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연결자-19화 (19/127)

<18>

"소, 손님 음식이 마음에 안 드신다면 다시 해 올리겠습니다. 기분푸시죠-."

"뭐야-? 내가 뭘 말하는지 알아들었을 텐데. 머리가 돌인가? 응? 하하하."

거대한 체격의 험상궂게 생긴 사내는 멱살이  잡힌 제이드의 곁으로 와서 제이드의  머리를

장난삼아 치며 히죽히죽 웃었다.

참지 못한 로인이 덤벼들자, 사내 두명이 동시에 몸으로 막아서며 시비를 걸었고, 로인이 그

럭저럭 둘을 상대했지만 그들 중 한 명이 칼을 들자, 멈출 수밖에 없었다. 제이드는 분한 마

음이 들었으나 안쪽에 있을 얀생각에 마음대로 행동할 수 없었다. 그의 외모라면 이 녀석들

이 어떤 행동을 할 지 몰랐으니까.

"로인!! 그만둬! 죄송합니다, 손님. 저희들이 손님들의 기분을 몰랐군요. 곧 돈을 가져오겠습

니다."

로인은 한없이 비굴해지는 제이드를 보며 울분을 참지 못하고 노려보았다. 하지만 제이드는

만약의 사태를 생각해서 얌전하게 지나가길 빌었다. 부디 그들이  얀을 발견하지 못하길 바

랄 뿐이다. 더한 사태로 치다를 수 있으니까...

허겁지겁 주점 안의 돈을 모아온 제이드는 그들에게 그것을 건내줬으나 그들은 코방귀를 뀌

며 그를 바라보았다.

"이런 것은 푼돈이야 더 가져오란 말이야!"

"그것이 오늘 매상 전부입니다."

다른 곳보다 장사가 잘되기 때문에 큰돈임에도  불구하고 돈맛을 본 그들은 위험한  눈빛을

띄우며 제이드를 바라보았다. 이 정도 돈이라면 숨겨놓은 돈도 클 터... 사내 세명은  눈빛을

주고받더니 두명은 손님들에게도 돈을 내놓으라면서 테이블을 넘어뜨렸고 음험한 눈의 사내

는 주방을 막고 서있는 제이드를 밀면서 그 안으로 들어가 돈을 찾으려고 했다.

제이드는 참는 한도까지 참았다. 그들이 주방으로 들어서면 얀도  위험했고 더 이상 이들의

행패도 볼 수 없었다. 제이드는 그 사내의 턱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무방비로 맞게된  사내

는 뒤로 넘어갔고 갑작스런 그의 행동에 로인은 눈을 휘둥그래 떴다.

"제이드!!"

"사람치는거 처음봐? 저 둘도 해결하자고"

손님들의 돈을 갈취하던 그들은 낌새를 눈치채고 히죽히죽 웃으며 다가왔다.

"스트레스 해소감이 없어서 심심했는데 잘됐는걸."

제이드와 로인은 긴장되는 몸을 풀며 각각 마른사내와 험악하게 생긴 사내에게로 다가갔다.

얀은 주방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자신만  이렇게 있는 것이 솔직히 부끄러운 일이긴  했다.

꿈이라고는 하지만, 18년동안 여자로 살아온 그는 싸움이라고는 동생들과 한 주먹다짐(?)의

싸움이 전부였다. 아까부터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TV에서나 볼 수 있는 폭력사건이었다.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너무 무서웠다. 꿈에서만은 남자로 지내자고 다짐했지만 무서운 것은

무서운 거였다.

밖에서 나는 소리가 더 커져갔다. 뭔가가 부서지는 '우당탕'거리는 시끄러운 소리들이 계속

들렸다. 지금이라도 나가서 그들을 도와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막상 나가서 그들

의 짐이 될까 자제하고 있었는데. 친구들이 다치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이렇게 숨어 있는 것

은 말이 안된다는 생각이 들자, 얀은 조심스레 입을 틀어막고는 주방을 나섰다.

식당 안은 난장판이었다. 깨진 그릇들과 엎어져있는 테이블, 구석자리에는 미처 나가지 못한

손님들이 엉거주춤 서있었다.

생각 외로 로인과 제이드는 잘 싸우고 있었다. 그들과 막상막하의 실력이었다. 한명의  사내

가 기절해 있어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결과가 금방 나왔을 것이다. 그들은  오랫동안

시간을 끌고 있었다. 그 사내들은 다행히도 칼을 꺼낼 시간은 없었는지, 맨주먹으로만  싸우

고 있었다.

