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2화
* * *
세 번째 섹션의 마지막 무대까지 끝나자 공연장이 암전됐다.
“데이즈! 데이즈!”
팬 라이트가 흔들리며 데이즈를 연호하는 목소리가 울렸다.
얼마 안 가 마지막 VCR이 재생되며 서정적인 멜로디의 반주가 들려왔다.
를 준비하는 멤버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었다.
첫 단독 콘서트 소식을 듣고 눈물을 훔치는 민성의 모습.
안 보이는 곳에서도 백야의 뒤만 졸졸 따라다니며 껌딱지처럼 구는 청의 모습.
연습실에서 푸시업을 하며 체력을 자랑하는 율무와 관심 없는 척 옆을 지나가다 등 위로 냅다 앉아 버리는 지한.
율무가 무너지자 바닥을 뒹굴며 즐거워하는 백야와 유연의 모습.
가벼운 분위기의 초반과 달리 영상은 뒤로 갈수록 멤버들의 진지한 모습을 담았다.
편안한 사복 차림으로 리허설도 실전처럼 임하는 모습이 이어지길 잠시.
카메라를 발견한 유연이 와다다 달려와 청순한 얼굴을 들이밀었다.
- 밤하늘을 보며 널 떠올려
셀 수 없이 많은 별들이
너를 보는 것 같아 아름다워
All my nights
Dear my nights
데이즈가 직접 작사에 참여한 이 곡은 라는 미공개 신곡이었다.
팬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과 사랑을 담은 팬 송으로, 서정적인 멜로디에 감동적인 가사가 인상적이었다.
이내 머리를 맞대고 옹기종기 모여 가사를 고민하는 장면까지 더해지자, VCR은 나잉이들의 훌륭한 눈물 버튼이 되었다.
훌쩍이고 흐느끼는 소리가 조금씩 들려오는 순간.
- 사랑해
민성의 담백한 사랑 고백과 함께 영상은 끝이 났다.
“사랑해! 사랑해!”
영상에 이어 나잉이들의 사랑 고백이 울려 퍼지고.
얼마 안 가 본무대의 LED가 양쪽으로 열리며 데이즈가 다시 한번 모습을 드러냈다.
“나도 사랑해~”
“나잉이 우리 불렀어~?”
유연과 율무의 개구진 목소리가 들리더니 의 반주와 함께 앙코르 섹션이 시작됐다.
* * *
- 앵콜 등장까지 완벽해서 눈물이 앞을 가린다
- 앵콜 무대... 아 눈물 날 것 같아
- 마지막 vcr 전주 오늘부터 내 눈물 버튼임
- 앵콜 때 와줘서 고맙다고 눈물 글썽이는 아기 토끼ㅠㅠ 결국 눈물ㅠㅠㅠ (도토리 프리뷰.jpg)
- 데이드림 #백야 앵콜 엔딩 멘트 (동영상)
└ 제가 이 자리에 서 있을 거라곤 상상해 본 적 없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이 순간이 더 감사하고 소중한 것 같아요 (타래 이어서)
└ 멤버들을 알게 돼서 행운이었고 (울컥) 여러분을 만나서 행복했습니다. 여러분 곁에 오래 오래 있고 싶어요 (이때부터 목소리 떨림)
└ 제 평생 기억에 남을 정도로 좋은 추억 만들어 주셔서... (울지 마! 울지 마!) 왜 그래요오.. 저 안 울 거예요. 아무튼, 정말 너무 감사드리고, 아 진짜아… (뿌애앵)
- 결국 뿌애앵 엔딩ㅋㅋㅋㅋ
- 백도는 우는 게 젤 맛있지
- 첫콘부터 눈물바다ㅜㅜ 어이구 이 울보들~ 한 명 우니까 다 울잖아ㅋㅋㅋㅋ
- 백야 멘트 때 청이 울컥한 거 같았음ㅠㅠ 유연이가 병아리 토닥토닥하는데 너무 다정하잖아... (유연 어깨에 얼굴 파묻은 청 프리뷰.jpg)
- 사랑해 떼창에서 지한이 심쿵 했대
- 데이즈 앵콜콘 해ㅠㅠㅠㅠ
- 스태프까지 챙기는 율무는 천사야♡
- 데이드림 #청 앵콜 엔딩 멘트 (동영상)
└ 저 사실 연습생 때 미국 몇 번 돌아가고 싶었는데 안 가길 잘한 거 같아요. 지금 너무 행복하고 나잉이 만나서 행복하고 햄스터 있어서 더 행복해요
└ 사실 나 옛날에 연습 안 가고 공항 갔었는데 민성이 잡으러 왔었어 (민성 : 아~ 기억난다) 그거 고맙다고 꼭 말하고 싶어요. Thank you (민성 : 청이 씨 없었으면 저도 이 자리에 못 있었을 거예요)
└ (율무 : 청이 울어서 개구리 왕눈이 됐던 날? 그날 민성이 형 엄청 혼났지 않아요?) (유연 : 숙소에서 혼자 몰래 우는 거 봤어) (청 : Really?) (민성 : 아니야, 나 안 울었어.)
