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인데 패시브가 개복치-260화 (260/340)

제260화

- 저분들 후기 올라왔던데 진심 계 탔음. 율무가 사인도 해주고 사진 한 명씩 다 찍어줬던데ㅜㅜ

- 팬들 돈 털어가는 방법도 가지가지~ 좋은 일 자기가 하면 되지

- 방송 나와서까지 팬 장사 하네

간혹 분란을 조장하려는 듯 날 선 댓글도 보이긴 했으나 유기농 율무는 시크하게 넘겨 버렸다.

덕질을 하루 이틀 하는 것도 아니고, 이런 글에 일일이 반응해 줄 시간 따윈 없었다.

[제작진 : 이제 방송국으로 돌아가셔야 해요.]

주어진 시간이 끝나자 율무는 오프닝을 찍었던 장소로 돌아갔다.

게스트들은 그곳에서 자신이 판매하던 물건을 맞히고, 판매 수익금과 함께 물건을 공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MC : 율무 씨는 뭐일 것 같다고 생각하세요?]

[율무 : 저는 처음에 욕조 마개인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제가 영업을 하면 할수록 시민분들 표정이 조금…. (웃음)]

율무가 피식거리며 헛웃음을 지었다.

[율무 : 제 미션 장소가 괜히 키즈 카페는 아니었을 것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한참 뒤에야 저희 팀 애기들이랑 관련이 있구나! 하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MC : 애기요?]

[율무 : 막내들이요. 청이랑 백야.]

[금일 : 걔네가 애기는 아니지 않아? 너희 팀은 과보호가 너무 심해.]

[율무 : 왜? 귀엽잖아~]

- 율무는 자기보다 동생이면 다 귀여워하는 듯ㅋㅋㅋㅋㅋ

- 솔직히 백야는 과보호 할 만해ㅠㅠ 복숭아가 자꾸 혼자 굴러다니잖아

- 청이는 귀여운 얼굴은 아닌.. 읍읍! 판사님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청 삼백안 사진.jpg)

- 유앱할 때 금일이가 대기실에 백야 만나러 가면 청이한테 허락부터 받아야 된다 그랬는데 진짜였어..?

└ 햄친놈은 인정이지

[율무 : 그래서 저의 물건은 바로 딸랑이!]

율무는 아기들이 쥐고 노는 유아용 장난감이 틀림없다며 확신하고 있었다.

[율무 : 실제로 백야에겐 저희 멤버가 선물해 준 딸랑이가 있습니다.]

[금일 : 진짜?]

- 금일이 믿는다ㅋㅋㅋ

- 금일이ㅋㅋㅋ 그러고도 남을 놈들이라면서 고개 끄덕이는 게 개 웃기네ㅋㅋㅋㅋㅋ

[율무 : 누르면 소리가 나는 닭 인형인데, 백야가 저희를 부를 때 아주 유용하게 쓰고 있어요.]

- 엥. 그거 팬싸 때 지한이가 받은 거 아님? 백야 준 건가 (지한 팬 사인회 사진.jpg)

└ 둘이 룸메 아니야? 같이 갖고 노나 보지

- 서초 팬싸 닭 인형 소리 듣고 좋아하는 지한이 (동영상)

[MC : 그래서 과연 율무 씨의 물건은 딸랑이가 맞을지~]

확인해 보겠다는 말과 함께 철가방의 뚜껑이 열렸다.

드디어 공개된 쪽쪽이에, 함께 출연한 게스트들은 웃음을 터트렸고, 율무는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MC : 율무 씨의 물건은 딸랑이가 아닌 쪽쪽이였습니다~ 전혀 예상 못 하셨나요?]

[율무 : 와, 큰일 났다.]

- 어이없어하는 거 넘 귀여워ㅠㅠ

- 순간 율무 진심으로 ㅈ됐다는 표정이었는데ㅋㅋㅋ 초반에 지한이 최애템이라고 엄청 입 털었잖아

- 데이즈 애기 미모의 비결♡

- 숙소에 색깔별로 있다던 그것! 쪽쪽이로 밝혀져ㅋㅋㅋㅋ

[율무 : 멤버들아 미안하다. 그래도 너희 덕분에 기부금을 이만큼 모을 수 있었어. 이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나를 따뜻하게 맞이해 주면 좋겠다.]

율무는 살길을 도모하기 위해 자신의 행동을 아름답게 포장하기 시작했다.

