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연결자-31화 (31/127)

<29>

얀은 다급하게 앞을 바라보며 리네스를 등뒤로 감추었다. 그의 손에는 롱 소드

도 아닌 단단한 나무막대기 하나만이 들려있을 뿐이었다. 그래도 이것만해도 어

디인가 없는 것보다 낫겠지. 얀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지금 상황에서

더 나쁜 쪽을 생각한다고 해도 나아질 것은 없으니까...

얀은 날카로운 기세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의 등은 페어 나무가 있던 곳에서

4m정도 떨어진 바위벽을 등진 곳이었다. 이 곳보다 더 좋은 곳은 주변에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자신 혼자만이 싸울 수 있는 지금, 후방을 지킬 여력은

없었다.

얀은 나무막대기를 들어올려 숨을 가다듬으며 자신의 앞으로 슬슬 접근하는 실

버 울프들을 보았다. 그냥 단순(무식)한 짐승이 아닌 영리한 놈들인 것 같았다.

울프들의 눈빛은 살의로 번득였다. 각각 얀의 앞으로 180。를 4방향에서 나뉘어

서 다가 왔다.

천천히 다가오던 4마리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실버 울프가 빠르게 다가와 뛰어

올랐다. 그것의 도약력은 얀의 어깨정도로 굉장한 스피드를 지니고 있었다.

"꺄악"

뒤에서 서있는 리네스는 금방이라도 물릴 것 같은 얀의 모습에 비명을 질렀다.

얀은 속으로 피식 웃었다. 이 정도론 안되지.

얀은 막대기를 아래에서부터 위로 비스듬히 대각선 방향으로 쳐 올려 실버 울

프가 자신의 코앞에 다가오는 순간 멀리 쳐내 버렸다. 믿지 못할 만큼 정확한

타이밍으로 실버 울프를 막아선 것이었다. 그놈의 힘을 역이용해 방향을 흘려버

렸던 것이다. 그놈은 급소를 맞았는지 깨갱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얀은 경계를

풀지 않고 나머지 3마리를 바라보았다.

그놈들은 으르렁거리며 거리를 좁히고 있었다. 처음의 방법대론 안되겠다고 느

꼈는지 합동공격의 기세가 보였다.

"리네스 내가 부탁한걸 잊지 않았겠지!"

얀은 뒤돌아볼 겨를이 없었으므로 소리를 질러 리네스에게 경고를 하고 더욱

정신을 가다듬었다. 3마리중 어느 놈이 선공을 할 것인지 알 수 가 없었다. 얀

은 고요히 서서 그들의 낌새를 느끼고 있었다.

이 놈이다!!

얀은 느낌이 드는 순간 자신의 왼쪽의 울프쪽으로 몸을 틀었다. 얀이 몸을 뒤트는

순간 거짓말처럼 그 녀석이 뛰어올라 그를 공격했다. 이번엔 허리 아래로 빠

르게 들어오는 공격에 얀은 몸을 비스듬히 비켜 막대기를 빠르게 휘둘렀다. 마

치 야구선수와도 같은 폼의 일격에 그놈은 머리를 정통으로 막고 튕겨져 나갔

다.

"얀 뒤를 조심해!"

말하지 않아도 느끼고 있었다고! 얀은 빠르게 뒤를 돌아 왼쪽으로 비켜섰다. 놀

랄 정도의 머리높이 까지 뛰어오른, 한 놈이 그의 머리를 노리고 있었

다.

"아직은 안돼!!"

얀은 공중에서 자신을 향해 떨어지는 실버 울프를 향해 자신의 첫째 동생이 자

신을 공격할 때 애용(?)하던 '머리'공격을 떠올리며 막대기로 내리쳤다. 강한 충

격을 받은 그놈은 혀를 내어 물더니 털썩 쓰러졌다. 한 놈은 처리되었구.

"너희들을 나의 특제 수프로 만들어주마. 가뜩이나 새로운 요리재료가 없어서

고민했는데 말이야."

왠지 알 수 없는 오한에 뒷걸음치던 3마리는 그의 뒤에 서있는 암컷(리네스)을

보더니 눈짓을 하여 자신들의 동료 한 마리를 뒤로 보냈다. 그런 눈치를 알아채

지 못한 얀은 단지 그 놈이 자신이 무서워서 도망친 것으로 생각했고, 더욱 자

신감이 붙어 막대기를 들어올리며 2마리를 해치우기 위해 한 발 앞으로 나섰다.

