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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아이돌인데 패시브가 개복치-293화 (293/340)

제293화

S급 외모 스킬이 또 언제 뜰지도 모르고, 모두 날려 버리기엔 아까웠던 백야도 <귀여워서 미안해(S)>를 고르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백야의 얼굴은 그렇게 새로 태어났다.

<얼굴 천재(A)>를 하고 있을 때도 마니아 층이 꽤 두터웠는데, 과연 S급의 위력은 대단했다.

춤이나 랩 말고는 관심을 보이지 않던 무심한 고양이가 백야의 얼굴이라면 환장하기 시작했으니까.

지한이 처음으로 백친놈 대열에 합류를 선언한 건 <귀여워서 미안해(S)>를 장착한 바로 다음 날 아침부터였다.

“생각보다 더 귀여운 거 같아.”

시리얼을 먹던 모두가 귀를 의심하며 굳어 버렸다.

주르륵-

민성의 입에서 우유가 흘러내리자 백야가 얼굴을 찡그리며 조금 멀어졌다.

청은 지한을 죽일 듯이 노려봤고 율무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미쳤어?”

유연은 아니꼬운 얼굴로 지한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열은 없는데.”

며칠 전까지만 해도 찬바람이 쌩쌩 불었는데.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달라진 모습에 모두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지한의 상태 때문에 한동안 강제 휴가를 다녀온 숙소의 이모님도 낯설어하셨다.

“어머. 밖에 웬 택배가 이렇게….”

“제 거예요. 제가 가져올게요.”

잠시 후, 상자 속에서 나온 건 10개가 넘는 비타민이었다.

“한백야, 이거 먹어.”

홀로 늦은 점심을 먹던 백야는 자신의 앞에 놓인 약통을 보곤 어리둥절해했다.

“이게 다 뭐야?”

“어머. 무슨 약을 이렇게 샀어?”

“한백야 영양제요.”

내 영양제…?

백야의 동공이 흔들리며 수많은 약통과 지한을 번갈아 봤다.

이모님도 백야만큼이나 당황스러운지 열심히 복용 방법에 대해 설명하는 지한을 말없이 바라봤다.

“여기부터 여기까지는 하루에 한 알, 이거는 두 알씩. 밥 먹고 먹으면 돼. 자.”

지한은 백야의 손을 가져가더니 무려 15개가 넘는 알약을 올려 주었다.

‘이거 다 먹으면 시스템보다 약물 과다 복용으로 먼저 죽을 것 같은데….’

이모님도 비슷한 생각을 하셨는지 이건 너무 많지 않냐며 백야의 편을 들어 주었다.

이렇듯 안에서 새는 바가지는 밖에서도 새기 마련이었는데, 지금이 바로 그런 상황이었다.

“한백야. 여기서 더 귀여워질 수도 있어?”

더 높은 등급의 스킬도 있냐는 질문 같았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듣기엔 그냥 팔불출의 주접에 불과하지 않았다.

시도 때도 없이 들어오는 지한의 플러팅에 그렇지 않아도 신경이 곤두서 있던 청은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아악! 나 더는 못 참아!”

청이 백야를 끌어당겨 자신의 뒤로 숨기며 지한에게 경고했다.

“You! 햄스터 눈 똥 들이지 마!”

이로써 지한은 막내에게 단단히 찍히고 말았다.

대기실의 끝과 끝으로 격리당한 백야는 지한을 조심하라는 삐악거림을 한참이나 들어야 했다.

“백야! 갑자기 잘해주는 사람이 제일 나쁜 사람이야. 눈 똥 들어오는 거라고!”

“눈 똥이 아니라 눈독…. 그리고 지한이는 그런 사람 아니잖아.”

“No! 지한 나빴어!”

“으응….”

아무래도 지한은 청에게 단단히 찍힌 모양이었다.

“데이즈 개인 촬영할게요~”

백야는 촬영을 재개하겠다는 소리가 이렇게 반가운 적은 처음이었다.

“저요! 저 먼저 할래요!”

제발요!

* * *

컴백 D-Day

콘서트에서 컴백 타이틀곡의 일부를 선공개한 데이즈는 쇼케이스를 생략하고 라이브 방송으로 대체하게 됐다.

[DASE ‘야화(野花)’ Comback Live]

잠시 후 라이브 방송이 시작된다는 자막과 함께 <야화(野花)> 티저 영상이 반복 재생되었다.

어두운 공간.

무너지는 카드 탑.

웅장한 비트.

내딛는 걸음에 나풀거리는 검은 도포 자락과 바닥을 끄는 날카로운 칼끝.

누구의 발인지 알 수 없지만 남자는 고풍스러운 복도를 거닐고 있었다.

문이 거칠게 열리는 순간, 장면이 바뀌며 트럼프 카드가 불에 타올랐다.

붉은 배경 아래, 슈트를 입은 데이즈의 실루엣이 강렬한 단체 군무를 선보이고.