[MC : 그럼 이번엔 율무 씨의 수익금을 공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율무 씨, 얼마 예상하세요?]

[율무 : 저 그래도 나름 많이 팔았다고 생각하는데. 한~ 200만 원?]

[MC : 수익금, 공개해 주세요!]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율무의 수익금이 공개됐다.

- 1억! 1억!

- 엥 400만 원?

- 1억은 어디서 나온 숫자야?

- 그래ㅋㅋㅋ 뭐가 잘못된 거 같더라. 6시간 만에 1억을 어떻게 모아

- 와.. 그래도 역대급 액수 아님?

수익금이 공개되자 팬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며칠 전, 데이즈의 이름으로 소아암 재단에 기부된 액수와 차이가 꽤 많이 났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궁금증은 방송이 끝나갈 때쯤 모두 해결되었다.

[MC : 이렇게 해서 19대 판매왕은 데이즈 율무 씨입니다! 축하드려요~]

[율무 : 감사합니다~ 뜻깊은 일이라 많은 분들께서 도와주신 것 같아요.]

[MC : 역대 판매왕 중 최고 매출입니다. 영업의 비결이 뭐였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제가 한 수 배우고 싶은데요.]

[율무 : 사실 제가 오늘 부적을 하나 가지고 나왔거든요.]

[MC : 부적이요?]

율무가 소매를 걷어 올리며 팔에 붙여 둔 밴드를 보여 주었다.

[호오~ 얼른 나아♡]

백야에게 강제로 받아 낸 친필 밴드였다.

[MC : 어머. 여기 뭐라고 적혀 있는 거죠? 멤버분께서 적어 주신 건가요?]

[율무 : 호오~ 얼른 나아, 라고 저희 팀 귀염둥이가 저를 위해서 이렇게 또~]

- 귀염둥이? 백야!?

- 미친 나율무 개 부러워

- 뭐야 나도 줘요....

- 율무 다쳤어?ㅠㅠㅠ

- 얘도 은근 팔불출... 얘는 복숭아 파니까 복친놈이야 뭐야;

- 금일님 왜 고개 절레절레해?ㅋㅋㅋㅋㅋ 이거 내가 진상 손님 볼 때 얼굴인데 (금일 캡처.jpg)

- ID는 저거 당장 굿즈로 만들어 내라... 왜 매번 우리가 애들한테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야 하냐고ㅠ

- 애들이 왜 다 청이화 되어가는 것 같지... 왜 다 백야를 못 가져서 안달이냐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율무는 뿌듯한 얼굴로 팔을 내렸다.

이어서 좋은 일에 동참할 수 있게 되어 영광이었다는 소감을 마지막으로 방송은 끝이 났다.

그리고 동시에 포털 사이트엔 아래와 같은 기사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판매왕’ 데이즈, 한국 소아암 재단에 1억 원 기부]

[데이즈 개념 행보 ‘판매왕’ 수익+사비=1억 원 기부]

[데이즈 1억 기부, 선한 영향력]

출연자의 뜻에 따라 프로그램 활동으로 얻은 수익금과 개인 기부금을 더해 총 1억 원을 한국 소아암 재단에 기부했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이래서 1억이었구나?”

유기농 율무는 감격했다.

ID는 어디서 이런 애들만 데려와서 그룹으로 묶을 생각을 했을까, 감탄만 나올 뿐이었다.

- 9600만 원을 사비로 채웠다고??? 진짜 갓이즈

- 까도 까도 미담만 나오는 그룹=데이즈

- 아까 팬 장사 한다던 애들 다 어디감?ㅋㅋㅋㅋ (우냐 짤.jpg)

- 킹무... 엔딩까지 완벽했다

- 율무 혼자 한 거 아니고 애들 다 같이 모아서 낸 거 아니야? 기사에도 데이즈 율무 아니고 데이즈라고 되어 있음

- 쪽쪽이로 400만 원이나 번 것도 신기한데 수익금의 24배나 되는 돈을 사비로 냈다는 게 넘ㅠㅠ

- 아무리 잘나가도 저 정도 되는 액수를 선뜻 기부하긴 어려움. 그냥 자랑스러움

- 판매왕 율무 쪽쪽이 삽니다...

흐뭇한 얼굴로 타임라인을 새로 고침하는데, 마침 그녀의 핸드폰 알람이 울렸다.

[D-DAY]

12시가 넘으면서 대망의 그 날이 밝은 것이다.

