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인데 패시브가 개복치-229화 (229/340)

제229화

시상식이 끝난 후, SNS에는 데이즈의 첫 대상을 축하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 왜요? 제가 대상 가수 데이즈의 팬처럼 보이시나요?ㅎㅎㅎ

- 애들 수상소감 말하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ㅅ;

- 진심 구라 안치고 애들 이름 불리자마자 오열했다ㅜㅜㅜㅜ

- 옆 사람 울면 따라 우는 복숭아ㅠㅠ 과즙 떨어지는 중 (백야 캡처.jpg)

- 민성이 수상소감 말하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목소리 떨리는 거 내 눈물버튼ㅠㅠㅠ

- 과분한 상이라니... 충분히 받을만했어ㅜㅜ 하이틴이 못 받으면 누가 받냐고

- 놀라는 거 보니까 정말 기대 1도 안 했었나 보다... 난 당연히 받을 거라 생각했는데ㅎㅎ (대상 발표 직후 데이즈 반응.gif)

- 본상, 핫 트렌드상, 대상(올해의 노래) 3관왕 축하해♥

- 애들 호텔 가서 유앱 켜줬으면 좋겠다ㅜㅜ

- 유기농율무 프리뷰 벌써 뜸? 아... 사진 보니까 또 눈물 난다

깊게 눌러쓴 모자와 검은색 롱패딩.

율무를 최애로 둔 ‘유기농율무’의 홈마는 공연장 밖, 광장 어딘가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

컨트롤 다이얼을 누르며 마음에 드는 사진을 고르던 그녀는 핸드폰으로 카메라 모니터에 뜬 사진을 재촬영했다.

- JAMA 홍콩 프리뷰 (눈물 참는 율무 사진.jpg)

커다란 눈망울로 눈물을 뚝뚝 흘리며 예쁘게 웃는데, 그 모습이 미치게 아름다웠다.

숙소로 갈 생각이 없어 보이는 그녀의 곁에는 비슷한 착장을 한 홈마들이 떼거지로 모여 있었다.

다들 그녀와 비슷한 행동을 하며 열심히 프리뷰를 업로드하는데, 한쪽에서 유앱을 외치는 목소리가 들렸다.

“헉! 애들 유앱!”

유앱이라는 소리에 고개를 치켜든 무리는 하이에나 같은 눈을 번쩍였다.

[DASE|나잉이 대상 축하해요!]

호텔로 돌아가자마자 바로 켠 건지, 옷차림이 수상 소감을 말하던 복장 그대로였다.

[율무 : 오구오구~ 우리 키티 이제 다 울어쪄?]

[청 : 모라는 거야, 바보가….]

[율무 : 호텔 오는 내내 울었잖아. 눈 부은 것 좀 봐. (웃음)]

율무가 청의 턱을 살살 간질거리며 귀여워하자, 막내의 눈썹이 삐죽 올라갔다.

[청 : 햄스터! 물어!]

울었다는 사실이 부끄러운지, 청은 백야의 어깨를 잡아 율무 앞으로 내밀었다.

[유연 : 유치해 진짜.]

[민성 : 왜들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지금 다들 기분이 너무 좋아서 조금 미친 거 같은, 헉.]

[지한 : 형.]

저도 모르게 욕을 할 뻔한 민성이 입을 가리며 놀란 토끼 눈을 떴다.

[유연 : 대충 다 들어오신 것 같은데 슬슬 시작할까요?]

유연이 능숙하게 화제를 돌렸다.

[민성 : 자, 인사할게요.]

[단체 : For your days! 안녕하세요. 데이즈입니다~]

멤버들이 앉은 자리에서 꾸벅 고개를 숙였다.

[민성 : 여러분, 저희가 대상을 받았습니다!]

[단체 : 와아아~]

민성의 발표에 멤버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지한은 등장부터 들고 있던 트로피를 내밀며 팬들에게 ‘대상’이라 적힌 글자를 자세히 보여 주었다.

[지한 : 보이세요? 대상 트로피예요. 여러분 대신 저희가 받았어요.]

[백야 : 맞아요. 이 상은 나잉이 거예요.]

[청 : 맞아!]

막내즈가 자연스레 끼어들었다.

청은 백야의 뒤에서 몸을 끌어안은 상태로, 백야의 어깨에 턱을 괸 채 기댄 모습이었다.

- 나도 복숭아 백허그 할래ㅠㅠ

- 청이 애착 햄스터 인형 = 백야

- 대상 축하해♡

- 막내즈 얼굴 갭 차이 단짠단짠 쩔어

- 늑대가 복숭아를 먹던가..?

