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아저씨도 참-."
테드는 얼굴이 온통 붉어진 채 씩씩대며 시장거리를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 그의 곁에는 웃음을 꾹 눌러 참은 얀이 입을 가리고 있었다. 지금 테드의 모습을 보자니 너무 귀여웠다. 곰만한 사내를 가지고 이런 말하는 것도 안 어울리는 것 같지만 귀여운 건 귀여운 거였다.
얀보다 머리두개가 더 놓여진 그의 키는 그를 건장한 청년으로 보이게 했지만(테드는 26살 이었다.) 순진한 얼굴로 얼굴까지 발갛게 변한 그의 얼굴을 보자니... 얀은 더 이상 웃음을 참지 못하고 터트려 버렸다.
"푸-하하하."
"뭐야-. 얀, 너까지 놀리는 거야."
테드는 무안한지 얀의 얼굴을 바라보지도 못하고 무턱대고 걷고만 있었다.
"아니야, 형. 그런게 아니고-. 형, 지금 모습.... 너-무 귀여워."
"귀, 귀엽다니. 다 큰 남자에게 무, 무슨 소리하는 거야."
얀은 검지를 치켜세우더니 좌우로 흔들며 말했다.
"인정할건 인정하라고. 지금 형모습은 나에게는 곰·인·형과 마찬가지라고..."
"윽-, 곰인형이래-."
울상이되어 뛰어가는 그를 보며 얀은 황당한 얼굴이 되어있었다. (윽, 엽기다!)
생각보다 정말로 순진한 테드였다.
시장을 나선 그 둘은 세인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게되었다. 덩치가 산만한 사내와 곱상하게 생긴 가냘픈 소년, 거기엔 흔치 않은 얀의 청은발도 한 몫했다. 주노에서 '좋은 하루'의 종업원 얀의 미모가 알려지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 사람들 중에는 얀을 처음 보는 사람들도 있어서 그의 아름다움에 면역을 가지지 못한 이들의 구경거리가 된 것 이였다. 거기다 옆에는 테드까지 있으니 비교관찰 하기엔 적당했다. 평소의 얀의 모습보다 더욱 부각되었다.
"왠지 모르게 기분 좋은걸."
"어-. 기분 나쁘지 않아?"
테드는 의아한 듯 얀을 바라보았다. 자신들을 바라보는 사람들 중에는 정말 찬탄해서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노골적인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얀은 기분이 나쁠만 한데도 그것을 기분좋게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테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응-. 내가 언제 이런 시선을 받아 보겠어-."
"내가 볼 땐 계속 받게 될 것 같은데, 잘못하다간 위험하다구-."
테드는 걱정이 서린 어조로 말을 했다.
얀은 그런 테드를 보며 빙그레 웃어 주었다. (옆에서 숨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하긴 테드는 자신의 본래 모습을 모르니 그렇겠지. 평범한 모습인 제영은 평소 자신의 모습에 불만이 많았는데 꿈에서라도 이런 모습이니, 정말이지 살맛 났다.
"30 달란트만 줘요."
"조금만 더 깎아주시면 안되요? 네?"
"에구-. 이러면 안되는데...."
얀의 미소에 또 한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노점상 아주머니는 안된다고 말하면서도 덤으로 과일을 봉지 위에 얹어 주셨다.
과일은 산 후, 다시 시장 이곳 저곳을 구경하던 얀은 길거리로 놀러나온 사람들의 즐거움이 전염되었는지,즐거운 듯 소시(少時)적 버릇대로 테드의 팔짱을 끼고 끌고 다녔다. 테드는 기겁했지만 즐거운 듯 보이는 그를 보고 제지를 할 수 없었다.
"탁-."
"아-얏."
앞에 서있던 사람이 갑자기 뒤돌아 서는 바람에 테드와 이야기하며 신경을 딴데 쏟고 있던 얀은 그와 부딪치고 말았다. 그 바람에 얀은 뒤로 넘어 졌고, 들고 있던 과일들은 쏟아져서 길거리를 굴러다녔다.
"괘, 괜찮으십니까, 레이디!"
"푸-후. 레이디란다."
