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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아이돌인데 패시브가 개복치-238화 (238/340)

제238화

“…왜 욕을 하고 그래?”

“No! 햄스터한테 한 거 아니야!”

청이 치켜뜬 눈으로 유연을 노려보자, 당황한 유연이 돌연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콜록, 콜록.”

얜 또 왜 이래?

침을 삼키다 사레에 자주 걸리는 개복치는 그 고통을 알기에 말없이 등을 두드려 주었다.

“콜록, 큽. 고맙,”

“물 떠다 줄까?”

“아니, 괜찮, 콜록.”

백야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삐걱거리는 두 사람을 번갈아 봤다.

‘쟤도 가만히 앉아 있었을 텐데. 갑자기 어깨가 왜 아프지?’

백야의 시선이 청의 어깨에 닿았다.

청은 유연을 향해 일부러 그랬냐며 추궁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전적이 있다 보니 오해를 푸는 게 쉽지 않아 보였다.

“사기꾼!”

“야, 사기라니. 그러게 왜 쓸데없이 어깨는 넓어서….”

“What?”

“미안. 많이 아프냐?”

“내가 넓고 싶어서 넓나! 이 고구마 호박!”

“뭐, 고구마 호박? 어떻게 그런 심한 말을 할 수가 있어?”

“배 째!”

뭐 때문에 싸우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두 사람은 이제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투닥거리고 있었다.

이에 백야가 나서기로 했다.

“왜 싸우고 그래. 청아, 어깨가 왜 아픈데? 쟤한테 맞았어?”

“백도. 나를 뭐로 보고,”

“당근 하지! 햄스터 물어!”

“야. 아니, 실수잖아. 어디 봐.”

“끼아악! Get away!”

유연이 청의 티셔츠를 잡아당기자, 청이 기겁하며 그의 팔뚝을 찰싹찰싹 내려쳤다.

“거, 되게 까칠하게 구네. 아니, 얼마나 다쳤는지 봐야 알 거 아니야.”

“No! 나는 햄스터만 만질 수 있어!”

청의 발언에 이번에는 백야의 얼굴이 구겨졌다.

“…아니? 나는 별로 만지고 싶지 않아.”

백야가 청에게서 멀어지며 거리를 벌렸다. 그러다 청의 엉덩이 바로 옆에 떨어져 있는 자신의 핸드폰을 발견했다.

“내 핸드폰이 왜 거기 있어?”

바로 옆에 뒀던 것 같은데.

마침 떨어진 위치도 청이 통증을 호소하는 어깨 아래였다. 백야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조금 전까지 으르렁거리던 두 사람이 빠르게 화해했다.

“Hey. I’ll forgive you.”

“그래. 고맙다.”

갑자기 포옹을 하며 서로의 등을 토닥이는 청과 유연에 백야는 황당한 얼굴이 되었다.

“갑자기?”

“원래 싸움은 칼로 물 베기지!”

“어어, 그치. 한국어도 제대로 못 하는 애랑 싸워서 뭐 하겠냐.”

“No. 내가 햄스터보다 잘해.”

“그건 인정.”

조금 전까지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더니 지금은 죽이 척척 맞았다.

“뭐야…. 이상해.”

백야는 찜찜한 기분을 안고 방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멤버들의 이상 행동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청과 유연이 사라지자 이번에는 율무가 나타났다.

“당백아~”

백야는 침대에 엎드려 대환과 시윤의 듀엣 커버 영상을 보고 있었다.

힐끔.

시선을 들어 보니 라면 상자를 든 율무가 건치를 자랑하며 서 있었다.

“뭘 쪼개.”

지한과 붙어 다니더니 언어가 많이 격해진 백야였다.

황급히 강냉이를 숨긴 율무는 백야의 맞은편에 앉으며 소리를 냈다.

“읏차~”

그러나 관종에게는 먹이 금지가 국룰.

이제는 시선조차 주지 않지만 율무는 예상했다는 듯 태연하게 자신의 할 일을 했다. 옆구리에 끼고 온 간이 테이블을 펼친 그는 그 위로 가스버너를 세팅했다.

‘저게 또 무슨 사고를 치려고.’