멤버들은 생방송 땐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하고 싶은 말을 다 못 한 것도 있고, 나잉이가 너무 보고 싶어서 라이브 방송을 켰다고 했다.

[백야 : 사실 전 민성이 형이 소감 말하는 순간까지도 믿기지가 않아서 좀 멍한 상태였거든요? 그러다가 고개를 딱 돌렸는데 얘가 막 울고 있는 거예요.]

[청 : No! 나는 유연 때문이야!]

[유연 : 왜 또 나 때문이야.]

자연스럽게 이어진 비하인드 토크에 유연이 민망해했다.

[율무 : 근데 얘는 걸어 나갈 때부터 울고 있지 않았어?]

[유연 :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여러분, 이건 모함이에요.]

[민성 : 뭐 어때, 부끄러운 것도 아닌데. 근데 여기서 안 운 사람 있어? 지한이도 울고 다 울었잖아.]

[지한 : …….]

[율무 : 맞아. 그만큼 기쁘다는 거지~ 기쁨의 눈물!]

율무가 저희 팀은 다 울보였다며 쿨하게 인정했다.

이어서 시간 관계상 시상식에선 하지 못했던 소감을 한 명씩 돌아가며 전했다.

그러다 자신의 차례 바로 직전에 ‘저희 여섯 명이서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함께하겠다.’고 말하는 유연 때문에 백야가 울컥했다.

[민성 : 말씀 중에 죄송한데 그거 결혼식 주례사 멘트 아니에요? 검은 머리 파뿌리. (웃음)]

[유연 : 영원하자는 말 중에 이만큼 와닿는 게 없어요.]

[민성 : 그건 그래요.]

[청 : 모라는 거야. Next! 햄스터!]

[백야 : 어…….]

눈물이 날 것 같던 백야는 괜히 눈썹을 긁는 척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뒤를 돌아보고 있던 민성이 몸을 숙여 백야의 얼굴을 가까이 들여다보았다.

[민성 : 울어?]

[백야 : …아니야.]

[청 : What?]

멤버들이 관심을 가지자, 더 감정이 북받친 백야는 민성의 등에 얼굴을 파묻으며 대답을 피했다.

멤버들의 다정한 시선이 한 사람을 향했다.

약한 모습을 보이는 백야에 채팅창마저 눈물바다가 되자, 민성이 등을 토닥여 주며 대신 말을 이었다.

[민성 : 사실 백야가 올해 정말 고생 많았거든요.]

민성도 말하면서 울컥하는지 눈가가 촉촉해졌다.

[유연 : 맞아요. 저희보다 스케줄도 많았는데 뒤처지면 안 된다고 두 배로 연습하고. 백도가 진짜 고생 많이 했어요.]

[지한 : 특히 하이틴이라는 곡은 한백야 아니었으면 이렇게 되기 힘들었지.]

[백야 : 아…. 미치겠다. 너희 왜 그래.]

그때 고개를 든 백야가 주먹으로 눈을 꾹 한 번 누르더니 떼어 냈다.

[백야 : 크흠. 저 안 울어요. 하품한 거예요.]

헛기침을 하며 잠긴 목을 풀어낸 백야는 그제야 소감을 말했다.

[백야 : 저 절대 힘들어서 운 거 아니고 그냥 기뻐서…. 멤버들 처음 만났을 때 생각나서 감정이 조금 격해져서 그랬는데….]

잠시 입술을 말아 물며 생각을 정리한 백야는 이내 말을 이었다.

[백야 : 감사합니다. 저는 여러분이랑 멤버들 덕분에 하나도 힘들지 않아요. 제 나름대로 방법을 한번 찾아보려고요.]

[민성 : 방법?]

[청 : 밥푸리 되는 방법?]

[백야 : 비슷한 거.]

[청 : No! 그럴 필요 없어. 백야는 이미 성공인데?]

[유연 :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유연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지는 순간, 청이 손톱을 조금만 쥐며 쌀알을 표현하자 멤버들이 박장대소했다.

[율무 : 푸하하! 얘 밥풀 말하는 거 아니야?]

[유연 : 밥풀 말고 파뿌리라고.]

[청 : 그래, 밥푸리! 맨날 먹는 거!]

[유연 : 와…. 얘 어떡하지?]

감동이 박살 났다.

눈치껏 청의 입을 막은 지한이 그를 사이드로 끌어내자 겨우 분위기가 수습됐다.

[백야 : 너 이씨….]

[지한 : 내가 잘 잡고 있을게. 하려던 말마저 해.]

청을 가볍게 노려본 백야는 입술을 삐죽이며 남은 소감을 이었다.

[백야 : 그냥 저보다는 멤버들이 더 고생했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받은 칭찬을 그대로 돌려주는 모습에 채팅창은 다시 눈물바다가 됐다.

