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7화
* * *
- 중콘은 10분 지연된 거 빼면 갓벽했다... 뭐 때문에 지연인지는 당연히 말 안 해줌
- 사고는 지들이 쳐놓고 왜 사과는 애들이 하냐고 ㅅㅂ
- 오늘 지인석에 가족사 출연진도 왔던데
- 중콘 어제랑 비슷하게 끝남 = ID가 일 ㅈ같이 해서 애들 멘트 10분 날림
- [데이드림 중콘 후기]
청이 받아쓰기 벌칙 귀여워서 미안해ㅜㅜ 애들 다 했음 (동영상)
└ 민성이가 0점은 청이가 받았는데 왜 저희가 하냐고ㅋㅋㅋ 그러니까 청이가 데이즈는 하나라고 그냥 하라 함
- 오늘은 want me 등장 때 뽀뽀 안 하고 볼콕함ㅠㅠ 어제 허락 안 받고 해서 백야한테 혼났대
- 츄♡ 멤버별로 느낌 다른 게 킬포
└ 율무 : 윙크, 브이, 뽀뽀쪽, 고개 45도 각도
지한 : 주세요 자세
백야 : 두 눈 질끈, 입술 삐죽
민성 : 한쪽 다리 들면서 사랑의 총알, 그리고 지 마음대로 함ㅋㅋㅋㅋ (챌린지 모르는 게 틀림없음)
유연 : 한손 키스, 보조개 미소
청 : 챌린지의 정석
- 엉덩이는 왜 씰룩거리냐고 겸디야ㅠㅠㅠ 청이 받쓰 벌칙 제일 즐기신 분 (민성 동영상)
- 청이 말하다 까먹어서 처음부터 다시 말하는 게 레전드로 귀여움ㅠㅠ 오늘 부모님 오셔서 긴장했대 (동영상)
- 막콘 한 번 더 남았는데 어떡함? (죽겠어요 짤.jpg)
- 받쓰 설욕전 한 번 더 하자니까 유연이가 매니저 형한테 금지당했대ㅋㅋㅋㅋ
- 율무 평소보다 텐션 높다고 생각했는데 부모님 오셔서 그런 거였구나ㅋㅋㅋ 귀여워ㅜㅜ
- 백야 올라오는 프리뷰마다 창백해 보여서 메이크업을 이상하게 해놓은 줄 알았더니 아픈 거였어? 애기야 할미 가슴 찢어진다...
- 오늘 키링 부를 때 백야랑 지한이 손잡고 돌아다님... 이거 실환가요 (백지수표 프리뷰.jpg)
└ 집사가 가만히 있었어?
└ 개같이 달려듬ㅋㅋㅋ 근데 민성이한테 붙잡혀서 반대 구역으로 끌려감
- 지한이 형이 지한이보다 잘생겼다고요??? 인간 맞음??
- NAN 무대 끝나고 엔딩 포즈 할 때 백야 갑자기 휘청거렸는데 유연이가 0.1초 만에 반응해서 잡아줌ㅠㅠ 엄청 신경 곤두세우고 있었나 봐...
- 백야 아픈데 무리해서 무대 하고 있는 거 아니야? 진짜 걱정된다ㅜㅜㅜ
갑자기 울면서 뛰쳐나가지를 않나, 코피를 쏟았다 그러질 않나.
무대 전 조명이 떨어지는 사고 때문에 공연 시간이 지연되는 해프닝이 있었지만, 둘째 날 콘서트 또한 무사히 마무리됐다.
“흐아아…. 죽겠다.”
리프트가 무대 아래로 내려오자 백야가 스르륵 주저앉았다.
무대에 오르기 전부터 멤버들을 걱정시키던 그는 공연 중에도 아슬아슬한 모습을 보이며 모두를 신경 쓰이게 만들었다.
두 번째 섹션을 끝낸 뒤부터 상태가 좋지 않아 보이더니, 앙코르 섹션을 앞두고는 잠깐 호흡 곤란 증세를 보여 모두를 놀라게 했다.
다행히 응급 처치 덕분에 호흡은 금방 돌아왔으나 안색이 눈에 띄게 나빠졌다.
그럼에도 무대 위에만 올라가면 방긋방긋 잘만 웃어 대서 한편으론 존경스러웠다.
“햄스터 괜찮아?”
“응.”
