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차원 연결자-28.폰타 언덕(2)>
< 28과 1/2 뒷 부분>
"야, 정말 페어가 있구나!"
도시에서 나와 똑바로 동쪽으로 만 가면 되는 길을 뺑글뺑글 도는 바람에 얀은
이제서야 겨우 폰타 언덕에 도착할 수 있었다.
얀은 페어나무를 쓰다듬으며 신기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페어(pear)는 현실세계의 배와 같은 맛인데. 단맛이 나고 물이 많아서 청량감을
주었다. 주노에는 인기있는 과일이어서 높은 가격에 거래가 되었는데, 이렇게나
많이 나무에 달려있다니. 조금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페어를 보자 용서해줄
리네스의 얼굴이 떠올라 얀은 흐뭇한 마음에 왜 그런지에 대해 의심하지 못했
다.
페어 두 개를 주섬주섬 챙겨든 그는 길을 몰라서 시간이 꽤 걸렸던 폰타 언덕
을 한 번 째려본 후 자신의 주머니에 들어있는 페어를 생각하며 싱글거리며 웃
었다. 웃고 있던 얀은 자신의 눈에 보이는 이상한 영상에 손을 들어 눈을 비볐
다.
자신이 리네스의 생각을 오래 하긴 했어도 환각을 볼 정도로 그녀를 생각했던
가? 하던 그는 곧 이어 들려오는 그녀의 외침에 환각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
다. 그녀는 정말 폰타 언덕에 나타난 것이었다.
리네스의 얼굴은 창백하다 못해 피가 없는 사람처럼 하얗게 변해서 죽을 사람
처럼 보였다. 리네스의 전신에서 땀이 흘러 그녀의 (잠)옷이 땀으로 푹 젖어있
었다. 얀의 앞으로 힘겨운 걸음을 옮긴 그녀는 얀이 무사한 것을 보자 미소를
띄우더니 그대로 얀의 품속으로 쓰러졌다. 얼결에 리네스를 받아든 얀은 그녀를
안아서 페어나무 밑으로 옮기고 그녀의 몸 상태를 살펴보았다. 체온은 약간 서
늘하긴 했지만 고르게 숨을 내뱉는 것을 보니 괜찮은 것 같았다.
잠시 동안 그녀를 내려다보던 얀은 그제서야 그녀의 옷이 부실하다는 것을 깨
닫고 - 갑자기 나타난 그녀에게 놀라서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여성의 잠옷은
수도 없이 보았으므로(이상한 상상은 말도록 얀의 정신은 여자였다. 간혹 가다
(현실)친구들과 같이 잠옷파티를 하는 경우가 있었던 것이다!!) 이상한 감정없이
자신의 위에 걸치고 있던 가디건을 벗어서 그녀의 몸 위로 둘러 주었다. 그리고
늦가을의 쌀쌀한 바람을 자신의 등으로 막으며 떨고 있는 그녀를 자신의 가슴
앞쪽으로 살며시 안아서 체온을 나누어주었다. 이건 지수(현실에서의 휴대용 난
로)를 사용(?)할 때 쓰던 방법으로 효과는 확실했다. 몸을 부르르 떨던 그녀는
점차 안정하고 눈을 떠서 자신의 상황을 인식했다. 얼굴을 붉히며 황급히 몸을
일으키던 리네스는 자신의 온 목적을 깨닫고 얀에게 다급하게 다가가 그의 손
을 이끌며 말했다.
"어서 가야해요."
갑자기 힘겹게 일어나 자신의 손을 붙잡고 가려는 리네스를 보자 의아함을 감
추지 못했던 얀은 자신을 끌고 가려는 그녀의 등을 살며시 두드리며 말을 했다.
"저기 무턱대고 가자고 하면.... 왜 이러시는지 모르겠거든요?"
정말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얀을 한숨을 쉬고 바라보던 리네스는
그를 끌고 가며 말을 했다.
"아직까지 무사한 것이 다행이긴 하지만 몬스터들이 언제 나올지 몰라요. 이 폰
타 언덕은 여러 종류의 몬스터로 유명한 곳이니까..."
정신없이 자신을 끌고 가는 리네스의 뒷모습을 보고있던 얀은 등뒤에서 느껴지
는 이상한 느낌에 뒤를 돌아보았다. 가만히 그것들을 관찰하던 그는 리네스의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저...... 저기 설마하니 저 은색 강아지도 몬스터에 속하는 것은 아니겠죠?"
은색 강아지? 리네스는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혀 고개를 돌려 그것을 보았다. 얀
이 설명한 자신들의 200m 앞에 위치한 은색 강아지를 확인한 리네스는 걸음을
멈추었다.
얀이 은색 강아지(?)라고 설명한 그것은 실버 울프라고 불리우는 몬스터였다.