- 서로 챙겨주는 모습 너무 훈훈하다ㅠㅠ

- 데이즈 우정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평생 가♡♡♡

- 청이 진짜ㅋㅋㅋㅋ 분위기 와장창 만드는데 타고났다고ㅋㅋㅋ 백야 이미 밥풀만 하대ㅠㅠ

청이 덕분에 되살아난 텐션으로 적당히 분위기가 좋았다.

[율무 : 아! 그런데 여러분, 저희 무대는 어땠어요?]

[청 : 유연 진짜 멋있어!]

[유연 : 웬일이냐, 네가.]

[청 : 멋있는 건 멋있는 거니까.]

청의 인정이 나쁘진 않은지 유연의 보조개가 쏙 들어갔다.

[지한 : 얼마나 연습했지?]

[유연 : 저희 3주? 스케줄 맞추는 게 어려워서 각자 연습한 다음에 만났는데, 한 네 번 정도 맞춰 본 것 같아요.]

[백야 : 와…. 네 번 맞춰 본 게 그 정도라고?]

백야가 진심으로 감탄하자 유연이 피식 웃었다.

[유연 : 다 울었냐?]

[백야 : 하품한 거라니까….]

[민성 : 쟤는 인간이 아니야.]

[율무 : 그건 그래. 저희 연습생 때 엄청 어려운 안무 있었잖아요. 단체 과제로 내준 거.]

[청 : 아! 이거?]

청이 자리에서 대충 동작을 선보이자 멤버들도 기억나는 듯 맞장구를 쳤다.

해당 안무를 처음 보는 백야만 경악한 얼굴로 눈을 비볐다.

[백야 : 방금 뭐 한 거야?]

[민성 : 난 그거 아직도 어려워.]

[율무 : 저희는 저걸 하루 종일 연습해서 겨우 췄는데, 유연이는 그날 보고 대충 따라 해 보더니 바로 추는 거예요. 한 30분? 그때 알았죠. 아~ 우리 애는 천재구나.]

[유연 : 무슨 천재씩이나. 그 정도는 아니야.]

[율무 : 들으셨죠? 저희 애가 이렇게 겸손합니다.]

율무가 유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뿌듯해했다.

- 데이즈 무대도 멋있었어~

- 마지막에 지한이랑 백야 퍼포먼스 보고 아직까지 숨 못 쉬는 중

댓글을 살피던 멤버들은 자연스레 아웃트로 퍼포먼스 이야기로 넘어갔다.

[율무 : 사실 백야 목 제가 물고 싶었는데 호랭이 형이 안 된다고 했어요. 아까워~]

[민성 : 변태니?]

[유연 : 그걸 이제 알았어?]

유연이 이때다 싶어 율무 몰이에 시동을 걸었다.

[율무 : 맞다! 예전에 누가 백야 물면 무슨 맛 나냐고 여쭤봐 주신 분 계셨는데? 지한 씨, 당백이는 무슨 맛이 나나요?]

율무가 인터뷰를 하듯 주먹 쥔 손을 내밀자 지한이 순순히 받아 주었다.

[지한 : 복숭아 맛이요.]

[백야 : 야, 너까지 왜 이래?]

[지한 : 왜? 복숭아 맛이 나서 복숭아 맛이 난다고 한 건데. 왜 복숭아 맛이 나냐고 물어보면 보, 읍.]

[백야 : 미쳤나 봐 진짜…!]

백야가 놀란 눈을 뜨며 지한의 입을 틀어막았다.

- 지한이가... 저런 말을 한다고? 백야 당신은 도대체......

- 가끔 지한이한테서 은은한 광기가 느껴져

- 지한아 너 좀 낯설다..?

- 얘네는 백야 한정 주접에 진심이야... 우리보다 더한 놈들임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창엔 데이즈를 정확히 파악한 날카로운 댓글들도 더러 보였다.

똑똑똑-

그때 객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청 : 오! 밥이다! 밥풀이 친구 왔어!]

[백야 : 야!]

[민성 : 룸서비스 시킨 거 왔나 봐요. 사실 저희가 바로 호텔로 돌아와서 아직 저녁을 못 먹었거든요.]

밥도 안 먹고 유앱부터 켰다는 말에 채팅창이 뒤집어졌다.

얼른 끄고 밥을 먹으러 가라는 댓글이 물밀듯이 올라오자, 멤버들이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작별 인사를 건넸다.

[민성 : 저희 그럼 가 볼게요.]

[지한 : 한국에서 뵙겠습니다.]

[율무 : 나잉이 뽀뽀 쪽~]

방송은 그렇게 종료됐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