리프트가 멈췄지만 내려오지 않고 백야를 살피는 멤버들에게 남경이 다가왔다.
“여기 이 친구요.”
남경과 함께 나타난 구급 대원이 백야의 상태를 살폈다.
“탈수 증상이 있네요. 많이 어지러우시면 병원으로 이송시켜 드리겠습니다.”
“그 정도는 아니에요.”
백야의 손이 힘없이 허공을 저었다.
“형, 아직 콘서트 하루 남았잖아요. 저 병원 가는 거 찍히기라도 하면 말 나올 거예요.”
남경은 수액이라도 맞길 원했지만, 백야가 거부했다. 포인트로 스트레스 지수만 낮추면 해결될 일이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에러창 때문에 아무것도 못 한다는 건데….
‘그래도 조명은 안 떨어졌어.’
공연 전 조명이 떨어진 게 과연 자신과 관련이 있을까?
처음엔 에러창이 제발 사라지길 바랐는데, 오늘은 무대 내내 창이 사라질까 봐 전전긍긍했다.
* * *
그 시각, 대기실 복도에서 백야를 기다리던 필승은 생각보다 늦어지는 복귀에 마음이 불안했다.
‘설마 무대 아래에도 조명이 있나?’
콘서트를 관람하는 내내 백야만큼이나 마음을 졸인 필승이었다.
갑작스러운 해외 출장에 핸드폰 분실까지.
연락할 방법이 없어서 귀국하는 대로 급히 콘서트장을 찾았지만, 공연 내내 안색이 좋아 보이지 않는 게 문제가 있어 보였다.
그렇게 초조하게 백야를 기다리는데, 갑자기 소울 가득한 외국인의 감탄사가 들렸다.
“Oh my god. Kitty~”
뒤를 돌아보니 멀리서 걸어오는 멤버들이 보였다.
그러나 백야는 보이지 않았다.
다른 멤버들이 지인을 반기며 인사를 나누는 사이, 백야의 지인들만 멀뚱히 서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저기… 매니저님. 백야는요?”
시트콤 팀의 대표로 재욱이 나섰다.
남경에게 다가가던 필승도 가까운 거리에 멈춰 서며 그의 대답을 함께 기다렸다.
“아…. 잠시 화장실 좀 들르고 온다 해서요.”
화장실?
찜질방에서도 갑자기 코피를 쏟으며 화장실을 찾던 백야였다.
조용히 자리를 벗어난 필승은 멤버들이 나타났던 방향으로 달려갔다.
“백야 씨!”
화장실 안으로 들어서자 손을 씻고 있는 백야가 보였다.
거울에 비친 필승을 발견한 개복치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턱에 호두를 품었다.
“개발자니임….”
“또 코피 났어요?”
“저는 개바짜님이 주근 줄 알고…. 내가, 내가 얼마나….”
서러움에 북받친 개복치가 울먹이자 필승은 당황했다.
아니 무슨 그런 재수 없는 소리를….
“제가 죽은 줄 알았다고요?”
“네에, 킁. 개발자님은 연락이 안 되고, 시스템은 갑자기 에러 나고….”
횡설수설하던 백야는 그래도 안 죽어서 다행이라며 필승을 세게 안았다 떨어졌다.
“그런데 에러는 뭐예요? 자세히 말해 봐요.”
손에서 휴지를 빼앗아 온 필승은 남아 있는 핏자국을 대신 닦아 주며 물었다.
“제가 해도 되는데.”
“가만히 있어요.”
“그게… 에러 409라고 계속 떠 있어요.”
“왜 말 안 했어요? 제가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하라고 했잖아요.”
“개발자님이 전화 안 받았잖아요!”
아차.
할 말을 잃은 필승이 입을 다물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미안해요. 핸드폰을 잃어버려서…. 잠깐. 어쩌면 이것도 시스템의 농간이…….”
“뭐라고요?”
“농담이었습니다.”
개복치의 눈이 제법 매서웠다.
“어제 개발자님이랑 통화하던 걸 멤버들한테 들켰어요. 에러창은 그때 떴는데 이후로는 한글도 이상하게 깨져서 보이고, 가끔 사라질 때마다 페널티 증상이 나타나요.”
“코드가 몇 번이라고요?”
“…코드요?”
“에러 뒤에 떠 있는 숫자 불러 봐요.”
“409요.”
핸드폰을 꺼낸 필승은 상태 코드를 검색했다.
