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4화
- 한지한 미쳤냐
- 백야에 미쳤답니다
- 이래서 조또....
잠시 마이크를 잡아 오디오를 막은 백야는 지한의 귓가에 나직이 속삭였다.
주꼬 시퍼?
[지한 : 근데 네가 먼저…. 아니야.]
조용히 내밀어지는 솜 주먹에 지한은 말을 아끼기로 했다.
[청 : Next!]
이어서 두 번째 수록곡이 이어졌다.
하이라이트가 하나씩 공개되자 멤버들은 그에 대한 감상과 녹음 비하인드 썰을 풀어 주었는데, 어느덧 타이틀곡인 <야화>만을 남겨 두고 있었다.
[율무 : 드디어~]
[청 : 그런데 이 곡은 하이라이트가 두 개잖아. 뭐가 나오는 겁,]
[백야 : 잠깐만! 이거 스포 아니에요?]
청의 입을 막은 백야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카메라를 봤다. 그러자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갔다.
- ㅅㅂ 지한이 심정 이해했다
- 또양아 아까 미쳤냐고 해서 미안하다
- 얼굴 바뀐 건 없는데 뭐지? 왜 더 귀여워졌지???
- 이래서 다들 백야, 백야 하는구나... 늦게 입덕한 저를 패고 싶습니다
S급 스킬의 위력은 대단했다.
화면에 백야의 원샷만 잡히면 귀엽다는 반응이 폭발했다.
해당 스킬을 골라 준 지한은 뿌듯해하는 반면 당사자는 민망함과 수치심에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솜 주먹을 움켜쥔 개복치가 ‘꼬츠 미남’을 고를 걸 후회하는 동안 타이틀곡 하이라이트가 공개됐다.
1절 하이라이트 구간으로, 콘서트에서 공개된 변주 구간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파트였다.
- 데이드림에서 공개한 거랑 이게 같은 곡이라고?
- 갑자기 혼란스러움
- 서정적인 가사에 그렇지 못한 비트 너무 좋아ㅠㅠ
- 잠깐만;; 이번에 곡 무조건 잘 뽑혀야 되는데...
- 잠시만요. 대버지 이거 맞아요?
- 분위기 X나 힙한데 한복 입고 꽃잎이 흩날린다고요? 그대만을 위해 피어났고 그대 손에 아스러지고 싶다?? 이거 무조건 된다
선공개된 무대와 상반된 분위기의 하이라이트에 반응이 나뉘었다.
반면 멤버들은 이런 반응이 나올 거라고 예상했는지 태연한 모습이었다.
[유연 : 알고 계시던 거랑 느낌이 많이 다를 건데, 처음부터 들어 보면 진짜 좋아요.]
[백야 : <야화>는 에임 대환 선배님께서 작곡해 주셨고요. 아마 멤버들 중에서는 제가 제일 처음 들었을 거예요.]
[백야 : 듣자마자 너무 하고 싶다고, 꼭 저희가 하게 해 달라고 제가 엄청 졸랐어요.]
[민성 : 맞아요. 다 같이 햄버거 먹는데 갑자기 케첩 짜다가 우리 타이틀곡 듣고 왔다고.]
[유연 : 불러 보라니까 뚝딱거리기나 하고.]
[백야 : 완전 똑같지 않아요?]
[청 : No.]
- 청이 왜 저렇게 단호해ㅋㅋㅋ
- 아무리 햄스터라도 아닌 건 아닌 것
- 저 목소리로 뭘 어떻게 불러야 뚝딱거릴 수 있는 거죠? 난 듣기 전까지 못 믿겠으니까 재연해 줘ㅠ
백야는 그만큼 좋은 곡이라며, 아마 6시에 전곡을 들었을 땐 저희와 같은 반응이실 거라며 장담했다.
[율무 : 그럼 이번에는 앨범 소개를 한번 해 볼까요? 사실 아까부터 정말 궁금했거든요.]
멤버들도 처음 보는 모양인지, 테이블 위에 놓인 고서적 스타일의 앨범을 집어 들었다.
[청 : 오! 옛날 책이야!]
[지한 : 그러네. 이런 걸 화첩이라고 부른대요.]
앨범의 첫 장에는 팬들을 상징하는 데이지 꽃 동양화가 그려져 있었다.
자연스레 뮤직비디오 촬영 이야기로 넘어간 멤버들은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들을 이야기했다.
[민성 : 잠시 후에 보면 아시겠지만, 이번 뮤직비디오 스케일이 제일 컸던 것 같아요.]
[청 : 맞아! 우리 궁에서 찍었어!]
