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인데 패시브가 개복치-306화 (306/340)

제306화

후드득-

결국 날파리 떼의 습격에 치명상을 입고 만 개복치. 백야는 무려 쌍코피를 흘리며 멈춰 섰다.

“백야 씨, 괜찮으세요?!”

거리를 두고 따라오던 스태프가 놀란 얼굴로 달려왔다. 나름 깻잎을 휘두르며 맞서 봤지만 100 대 1은 무리였다.

“갱차나여….”

급한 대로 깻잎으로 코를 틀어막은 백야는 독한 향에 미간을 찡그렸다.

일단 날파리 떼 출몰 구역부터 벗어나야겠다, 생각한 백야는 비틀거리며 몇 걸음 더 멀어졌다.

겨우 안전지대를 찾아 바닥에 주저앉자 못쓰게 된 깻잎이 눈에 들어왔다.

찡그린 얼굴이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정말 괜찮으세요?”

“네. 제가 빈혈이 조금 있어서….”

피 묻은 깻잎을 남의 텃밭에 슬쩍 투기한 백야는 엉덩이를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은 반 바퀴고 뭐고, 얼른 집으로 가서 쉬고 싶었다.

* * *

악으로 깡으로 한 바퀴를 완주한 개복치가 힘없이 들어오자 민성이 반겨 주었다.

“어디 갔다 왔어?”

“죽다 살아났, 아니 산책하고 왔어.”

“그건 뭐야?”

“아. 마을 어르신들께서 주셨어.”

분명 깻잎과 상추만 소복했던 소쿠리에는 고추, 가지, 옥수수, 방울토마토 등 다양한 채소가 가득 쌓여 있었다.

끄응.

가벼워 보여도 제법 무게가 나가는지 앓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이게 다 날파리 떼랑 돌아오는 길에 만난 곤충들 때문이었다.

특히 풀숲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메뚜기를 봤을 땐 너무 놀라서 심장이 멎을 뻔했다.

“백야야, 잠깐만.”

다가온 민성이 카메라를 힐끔거리며 그를 구석으로 데려갔다.

“또 코피 났어?”

“응.”

“그러게, 날도 더운데 그냥 있지…. 뭐 하러 나갔어. 얼른 세수하고 와.”

민성이 엉덩이를 토닥이자 백야는 군말 없이 수돗가로 향했다.

끼익, 끽-

수도꼭지를 돌리자 녹슨 쇳소리와 함께 시원한 물이 흘러나왔다.

일부러 카메라를 등지고 앉은 백야는 빠르게 세수하며 코피의 흔적을 닦아 냈다.

지잉, 지잉-

차가운 물에 정신이 번쩍 드는 와중에, 어디서 진동 소리가 들려왔다.

“누구 전화 오는 것 같은데?”

백야가 주위를 둘러보며 귀를 쫑긋거렸다.

얼굴을 찹찹 두드리며 물기를 털어 낸 개복치는 수돗가 주위를 서성이기 시작했다.

지잉, 지잉-

소리의 출처를 찾아 한 발짝 두 발짝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멈춰 선 곳은 작은 백야의 집 앞이었다.

‘여기서 소리가 난다고?’

빨간 지붕 앞에 쪼그려 앉아 안을 들여다보자, 하얀 솜뭉치가 엎드려 있었다.

“애기야, 이리 나와 봐.”

백야가 바닥을 두드리며 강아지를 유인했다.

그러나 민들레 홀씨 사건으로 토라진 강아지는 고개를 홱 돌리며 백야를 못 본 체했다.

“분명히 여기서 소리가 난 것 같은데…. 아닌가?”

긴가민가한 백야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그때, 다시금 진동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역시나 소리는 작은 백야에게서 나고 있었다.

“너 핸드폰 먹었어?!”

핸드폰이 진동할 때마다 강아지가 부르르 떨리는 모습을 보고 백야는 진심으로 놀라 소리쳤다.

황급히 팔을 뻗어 강아지를 들어 올리자, 밝게 빛나는 화면이 눈에 들어왔다.

핸드폰을 방석 삼아 깔고 있었던 모양이다.

“와…. 다행이다. 근데 이거 내 핸드폰 아니야?”

어쩐지 낯이 익은 물건에 손을 뻗자 익숙한 이름이 떠 있었다.

[개발자님]

잠시 망설이는 사이, 전화는 금방 끊어졌다. 그러자 이번에는 배경화면이 나타나며 부재중 알림이 떠올랐다.

