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연결자-3화 (3/127)

Fantasy in dreams(차원 연결자)<2>

-Fantasy in dreams.... 꿈 이야기(2)

<2>

형의 그림자로 가려져 있던 사람이 앞으로 걸어나왔다. 그의  소개가 아니었다면 동네 할아

버지라고 생각할 정도로 평범했다. 희끗희끗한  머리, 지나온 세월을 보여주는 온화한  얼굴

그리고 가볍게 미소짓고 있는 입술, 이런 사람이 우리 나라에서 병원을 차린다면 인기 폭발

일거다. 보고만 있어도 병이 나을 것  같다. 첫눈에 낯설음을 버릴 정도로 편안한  모습이었

다.

그 할아버지 의사는 '나'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더니 눈꺼풀도 뒤집어  보고 입을 벌려 혀

도 보고 맥박을 재보기도 하다가 '내' 몸 가지고 잘 놀았겠구나 생각할 즈음 얼굴을 굳히더

니 어렵게 말을 꺼냈다.

"이런 경우는 흔치 않은 것인데...."

흔치 않으니까 여태 못 고쳤지... 그는 여태까지 나를 진료하였던 의사들의 처방과 비스므레

하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명의(名醫)라더니 얼굴만 그럴싸한 돌팔이 의사 아니야?!

한 동안 우물쭈물하던 그는 결심을 내린 듯 말을 하기 시작했다.

"...저, 저의 의술로는 도저히 고칠 수 없는 병입니다. 아니, 세상을 다 뒤진다고  해도 이 병

을 고칠 수 없습니다. 마음의 병이니까 본인의 의지가 관건이죠. 지금 이분의 병세를 보자면

주변의 환경에 전혀 반응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주위 분들의  말씀대로라면 식구중에서도

특별한 분들을 빼고서 말이죠-. 이런 것은 전형적인 자폐증상(自閉症狀)인데,  이런 병은 식

구분들의 보살핌과 시간이 약입니다. 그런데... 걱정되는 것은 이분이 보이는 반응입니다. 들

어본 바에 따르면 이 증상이 나타나는 동안 언어적 능력을 나타낸 적도 없고 단순한 자신의

기분상태를 표현할 뿐입니다. 그런 것은 동물이라고 할지라도 나타내는 것들이죠. 만약에 자

폐증이 낫는다고 해도 그 뒤에 올 상태가 두렵군요. 이런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아마도 유아

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정서장애로 정신퇴행증상으로 보여..."

"...그, 그만!"

날카롭게 내리지르는 비명소리와도 같은 울부짖음이 방안을 뒤흔들었다. '나'의 눈동자에 들

어온 미르형는 어깨를 약간씩 떨고 있었고, 깊게 감은 두  눈에선 이슬같은 투명한 작은 물

방울들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고개를 푹 숙이고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걸어오던 그

는 '나'의 앞에서 무너지듯 주저앉았다. 그리곤  '나'의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흐느꼈다. 슬

픔이 묻어나는 형의 울음소리가 조금씩 잦아들었을 때 목이 잠긴 음성이 나지막하게 들려왔

다.

"미안..합니다,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듣고 보니 참기가 힘이  드는군요... 하지만 6년

전에 얀은 한달간 정신을 차린 적이 있습니다. 그런 일이... 다시 생기길 바라는 건 무리인

겁니까?"

의사는 그런 형의 모습을 씁쓰름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저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기적은 6년전에 단지 한번만 일어났을

뿐입니다. 6년이란 세월 속에서 더 이상 기적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지금의 최소한의 희망을

가진 것만도 분에 넘치는 행동입니다. 이제는 운명의 여신님께 모든 걸 걸어봐야겠죠. 힘을

내십시오. 가이아님은 간절히 원하는 마음은 언젠가 이루어지게 만드니까요...."

"...그래야겠죠...."

의사 선생님의 말에서 약간의 힘을 얻었는지 형은 다짐하듯이 말을 했다. 형은 얼굴이 눈물

범벅이 된 채 고개를 들어 '나'를 보았다. 보통 사람이었으면 보기 흉한 꼴이었음에도 내 눈

에 콩깍지가 씌어져 그랬는지 그가 원래부터 아름다워서 그런지 아주 청순하게만 보였다. '

나'를 바라보는 반짝이는 눈동자가 너무도 아름다웠다.  동생을 지키겠다는 의지로 가득 찬

눈빛 사이로 흘러나오는 형의 향기가 내 몸을 감쌌다. 달콤하면서도 시원한 그의 향기. 나는

이 향기를 맡을 때마다 안도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보았다. 그는 '나'의 무릎에 올려놓은 팔을

들어올려 '나'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혼잣말을 했다. 나는 조용히 귀기울여 사랑과 믿음을 확

신하는 그의 언어를 음미하였다.

"사랑하는 동생을 다시는 잃어버릴 수 없으니까요..."

*********************************************************************************

제영은 설명을 끝난 후, 자신에게 들려올 찬사를 기대하며 눈을 감은 상태 그대로 자아도취

의 경지에 빠져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귀에는 아무소리도 들려오지 않았고 도리어 고요했다.

이야기에 감동하여 아무 말도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 그녀는  살며시 눈을 떠보았다. 하지만

실제상황은 예상과 달랐다.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