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연결자-4화 (4/127)

<3>

"에~~, 뭐야. 그게 끝이야?"

"뭔가,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내용이 있을 줄 알았더니, 그게 뭐야?!!!"

"마음에 와 닫지 않니? 나의 이 환상적이고 스펙터클하고 감동적인 모노드라마를 보고서도

느끼는 게 없단 거야?!"

둘(지수와 정연)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아, 얼어붙는구나...!

30분간의 아까운 점심시간을  잘라먹은 강의는 말짱  도루아미타불-해석 헛것이 되었다-이

되었단 말인가? 제영이 통한에 잠겨 벽을 부여잡고 있을 때 그녀들이 잿밥에만 관심 있었다

는 증거를 확보해줄 말들이 들려왔다.

"뭐야, 빨간 머리 미소년도 청은발의 소년도 나오지 않았잖아"

"맞아, 유네하고 미르만 나와 봤자, 제영이만 좋은 거잖아? 그치.."

"지(해석: 자기) 좋은 것만 골라 꾼다니까..."

오호라, 요것들이 왜 삐쳐있나 했더니 자기들이  좋아하는 인물이 나오지 않아서였구나! 귀

여운 것들...

사실, 8년동안 이상한 꿈을 꾸면서 중학교, 고등학교  같이 올라온 그녀들에게 없는 이야기,

있는 이야기 모두 다 한 결과, 그녀들은 제영의 꿈 이야기를  다들 알고 있었고 꿈 속 주인

공들을 한 명씩을 모두 좋아하고 있었다.

같이 지낸 시간이 많았음에도 좋아하는 인물이 겹치지 않고 취향도 가지각색인 것이  더욱

놀라운데 그들의 선택한 인물들을 살펴보자면 이와 같았다.

제영의 앞에서 볼이 부어있는 새침데기 소녀 '지수'는  가끔가다 나타난다던 장난꾸러기 타

입의 빨간 머리 소년 팬이었다. 지수는 어깨까지 오는 찰랑거리는 생머리를 지닌 귀엽게 생

긴 소녀인데, 취미는 미소년 구경과 사진수집이었고 작고 귀여운 거라면 사족을 못썼다. 그

런데 그런 취미에 부합하는 인물이 바로 빨간머리 소년이었다. 곱슬거리는 빨간머리가 어울

리는 그는 큐피드의 재래처럼 아주 사랑스럽고 깜찍했다. 9살에서 10살정도(?)되어 보이는

그 소년은 나타날 적마다 꿈속의 제영에게 재롱을 떨었는데, 어른흉내를 내긴하지만 하는

짓은 영락없는 어린애다. 가끔 볼 수 있는 것과 제영에게 하는 행동에서 유추한다면 먼

친척 동생쯤 될 거라고 제영은 생각했다. 제영이 설명하는 걸  듣더니 지수는 그 녀석이 귀

엽고 예뻐서 좋다고 했다. 하지만 제영은 그녀가 쇼타콤 타입이라서 그렇다고 은근히 믿고

있었다.

더 웃긴 건 정연이었다. 자기 딴에 청은발 소년이 미스테리맨이라서 자신의 이미지와 어울

린다며 좋아했다. (그녀의 친구들은 신비(미스테리)와 그녀가, 어디에 상관관계가 있는지 이

해를 못했다.) 정연는 왠지 베일에 쌓인 그 인물의 정체가 괴도 루팡이나 쾌걸조로처럼 신

비럽게 느껴진다는데, 나머지 수다 4인방이 보았을 때 그는 신비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그는 제영의 꿈속 방에 걸려 있는 인물화의 주인공이었다. 순금으로 장식된  그림틀에 쌓여

있는 비싸 보이는 그림이었는데, 액자 값만큼이나 화가도 출중한 사람을 선택했는지, 여러

번 봐도 질리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예술품이었다. 붉은 장미정원을 풍경으로 하여 아름답

게 조각되어진 바로크 양식의 흰색 벤치형 의자에 앉아있는 그는 해맑은 미소를 띄고 바

라보고 있었는데 순수해 보이는 파란 눈동자와 하얀 피부, 단아한 입술선, 앉아있는 무릎 위

까지 내려오는 청은발, 분홍빛으로 상기되어있는 볼과 적당하게 균형잡힌 몸매까지 그려진

대로라면 그야말로 미소년의 3박자가 다 갖추어진 소년이었다. 그가 미소년이라는 건 모두

가 동의했지만 8년간의 꿈속에서 한번도 나타난 적이 없어서 그곳에서조차 실재감이 없었

다. 선영은 그 그림의 주인공이 너무나 아름답다는 것을 덧붙여 생각한다면 두 가지 경우를

추리할 수 있다고 했다.

