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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아이돌인데 패시브가 개복치-253화 (253/340)

제253화

당황한 율무가 입술을 할짝댔다. 요동치는 동공이 그가 지금 얼마나 당황했는지 알려 주고 있었다.

“짜짜…?”

“미친. 나나 귀여워!”

“세상에. 아가야 그런 말 쓰면 안 되는데….”

“아가래 미친.”

요즘 애들은 다 이런가.

잼민이의 격한 표현에 율무가 어쩔 줄 몰라 했다.

“데이즈 나율무 맞죠?”

“으응. 맞긴 한데…. 어린이는 이름이 뭐예요?”

저를 어린애 취급하는 율무가 언짢은지 샛별이 얼굴을 찌푸렸다.

“저 벌써 아홉 살인데. 상암초 2학년 김샛별이에요. 그런데 진짜 나율무 맞아요? 나보다 더 아가 같아.”

“…….”

올해로 22세.

신장 186cm.

110cm가 될까 말까 해 보이는 초딩에게 어린 취급을 받게 된 율무 아가는 충격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래도 삼촌 이름을 그렇게….”

“와 찢었다. 나 실물 처음 봐. 인간 맞아요? 아닌 거 같아.”

조그마한 손가락이 율무의 볼을 콕 찔렀다. 진짜 사람인지 아닌지 확인해 보는 것 같았다.

“진짜야. 박박….”

아까부터 반은 알아듣고 반은 못 알아듣는 중인 율무는 퍽 난감했다.

“음…. 지금 어디 가는 길이에요?”

“저는 음악 학원이요. 율무는 어디 가세요?”

호칭만 율무일 뿐, 샛별은 착실히 존댓말을 쓰고 있었다. 훌륭한 반존대에 율무는 웃음이 새어 나왔다.

“삼촌은 7층에 있는 키즈 카페 가는 중이었어요.”

“거기는 아가들이나 가는 덴데? 나도 옛날에는 갔는데 지금은 안 가요.”

“그래요? 삼촌은 거기서 받아야 할 게 있어서 꼭 가야 하는데.”

“그게 뭔데요?”

엘리베이터는 도착한 지 오래였지만, 샛별은 율무와 헤어지기 싫은지 못 본 척하고 있었다.

“학원 늦겠다. 우리 일단 이거 탈까?”

율무가 닫히기 직전의 엘리베이터를 잡으며 안쪽을 가리켰다. 그러나 샛별은 고개를 도리질 치며 승차를 거부했다.

“학원 안 가도 돼요. 사실 오늘 안 가는 날인데 그냥 온 거예요.”

율무와 더 있고 싶어서 늑장을 부리는 게 티가 났다. 빤히 보이는 거짓말에 율무가 웃음을 삼켰다.

“그렇구나~ 오늘 안 가는 날이었구나? 그런데 왜 여기까지 왔어요?”

“그냥…….”

샛별이 발 장난을 치며 초조해하자 율무가 손을 내밀었다.

“삼촌이 학원까지 데려다주고 싶은데. 율무는 밥도 많~이 먹고 숙제도 잘하는 나잉이가 좋아요.”

육아 만렙이라도 되는 듯 아이를 다루는 능력이 수준급이었다.

“…정말요?”

“응. 정말요.”

“그럼 갈래요.”

율무의 손을 잡은 샛별이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아이의 손을 잡느라 구부정하게 굽은 허리가 유리에 비쳤다.

이내 반모를 하게 된 두 사람은 편하게 대화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율무야, 백야 봤어? 백야 진짜 복숭아처럼 생겼어?”

“매일 보지~ 너도 복숭아 파구나? 역시. 사람 보는 눈이 있어~”

같은 복숭아 파를 만났다며 율무가 반가워했다.

“다른 멤버들은 지금 뭐 해?”

“글쎄~ 연습실에서 연습하고 있지 않을까? 샛별이가 피아노 학원에 피아노 연습하러 가는 것처럼.”

샛별이가 피아노 연습에 흥미를 붙일 수 있게 지어낸 대답이었다.

“데이즈는 완벽한데 연습을 해?”