일생일대의 목숨을 건 데이즈 첫 단독 콘서트 티켓팅.

* * *

“원, 투, 쓰리, 포, 파이브, 식스, 세븐, 딱!”

“Oh my god!”

바닥에 알록달록한 선이 그려진 연습실에선 데이즈의 콘서트 연습이 한창이었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콘서트는 막바지 연습이 한창이었는데. 같은 구간에서 실수를 반복하는 청 때문에 다음 곡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저 새끼 잡아.”

다섯 번을 넘어서자 지한도 슬슬 열이 받는지, 그가 비니를 거칠게 벗으며 청에게 달려갔다.

“아악! It’s a mistake!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야, 진짜!”

“닥쳐. 저번이 진짜 마지막이었어.”

지한이 응징을 가하기 쉽도록 유연과 율무가 청의 팔을 붙잡아 대령해 주었다.

“햄스터! 살려 줘!”

“그냥 죽어.”

“민성아! 나 죽는다! 민성!”

“응. 잘 죽어~”

목숨에 위협을 느낀 청이 도움을 요청했지만 모두에게 외면당했다.

결국 돌아가며 멤버들에게 한 대씩 얻어맞은 그는 바닥에 몸을 웅크리며 우는소리를 냈다.

“I’m so sad. My mom이 슬퍼할 거야. 너무 아포.”

자리로 돌아가려던 백야가 다시 돌아와 청의 앞에 쪼그려 앉았다.

할리우드급 엄살에 마음이 약해졌는지 개복치가 걱정 어린 얼굴을 했다.

‘너무 세게 때렸나…?’

솜 주먹은 아무리 세게 때려 봤자 솜일 뿐인데 백야만 모르고 있었다.

“많이 아파?”

“햄스터어….”

“끄악.”

어리광을 부리던 청이 체중을 실은 채 안기자 백야의 몸이 뒤로 넘어갔다.

발라당-

바닥에 머리를 찧은 개복치가 눈을 치켜뜨며 소리를 빼액 질렀다.

“내가 이거 하지 말라 했지!”

“Sorry. 근데 백야 하체가 부실해서 어떡하나? 어쩔 수 없이 내가 들고 다녀야….”

“이 미친놈아!”

청을 홱 밀치자 율무가 백야의 겨드랑이 사이로 팔을 넣어 질질 뒤로 끌어냈다.

“당백아~ 저거 지지야. 쟤는 의도가 불순해.”

“너도 똑같아!”

비슷한 방법으로 율무의 손아귀에서도 벗어난 백야가 유연의 뒤로 도망갔다.

그는 백야가 제게 올 거란 걸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승리자의 미소를 지었다.

“쟤 엄살 부리는 거 하루 이틀이냐? 어떻게 매번 속냐.”

네가 자꾸 속아 주니까 어리광이 느는 거라며 유연의 잔소리가 이어졌다.

그러던 그때, 콘서트 VCR을 위해 연습 현장을 찍고 있던 덕진이 다가왔다.

“연습 끝나신 거 맞죠? 이따 콘텐츠 촬영 있어서 슬슬 이동하셔야 해요.”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어요?”

창밖을 보자 어느새 해가 지고 있었다.

자체 콘텐츠로 콘서트 티켓팅 도전을 앞둔 멤버들은 간단히 식사를 해결한 후, 매니지먼트 팀의 사무실로 향했다.

그곳에는 먼저 와 있던 남경과 직원들이 촬영 준비를 마쳐 놓은 상태였다.

[이선좌는 없다!]

[포도알 영접 기원]

[티켓팅 성공]

급하게 뽑은 듯한 느낌의 A4 용지가 벽에 붙어 있었다.

“푸핫! 저게 뭐야?”

급조한 티가 나는 용지에 유연이 크게 비웃었다.

다른 멤버들도 허접한 포스터가 우스운지 벽에 붙어 있는 종이를 가리키며 박장대소했다.

그러나 방패즈만큼은 진지했다.

“포도알을 왜 영접해?”

“이선좌는 뭐지?”

포도알이 궁금한 백야와 이선좌의 뜻을 모르는 지한이 수군거리고 있었다.

“한백야. 이선좌 알아?”

“단발좌 뭐 그런 거 아니야…?”

“유명한 분이신가 보네.”

“그렇구낭.”

그 어떤 주접과 드립도 모두 튕겨 내는 방패즈의 실드가 서로에게 가동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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