용인의 사극 오픈 세트장과 경복궁에서 촬영한 뮤직비디오는, 영화에 버금가는 웅장한 스케일로 제작되었다고 했다.
[율무 : 저는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산에서 촬영한 날이요.]
율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눈치챈 지한은 피식 웃으며 백야를 바라봤다.
[율무 : 그날 당백이가 첫 번째 순서였을 거예요. 찍고 또 오후에 스케줄을 가야 해서 제일 먼저 끝내고 쉬고 있었는데.]
[유연 : 아, 벌써 웃겨.]
멤버들은 일화를 알고 있는지 웃음을 참으며 백야를 힐끔거렸다.
[율무 : 애기가 가만히 앉아 있기 지루했는지 허락을 받고 잠시 산책을 다녀오겠다는 거예요.]
[율무 : 그런데 그거 아시죠? 백설 공주 주변에는 동물 친구들이 모여드는 거. 걷는데 웬 고양이가 계속 따라오더래요.]
산속에 고양이가 혼자 사는 게 신기했던 백야는 강아지풀을 흔들며 관심을 끌었고, 녀석이 쪼르르 달려와 폭 안기더라고 했다.
[율무 : 그때 제가 촬영 중이었는데, 저쪽에서 백야가 뭘 안고 오는 거예요.]
[민성 : 진짜 해맑게, 얘들아 이것 봐~ 산에 고양이가 있어~]
[백야 : 내가 언제 그랬어….]
백야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민성 : 그런데 멀리서 봐도 예사롭지 않은 거 뭔지 알죠.]
[율무 : 딱 보자마자 느낌이 싸하더라고요.]
흥미로운 이야기에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갔다. 다들 백야가 뭘 주워 왔는지 궁금해하는 눈치였다.
[지한 : 그런데 어깨에 또 뭐가 있었잖아요.]
[민성 : 푸하하! 참새였나?]
다시 생각해 봐도 우스운지 민성이 손뼉을 치며 웃다가 뒤로 발라당 넘어갔다.
[율무 : 그럼 여기서 질문! 백야가 데려온 건 뭐였을까요? 정답을 맞히신 분께는 사인 앨범을 드리겠습니다~]
갑작스런 이벤트에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갔다.
- 닭
- 삵!!!
- 티라노사우루스
- 펭귄~
[백야 : 잠깐만요. 산에 어떻게 펭귄이 있어요.]
[청 : 북극곰 누구야? 햄스터 바보 아니다.]
백야를 놀리는 댓글이 반, 진심으로 참여하는 댓글이 반이었다.
멤버들은 채팅창을 보며 빠르게 올라가는 글을 살폈다.
[지한 : 어. 나왔다.]
그러다 지한이 정답자를 발견했다.
[지한 : 새끼 호랑이, 정답입니다.]
- 네??? 뭐요?
- 뭘 데려와요?
- 햄스터가 다람쥐 도토리 줍듯 호랑이를 주워 왔다고?
- ㅅㅂ 돌고래에 이은 호랑이라니ㅋㅋㅋㅋㅋ 레알 백설이 인증이네
끝내 밝혀진 산고양이의 정체에 채팅창이 발칵 뒤집혔다.
[민성 : 먹이를 자처한 거지.]
[유연 : 걔는 그냥 얘 어깨에 새가 있어서 그거 보고 온 건데, 백도가 귀엽다고 달랑 들고 온 거예요.]
[민성 : 새가 어깨에 앉아 있는 거도 웃겨.]
[율무 : 제가 촬영 끝나고 갈 때까지 새가 앉아 있었어요.]
백야한테 어깨에 그게 뭐냐고 물었더니, 뒤늦게 참새와 아이컨택을 하곤 자지러질 뻔했다고 전했다.
[백야 : 새는 진짜 몰랐어요. 아마 끼고 있던 귀걸이가 진주 같은 구슬로 만들어진 거여서 곡식인 줄 알았나 봐요.]
[민성 : 과연 그럴까? 그냥 네가 쌀알 같았던 건….]
[율무 : 정답~]
율무가 민성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백야를 놀려 댔다.
반면 청은 잔뜩 흥분해서 팬들에게 그때의 심각함을 알렸다.
[청 : 근데 진짜 위험했어! 내 햄스터 호랑이 밥 될 뻔했다!]
백야가 잡아먹힐 수도 있는 위급한 상황이었다며 진지하게 말하자, 백야가 발끈했다.
[백야 : 그 정도는 아니거든? 제가 사진 보여 드릴게요. 진짜 고양이랑 똑같이 생겼다니까요?]
[유연 : 그게 어딜 봐서 고양이야. 덩치부터가 다른데.]
