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연결자-24화 (24/127)

<23>

얀은 세스와 의기투합하여 오랜 시간 서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얀은 그가 여자를 무서워한다는 것과 지금은 여행을 하고있는 중이지만 주노에서 겨울을 나고(크로나 국(國)은 겨울이 매서워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여행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다시 여행을 시작하려 한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세스는 얀과 부딪혔을 때도 겨울동안 있을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는 중이었다고 했다. 마침 '좋은 아침'에서 일할 사람을 구하고 있어서 세스는 얀과 같이 일을 하게 되었다. 여성 공포증이 문제가 되긴 하지만 얀의 "이번 기회에 극복해봐."하는 말 한마디에 승낙을 하였다. 글쎄-. 행운의 여신의 가호가 그와 함께 할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

늦가을의 바람이 거리를 온통 휘저어 대고 있었다. 양분을 잃어버린 낙엽은 힘없이 바람에 흩날려 을씨년스런 분위기를 연출했다. 겨울로 들어가는 문턱에서 계절의 요정들의 장난이 기승을 부리는 것이다. 그것들은 육중한 압박감을 주는 세헤르나의 수도 성벽을 더욱 황량하게 보이도록 만들었다. 그 성벽 앞에는 이별을 나누는 두 남자의 쓸쓸한 모습이 보였다.

"제롬-."

"꼭 그분을 찾겠습니다...."

"그래-. 너만 믿으마...."

환송도 아닌 쓸쓸한 여운을 남기는 송별에 제뉴인은 마음이 씁쓸해져왔다. 이제 곧 겨울이 다가온다. 대지의 여신의 축복은 사라지고 모든 것을 뒤덮는 눈의 달 '데세모'가 찾아오는 것이다. 생각 같아선 제롬을 겨울을 지낸 후 보내고 싶지만,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얀이 혹시라도 추운 겨울 어디선가 떨고 있을 생각을 하면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이미 세헤르나에선 얀 왕자를 죽은 것으로 간주하고 성대한 장례식까지 치렀지만, 왕세자의 특명 아래 길을 떠나게 된 것이다. 제뉴인은 떠나는 아들이 부디 성공을 하고 돌아오길 빌었다.

제롬은 흥분해 있는 자신의 애마 '카이첸'의 목을 두드리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아버지를 보았다. 그의 눈에는 자신을 믿는 다는 무언의 사랑이 깃들여 있었다. 7년 동안 느끼지 못했던 사랑을 떠나는 마당에서야 느끼다니.... 가슴 한 구석이 아려오는 것 같았지만, 지금 떠나려 하는 것은 자신이 원하던 일. 그 분을 꼭 찾으리라 결심했다.

"아버지, 들어가십시오. 저는 레드 블러드의 기사 제르미스 파나인입니다. 한 번 결심한 일은 목숨을 바쳐서라도 해내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 모든 것은 신의 뜻이겠지만 너의 노력이 그분을 감동시킨다면 왕자님을 만나기 어렵지는 않을 거다. 나는 너와 얀 왕자님을 위해 신께 기도 드리겠다."

"......"

제롬은 아무런 말없이 한 손으로 카이첸의 고삐를 잡아끌어 그가 나아갈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이제는 행동으로 아버지에게 보여줄 일만이 남았을 뿐이다.

**

얀은 찻집 안의 여성 손님을 상대로 자연스럽게 주문을 받아내고 있는 세스를 노려보고 있었다. 세스는 고백과는 달리 여자 다루는데 능숙했다. 그는 외모가 준수할 뿐만 아니라 고상하고 세련된 말투를 사용했기 때문에 여성들의 인기를 날로 얻고있었다. 찻집에 들르는 손님중 반이 그의 그런 모습을 보기 위해 찾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나머지 반은 뭐다냐?) 그런데 그런 모습을 보여주면서 자신에게는 여성을 무서워한다고 했단 말이지....

'뭐야, 저 녀석. 뭐-가 여성 공포증이야-. 카사노바도 너보다 한 수 아래겠다.'

"뭐가, 카사노바야?"

"윽, 들- 었냐?"

"혼잣말을 그렇게 큰소리로 하는데 못 들으면 그게 바보지 사람이냐?"

"그, 그런가?"

얀은 머리를 긁적이며 무안한지 얼굴을 붉혔다. 생각만 한다는 것이 얼떨결에 말이 튀어나왔나 보다, 자신을 곤란한 지경에 빠뜨린 요놈의 주둥아리... 얀은 죄도 없는 자신의 입을 치기 시작했다. 한심하게 그 모습을 바라보던 세스는 생각났다는 듯 얀에게 말을 했다.

"아까, 얘기하던 카사노바가 무슨 뜻이야?"

"어-. 그거..."