제이드와 싸우는 마른사내는 요리조리 제이드의 주먹과  발길질을 피해냈다. 제이드는 그의

얍삽함에 은근히 화가 솟아올랐지만 싸움 중엔 잡생각은 금물이었다. 오랜 시간동안 승부가

나지 않아서인지 그들 둘의 숨소리는  거칠어져 있었다. 숨을 가다듬으며  서로를 바라보던

제이드와 사내는 몸을 이동시키며 서로의 허점을  살폈다. 결판을 내야겠다고 생각했음인지

이번엔 마른사내가 눈을 번뜩이며 제이드에게 오른손을 내질렀다. 제이드는 몸을 살짝 왼쪽

으로 피하며 오른팔을 들어올려 사내의  손이 비껴가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왼손의 주먹을

그에게 날렸으나 사내는 재빠르게 뒤로  물러서서 재차 공격을 가해왔다.  제이드는 자신의

허리를 노리고 차는 그의 발을 피해 그의 몸으로 파고들면서 팔꿈치로 그의 명치를 쳤지만

그 사내는 두 손으로 그 것을 받아내었다. 그러나 손이  받아들인 타격을 두 다리가 흡수하

지 못하자, 사내의 몸은 균형이 깨어졌고 그는 비틀거리며 뒤로 쓰러졌다. 카운터찬스를  본

제이드가 회심의 미소를 띄우며 마지막 일격을 날리려는 순간 얀의 날카로운 부르짖음을 들

려왔다.

"제이드! 뒤를 조심해!! "

제이드는 재빠르게 옆으로 몸을 굴렸다. 맨 처음 제이드에 위해 기절했던 사내가 어느새 등

뒤에 칼을 들고 서 있었다. 얀의 말이 아니었다면 그냥 뒤를 내주었을 뻔했다. 제이드는  식

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 내려가는 것을 느꼈다. 제이드는  상대에게 마지막 주먹을 선사

하지 못한 채 엉거주춤 뒤로 물러났고 그 덕분에 뒤로 넘어져 있던 그 마른 사내는 침을 뱉

으며 일어섰다.

음험한 사내는 이를 갈며 말했다.

"이거, 우리를 아주 황송하게 대접했단, 말이야. 그래서 돈이 더 필요하겠는데. 선불을 저 녀

석으로 하지. 아까부터 주방으로 우리를 접근하지도 못하게 하더니 저런 보물을 숨겨놓았군.

노예시장에 팔면 2,3천 골드는 충분하게 받을 수 있겠어."

그는 음산하게 웃으며 점차 제이드에게 다가갔다. 어느새 칼을 꺼내들었는지 마른사내도 협

공할 준비를 했다. 제이드는 옆에 있던 의자를 들었다. 칼에  비해선 턱없이 부족한 무기(?)

지만 얀이 도망칠 시간은 될 것이다.

"얀! 어서 도망쳐! 시간이 얼마 없단말이야!!"

제이드는 뒷걸음을 치면서 자신에게 말하고 있었다. 자신이 어떻게 그 둘(제이드과 로인)을

두고 혼자서 살겠다고 도망치란 말인가!

"싫, 싫어. 너희들을 두고 어떻게 가!"

"이런, 아주 눈물겨운 의리인데. 덕분에  우리는 편하게 됐어. 어차피  저 자식은 독안에 든

쥐니까. 저 예쁘장한 녀석이나 도망 못가게 붙들어 놔."

음험한 눈빛의 사내는 마른 사내에게 명령을 했다. 마른사내는  칼을 들고 음침하게 웃으며

얀에게 다가왔다.

"자 이쁘지. 이쪽으로 오라구."

"싫어!"

으악! 가라고 할 때 갈걸 그랬나. 도움이 되지도 못하면서 일만 벌린  것 같다. 사내가 자신

을 보며 침을 삼키며 점차  다가오는 것을 보자, 주위를 살피던  얀은 2m정도 있는 거리에

떨고있는 한 손님이 허리에 검을 차고있는 것을 발견하곤 소리쳤다.

"검좀 빌려주세요!!"

사내의 눈치를 살피던 손님은 빠르게 검을 떼어내어 얀에게  던졌다. 얀은 멋지게 받아내었

고 검집을 벗겨내었다.

"다, 다가오면. 찌를거예요."

마른사내는 온몸을 떨며 말하는 얀을 보며 비웃었다. 검을 잡은 걸 보니 초차였다. 한  손으

로 휘두르는 검을 두 손으로 잡고 벌벌 떨고 있었다. 안봐도 뻔한 결과에 그는 자기딴에 친

절하게 말하며 미소지었다. 얀이 보기에 기분나뿐 미소였지만.

"이뻐해줄테니까. 검을 놓고 오라구. 이 아저씨 말을 듣지 않았단, 후회할 거다."

아저씨에게 가느니 차라리 죽겠다. 얀은 검을  들고 그를 겨누었다. 그는 그걸 보더니  피식

웃었지만 얀에게는 이것이 마지막 수단이었다.

