는 복숭아 덕분에 귀 멀어버림 (안 들려요 짤.jpg)

- 애기 이제 손가락 같이 안 올라가네ㅠㅠ 귀여웠는데...

백야의 애드리브 구간이 끝나자 중앙으로 모인 데이즈는 볼 콕을 하며 엔딩 포즈를 취했다.

다시 어두워진 무대.

전면 LED 판에 다시 VCR 영상이 재생됐다.

첫 번째 영상과 이어지는지 백야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 사위가 밝은 걸 보니 낮인 듯했다.

[백야 : 여기가 어디….]

몸을 일으키자 이마 위에 얹어져 있던 물수건이 떨어졌다.

방을 둘러보며 낯설어하던 백야는 탁자 위에 놓인 밴드와 연고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 아래 뒤집혀 있는 한 장의 사진까지. 뒷면에는 짧은 메모가 적혀 있었다.

[만월이 뜨면 이곳에서 만나. 네가 궁금해하던 진실을 알려 줄게.]

사진을 뒤집어 보자 교복을 입고 찍은 데이즈의 단체 사진이 보였다.

햇빛 아래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얼굴. 백야가 뱀파이어가 되는 걸 누구보다 싫어하던 이들의 얼굴이었다.

[백야 : 설마….]

침대에서 내려온 백야가 방문을 열고 나서는 장면을 끝으로 두 번째 무대가 시작됐다.

* * *

[Lunar Eclipse]

조명이 꺼진 무대.

하얀 달 위로 검은 원이 서서히 겹치며 월식이 진행됐다.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진 달은 테두리의 하얀 링 모양만 남겨졌다.

관객석의 팬 라이트만이 유일한 색을 띠길 잠시.

그림자가 걷히며 달빛 아래 NAN 대형을 갖추고 선 멤버들이 다시 등장했다.

편곡된 곡은 전주 부분을 과감히 생략한 대신 민성의 음색을 강조했다.

- Under the Moonlight

만월 아래로 널 유인해

고운 손이 달빛을 거머쥐듯 허공으로 솟구치자 멤버들의 시선도 위를 향했다.

VCR이 나가는 짧은 시간 동안 의상을 갈아입은 데이즈는 제복 차림이었는데. 각자의 개성에 맞게 제작된 제복은 언뜻 보기에도 달려 있는 장식이 화려했다.

뱀파이어 성을 콘셉트로 꾸며진 무대는 불이 켜진 샹들리에가 곳곳에 놓여 있었다.

- 내 뜨거운 숨을 앗아가

Night After Night

사이드에 있던 백야가 센터로 들어오며 첫 후렴구가 시작됐다.

움직일 때마다 단추가 부딪혀 이어 마이크에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그대로 들어갔다.

- 얼어붙은 입술이 내려앉아

날카롭게 파고들어

자신의 파트에서 앞으로 치고 나온 율무가 목 위로 두 손을 겹쳐 쥐며 고개를 젖혀 돌렸다.

뼈마디가 도드라진 손등 위의 장신구가 자세히 보였다.

팔찌와 반지를 잇는 은색의 체인.

그러나 눈을 느리게 뜨며 카메라를 지그시 바라보는 시선에 장신구 따위는 금세 잊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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