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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아이돌인데 패시브가 개복치-262화 (262/340)

제262화

온갖 호들갑을 떨며 티켓팅 중인 율무, 청과 달리 유연과 지한은 심각한 얼굴로 타자를 입력하고 있었다.

[유연 : 아니, 이런 게 있다고 말 안 해 줬잖아.]

[지한 : PZ… W…JL.]

부정 예매 방지를 위한 보안 문자를 입력한 그들은 드디어 좌석 창을 마주했다.

[백야 : 우와!]

자신의 모니터는 아직도 흰색인 데 반해 유연의 화면은 알록달록했다.

[유연 : 어떡해, 어떡해. 내가 어디 하려고 했더라?]

[백야 : 그냥 빨리 아무거나 눌러!]

백야의 재촉에 2층 중앙 구역을 노리던 유연은 사이드를 선택했다. 그래도 빨리 들어온 덕분인지 제법 자리가 남아 있었다.

[백야 : 눌러, 눌러!]

[유연 : 근데 나 원래 9구역 하려고 했는데?]

[백야 : 그냥 해! 나는 이 창 구경도 못 했는데.]

[유연 : 아니야. 그래도 나잉이 줄 건데 조금이라도 더 좋은 자리로 가자.]

[백야 : 그럼 빨리 뒤로 가.]

백야가 인터넷 브라우저 창의 뒤로 가기 버튼을 가리켰다.

- 어어? 잠깐만 얘들아

- 아니야... 그거 아니야....

- 제발 꿈이라고 해줘

[백야 : 뒤로, 뒤로.]

긴장감에 허둥지둥하던 유연은 백야의 손가락을 따라 마우스를 클릭했다. 동시에 창은 원점으로 돌아왔다.

[유연 : ……?]

[백야 :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나 봐. 그러게 그냥 그 구역 하지.]

그럴 리가.

두 사람은 그냥 예매 창을 종료한 것뿐이었다.

[백야 : 포기해.]

백야가 안타깝다는 얼굴로 등을 토닥여 주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건 아닌 것 같았는지, 유연은 카메라 너머의 형들에게 질문했다.

[유연 : 원래 이런 거야?]

[남경 : 그 뒤로 가기가 아니었어. 네가 그냥 창을 끈 거야.]

[백야 : …….]

유연의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천천히 백야를 향했다.

[유연 : 네가 뒤로 가라며.]

[백야 : 아니, 나는…. 몰라?]

위기를 감지한 개복치가 의자 바퀴를 굴려 스무스하게 탈출을 시도했다. 그러나 금방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백야 : 끄악. 살려 줘…!]

[유연 탈락]

- 역시 인생이 시트콤ㅋㅋㅋ

- 진짜 우당탕탕ㅋㅋㅋㅋㅋ

- 애초에 자리 잡을 거란 기대는 안 했고 그냥 애들 삽질하는 게 보고 싶었는데 어떻게 예상을 벗어나는 놈이 하나도 없지ㅋㅋㅋㅋ

- 뒷동네는 아직도 시끄러워ㅋㅋㅋㅋ 너네 목 관리 안 하냐고

같은 시각, 지한의 뒷자리에 서 있던 민성은 그에게 훈수를 두고 있었다.

[민성 : 넌 왜 컴퓨터 놔두고 핸드폰으로… 들어갔어!?]

[지한 : 응.]

지한도 2층 좌석을 노리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이미 5분이라는 시간이 지나 버린 상황. 당연히 누르는 곳마다 회색 천국이었다.

중앙 구역을 눌러 보던 손가락은 점점 밀려나 3층 사이드를 배회하고 있었는데, 그러다 처음으로 보라색을 발견했다.

[지한 : 오옥!]

[민성 : 야, 눌러! 눌러!]

- 지한이 저렇게 흥분한 거 처음 보는데요ㅋㅋㅋㅋㅋㅋ

- 아 미친 개꿀잼ㅜㅜ

- 응~ 이선좌~

- 유명한 분 드디어 보겠네ㅋㅋㅋ

아니나 다를까 ‘이미 선택된 좌석’이라는 팝업이 떠올랐다.

[지한 : 이미 선택된 좌석…?]

[민성 : 에잇. 이분이 이선좌 님이셔. 인사해.]

[지한 : …….]

지한의 얼굴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후로도 다른 구역을 눌러 보며 스탠딩까지 내려가 봤으나 보라색은 두 번 다시 보지 못했다.