또 하나 세스에 관해 알게 된 점은 그 작은 머리에 어떻게 넣어두는지, 지식도 풍부하려거니와 지식욕도 대단하다는 거였다. 얀은 세스가 자신의 꿈 첫 부분에 나왔다면 선영이 무지 좋아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지금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눈에서 불이 나올것처럼 보였다. 처음 듣는 단어를 듣게 되자 열의가 생기는 모양이었다.

윽, 얼렁뚱땅 넘어가야겠다.

"'카사노바'란 연애의 신을 뜻하는 말이야. 뭐-. 짧게 말해 바람둥이 신이라고나 할까. 사랑의 신이 사랑하는 두 남녀를 축복하는 것과는 달리 자유로운 사랑을 좋아하지. 사랑을 위해서라면 방종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는 신이야-."

"어머-. 멋진데... 그 신은 내가 섬겨야겠다."

"윽-, 깜짝이야. 엘라, 기척은 냈어야지. 놀랬잖아."

언제 다가왔는지 얀과 세스의 곁에는 엘라와 그녀의 친구들(캐시, 루시, 소피아)이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미안, 미안. 너무 재미있어서, 그만 엿듣고 말았지 뭐야. '자유로운 사랑을 한다. 그리고 그 사랑을 위해 무엇이든 바친다-.'라... 그런 남자를 만나야 하는데."

"그렇게도 해석되냐....^^;"

방종한 면이 사랑을 쟁취하기 위한 용기로 변하다니, 마이페이스로 나아가는 엘라를 보며 얀은 한숨을 쉬었다. 엘라는 눈을 들어 하늘?(가게의 천장)을 보며 하트표시를 만들고 있었다.

"얀-."

"어?"

얀은 세스의 심각한 어조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세스는 우울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신학에 관한 공부는 착실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봐. 난 '카사노바'라는 신은 처음 들었어..."

처음 들었겠지-. 날조한 거니까. 자신의 말을 믿고 심각해져버린 세스를 보자니 다시 거짓말이라고 말하기도 곤란했다. 그래서 더욱 거짓말에 기반을 다지기로 했다.(사악한--;)

"나도 얼핏 들은거라. 정확히는 몰라. 구전으로 전해지는 신화의 인물일테니. 소수의 사람만이 알고있겠지. 네가 그런 것까지 전부 알 수는 없잖아."

"위로해 줘서, 고마워-. 나도 여행하면서 꽤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네게 비하여 부족한 것 같다."

세스는 힘이 나는지 살짝 웃었다.

"뭘-."

얀은 찔리는지 땀을 흘리며 미소지었다. 그때 얀의 가슴을 아작을 낼 캐시의 말이 들려왔다.

"듣고 보니까 얀, 너는 '카사노바'란 신처럼 될 소질이 다분한 것 같아..."

"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 캐시!!"

얀은 느닷없이 내던지는 캐시의 말에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캐시는 터프하고 말이 없는 대신 사람 놀래키는 소리를 잘했다. 왠지 찔리는 얀은 총대를 세스에게로 돌렸다.

"그, 그런 소릴 들을 사람은 따로 있다고-. 세스 말해봐 찔리지 않아?"

"내가 뭘?"

"네가 하는 행동을 보면 안 나오게 생겼냐-. 처음엔 여자들이 무섭다느니 말을 하다가, 요즘 하는 행동을 보면. 믿어지지 않아-."

"그건, 정말이야. 이렇게 행동하는 건, 내가 18년간 살아오면서 터득한 비결이라고-. 일을 하면서 말을 안 할수도 없으니까 말이야. 될 수 있으면 짧게, 그리고 그녀들이 느끼지 못하도록-. 그러려면 친절은 필수조건이야. 짧은 말 가지고도 포만감을 느껴야 하니까."

세스, 너 정말 무섭다.... 그런 것에도 머리를 쓰다니-. 으윽...

"그래도 그렇지. 내가 어디가 세스보다 바람둥이 기질이 다분하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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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노바란 인물에 대해 알아볼까요?

이탈리아 베네치아 출생. 별칭인‘생갈트의 기사(Chevalier de Seingalt)’라는 이름은 그가 자칭한 것이다. 처음에는 성직자 ·군인 ·바이올리니스트 등으로 입신하려 하였으나, 추문(醜聞)으로 투옥되었다. 1756년 탈옥한 이후부터 생애의 3분의 2를 여행으로 유럽 전토를 편력하였다. 재치와 폭넓은 교양을 구사하여 외교관 ·재무관 ·스파이 등 여러 직업을 갖기도 하고, 감옥에 투옥당하는 등 그의 삶은 변화무쌍하였다. 그 동안 여러 계층의 사람들(君侯 ·귀족 ·문학가 ·과학자 ·예술가 ·희극배우 ·귀부인 ·천민 ·사기꾼 ·방탕아)과 두루 사귀었고 계몽주의 사상에도 접하며 파란만장한 생애를 보냈다. 라고 하는군요....

[26] <차원 연결자-24.절망속의 주인공>

- Fantasy in dreams... 절망속의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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