[개발자님 부재중 2통]

[데이즈 유연 부재중 12통]

[율무차♥ 부재중 1통]

“히익!”

두 자릿수를 넘긴 부재중 통화에 백야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무슨 전화들을 이렇게 했어?

그러나 숫자보다도 더 눈에 띄는 게 있었으니….

‘아 씨. 또 하트 붙여 놨어.’

율무의 이름 뒤에 붙은 하트 모양 이모지에 확 짜증이 났다.

‘그런데 개발자님이야 그렇다 쳐도 멤버들은 촬영 중인 거 알 텐데 왜 전화했지?’

서울에 무슨 일 생겼나?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던 터라 백야는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막 잠에서 깨어나 자신을 찾는 목소리에 걱정은 잠시 접어 두기로 했다.

“한백야.”

“응!”

핸드폰을 주머니에 쑤셔 넣은 백야는 대환에게 쪼르르 달려갔다.

* * *

그리고 저녁.

대나무 숲으로 밤 산책을 다녀온 백야는 핸드폰을 들고 몰래 옥상으로 향했다.

수돗가와 연결된 계단을 타고 올라가자 장독대가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호기심에 뚜껑을 들춰 보자 된장 냄새가 후각을 강타했다.

“끅…!”

예상 못한 강력한 냄새에 스트레스가 소폭 상승했다.

뚜껑을 제자리에 돌려놓은 백야는 주위를 살피며 카메라 여부를 확인했다. 다행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백야는 구석에 있는 장독대 옆으로 다가가 쪼그려 앉았다.

부재중 전화를 남긴 인물은 총 세 명. 개중 율무한테 먼저 전화를 걸고 싶었지만, 심한 말을 뱉은 바람에 선뜻 전화를 걸기가 어려웠다.

‘진짜 싫다는 말은 하지 말걸….’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뱉은 개복치는 속앓이를 하고 있었다.

하루빨리 진심이 아니었다고 사과하고 싶었으나, 이 말만큼은 얼굴을 보고 해야 할 것 같았다.

고민 끝에 결국 유연에게 전화를 걸기로 한 개복치. 신호음이 몇 번 가기도 전에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백야! 너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아!]

“엥? 계속 촬영하고 있었지…. 너야말로 무슨 전화를 이렇게 많이 했어?”

어쩐지 화가 난 듯한 목소리에 개복치가 쪼그라들었다.

[무슨 일 없어? 몸은 괜찮아?]

또 코피가 터지진 않았냐는 소리에 백야는 뜨끔했다.

‘어떻게 알았지?’

조금 양심이 찔렸지만 멤버들이 걱정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 백야는 태연하게 거짓말했다.

“아니? 나 완전 멀쩡한데. 왜? 안 좋은 꿈이라도 꿨어?”

오히려 자신을 걱정하는 말랑한 목소리에 유연은 그제야 안심할 수 있었다.

동시에 개발자에게 놀아났다는 생각에 깊은 빡침을 느꼈다.

[아니야. 어디서 이상한 소리를 들어서. 아픈 곳 없으면 됐어.]

“왜? 무슨 소린데?”

[있어. 그냥 미친놈이야.]

사람을 잔뜩 궁금하게 만들어 놓곤 전화를 끊으려 하는 유연을 백야가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왜? 뭔데에!”

[서울 올라오면 이야기해. 남은 촬영 잘하고.]

“씨이…. 장난해? 말하다 마는 게 제일 나빠.”

나쁘다는 말에 조금 곤란해진 유연은 잠시 고민했다. 사실대로 고백하는 순간 통화가 길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냥 우연히 너 아는 사람을 만났는데….]

그때 아래에서 백야를 찾는 목소리가 들렸다.

[너 찾는 거 아니야? 그만 끊고 가 봐.]

“누군데? 누구 만났는데. 그것만 말해 줘.”

[아…….]

진짜 이걸 말해 줘도 되나?

고민하던 유연은 머리를 헝클이며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말해 버렸다.

[김필승. 끊는다.]

백야는 미칠 것 같은 궁금증에 그날 밤을 꼴딱 새웠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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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마약 복숭아에 중독된 사람들

추천 467 반대 3 (+300)

백야가 출연 중인 <가족 같은 사이> 촬영장에 간식 차 보낸 데이즈.

시작은 훈훈했음.

[우리 백야 잘 부탁드립니다!]

[가족사 배우 스태프분들 파이팅!]