[지한 탈락]

이제 남은 건 두 사람.

[청 : 와악! 왁!]

[유연 : 얘는 소리를 왜 이렇게 지르는 거야? 모니터랑 싸우냐?]

[청 : 아악! 악!]

[백야 : 너 목 안 아파?]

[청 : 제발! Please!]

반려동물의 목소리도 듣지 못할 정도로 이성을 잃은 청은 모니터를 향해 소리를 지르기 바빴다.

[청 : Dreams come true!]

꿈은 이루어진다며 온갖 희망찬 말을 되뇌던 청은 보안 문자를 입력하는 데 성공했다.

[청 : 어디 앉지?!]

[유연 : 야, 고르지 말고 그냥 보이는 거 눌러. 빨리!]

경험에서 우러난 조언에는 간절함이 배여 있었다.

유연의 진심을 느낀 청은 다급히 마우스를 놀려 아무 자리를 클릭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나타나신 이선좌 님.

[청 : 모야!]

유명인의 등장에 당황한 청이 손을 떨며 급하게 다른 포도알을 선택했다.

그러나….

[이미 선택된 좌석입니다.]

[이미 선택된 좌석입니다.]

[이미 선택된 좌석입니다.]

- 저 PTSD 올 것 같아요

- 나 지금 티켓팅의 티자만 들어도 손 떨리는데....

- 와중에 백야 이선좌 이제 깨달음ㅋㅋㅋㅋ

[청 : What the…!]

팝업이 한 번씩 떠오를 때마다 빠르게 사라지는 포도알에 청이 머리를 쥐어뜯으며 괴로워했다.

[청 : 왜? 왜 때문에 좌석이가….]

정신적 충격으로 한국어가 고장 난 청이 횡설수설했다.

[청 탈락]

그리하여 남게 된 최후의 1인.

전설의 주문을 외치며 당당하게 입장한 그는 거친 호흡을 하며 모니터에 빨려 들어가기 직전의 자세를 하고 있었다.

[율무 : 어떡해? 나 심장 터질 것 같아.]

스탠딩 연석을 잡는 데 성공한 율무는 결제 수단을 고르고 있었다.

소식을 들은 멤버들이 그의 주위를 둘러싸며 모여들었다.

[지한 : 무통장! 무통장!]

[율무 : 뭐야, 뭐야, 뭐야. 이거 왜 안 돼?]

[유연 : 은행! 은행 선택해야지!]

[민성 : 그냥 제일 위에 거 눌러!]

[율무 : 안 돼~]

기어코 자신의 주거래 은행으로 선택한 율무는 주소 입력 창으로 넘어갔다.

[율무 : 이름… 나율무.]

[율무 : 주소! 주소!]

[민성 : 저희 회사 주소가 어떻게 되죠?]

영상에는 편집됐지만 직원 중 한 명이 주소를 불러 준 것 같았다.

[율무 : 전화번호!]

[남경 : 내 거 넣어.]

연락처 칸에 남경의 번호까지 입력하고 넘어가자 예매 완료 창이 나타났다.

[율무 : 예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율무가 양팔을 펼치며 턱을 치켜들었다.

보아라 중생들아!

삼당백의 위대함을!

[단체 : 와아아악!]

[율무 : 움하하하!]

율무를 둘러싼 멤버들이 그를 부둥켜안고 진심으로 기뻐했다.

이후 미련이 남은 민성이 한 차례 더 시도해 봤지만 좌석은 이미 매진이었다.

[백야 : 저희 매진이라고요?]

[백야 : 이제 15분 지났는데?]

전석 매진 소식을 들은 멤버들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서로를 바라봤다.

콘서트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만큼이나 울컥한 민성은 목이 메는지 몇 번이나 목을 가다듬었다.

[민성 : 감사합니다. 저희가 더 열심히 준비해서 오시는 모든 분들의 기억에 남을 수 있는, 그런 무대를 보여 드릴 수 있도록 할게요.]

[청 : 우리 진짜 많이 준비했으니까 같이 재밌게 놀아요!]

[민성 : 그럼 이쯤에서 인사드릴까요? 저희는 한 달 뒤 콘서트에서 뵙겠습니다.]