- 민성이가 자기 때문에 혼나서 울었다니까 청이 놀란 얼굴로 달려가서 꼭 안아주는데 넘 감동이었음ㅠㅠ (도래빗 프리뷰.jpg)
- 미친 청청 여권 당장 불태워버려ㅜㅜ 아무 데도 못가ㅠㅠㅠ
- 햄친놈 생각보다 백야한테 더 진심인 것 같더라ㅎㅎ 그냥 웃음이 계속 나오네ㅎㅎㅎ
- 애가 막판에 햄친 발언+농담처럼 말해서 그렇지 마냥 가볍게 털어놓은 건 아니었을 듯. 뭘 얼마나 갈궜길래 저 단단한 애가 집에 가고 싶었다 하냐 시X
- (인용) 이거 보자마자 수련은 우리 집에서 하고 데뷔는 옆집에서 한 걔가 생각나는데...
└ ㅎㄹ 인성질 오지게 하다 데뷔곡 녹음까지 다 하고 퇴출당했다던 게 사실인가요?
└ 헉 진짜요??
└ 방송에선 친해 보이던데 그런 척 했던 건가? 사실이면 하루즈 존X 보살이네
└ 걔 인성질 오져서 팬덤 내에서도 욕 많이 처먹지 않나? 근데 아이러니하게도 인기 멤이라는 거
└ 노래 잘하긴 해...
- 엔딩 멘트 직후 앵콜 때 말랑 복숭아랑 병아리 돼서 형아들한테 사랑 듬뿍 받는 막내즈 (동영상)
- 유연이가 팬한테 복숭아 인형 받아서 백야 옆에 놔두고 감ㅋㅋㅋ (디어피치 프리뷰.jpg)
- 앵콜 때 청이 업고 뛰는 율무ㅋㅋㅋㅋ 단체로 막내즈한테 약한 듯 (유기농 율무 프리뷰.jpg)
엔딩곡 MR이 깔리며 멤버들이 리프트 위로 올라섰다.
“여러분 사랑해요! 안녀엉~”
“내일 또 봐요~”
리프트가 천천히 움직이며 멤버들의 모습도 조금씩 사라졌다.
마지막까지 손을 흔들며 인사하던 데이즈가 무대 아래로 내려가자, 이번에는 스태프들의 축하가 이어졌다.
“Oh my god! 서프라이즈야?”
양옆으로 길게 늘어선 스태프들의 행렬. 쏟아지는 환호와 박수갈채에 신이 난 청이 양팔을 벌리며 그 사이를 달렸다.
마지막 콘서트를 끝낸 듯한 분위기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Thank you so much!”
행복 100%의 얼굴.
청을 보며 즐거워하던 멤버들도 그의 뒤를 따라 한 명씩 달렸다.
그러다 끝에서 만난 멤버들은 서로를 부둥켜안으며 제자리를 빙글빙글 돌았다.
“이제 시작인 거 알지? 첫 콘서트라 긴장 많이 했을 텐데, 다치지 않고 무사히 마쳐 줘서 너무 고맙고. 우리 남은 이틀도 잘해 보자!”
민성이 동생들을 격려하며 성공적인 첫 번째 콘서트를 축하했다.
그러다 백야와 눈을 마주치곤 나란히 턱에 호두를 한 알씩 품었다.
“혀엉….”
“넌 또 왜 울려고 그래….”
눈시울이 다시 붉어졌다.
그러던 그때, 에러창이 깜빡거렸다.
쿠당탕-
에러창이 사라진 순간 머리가 핑 돌며 중심을 잃은 백야가 바닥으로 넘어졌다.
“백야야!”
