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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아이돌인데 패시브가 개복치-254화 (254/340)

제254화

화면이 후면 카메라로 바뀌자 침대에 이불을 덮고 누워 있는 햄스터가 보였다.

백야를 꼭 닮은 햄스터 인형이.

[청 : 백야가 잘 다녀오라고 이거 줬어!]

청이 손바닥만 한 햄스터 인형을 가리키며 자랑했다.

- 아 뭐야... 내 백야 돌려줘요

- 야 이 햄친놈아ㅋㅋㅋㅋㅋㅋㅋ

- 낚였다....

- 저거일 줄 알았다ㅋㅋㅋ 윈섬 프리뷰에서 봤어

생각했던 햄스터가 아니자 댓글 창엔 작은 폭동이 일었다.

[청 : 나는 백야라고 한 적 없는데? 나는 나잉이가 백야 왜 찾는지 모르겠어.]

불리할 땐 시치미를 떼고 보는 외국인에 나잉이들은 알면서도 속아 넘어가 주었다.

- 네가 맨날 백야 햄스터라고 부르잖아ㅠㅠ

- 백야 본명이 햄스터 아니었어?

- 젠장. 제목에 위드 햄스터라 돼 있어서 당연히 백야인 줄 알았다...

백야만큼이나 청에게 세뇌당한 나잉이들은 아쉬워했다.

[청 : 근데 햄스터라고 부르면 백야가 이렇게 돌아보긴 해. 햄야랑 똑같아. So cute.]

청이 백야 흉내를 내자 댓글 창이 한 번 더 술렁였다.

[청 : Anyway. 햄스터는 자게 놔두고 나잉이는 나랑 놀아. 멤버들 없어서 심심해.]

침대 위로 올라간 청은 셀카 모드로 전환해 얼굴을 보여 주었다.

[청 : 나 어제 Paris 도착했는데 비행기에서도 자고, Paris 와서도 계속 잤어. 계속 밤이야.]

[청 : 그래서 일어났는데 얼굴이 이만큼 부어 있었어.]

청이 카메라에 얼굴을 가까이하며 고개를 요리조리 돌렸다.

- 시X 진짜 잘생겼다

- 존X 어이없네ㅋㅋㅋ 잘생긴 거 봐

[청 : 프랑스에서 뭐 했냐면~ 어제는 아침 일찍 디X Office 가서 피팅 했어. 그중에서 제일 멋있는 거 입고 오늘 패션쇼 다녀왔는데.]

이때 청이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개구지게 웃었다.

[청 : 나 예뻐요?]

예상치 못한 반존대에 댓글 창은 또 한 번 난리가 났다. 눈물 모양의 모음이 폭발하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그런데 그 사이로 데이즈의 공식 계정 프로필이 나타났다. 파란색 말풍선은 하얀색 풍선들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띄었다.

- DASE : 요망한 녀석

- 뭐야??

- 청이가 친 건가?

- DASE : 누구겡

청도 발견했는지 얼굴에 화색이 돌며 허리를 곧추세웠다.

[청 : 모야! 누구냐?]

- DASE : 그건 네가 맞춰야지

그러나 청은 단번에 상대를 알아맞혔다.

[청 : 에이. 민성이야.]

- DASE : 에이???

- DASE : 나 갈래

- 안 돼 가지 마 민성아ㅠㅠㅠ

- 너희 뭐야? 아니 어떻게 텍스트만 보고도 아냐고ㅋㅋㅋㅋ

[청 : 왜냐하면 민성이 Everyday 유연한테 요만하다고 해!]

- DASE : 요만이 아니라 요망

- 요만ㅋㅋㅋㅋㅋ 하필 카메라 흔들려서 햄스터 보였어ㅋㅋㅋ

- 유연이가 그만하다는 줄 알고 깜짝 놀랐네ㅋㅋㅋ

- DASE : 요만한 건 햄야

- 얘들아 햄야 사진 좀 올려줘ㅜㅜ

- DASE : 하던 이야기 계속해 봐

- DASE : 그래서 예쁜 옷 입고 오늘 뭐 했다고?

[청 : 오늘 이거 입고 쇼 구경도 하고, 인터뷰도 하고, 사진도 엄청 찍었어!]

- DASE : 잘했네

[청 : 근데 민성 왜 왔나? 한국 몇 시야? 왜 안 자? 나 안 보고 싶어?]

- DASE : 하나씩 물어봐 줄래?

- DASE : 여기 아침 7시. 스케줄 가려고 일어남. 보고 싶어. 그러는 넌 왜 안 자니?

- DASE : 거긴 밤이잖아

민성의 등장에 빠르게 올라가던 채팅창은 약속이라도 한 듯 조용해졌다.

덕분에 뱁쌔는 두 사람의 티키타카를 편하게 관람할 수 있었다.

[청 : 햄스터는?]