거문고 사운드가 섞이며 꽃잎이 흩날리는 장면을 마지막으로 티저는 끝이 났다.

“미친. 백야 봤어?”

“뮤비에서 돈 냄새 오지고요~ 치킨 냄새도 지리고요~”

무주 여행과 콘서트 이후, 덕질이라는 유대 관계를 갖게 된 두 사람은 백야의 스케줄은 웬만하면 함께 챙겨 봤다.

최근 재현의 아버지께서 65인치 OLED TV를 장만하셨다는 소식에 유경은 한달음에 달려갔다.

귀여운 건 크게 봐야 좋으니까.

자막이 사라지고 장면이 바뀌자 데이즈가 모습을 드러냈다.

[율무 : 이리 오너라~]

[청 : 여봐라! 이놈의 주리를 틀자!]

방송이 시작되자 <야화>의 MR이 재생되며 멤버들이 밝게 인사했다.

셔츠와 슬랙스 차림의 데이즈는 파스텔 톤의 두루마기를 걸치고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청이 지한에게 삿대질하자, 손가락을 빤히 보던 고양이는 아프지 않게 청의 검지를 앙, 물었다.

[청 : 아악! 이게 나 물어써!]

청이 손을 붙들며 백야에게 어리광을 부리고, 백야는 청의 검지를 꼭 잡아 주며 카메라를 힐끔거렸다.

[유연 : 꽃 내음에 취해 거니노니.]

[율무 : 꽃이 피고 나비가 넘노는구나.]

그러거나 말거나 유연과 율무는 MR에 맞춰 노래를 부르며 안무를 선보였고, 민성은 입술을 할짝거리며 멘붕에 빠진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자신의 파트가 나오자 금세 돌변하며 카메라의 원샷을 차지했다.

[민성 : 네~ 벌써 다 들려드릴 수는 없으니까 이쯤하고.]

MR 볼륨이 작아지자 민성이 분위기를 정리하며 자리에 앉았다.

[민성 : 인사 먼저 드리겠습니다. For your days!]

[단체 : 안녕하세요. 데이즈입니다~]

단체 인사가 이어지자 댓글창이 빠르게 올라갔다.

좌 지한, 우 청 사이에 앉은 백야는 정면의 댓글 모니터를 보는지 시선이 카메라를 빗나갔다.

“미친. 쟤 얼굴에 뭐 했나? X나 귀엽네. 야, 빨리 한백야 귀여워 쳐.”

“그런 댓글 이미 많이 올라오고 있는데?”

유경과 재현은 1초에 몇 백 개씩 올라오는 댓글 전쟁에 참전했다.

- 한백야 귀엽다!!!

- 시이이X 애기 오늘 왜 저렇게 귀여워???

- 백설이 폼 미쳤네

- 존X 저거도 손이라고 청이 손가락 대신 잡아 주고 있다ㅜㅜㅜ

- 깨물고 싶은 분홍색 생명체는 정체가 무엇입니까? (눈물)

- 공주 원래도 귀여웠는데 더 귀여워졌어.... 진짜 좀 과한데?

그러나 두 사람의 뻔한 댓글은 올리자마자 빛의 속도로 파묻혔다.

[율무 : 오늘 저희가 왜 모였죠?]

[백야 : 잠시 후 6시에 앨범과 함께 음원, 뮤직비디오가 모두 공개될 예정인데요.]

[백야 : 그전에 나잉이들이랑 이야기도 하고, 앨범도 미리 보여 드리려고 제가 모이자고 그랬어요.]

[민성 : 그럼 한 명씩 자기소개를 먼저 하고 시작할까요?]

민성부터 시작된 자기소개는 한 바퀴를 돌아 다시 민성에게 돌아왔다.

[민성 : 그런데 여기 세트장이 사극풍이라 그런지, 약간 말할 때도 사극 대사처럼 말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유연 : 그거 MC 병이에요.]

[민성 : 그런가?]

[백야 : 근데 나잉이들이 사극처럼 말해 달래요.]

[율무 : 오구오구~ 그래쪄요?]

[백야 : 뭐야….]

과한 반응에 백야가 얼굴을 찡그리며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율무 : 그럼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당백이가 시범으로 보여 주세요~]

[백야 : 오냐. 그동안 각자 뭘 했는지 한 명씩 말해 보거라.]

[지한 : 귀여워.]

그 순간 나직이 들려오는 낮은 목소리와 볼을 꼬집는 손길.

백야와 나잉이들은 그만 소름이 돋고 말았다.

- 방금 뭐야???

- 둘이 싸웠다 하지 않았음?

- 지한이 눈깔이 좀.. 돌았는데?

- 멜로 눈깔이라기보다는 약간의 광기가 더해진...

- 불화설이랑 시한부 소문 잠재우려고 회사에서 시켰네ㅋㅋㅋㅋ

[청 : 아악! 나 더는 못 참아! 전쟁이야!]