놀란 멤버들이 달려들고 스태프들이 무어라 소리쳤지만, 이명에 묻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삐이이-
그러나 잠시뿐이었다.
에러창이 다시 나타나면서 이명과 어지러움이 멎었기 때문이다.
“왜 그래. 너 괜찮아?”
“괘, 괜찮아. 너무 많이 돌아서 어지러웠나 봐. 긴장이 풀려서….”
단순한 긴장감 때문이라기엔 순간적인 안색이 좋지 않았다.
“가자. 다들 우리 기다리고 있겠다.”
애써 웃은 백야는 아무 일 아니라는 듯 유연의 팔을 잡아당기며 앞장섰다.
사실 제일 걱정되는 건 본인이었으나 이 자리에서 내색할 순 없었다.
‘에러창이 뜬 순간부터 뭔가 잘못됐다고 느꼈는데….’
당장 필승을 만나야 했다.
* * *
대기실 앞 복도.
멤버들의 초대를 받고 온 지인들이 복도에 모여 데이즈를 기다리고 있었다.
좀처럼 오지 않는 멤버들 때문에 지루할 법도 하지만,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끌고 있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제우스의 이제우 회장이었다.
“너는 아직도 보는 눈이 그렇게 없어서…. 쯧쯧.”
“회장님께선 감이 많이 떨어지셨네요. 애기는 복숭아죠.”
근엄한 표정으로 서 있는 큰 제우스와 작은 제우스는 복화술로 기 싸움을 하는 중이었다.
“저희 애는 사람인데….”
큰 복숭아가 아들의 입장을 대신해 소신 발언했으나 닿지 않았다.
“회장님. 오십니다.”
ID 측에서 고용한 경호원이 아닌, 이제우 회장이 데려온 경호원이 정중히 앞을 가리켰다.
“엄마! 아빠!”
가족을 발견한 복숭아가 떼구루루 굴러 와 부모님의 품에 안겼다.
그러다 두 사람의 뒤로 서 있는 매형과 누나,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고 눈을 크게 떴다.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님의 품에서 벗어난 백야가 큰 제우스와 사모님의 품에 안기며 애교를 부렸다.
“어떻게 오셨어요? 바쁘시잖아요. 너무 보고 싶었는데.”
“애기 사돈 첫 콘서트라는데 당연히 와야지. 보고 싶으면 아무 때나 들르라니까.”
“작은 애기, 너무 잘하더라.”
이제우 회장이 백야의 볼을 찌그러뜨리며 귀여워했다.
할머니도 백야의 분홍색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흐뭇함을 감추지 못했다.
“처나암…. 어쩜 그렇게 춤도 잘 추고 노래도 잘해?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지원해 주는 건데.”
“보는 눈 많다.”
“크흠, 큼.”
백야를 끌어안으며 볼을 비비려던 지훈이 백연의 경고에 멈칫하며 놓아주었다.
“누나, 누나! 나 봤어?”
“응. 봤어. 우리 백야가 제일 잘하던데? 너무 기특해.”
말랑해진 백야가 가족들의 품에서 어리광을 부리는 사이, 다른 멤버들도 자신이 초대한 지인과 가족들에게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다 아차 싶은 백야가 지훈의 손을 놓으며 청에게 달려갔다.
청의 부모님은 내일 오시는 탓에 그는 스태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청아!”
“왜 오나?”
“나랑 같이 가자.”
잠시 후, 백야가 청을 데리고 나타나자 이제우 회장이 제일 기뻐했다.
“자네 보는 눈이 있더군!”
“누구세요?”
그 시각 복쑹.
기둥 뒤에 숨어 감히 동생의 옆으로 갈 엄두조차 내지 못한 그녀는 멀리서 민성을 훔쳐보고 있었다.
“은오야! 그런데 동생분은? 같이 온다더니.”
“같이 왔어.”
“어디? 안 계시는데?”
“…저기.”
동생이 뒤를 가리키자 기둥 뒤로 숨는 머리통 하나가 보였다.
“보다시피 또라이야. 근데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 너희 팬이야. 그래서 저래.”
“나잉이라고?”
친구의 동생이 열렬한 나잉이라는 말에 민성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럼 내가 가야지.”
은오의 어깨를 두드린 그는 복쑹이 숨어 있는 기둥 앞으로 다가가 고개를 내밀었다.
“안녕하세요. 은오 친구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