백야는 자신의 핸드폰을 받아 와 해당 사진을 내밀었다.
[백야 : 이거 보세요!]
- ktx 타고 지나가면서 봐도 새끼 호랑이
- 호랑인데요...
- 백야는 쟤 어딜 보고 고양이라고 착각을 한 걸까. 눈코입 있고 귀 달리고 네 발로 걸어서?
- 아니 근데 저 산에 사람이 출입해도 괜찮은 거야? 새끼 호랑이가 있으면 어미도 있다는 말 아닌가?
한 나잉이에 의해 채팅창은 다른 의미로 한 번 더 뒤집혔다.
[민성 : 그래서 바로 철수했어요. 사실 저희 다 같이 호랑이 밥이 될 뻔한 이야기였습니다.]
[율무 : 그래도 무사히 탈출했어요. 해피엔딩입니다.]
산짐승은 율무가 호랑이인 걸 알아보자마자 제자리에 데려다 놓았다고 했다.
[청 : 율무 진짜 빨랐어!]
[유연 : 복숭아 냄새나면 어미가 안 데려갈지도 모른다고 풀로 문질러 주고.]
[지한 : 근데 너무 문질러서 호랑이 초록색 됐잖아.]
- 율무 호랑이 들고 개같이 달린 거 상상돼서 웃겨 죽을 거 같음ㅋㅋㅋㅋㅋ
- 얘들아 백야 간수 잘해라...
- 애들 하는 얘기 들어보면 백야가 사고 제일 많이 치고 다님ㅋㅋㅋㅋ
- 복숭아 냄새 돌았나ㅋㅋㅋㅋ 혼자서 웬 복숭아? 이러고 있었음
[유연 : 백도 인생이 왜 이렇게 스펙터클하냐고요? 저희도 궁금해요.]
유연은 백야가 팀에 합류하고 난 뒤로 하루도 심심한 날이 없다고 했다.
[민성 : 그럼 이번에는 저희 앨범 중에서 각자 마음에 드는 곡을 하나씩만 골라 볼까요? 저부터 할게요.]
민성은 첫 번째 트랙의 <비망록(備忘錄)>을 골랐다.
[민성 : 생각보다 제가 랩을 좀 하더라고요. 사실 연습생 때 제가 랩으로 월말 평가 1위를 한 적이 있거든요.]
[율무 : 와~ 그걸 이렇게 말한다고?]
[청 : What? 나는 기억 안 나는데!]
[민성 : 너 들어오기 전이었어.]
청은 그래도 그렇지. 민성이 절대 그럴 리 없다는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율무 : 그때 진짜 반응이~ 거의 뭐, ID 랩통령이었죠.]
[민성 : 뒤에서 1등.]
민성과 율무가 서로 손바닥을 부딪치며 한참이나 웃었다.
[민성 : 그런 제가 <비망록>을 훌륭하게 녹음해 낸 시점부터, 이 곡은 제 최애 수록곡이 되었습니다.]
대환 선배님의 디렉팅은 꼼꼼하기로 유명한데, 무려 그분의 인정을 받았다는 사실에 한동안 어깨가 올라가서 내려올 줄 몰랐다고 전했다.
[백야 : 저는 처음 도전해 보는 장르라 그런지 많이 어려웠어요.]
타이틀곡이 제일 마음에 든다는 백야는 <비망록>을 녹음할 때 많이 버거웠다고 밝혔다.
그러나 멤버들은 쉽게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유연 : 무슨 소리야. 너 연습 몇 번 해 보더니 바로 녹음했잖아.]
[백야 : 아니야. 나 계속 다시 불렀어.]
[유연 : 몇 번.]
[백야 : 세 번…?]
기만에 가까운 발언에 멤버들이 발끈했다.
[유연 : 저기요, 백도 씨. 저는 스튜디오 다시 갔어요. 재녹음 해야 된다 그래서.]
- 유연이 이 악물었다ㅋㅋㅋ
- 청이 저 흐뭇해하는 얼굴 좀 봐ㅋㅋㅋㅋ 햄스터 네가 낳았냐고
- 백야 못 하는 게 뭐임 대체?
- 회사에서 시켜서 랩 처음 불러봤는데 알고 보니 랩 천재인 거 = 이거 너무 소년만화 도입부
- 백야 2대 망언
1. 나 이제 고기 질려
2. 나 계속 다시 불렀어. 한 세 번…?
- 피X츄인 줄 알고 데려왔는데 진화시키니까 전설의 푸링...
백야 캐스팅 한 사람 노벨 평화상 드려야 함. 인류 평화에 이바지한 대단하신 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