관심 없는 척하지만 바로 앞에서 부스럭거리니 신경이 쓰였다.

백야가 아닌 척 곁눈질을 하자, 이를 눈치챈 율무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이어서 라면 상자 안에서 비스킷과 초콜릿, 마시멜로가 등장하자 백야의 눈이 좀 더 커졌다.

‘저건…!’

청이 자주 만들어 주는 캠핑 푸드. 스모어가 틀림없었다.

삐진 척하던 것도 잊은 모양인지 백야의 고개가 완전히 돌려졌다. 율무는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묵묵히 재료 손질을 시작했다.

스모어는 개복치를 낚을 미끼이자 백야가 좋아하는 간식이었다.

“맛있겠지?”

율무가 갑자기 말을 걸자, 깜짝 놀란 백야가 침대 위로 철퍼덕 엎드렸다.

“왜 여기서 이래? 나가.”

“아잉~ 나랑 계속 말 안 할 거야? 이러다 우리 불화설 터지면 어떡해?”

“그럴 일 없어, 나율무 씨. 밖에선 비즈니스적으로 대할 거니까.”

“애기 귀여운데 왜~ 아니면 네가 날 애기라고 부를래?”

“미쳤어? 그게 더 싫어.”

“아이잉~”

“징그럽거든? 좀 나가 줄래?”

무자비한 애교 폭격에 백야가 눈을 질끈 감았다.

“씨이…. 지한아!”

그리곤 SOS를 요청했다.

율무를 쉽게 해치울 수 있는 건 조또가 유일했으니까.

“왜.”

지한은 백야가 부르기 무섭게 나타났다.

“얘가 우리 방에서 이상한 짓 해!”

백야의 손이 율무를 가리켰다. 그러나 지한은 이미 그와 한통속이었다.

“여기서 뭐 해.”

“스모어 만들지~ 하나 줄까?”

“응.”

지한의 손바닥 위로 먹음직스러운 스모어가 올려졌다.

바삭-

부서진 크래커 사이로 마시멜로와 초콜릿이 길게 늘어지자 백야의 입술도 벌어졌다.

‘저, 저 배신자! 끌어내라고 부르니까 왜 저걸 먹고 있어?’

백야의 입꼬리가 아래로 휘었다.

“맛있네.”

“그치? 당백이도 한입~?”

“안 먹어!”

“정말? 이거 지인~짜 맛있는 건데. 스위스 초콜릿이야. 마시멜로도 제일 비싼 거로 샀는데.”

미련이 뚝뚝 흘러넘치는 눈이 율무의 손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됐거든? 내가 만들어 먹을 수 있어.”

개복치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생각보다 쉽게 넘어오지 않자 율무와 지한이 눈빛을 교환했다.

“하긴. 찜질방 가서 사 먹으면 되니까.”

“바보야? 찜질방에서 그걸 왜 팔아.”

“안 팔아? 거긴 뜨겁잖아~”

“뭐라는 거야, 바보가.”

백야는 이상한 놈을 다 본다는 얼굴로 율무를 위아래로 훑었다. 자신을 떠보는 거라곤 전혀 생각도 못 하는 눈치였다.

“그래? 인터넷에서 본 것 같은데. 요즘엔 팔지 않을까?”

“안 판다고. 내가 최근에 가 봤어.”

“아~ 그래?”

사진 속 뒷모습은 백야가 맞았다.

순조롭게 사실 확인을 마쳤으니 이번에는 찜질방의 소재지를 파악해야 했다.

“내가 찜질방을 안 가 본 지가 너무 오래돼서~ 그러고 보니까 오랜만에 찜질방 가고 싶다.”

“가든가 말든가.”

“당백이 아는 데 있어? 숙소 근처에 갈 만한 곳이라든가~ 자, 이건 뇌물이야.”

율무가 백야의 손에 스모어를 쥐여 주며 정신을 쏙 빼놓았다.

입맛을 다시며 스모어와 율무를 번갈아 보던 백야는 결국 달콤한 유혹을 참지 못했다.

“숙소 근처에 24시 있어.”

냠.

대충 대답해 준 백야는 스모어를 한입 베어 물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아~ 숙소 근처에 있어?”