[단체 : 안녀엉~]

- 스탠딩 같던데 제발 나 줘ㅠㅠ

- 티켓은 추첨인가? 공지 올려주겠지? 제발 당첨 (기도 짤.jpg)

- 그럼 저 티켓에는 율무 이름 적혀 있겠네? 나도 스탠딩인데 나랑 바꾸자ㅠㅠㅠㅠ

- 청이 소리만 지르다가 끝났어ㅋㅋㅋㅋㅋ

└ 빈 수레가 요란하다

- ID 전설 어쩌고 입 털 때까지만 해도 걍 웃겼는데 삼당백 외치고 진짜 스탠딩을 건지는 거예요... 이때부터 믿음이 갔죠

- 백야에 미친놈들 저러다 조만간 종교 하나 세울 거 같아서 찐으로 무서워;;

- 애들은 너무 귀여운데 티켓팅 망한 거 생각나서 다시 우울해졌어ㅠㅠ

- 삼당백 취켓팅 때 써먹어야지

* * *

[김유경 : 백야야 미안하다...]

[김유경 : 내가 네 얼굴을 볼 면목이 없다...]

[신재현 : 어차피 못 보잖아]

[신재현 : 티켓팅 실패해서ㅋ]

그리고 여기.

티켓팅 실패의 쓴맛을 경험한 패잔병들이 몇 명 더 있었다.

[매형 : 처남ㅠㅠㅠㅠㅠ]

[매형 : 내가 진짜 내 힘으로 가고 싶었는데ㅠㅠ 이렇게 힘들 줄 몰랐어ㅠㅠㅠ]

[매형 : 돈이 있는데 왜 사질 못해? 왜? 왜??]

[누나 : 초대권 있지? 6장 구해]

눈물 없인 볼 수 없는 메시지들을 읽으며 백야가 입술을 잘근거렸다. 저도 해 봐서 알지만 티켓팅이란 게 만만히 볼 게 아니었다.

이들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백야가 넌지시 물었다.

“저… 남경이 형.”

“어. 왜.”

“저희 초대권 같은 거 나와요?”

“콘서트? 당연히 있지. 안 그래도 말하려고 했는데.”

내일까지 날짜별로 필요한 장수를 알려 주면 취합해서 윗선에 요청하겠다는 말에 백야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혹시 몇 장 나와요?”

부모님과 누나, 매형, 제우스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재현이랑 유경이까지.

‘아! 재욱이 형. 시트콤 가족들한테도 줘야겠지?’

백야의 손이 계속해서 접히자 유연이 놀리듯 물었다.

“얼마나 부르려고. 연락처에 있는 사람 다 부르게? 그렇게 많이는 안 줄걸?”

“그건 아닌데….”

남경은 요일별로 6장씩 정도가 최대일 거라고 했다.

“햄스터 친구 많아서 그러나? 그럼 내 거 다 가져!”

“아니야, 너도 초대해야지.”

“나는 Mom이랑 Dad만 오면 되는데? 어차피 샌프란 멀어서 친구들 못 와.”

청이 자신의 몫을 쿨하게 넘기자 백야는 티켓 부자가 되었다.

“야, 청. 나는?”

“유연은 햄스터한테 받아서 써. 내거는 다 백야 줬어.”

다른 멤버들은 입구 컷이었다.

“같이 쓰자. 민성이 형, 그럼 단아 누나한테는 내가 줄까?”

“그래. 걔한테까지 줄 티켓은 없었는데 잘됐다.”

“너무 그러지 마….”

“장난이야. 네가 주면 고맙지.”

민성이 기특하다는 듯 백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다 순간 눈빛이 바뀌었다.

“근데 너도 그 사촌 형이라는 분 부를 거지?”

“사촌 형? 나 사촌 없는….”

생각 없이 내뱉던 백야가 아차 싶어 입술을 다물었다. 순간 떠오른 필승 때문이었다.

“없다고?”

“아니, 불러야지. 필… 승이 형.”

“연락해?”

“요즘엔 잘 못 했는데 이참에 해 봐야겠다.”

“그런데 그분 원래 그렇게 연락이 잘 안 되니?”

어색하게 웃으며 눈을 피하던 백야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왜?”

“아니, 그냥. 그렇게 생기셔서.”

아닌 게 아니라 민성은 필승에게 문자를 씹혀서 상당히 불쾌한 상태였다.

연락하라 할 땐 언제고. 염병.

이미 두 번이나 씹혀서 전화를 걸기도 민망했다.

“근데 사촌 형은 왜?”

“그냥. 찜질방에서 너무 인상 깊었거든. 오시나 해서.”

대충 둘러댄 민성은 한 번 더 연락을 취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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