“그러엄~ 열심히 연습해야지 샛별이가 계속 율무 좋아하고 응원해 주지.”

“아니야. 못해도 괜찮아. 율무는 잘생겼으니까.”

“푸하하!”

초딩의 당돌한 대답에 율무가 웃음을 터뜨렸다.

“고마워~”

조심스레 머리를 쓰다듬으며 고맙다 하자 샛별의 볼이 빨갛게 물들었다.

띵-

그사이 음악 학원에 도착한 두 사람. 샛별은 헤어지기 싫은지 율무의 손을 잡은 채 놓아주지 않았다.

난감한지 볼을 긁적이던 율무는 샛별의 손에 이끌려 학원 안까지 들어서게 됐다.

“샛별이 왔…. 누구세요?”

한눈에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외모에 그의 뒤로 따라붙은 카메라까지. 연예인임을 알아본 원장님이 입을 틀어막으며 당황해했다.

“우와! 키 엄청 크다!”

“누구야?”

“샛별이 형?”

“카메라다!”

“연예인이에요?”

수업 중이던 잼민이들이 우르르 뛰쳐나와 율무와 VJ들을 둘러쌌다.

“선생님! 제가 율무 데려왔어요!”

“어머, 샛별아.”

남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샛별에 여자가 당황스러워했다.

“괜찮아요. 저희 반모 하기로 했거든요.”

율무의 자상한 대답에 근처에 있던 잼민이들이 너도나도 손을 들며 반모를 신청했다.

“그래, 그래. 우리 다 같이 반모 하자~ 그보다 선생님, 잠깐 촬영해도 괜찮을까요? 불편하시면 금방 사인만 해 주고 돌아갈게요.”

“네. 들어오세요.”

손님용 슬리퍼를 내주었지만 한참 작은 사이즈에 뒤꿈치가 3분의 1이나 튀어나왔다.

“1층에서 만났는데 마침 나잉이더라고요.”

“나잉이…?”

“저희 팬클럽 애칭이에요. 저는 데이즈라는 6인조 아이돌 그룹 멤버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샛별이에게 사인을 해 주고 싶은데 펜이 없어서 안까지 들어오게 됐다며 다시 한번 감사를 전했다.

“혹시 하이틴…?”

“어? 아시네요. 나의 볼에 입 맞춰.”

율무가 하이라이트 한 소절을 부르며 자신의 볼을 톡톡 두드렸다.

습관성 끼 부림으로 선생님까지 홀린 율무는 샛별이 가져온 음악 노트를 받아 들었다.

“여기에 사인만 해 주고 율무는 일하러 가 봐야 해. 괜찮지?”

“으응….”

헤어져야 한다는 말에 샛별이 입술을 삐죽거렸다. 율무는 그런 샛별이 귀여운 듯 오리 입을 톡 건드리며 예쁘게 웃어주었다.

“아이구~ 아쉬워서 어떡해. 그럼 샛별이 핸드폰 있어? 우리 사진도 찍을까?”

“응!”

샛별이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자 율무가 어깨를 감싸며 다정한 포즈를 취했다.

“셋 하면 찍을게. 하나, 둘~”

그런데 셋을 세는 순간 샛별이 율무의 볼에 뽀뽀를 하는 게 아닌가.

쪽-

되바라진 초딩에게 순결을 빼앗긴 율무가 뺨을 가리며 눈을 크게 떴다.

그의 커다란 눈이 오늘 여러 번 요동쳤다.

* * *

한편 그 시각 민성은 홀로 숙소를 지키고 있었다.

소파에 앉아 있던 그는 명함을 만지작거리며 생각에 잠긴 모습이었다.

[겜박스 개발자 김필승]

백야가 저희에게도 비밀로 하며 몰래 만나던 사람.

‘청의 말에 의하면 살려 달라며 도움을 구했다고 하던데….’

실제로 만났을 때도 의뭉스러운 태도로 저희의 신경을 은근히 긁던 남자였다.

명함의 앞면과 뒷면을 돌려 가며 고민하던 민성은 결국 핸드폰을 들었다.

[도민성 : 안녕하세요. 도민성입니다. 편하신 시간에 통화 가능하실까요?]