[409 (충돌) : 서버가 요청을 수행하는 중에 충돌이 발생한 경우의 에러 코드.]
“멤버들이 들었다는 게 어떤 대화죠?”
“업데이트하기 싫다고 차라리 한 번에 죽는 게 낫겠다고 했을 때요.”
그 뒤로 에러가 나며 시스템이 멈춘 것 같다고 했다.
“자꾸 코피가 나서 스트레스 지수를 낮추려고 했는데 에러창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요.”
에러창이 뜬 건 오류 때문일 테니 시스템이 제 기능을 못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왜?’
백야는 자신에게 어쩌다 이곳에 오게 됐는지부터 정체까지 다 밝혔다. 하지만 그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멤버들은 ‘업데이트’라는 단편적인 부분만 들었음에도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다.
“409 에러는 보통 중복되는 이름이 서로 충돌했을 때 나타나는 오류거든요?”
예를 들어 사용자 명을 ‘민성’으로 변경하려 했지만, 서버에 ‘민성’이라는 사용자가 이미 존재하는 경우 충돌이 발생한다는 것이었다.
‘혹시 게임에 등장하는 인물이라서?’
필승이 심각한 표정을 짓자 백야의 얼굴도 덩달아 굳어졌다.
“왜요? 설마 애들은 들으면 안 되는 거예요? 그럼 안 되는데….”
백야가 손톱을 물어뜯으며 초조해하기 시작했다.
“설마 말했어요?”
“네? 네에….”
“그래서 지금 이렇게 만신창이가 된 거예요?!”
“아니요. 만신창이까진 아닌….”
필승은 백야가 더 이상 손톱을 물어뜯지 못하게 손목을 잡아 저지했다.
“에러창이 사라질 때마다 계속 스트레스 알림이 떠요.”
뭘 해 보기도 전에 창이 다시 나타나는 바람에 낮추지도 못하고 스트레스가 올라만 가고 있다 했다.
“그리고 아까는 돌발 이벤트도 떴었어요. 얼마나 놀랐는데요.”
“조명 이벤트요!? 언제?”
필승이 놀라서 소리쳤다.
“다행히 아무 일 없었어요. 공연 시작 전에 비상계단에 있을 때 떴거든요.”
“비상계단이요? 그럴 리가 없는데…?”
“그런데 더 대박인 건 조금 전에 에러창이 사라지면서 이벤트 완료도 잠깐 떴었어요.”
백야가 신이 나서 말했다.
“그럼 이거 완료된 거 맞죠? 그렇죠?”
필승의 생각엔 시스템 오류로 게임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지 않은 것 같았다.
돌발 이벤트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으니 완료 처리 또한 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굳이 말을 꺼내진 않았다.
‘저렇게 좋아하는데.’
확실하지도 않은 말을 꺼내서 백야의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그런 것 같네요. 제가 돌아가서 어떤 구조인지 한번 살펴볼게요. 그래서 지금 몸은 좀 어때요?”
“괜찮아요.”
백야가 활짝 웃으며 답했다. 그러나 이마엔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
“퀘스트는 그렇다 치고, 에러창은 방법을 찾긴 해야 할 것 같네요. 안색이 안 좋아요.”
“감사해요. 그리고 죄송해요. 매번 부탁만 드리고….”
“제가 도와드린다 그랬잖아요. 일단 나가요. 백야 씨 좀 쉬셔야 할 것 같은데.”
필승이 손목을 이끌었다.
그러자 오히려 반대로 잡아당긴 백야가 기쁜 얼굴로 말했다.
“아, 맞다! 와 주셔서 감사해요.”
“네?”
“저 사실 개발자님은 바쁘시니까 못 오셔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당연히 와야죠. 우리 비밀 친구잖아요.”
그 말에 백야의 광대가 한껏 올라갔다.
“네! 그래도 제가 이 은혜는 꼭 갚을게요. 저 진짜 이번 고비만 넘기면 정말 자신 있거든요.”
돌발 퀘스트를 해결했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백야의 기분은 더없이 좋아 보였다.
“그래요. 꼭 갚으세요.”
“네! 생체 해부, 뭐 이런 거만 아니면 개발자님이 원하는 거 다 들어드릴게요.”
재잘대는 소리가 듣기 좋은 걸 보니 아무래도 외계인에게 홀려 버린 게 틀림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