첫 번째 경우는 꿈속에서 방안에  걸려있는 것으로 봐서 식구들의 초상화인데,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인물의 초상화가 걸려있다면 돌아가신지 오래된 조상의  그림일 것이고, 두 번째

는 장식품으로 사용되어진 그림으로 그렸을 경우였다.

두가지경우 다 꿈속에서조차 존재하지 않는 것인데도 정연은 어차피 상징적으로 주관에 따

라 좋아하는 것이니까, 상관없다고 했다.

수줍음을 많이 타고 여린 성격의 예린은 꿈속에서 나오는 그 많은 미소년보다도 중후한 미

소를 가진 중년의 기사 '제뉴인 경'을 좋아했는데 그것은 제영이 '아버지같은 사람인 것 같

아. 꿈에서 한번도 빠짐없이 나와서 날 챙겨주거든. 자상한 성격이어서 그렇거나 아니면 정

말 할 일 없는 사람일거야'라고 설명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할 일 없어 보여서 좋아하는 것

이 아니라 예린이 좋아하는 연령층이 대부분 30세 이후인데다, 자상한 성격이 마음에 들었

기 때문이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 밑에서만 자란 그녀는 Father 콤플렉스 때문

에 항상 아버지와 다른 남자들을 비교를 했고 어쩌다 같은 또래에서 마음에 드는 사람을 본

다해도 수양이 깊은(애늙은이?)사람 밖에 없었다. (참고로 예린은 예의바르고 착해서 웃어른

들에게 항상 인기가 많다.) 그런 이유 때문에  남자친구 취향이 변하는 것 같다고 친구들은

한숨을 쉬며 걱정했으나 예린은 그럴  때마다 미소를 띄며 웃기만  할뿐이었다. (사람 속을

그 누가 알 것인가?)

수다 5인방 중의 지성파인 선영은 전교 5등안에 들만큼 머리좋고 냉철하며 모든 일을 꾸미

고 처리할 정도의 모사꾼이었는데 전형적인 안경을 낀 미소녀였다. 그녀는 다른 수다 4인방

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꿈속에서)제영을 못 잡아먹어 안달하는 (제영의 설명대로라면 ^^;)

뒤안경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그의 행동을 종합해보았을 때 자신의 지능클래스와 동급이거

나 그 이상일거라는 것이 선영의 생각이었다. 제영도 그 점은 인정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

렇게나 자신을 지능적으로 괴롭힐 수 없었을 테니까. 하여튼 뒤안경을 적보듯 하는 제영이

었다. 꿈속의 인물을 이렇게나 싫어하는 것도 드물다고 친구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제영이 분함에 몸을 떨고있는 친구들을 구경하며 즐거워하고 있을 때 5교시를 시작하는 종

이 울려왔다. 느긋한 마음으로 시작종으로 쓰이는 미뉴엣을 따라 흥얼거리면서 문학책을 꺼

내고 있는데 허겁지겁 달려오는 예린의 모습이 보였다. 2학년이 되면서 따로 떨어진 선영이

안되었다며 쉬는 시간 종종 그녀를 찾아가는 예린은 수업시간이 시작할 때 들어오기 일수였

다. 허겁지겁 달려오는 그녀를 보고있자니 제영의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생겨났다. 곧 이어

서 멋쟁이 노신사 문학선생님이 들어오셨고 즐거운  마음으로 문학수업을 경청했다. 하지만

점심를 잔뜩 먹어서 그런지 아님 습관 때문인지(;)졸음이 몰려오기 시작했고, 그 유혹에서

빠져 나오질 못했다. 손등을 샤프펜으로 찌르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영의 머리는 앞, 뒤로

끄덕거렸다. 그 모습을 안타깝(?)게 여기던 정연은 특유의 꼬집기 실력을 발휘했으나, 평소

샤프펜으로 단련된 그녀의 감각들은 너무도 위대했다. 결국 수업시간이 끝날 때까지 제영의

의식은 꿈의 세계에서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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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즐독 하셨나요? 읽으시는 분들 좋은 하루가 되길 빌어요.

잠깐 상식

쇼타콤이란?

쇼타콤은 일본의 소학교 남학생들의 교복으로 쓰이는 반바지 차림의 아이들을 좋아하는  컴

플렉스. 일본에서 과거 『철인 28호』의 주인공 카네다 쇼타로를 좋아하는 여성들을 가리키

는 용어로 쓰이던 '쇼타로 컴플렉스'의 약자에서 유래했답니다.

잡담 중에, 이건 꼭 넣어야 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어서 겹치는 것이 많이 있을겁니다.

성의 없다고 생각하시면 안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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