달빛에 반응하여 켈베로스 만큼이나 흉악하게 변하는 그것은 모피가 아름다워
여성들의 선호품의 대상이지만 흉악한데다가 그 수가 많지 않아 보기 드문 종
류였다. 그런데 이런 곳에서 만나다니... 지금 대낮이어서 그들이 힘을 쓰지 못
한다해도 자신은 힘이 없는 여자요. 얀은 보기에도 가냘픈 소년일 뿐이다. 리네
스는 식은땀이 나는 손으로 얀의 손을 더욱 꽉 잡으며 말했다.
"정말 미안해요. 제가 당신에게 조건을 달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을 당하지 않
았을 텐데... 저것들은 실버 울프라고 불리는 몬스터예요. 성인남자들도 혼자 상
대할 수 없는 몬스터인데. 네 마리씩이나...."
리네스는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다는 듯 참담한 안색이 되어 고개를 돌렸다. 얀
은 그녀가 실버 울프라고 말한 것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봐도 귀여운 강아지 같
은데? 이상하네... 하고 생각했던 것도 잠시. 햇빛에 번쩍이는 그들의 날카로운
이빨을 보자 그런 마음이 사그라졌다. 네 마리의 개(?)들은 -리네스는 울프라고
강조하건만... 그래도 강아지에서 등급이 올랐다.-자신이 물리칠 수 있는 숫자가
아니다. 사람이라면 모를까 저 들은 짐승이다. 본능에 위해 움직이고 규칙적인
행동을 보이지 않는다. 불리하다. 그렇다고 도망갈 수도 없었다. 그들의 빠르기
라면 리네스와 자신을 따라잡는 거야 쉬울 테고 더욱 안 좋은 건 리네스가 지
쳐 있다는 거다.
리네스가 그렇게 된 이유는 단 하나. 자신을 염려해서 정신없이 달려와서겠지...
아픈 몸을 이끌고 그녀는 달려왔다. 자신 때문에 기절을 할 정도의 상태가 될
정도로 달린 것이다. 이 정도면 충분해....
얀은 미소를 지었다. 처음부터 살아 남을 확률은 없었다. 어차피 결론이 그렇다
면 자신을 위해준 친구를 위해 죽을 수 있다면 행복한 거다. 자신의 온 힘을 다
하면 네 마리는 어떻게 되겠지. 뭐-, 물론 꿈속이니 죽어도 진짜 죽는 것은 아
니겠지만...(속사정을 모르는 불쌍한 주인공) 얀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실버 울프를 보며 입술을 질끈 깨물은 리네스는 소리쳤다.
"얀, 날 버리고 가요. 나는 지쳤어요. 도움이 되지도 못할 거예요. 당신은 아직
힘이 남았잖아요. 달아날 수 있을 거예요. 저들이 날 공격할 동안의 시간만이라
도 달아나세요."
그래. 이렇게 해서라도 그를 도울 수만 있다면.... 리네스는 이제서야 자신이 제
대로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가슴이 화아 하고 뜨겁게 불타올랐다. 자
신은 마음을 잡았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진실을 두꺼운 철갑으로 감추려 했던
것. 거짓이었다. 자신은 처음으로 사랑한 그의 곁에 서 있다. 이것으로 만족한
다. 그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비록 근본적인 도움이 아닐지라도 그의
생명을 이어줄 수 있는 방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죽음을 체념하며 마지막으
로 얀의 모습을 보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그는 푸른 청은발을 휘날리며 아름답게 웃고 있었다. 왜지... 죽음이 다가와서
실성한 건가?
얀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을 했다.
"리네스... 저는 남자고 당신은 여자예요. 남자란 자고로 아름다운 여인을 지켜
야 하는 거예요. 제 앞에 당신이 있는 이상 당신을 버리지도 또한 죽음을 당하
게 만들지 않겠어요. 그 대신 두 가지 부탁을 들어줘요. 절대로 저의 뒤에서 앞
으로 나서지도 말고. 그리고 우리가 살아날 수 있다면 저를 용서해 줄 거죠? 당
신과 친구가 되고 싶어요."
리네스의 맑은 눈동자에 고인 눈물사이로 아름답게 미소짓고 있는 얀의 모습이
투영되었다.
-----------------------------------------------------------------------------
조금씩 속이 거북해 지지 않으세요.
알고 계시는 분도 있겠지만, 글을 읽을 때 필수품,
첫째, 검은 비닐 봉지
둘째, 냉수 한잔
셋째, 손수건
그 이유는 글을 읽으면서 풀어보시기 바랍니다.
Name : 제너시스 Date : 04-09-2001 00:31 Line : 221 Read : 3412
[32] <차원 연결자-29.폰타 언덕(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