“응.”

율무가 한 접시 가득 만든 스모어를 통째로 내어 주며 지한을 힐끔거렸다. 눈이 마주치자 그의 고개가 가볍게 끄덕여지는 게, 해당 찜질방을 찾아낸 듯 했다.

“당백이 맛있어~?”

“뭐…. 먹을 만하네.”

“이제 화는 풀렸고?”

그렇지 않아도 슬슬 용서해 줘야겠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는데.

스모어까지 손수 만들어 바치는 노력이 가상하기도 하고, 실수였다고 싹싹 빌기까지 했으니 이만하면 복수도 할 만큼 한 것 같았다.

“그래.”

“정말?! 그럼 우리 유닛도,”

“그건 아니고.”

그러나 거기까지.

용서해 준다고 해서 유닛 무대의 기회까지 다시 주겠다는 뜻은 아닌 모양이었다.

한편 율무의 기습으로 반칙을 당할 뻔한 지한은 눈꼬리를 치켜뜨며 율무의 손목을 세게 쥐었다.

“나율무. 선 넘지 마.”

서늘한 눈빛과 마주치기 무섭게 그가 꼬리를 내렸다.

하마터면 동맹에 금이 갈 뻔했다.

* * *

[<믿고 보는 연기돌(1)> 완료!]

[퀘스트 보상이 지급됩니다 : 1 스타 포인트]

다음 날, 새벽부터 샵을 찾은 백야는 꾸벅꾸벅 졸며 머리를 말고 있었다.

그러다 불투명한 상태 창을 발견하곤 잠이 달아났는데. 아무리 봐도 초면인 퀘스트에 개복치의 고개가 갸우뚱 기울었다.

‘연기돌? 내가 저런 퀘스트를 하고 있었나?’

작년 11월. JAMA VCR을 촬영하러 가던 길에 뜬 퀘스트라 기억을 못 하는 것도 당연했다.

퀘스트 내용이 가물가물했던 백야는 다시 한번 확인해 보기로 했다.

[<믿고 보는 연기돌(1)> : 3달 안에 드라마 관계자의 눈에 띄어 오디션 제의받기]

무려 패시브 강화가 걸려 있는 퀘스트였다.

‘오디션 제의? 이런 게 있었어?’

그런데 퀘스트 완료 창이 떴다는 건 어디서 오디션 제의가 들어오긴 했다는 거 아닌가.

자신을 찾는 감독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참 보는 눈이 없다고 생각했다.

‘안 보면 그만이지.’

그러나 1이 있으면 2도 있는 법.

백야를 가만히 내버려 둘 시스템이 아니었다.

[새로운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

[Q. 믿고 보는 연기돌(2) :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한 당신!

이번에는 오디션에 통과해 작품에 캐스팅되어 봅시다! 미니시리즈, 단막극, 카메오, 어떤 것도 좋아요~

※ 실패 시 패시브 강화]

‘진짜 딱 한 대만 패고 싶다.’

연기에는 뜻이 개미 똥만큼도 없는데 왜 자꾸 연기를 하라는 건지.

백야가 이를 갈며 앞을 노려봤다.

“연기 연습하시는 거예요? 삐진 척?”

“…네?”

거울을 뚫어지라 쳐다보는 부릅뜬 눈. 씰룩거리는 윗입술. 움켜쥔 주먹까지.

누가 봐도 화난 얼굴이잖아요….

백야의 얼굴이 떨떠름해졌다.

“백야 씨는 시트콤 막내아들 이런 역할도 잘 어울리실 것 같아요. 요즘은 아이돌들도 연기 많이 하던데.”

“아니에요. 전 무대가 더 재밌어요. 아직 그룹 활동을 더 열심히 하고 싶기도 하고….”

“하긴. 연기는 나중에 해도 되니까요.”

어차피 제한 시간이 있는 퀘스트도 아니니,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백야의 속셈을 눈치챈 시스템이 말을 바꿨다.

[오류!]

[<믿고 보는 연기돌(2)> 퀘스트 제한 시간 ‘1달’이 추가됩니다!]

‘뭬야?!’

개복치는 눈을 뜨고 코를 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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