- DASE : 저기.. 제대로 읽은 거 맞아? 내가 물어봤잖아

[청 : 햄스터는?]

- DASE : 나한테 질문 맡겨 놨니? 이게 무슨 일방적인 대화야

- DASE : 햄야는 잘 있단다

[청 : No! My Hamster!]

- DASE : 지겹다 정말

- DASE : 네 햄스터는 너 없이도 잘 지내니까 걱정하지 말렴

[청 : No! 그럴 리 없어!]

- DASE : 노우는 얼어 죽을...

- DASE : 네 햄스터 오늘 내가 잡아먹을 거야

- DASE : 그럼 나잉이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시고 저는 이만 스케줄 하러 가 볼게요

- DASE : 이따 뮤직 스테이에서 만나요~

[청 : Hamster!]

- DASE : 뭐 이 햄바보야

- DASE : 안 알려줌

- DASE : 뿅

- 햄바보ㅋㅋㅋ 방송이라 햄친놈을 햄친놈이라 부르지 못한 건가

민성은 귀여운 인사를 마지막으로 더는 나타나지 않았다.

끝내 햄스터의 안부를 확인하지 못한 청만이 볼에 바람을 넣으며 심통이 난 얼굴을 했다.

그렇게 청의 깜짝 유앱은 햄스터만 부르짖다 끝이 났다.

* * *

- 시간 지나서 목격담 올려요! 어제 지인이 키즈카페 갔다가 율무 봤다고 사진 찍어서 보내줬어요ㅜㅜ

아기들한테 둘러싸여서 온몸으로(?) 놀아주고 있었다는데 힘든 티 하나 없이 진심으로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고ㅋㅋㅋ (목마 태워 주는 율무.jpg)

- 판매왕 목격담 또 올라왔다

- 율무 흰색 패딩 어디 거야? 나도 손민수 할래ㅠㅠ

└ 그 와중에 패딩에 폭 싸여있는 거 넘 귀여움 (흰색 롱패딩 율무.jpg)

- 율무 뭐 팔고 다녔을까ㅋㅋㅋ

- 한국 소아암 재단 공홈에 데이즈 이름으로 1억 기부된 사진 올라옴 (데이즈 NAN 단체 사진.jpg)

└ 판매왕... 됐다고 하기엔 금액이 너무 큰데?

└ 얘 어디서 뭘 팔았길래 매출 1억을 찍음???

└ 애들이 개인적으로 한 거 아닐까... 판매왕으로 1억은ㅋㅋㅋㅋ 그럼 진짜 영업의 신임

└ 뭐가 어떻게 됐든 개멋있다ㅠㅠ 역시 내 가수♥

└ 아이돌이 아니라 사업을 해야 하는 거 아닌지..?

- 에펠탑보다 더 신기한 거 보여줄까? (파리 패션쇼에서 손 키스 날리는 청이.gif)

- 키즈카페 목격담 올라오더니 소아암 재단에 기부했네ㅠㅠ 울 아기천사♡ 이런데 내가 어떻게 널 안 사랑할 수 있겠냐고ㅜㅜㅜ

- 같이 목격담 올라온 다른 게스트들은 기부 소식 없는 거 보니까 판매왕 맞는 거 같은데?

└ 진심 판매왕이었네... 킹무..

- 이거 방송 다음 주야? 빨리 보고 싶다ㅋㅋㅋ 뭐 팔았는지 너무 궁금해

- 눈뜨자마자 청이 파리 사진부터 저장 중

- 은혜로운 투 샷이다... 심지어 프런트로 (수지 청 패션쇼 관람 사진.jpg)

- 이 콩주머니같이 생긴 건 뭔데 홈마들 사진마다 찍혀 있냐 (햄스터 인형 쥐고 있는 청.jpg)

└ 저거 백야 분신임ㅋㅋㅋ

└ 햄친놈 저거 쇼장에도 들고 갔었어?

└ ㄴㄴ 쇼 끝나고 나오자마자 스태프가 줌ㅋㅋㅋㅋㅋ

- 오늘 목격담 많이 뜨네

- 울 갓기 패션쇼 끝나고 한 명 한 명 정성스럽게 사인 다 해주고 먼저 영어로 말도 걸어줌ㅜㅜ (동영상)

- 연습생 때 에임 노래로 연습하던 지한이가 언제 이렇게 커서 에임 구양 앨범 피처링을ㅜㅜ

- 금요일 오후 현황 : 뮤스테 민성 셀카, 구양 솔로 앨범 하이라이트 메들리 공개 (feat.지한), 다수의 목격담, 기부 소식

비활동기임에도 꾸준히 들려오는 소식과 개인 활동에 팬들은 데이즈의 빈자리를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적어도 일주일에 두세 번은 라이브 방송이나 셀카를 올리며 팬들과의 소통에 소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중에서도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하는 건 단연 백야였는데.