백야에겐 아무것도 묻지 않겠다고 했으나 촉이 말해 주고 있었다. 그냥 넘겨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배신을 하는 것 같아 마음이 편하진 않았지만 이건 다 백야를 위한 일이었다.

아무튼 그렇다.

“그나저나 청이는 잘하고 있으려나….”

* * *

- 수지 · 데이즈 청, 파리 패션쇼서 포착... 눈 뗄 수 없는 국위 선양 비주얼 (단체 사진.jpg)

- 외국 행사에 대표 얼굴 천재 내보내면 그게 바로 애국이다 (청 디X 패션쇼 사진.jpg)

└ 얼굴로 애국ㅋㅋㅋ 요즘 세대 답다

└ 국뽕이 차오른다

└ 솔직히 청이밖에 안 보임

- 근데 급 차이 너무 나는 거 아닌가;;; 한 명이 너무 달리잖아

- ID야, 뜬금포로 파리 보내서 애들 이산가족 만들어놨으면 사진 8천 장 정도는 올려줘야 되는 거 아니냐

- 디X / 구X 앰버서더가 한 그룹에 있다는 게 말이 됩니까? (청 유연 사진.jpg)

율무가 상암초 초딩들에게 둘러싸여 열심히 사진을 찍어 주고 민성이 필승과 연락을 취할 때, 청은 파리에서 유앱을 켜고 있었다.

[DASE|Paris with Hamster]

한국 시간 6:30 AM.

지잉-

새벽 댓바람부터 울린 유앱 알람에 뱁쌔가 잠에서 깼다.

“아 씨…. 어떤 새끼야….”

게슴츠레 뜬 눈으로 배게 옆을 더듬던 그녀는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모닝콜이 울리려면 아직 한 시간이나 남았다는 사실에 미간이 절로 찌푸려지는 찰나, 자세히 보니 유앱 알람이었다.

‘파리…? 햄스터?’

그러고 보니 잠들기 전, 청의 파리 패션쇼 참석 사진을 보며 감탄하던 게 떠올랐다.

“미친. 백야도 갔어?”

우리 애가 파리까지 가서 유앱을 켠 게 틀림없었다.

사실 이대로 못 본 척하고 다시 잘까 3초 정도 고민했지만 사랑은 위대했다.

[청 : 여기 Paris야. 멤버들 없어서 심심해.]

- 백야도 같이 간 거였어?

- 청아~ 패션쇼 재밌었어?

- 나는 양질의 안면 시청회에 참석한 외국인입니다. 당신의 햄스터는 제거되었습니까?

한 손으로 삐딱하게 턱을 괸 청은 꽃받침을 한 자세로 빠르게 올라가는 댓글을 읽었다.

패션쇼 착장 그대로 유앱을 켠 덕에 댓글 창은 외모에 대한 이야기와 햄스터를 찾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청 : 패션쇼 재밌었어. 근데 외국인인데 왜 나보다 한국말 잘해?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양질의 안면 시청회를 이해하지 못한 청이 살짝 인상을 쓰며 곤란해했다.

- 위드 햄스터라길래 헐레벌떡 달려옴ㅋㅋㅋ 근데 백야는 어딨어?

- 나만 햄스터 없어...

- 햄스터 보여줘~

- 출국 사진에서 백야는 못 봤는데 언제 간 거야ㅋㅋㅋㅋ

[청 : My Hamster?]

햄스터를 찾는 나잉이들의 댓글에 청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청 : 햄스터 주머니에 넣어 왔어!]

- 오늘도 졌다

- 주머니에 넣어 왔대ㅋㅋㅋㅋ 청아 제정신이야?

- 백야가 작고 귀엽긴 해...

- 얘는 못 이긴다니까

꽃받침을 푼 청은 자리에서 일어나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청 : 햄스터 지금 자고 있어!]

카메라가 흔들리면서 청의 어깨 너머로 호텔 내부가 잠깐 보였다.

백야가 자주 착용하는 분홍색 목도리가 의자 등받이 위로 걸쳐져 있는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청 : 햄스터 보여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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