[유연 : 진짜 제정신 아닌데?]

청이화가 과하게 된 지한은 멤버들도 낯설어했다.

[지한 : 그럼 귀여운 걸 귀엽다고 하지, 귀여운 걸 안 귀엽다고 할 수는 없잖아요.]

[민성 : 저기요, 잠시만요. 귀엽다는 말 금지.]

[지한 : 그럼 할 말이 없는데.]

[율무 : 와우.]

- 팔불출 도랏네ㅋㅋㅋㅋㅋㅋ

- 백설이 진짜 뭐 있다니까? 쟤 주변에 있는 애들은 하나같이 쟤한테 미쳤잖아

- 마약 복숭아ㅋㅋㅋㅋ

- 한지한 너무 낯설어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음

[청 : 여기 사약 한 잔 주문!]

[백야 : 조용! 다들 조용히 하세요.]

[유연 : 백도 밑으로 조용히 하래요.]

[민성 : 쟤 밑에 누가 있어?]

[율무 : 햄야? 근데 햄야가 6위 아니야?]

[지한 : 걔는 숙소에 있잖아.]

[백야 : 씨이…. 저 집에 갈래요.]

- 역시 백야가 햄야보다 서열 아래일 줄 알았다ㅋㅋㅋㅋㅋ

백야가 율무를 노려보자 그가 입술을 합 다물었다.

잠시 후, 서열 7위에게 발언권이 허락되자 백야가 준비된 멘트를 읽었다.

[백야 : 각자 쉬는 동안 뭘 했는지 너무너무 궁금한데요.]

[백야 : 일단 저는 콘서트가 끝나고 컴백 준비를 하면서 체력 관리도 하고, 조금의 휴식 시간을 가졌습니다.]

[율무 : 사극 톤, 사극 톤.]

[백야 : …요.]

- 습니다요ㅋㅋㅋㅋㅋㅋ

- 왕세자처럼 해달랬지 저희가 언제 종놈이 돼라 했냐고요ㅠㅠ

[유연 : 습니다요? 푸하하! 이거 사극 톤 맞아요?]

[백야 : 아니, 얘가. (당황)]

[율무 : 당백씨 미안해요? 지금 말실수해서 너무 미안하죠?]

[백야 : 네?]

미안함을 강요하는 율무 때문에 백야는 얼떨결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율무 : 그럼 귀여워서 미안해 챌린지 해 주세요! 자, 시~ 작! 츄!]

그런데 또 율무가 노래를 불러 주자 백야가 동작을 선보였다.

[백야 : 그런데 제가 이걸 왜 해야 하는 거예요?]

[유연 : 다 해 놓고 뭘 물어봐.]

[민성 : 진짜 다들 좀 미친 거 같아요. 애들이 갈수록 청이화 되는 것 같은데.]

[청 : 내가 모!]

[민성 : 몰라서 묻니?]

[지한 : 그런데 여러분. 이제 진짜 진행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저희 6시까지인 거 아시죠?]

[율무 : 음악 주세요.]

준비된 첫 번째 코너는 앨범 트랙 소개였다.

1번 수록곡의 하이라이트 구간이 재생되자 율무가 앞으로 나와 프리 스타일 댄스를 선보였다.

808 베이스의 트렌디한 힙합 댄스곡으로 멤버 전체가 랩에 도전한 미션 같은 곡이었다.

[지한 : 이거 안무 있는 거였어?]

며칠 동안의 기억이 없는 지한이 진심으로 놀라며 물었다.

[율무 : 그냥 제 마음대로 춘 건데. 괜찮았어요?]

[유연 : 역시 나율무.]

율무와 유연이 주먹을 부딪치며 하이파이브를 했다.

한편 댓글창에는 자신의 최애가 랩을 했다는 소식에 폭주하고 있었다.

- 한유연 랩... 한유연 랩... 한유연 랩...

- 안 그래도 천재 갓기 올라운드 애기 명창 백설 공주인데 랩까지 잘하면 어카는데

- 아기 토끼가 랩이요? 미친

- 와 ㅅㅂ 율무 랩 각 잡고 하는 거 처음 듣는데 미쳤네

- 싱잉 랩하는 백야 톤 개설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율무 : 역시~ 좋아하실 줄 알았습니다. 제가 이건 무조건 해야 한다고 강하게 어필했어요.]

율무가 칭찬을 바라는 얼굴로 눈을 반짝였다.

[지한 : 그런데 멤버들이 랩을 너무 잘해서 당황스러웠어요.]

[백야 : 왜?]

[지한 : 메인 보컬이 랩까지 잘하면 저는 조금 부담스럽거든요. 그런데 눈을 왜 그렇게 뜨고 말해요?]

[백야 : 엥?]

[지한 : 귀엽다는 말 듣기 싫다면서요. 그럼 눈 그렇게 뜨지 마세요.]

새로운 외모 스킬은 부작용이 심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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