"그렇게 앙탈을 부리면 조금의 매는 필요하지."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가 칼을 치켜들며 대각선으로  배어왔다. 얀은 빠르게 쳐들어오는

그것을 찰나의 순간으로 중간에서 막았다.

"오. 제법 하는데."

약간의 놀라움을 띈 그는 재차 공격했다. 그의 공격은 허리와 다리의 연속 공격이었다. 처음

에는 떨려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조금씩 칼을 맞대자  떨림은 줄어들고 자신감이 차올랐다.

동생이 검도를 배웠다고 깝죽거릴 때 같이 치고 받았던게 도움이 될 줄이야. 얀의 막검술은

조금씩 안정을 차려가더니 어느덧 그를 누르고 있었다. 하지만 한번도 사람을 배지 못한 그

는 머뭇거리고 있었다. 그때 제이드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자신의 생각만 했지, 정작 자신

을 걱정해 주고 있던 그를 생각하지 못했다. 얀은 독한 마음을 먹고 칼을 휘둘렀다. 그가 정

신을 차리고 한마음 한뜻으로 칼을 휘두르자 눈깜짝할 사이에 흰 투명한 빛이 검을 감싸며

막고있던 그 사내의 칼을 중간에서 잘랐다. 그 여파로  칼에서 생성된 진공파가 마른사내의

가슴에 큰 상처를 입혔다. 결과를 볼 새도 없이 얀은 달려갔다. 그리고 제이드를 향해  마지

막 일검을 내리치는 그를 향해 검으로 막아섰다.

그와 몇 합을 나누지 않아 그의 약점이 눈에 띄었다.  동생과의 장난이라 치부하던 것이 큰

실력으로 발휘되었다. 자신의 모든 감각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컨디션도 최고

였다. 자신에게 검을 휘두르는 음험한 사내의 움직임이 느리게 보였던 것이다. 장난이었다고

는 하지만 동생이 유단자가 될 때까지 5년동안 막검술로 상대했던 것이다. 여기저기서 헛점

이 보이는 그 사내를 보자 진검이라고 떨고있던 자신이 한심했다. 얀은 어깨를 노리고 오는

그의 검을 힘을 빼며 받아들이다 갑자기 강한  반동을 주어 자신의 검으로 그의 검을 감아

쳐올렸다. 그러자 그 사내의 손에서 검은 나가떨어졌고 사내는 빈손이 되었다. 얀은 그의 목

에 검을 겨누었다. 처음의 마음 같아선 이 사내의 얼굴을 마주 대하지도 못했겠지만 한쪽팔

이 피에 젖은 제이드의 모습을 보자  가슴 한구석에서 울화가 치미는게 억제하지  못할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얀의 기색을 눈치챘는지 그의 낯빛이 파랗게 변하였다.

"얀, 괜찮아. 다 끝났어."

한쪽 팔을 감아쥔 제이드가 얀의 등을 두드리며 말을 했다.  그는 어느새 끈을 찾아와서 그

사내를 묶고 있었다. 얀은 로인이 걱정되어 펍안을 둘러보았다. 그도 어느새 거대한  체구의

사내를 제압해놓고 팔을 흔들며 웃고 있었다.

얀은 제이드의 팔을 지혈을 하였다. 그 모습을 찡그려가며  보던 제이드는 로인을 바라보면

서 말을 했다.

"얀이 약할 거라는 생각만 하고 일을 벌려 놓았어. 처음부터 굉장한 검술이 있는 줄 알았다

면 그런 창피한 짓은 하지 않았을 텐데."

얀은 지혈시키는 붕대의 마지막 매듭을 지으며 말했다.

"나도 솔직히 그들이 그렇게 약할  줄은 몰랐단 말이야. 내가 강한게  아니었다구. 장난삼아

동생하고 놀던 목검이 다였는데, 말이야. 너희들이 싸우지 않았다면 난 아직도 주방 한 구석

에서 떨고 있었을 거야."

"그게, 약한 거라고?! 그럼 우리는..."

울상이 되어 서로를 위로해주는 그들을 보자 얀은 안도의 웃음이 나왔다. 이런 이들을 잃지

않은게 얼마나 다행한지. 얀은 제이드의 다친팔과 로인의 타박상이 생긴 등을 치며 말했다.

"아-얏!!" "으-윽!"

"다 큰 어른이 무슨 엄살이야. 어서, 의사선생님께 가자구. 상처를 봐 달래야지"

"얀, 넌 다치지 않아서 모른다구. 얼마나 아픈데."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로인를 보자 고개를 저어대던 얀은 그들의 등을

밀며 목적지를 향해 힘차게 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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