[Q. 나바보 : 당신은 나잉이밖에 모르는 바♡보♡

천재 아이돌이라면 팬들을 외롭게 해선 안 되겠죠? 꾸준한 소통으로 나잉이들이 떠나가지 않도록 꽉! 잡자고요~

※ 실패 시 패시브 강화]

물론 시작은 퀘스트 때문이었지만, 팬들의 반응이 귀여워 지금은 은근히 즐기고 있었다.

- 자기 닮은 애랑 같이 셀카 찍은 게 넘 기특해 (인용) 저희 닮았어요? (햄야랑 찍은 백야 셀카.jpg)

└ 백야야ㅠㅠㅠㅠㅠㅠ

└ 여기 백야가 어디 있죠? 제 눈엔 햄스터 두 마리뿐인데요

└ 무슨?? 햄스터랑 복숭아밖에 안 보이는데

- 역시 피는 못 속인다더니 햄야랑 존똑

- 셀카 정말 많이 발전했다... 그래도 한참 멀었지만ㅠ

데이즈의 콘서트 준비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각자 개인 스케줄과 단체 연습을 병행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던 것도 잠시. 오늘은 모처럼 단체 스케줄이 있는 날이었다.

“백도. 너 또 사진 올렸어?”

“응. 아침에 찍었는데 잘 나온 것 같아서.”

“실물을 반도 못 담았는데 이게 어딜 봐서 잘 나온 사진이야.”

“햄야는 잘 나왔잖아. 그럼 됐지, 뭐.”

아이돌이면서 아직까지 셀카에 대한 중요성을 모르는 게 틀림없었다.

셀카 강의를 한 번 더 해야 하나?

유연이 어이없어하며 백야의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아잇, 야!”

“왜. 어차피 너 헤어 하기 전이잖아.”

유연은 백야와 다르게 머리가 예쁘게 세팅되어 있었다.

그렇다. 오늘은 데이즈의 콘서트 포스터 촬영이 있는 날이었다.

“너 들어오래.”

“씨이…. 실장님 봐서 봐줬다.”

조그만 앞발로 협박하던 백야는 금방 빈 의자로 달려갔다.

피식 웃은 유연은 가까운 거울로 걸어가 자신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좀 어색한가.”

콘서트에서 선보일 컴백 무대를 위해 새벽부터 탈색과 염색을 반복한 그는 처음 해 보는 머리 색이 낯설었다.

“뭐 하니.”

그때 카메라를 대동한 민성이 다가와 자연스레 말을 걸었다.

“그냥 머리가 좀 어색해서. 형도 끝났어?”

“엉. 근데 머리 왜? 예쁜데.”

민성이 유연의 앞머리를 가다듬어 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와…. 진짜 잘생겼다.”

“뭐래, 갑자기 웬 자기소개. 지금 카메라 있어서 그런 거지?”

“아닌데, 아닌데?”

“맞는데, 맞는데?”

서로가 더 잘났다며 칭찬 배틀을 하는 사이, 준비를 마친 멤버들이 하나둘씩 곁으로 모였다.

백일몽이라는 타이틀에 맞춰 포스터 또한 몽환적으로 갈 생각인지, 의상은 흰색과 연한 파스텔 톤이 대부분이었다.

“햄스터 씨. 저희 포스터 컨셉이 뭔가요.”

“이제 내 이름은 그냥 햄스터가 된 거야?”

콘서트 비하인드 카메라에 잡혀 있던 지한이 지나가는 백야를 멈춰 세우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어깨에 팔을 감으며 도망가지도 못하게 하는 바람에 졸지에 인터뷰를 하게 된 햄스터 씨.

“백일몽 콘셉트예요. 여기는 저희의 꿈속입니다. 예쁜 옷도 입었는데, 민성이 형이 선녀 옷이래요.”

“이게 선녀 옷이야?”

“응. 선녀 옷이라서 이런 천이 달려 있는 거래.”

“그렇구나.”

일명 방패즈.

드립을 치는 족족 튕겨 낸다는 뜻에서 지한과 백야의 조합을 일컫는 말이었다.

이때, 방패즈의 노답 인터뷰를 지켜보던 율무가 끼어들며 분위기를 전환했다.

“나도 할래, 나도~”

둘 사이를 파고들며 센터를 차지한 그는 지한과 백야의 어깨 위로 팔을 둘렀다.

“저희는 지금 첫 콘서트 포스터 촬영을 하고 있는데요~ 보시면 구름도 있고 신전 기둥 같은 것들도 있어요.”

단체 촬영을 먼저 한 뒤, 개인 촬영이 예정되어 있다던 율무는 백야의 옷깃을 펄럭이며 개구지게 웃었다.

“여러분 이거 보이세요? 저희 다 흰색 옷인데 백야만 분홍색이에요. 이게 무슨 뜻이겠습니까~”

공식은 복숭아라며 깨알 어필을 하는 율무에 지한이 그의 팔을 풀어내며 정색했다.

“무슨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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