테드의 입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테드는 아까의 복수인 양 신나게 웃어제켰다.(순진하다는 건 고려해 봐야겠군...) 그 사람은 얀을 일으켜 세우곤 떨어진 과일들을 빠르게 줍기 시작했다. 그가 과일들을 다 주울 때까지도 얀은 놀란 얼굴로 멍하니 서있었다.
몸을 굽히고 과일을 줍고 있던 그는 어느새 다 주웠는지,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얀은 제이드보다 화사한 그의 모습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금색인 그의 가느다란 머리카락은 바람에 부드럽게 흩날리고 있었다. 누군가를 생각나게 하는 그 모습에 얀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어디 다치셨습니까?"
그는 자신을 보며 눈물흘리는 그녀(?)를 보고 안절부절못했다. 그런 그의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던 테드는 말문을 열었다.
"이봐-. 괜찮아. 이 녀석 그 정도로 다칠 정도로 허약하진 않다고, 그래도 레이디라고 불린 것이 눈물을 흘릴 정도로 충격이었나? 그 정도까진 아닌 것 같은데... 아, 그리고 자네가 오해할까봐 미리 이야기하는 건데... 이 녀석 남자야-."
"네-엣?!"
"이 녀석을 여자로 착각하는 사람은 처음이군. 여자처럼 곱상하긴 해도 오해할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테드는 조각상을 구경하는 양 얀을 요모조모 살펴봤다. 사실, 그 사람은 당황한 나머지 얀을 제대로 보지 못했고 그나마 나중에 보았을 때는 얀이 울고 있어서 (붉게 변한 눈, 볼 그리고 입술의 영향으로) 요염해(?)보였을 테니, 여인으로 오해할만했다.
"구경났어요-."
얀의 째려봄 필살 어택에 낯이 뚫릴 것 같은지 테드는 뒤돌아서버렸다. 얀은 소매로 눈가를 쓱 닦더니 말을 했다.
"죄송합니다. 저도 앞을 잘 봤어야 했는데, 딴 생각을 하는 바람에-."
"아닙니다. 제가 잘못한 것인데-. 정말 죄송합니다."
그는 얀이 운 것이 자기 탓이라고 생각하는지 정말 미안한 기색이 가득했다. 그런 그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니 자신을 보듬어 주던 큰형이 생각이 더욱 나서 그를 이대로 돌려보내기가 싫어졌다. 어딘가에 있을 존경하는 자신의 형을 생각하며 그리움을 삼키던 얀은 말문을 열었다.
"미안하다면... 제 부탁하나만 들어주시겠습니까?"
"부탁이라고요? 뭐든지 말씀하십시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얀에게 재촉하는 눈빛을 보냈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 것 같은데, 제가 차 한잔이라도 대접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기왕이면 나이도 비슷해 보이는데, 말은 놓고요-." (왠지 모를 헌팅 분위기?)
뜻밖에 부탁에 한참을 머뭇거리던 그는 말문을 열었다.
"저-. 네, 좋습-. 아니, 좋...아."
"음-. 그래야지. 난 얀이야. 18살. 너는?"
"난 세스...야. 동갑이네-."
얀은 스스럼없이 세스에게 다가와 그의 손을 잡아끌며 테드를 남긴 채 걸어갔다. 그런 얀을 보며 테드는 주인잃은 강아지처럼 처량맞게 얀을 바라보았다.
"얀-. 나보고 어쩌라구-."
"형이 알아서 물건들 들고 가요. 찔리는거 없어요?" (+.+ 빛나는 눈초리)
"윽-. 알았어..."
테드는 힘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모습을 보고있던 세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덩치는 산만한 사람이 얀같이 가냘픈 사람에게 휘둘리는 폼이라니...
"내가 일하는 곳으로 갈 건데, 이 도시에서 가장 좋은 곳이야. 걱정할 것 없어. 가자구!!"
"아- 저-기."
마이페이스로 나가는 얀을 보면서 말할새도 없이 끌려가는 또 하나의 희생자만이 불쌍할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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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제너시스 Date : 04-09-2001 00:19 Line : 148 Read : 3850
[25] <차원 연결자-23.카사노바가 신(?)>
Fantasy in dreams(차원연결자)<23>
- Fantasy in dreams... 꿈을 위한 움직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