[꽃이 피고 나비가 넘노는구나, 백야에게 취했구나]

현수막에서부터 느껴지는 백친놈들의 주접.

(백야 인증샷.jpg)

이날 백야 신나 가지고 라방 켜고 인증샷 1분에 한 개씩 올라오고 그랬는데ㅜㅜ 이게 부러웠는지 작은 제우스가 대뜸 커피차랑 간식 차를 6대나 보내줌.

[가족 같은 사이 스태프분들을 응원합니다.]

[촬영 힘내시고 우리 애기 예쁘게 봐주세요~]

(두 손으로 병아리 안고 있는 중딩 백야.jpg)

무려 백야 어린 시절 미공개 사진을 풀어버리는 매형 클라스.

스테이크, 닭강정, 샐러드, 커피, 분식, 크로플까지. 얼핏 보면 기차 같음.

사진만 찍기엔 아쉬웠는지 이번에는 영상 인증이 올라왔는데, 진심 복숭아가 까르르거리면서 굴러다니잖아요….

얘는 왜 뛰는 거도 양팔 벌리고 뛰어? ㅈㄴ귀엽게ㅜㅜ

영상이 소소하게 화제가 되자 이번에는 ID 대표가 커피차를 보내줌.

[ID 엔터테인먼트가 배우 한백야를 응원합니다.]

대표 눈에도 굴러들어 온 복덩이 복숭아가 예뻐 죽겠나봄ㅠㅠ

소소히 백야 서포트가 화제 되자 이번에는 큰 제우스가 등장함.

회장님답게 통 큰 인심을 자랑하며 자기 호텔 뷔페를 출장으로 보내버림.

[제우스 호텔이 가족 같은 사이를 응원합니다.]

[우리 백야 잘 부탁드립니다.]

콘서트장까지 오신 거 보고 사돈댁에서 예쁨 많이 받는구나 느꼈지만 솔직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그러나 끝판왕의 등장 이후로 약간의 챌린지처럼 변질된 서포트.

에임 대환도 돌판에서 알아주는 백친놈이었는데, 저 대열에 합류하고 싶었는지 엉덩이가 들썩들썩함.

그러나 소속사로부터 이번 달 커피차 스케줄은 이미 예약 마감되었다는 소식을 전달받음.

(“애 커피 한번 먹이기 힘드네” 대환 인하트 캡처.jpg)

그 게시글에 구양이 댓글을 닮.

- 애기? 백야? 왜?

└ 줄 서기 실패

└ 얼마나 기다려야 되는데?ㅋㅋㅋㅋ

└ 3달

서포트 보내려는 사람이 많아서 대기번호 뽑고 기다려야 된다는 말에 쇼플리까지 등장해 우유즈 광공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심.

[이거 하고 싶어서 3달 기다렸습니다]

[백야처럼 달콤한 우유 아이스크림은 쇼플리가 쏩니다!]

한번 시작하면 마약만큼이나 끊기 어려워서 마약 복숭아. 피해자는 지금도 속출하고 있다고 함.

(무대에서 끼 부리는 백야 짤.gif)

온 우주가 백야를 귀여워하는 것 같아서 쓴 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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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나온 사람들 하나같이 유난 보스 + 부탁 광공ㅋㅋㅋㅋㅋ

- 병아리 사진 뭐야? 고화질 있는 사람 ㅈㅂ 사람 하나 살려줘

└  없어...

└ 작은 제우스가 안 풀어줌

└ ㅅㅂ 이건 또 무슨 신종 고문이죠??? 내일 제우스 호텔 앞에서 1인 피켓 시위하러 감

- 백야 저 날 멤버들이 보내줬다고 엄청 자랑했잖아! 볼 빵싯빵싯 해가지고 교복 입고 있어서 더 귀여웠음ㅜㅜ

- 나도 보내도 되나....

- 재벌 매형 짜릿하다

- 얘는 남팬도 많더라ㅋㅋㅋ 무대 하는 거 보면 사람 홀리는 재주 하나는 타고난 듯

- 백야 기 살려 줘야 된다고 자기들끼리 간식 차 견적 알아보고 했을 애들 생각하니까 뒤질 거 같아

- 얘가 인기가 그렇게 많아? 쫌 귀엽긴 하네...

- ‘최애는 최애고 백야는 백야다’의 백야를 맡고 있는 친구

- 심지어 친분 1도 없는 남배우가 간식 차 보내서 애기 동공지진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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