그 두 마리는 얀의 정신을 빼놓기 위해 합동으로 공격했다. 시간차 공격으로 머

리와 허리를 노리고 오는 놈들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던 얀은 막대기로

그들을 겨누고 빠르게 움직였다. 허리를 물려던 한 마리의 코앞에서 몸을 (투우

사처럼)회전시켜 그 놈의 옆으로 몸의 위치를 옮긴 얀은 막대기로 그 녀석의

몸에 강한 충격을 주었다. 그 순간 섬뜩한 기운을 느낀 얀은 급격하게 허리를

뒤로 젖혀 마지막 한 마리를 자신을 스쳐지나가게 만들었다. 그때 리네스의 비

명소리가 들려왔다. 도망간 줄 알았던 한 마리가 리네스를 향해 이빨을 들어내

며 바위벽(3m)에서 뛰어내리고 있었다. 다급한 마음에 얀은 빠르게 달려가 위

에서 떨어지는 그놈을 막대기로 처내었다. 그 녀석의 몸무게가 막대기를 통해

흘러들었고 시큰거리는 통증이 손목을 통해 몸 전체로 퍼져나갔다.

"얀 뒤!!!"

이런! 리네스를 덮치던 녀석 생각에 자신에게 덤벼들었던 그 놈을 조심하지 않

았다. 빠르게 뒤돌아 서려던 얀의 어깨에 화끈한 통증이 느껴졌다. 왼쪽 어깨를

강한 이빨로 물은 그 녀석은 얀이 오른손으로 공격하기도 전에 날카로운 발톱

으로 그의 등을 할퀴고 2m밖으로 점프했다.

얀이 얼굴을 찡그리며 되돌아보자 마지막으로 남은 실버 울프 우두머리가 얀을

보며 재밌다는 듯 자신의 발톱에 묻은 그의 피를 핥고 있었다. 실버 울프는 얀

이 상처를 입은 이상 승산은 자신에게 있다는 듯 얀의 등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보며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얀의 등에서는 피가 빠르게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실버 울프의 발톱이 특유의 작용을 하는지 출혈이 조금도 줄어들 기미는 보이

지 않고 얀의 옷과 바지를 타고 빠르게 흘러내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혈향(血香)

이 더욱 짙어지며, 얀이 실버 울프를 경계하며 움직일 때마다 땅에 붉은

궤적이 그려지고 있었다.

리네스는 안타까운 마음에 얀의 등을 바라보았다. 옷이 30cm 정도 길이로 잘라

져 있었지만 피 때문에 상처가 자세하게 보이지 않았다. 그의 발 밑에 떨어져있

는 피의 양으로 보건대 작은 상처가 아니다. 리네스는 입술을 깨물으며 인간과

몬스터간의 싸움을 지켜보았다.

얀은 점차 침침해져 오는 눈을 부릅뜨며 앞을 바라보았다. 영리한 놈이었다. 가

만히 있어도 스스로 굴러올 먹이를 보며 침을 삼키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갈수

록 자신에게 불리하다. 처음에는 어렵게만 생각하다 예상외로, 자신의 실력으로

리네스와 같이 도시로 돌아갈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이렇게 시간을 끄는

이상 가망이 없었다. 얀은 마지막 방법은 사용하기로 했다.

툭.

실버 울프와 마주보며 기회를 엿보고 있던 얀의 손에서 힘없이 막대기가 흘러

나왔다. 잠시 울프를 응시하던 얀의 고개가 떨구어지더니 털썩하고 무릎을 끓었

다. 온몸에 힘이 빠진 듯 기절을 한 것처럼 보이는 얀은 무방비상태였다. 그의

몸에서 동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라곤 머리카락에서 떨어져 내리는 핏방울

이 다였다. 더 이상 하얗지 않는 (머리를 묶은)손수건에서 풀려 나온 몇 가닥의

피에 물든 청은발들이 바람에 날리며 음산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것들은 주위

에 조용한 정적을 가지고 왔다.

무릎을 끓은 그의 모습은 힘이 다 빠져 죽어 가는 사람의 모습으로 보였다. 뒤

돌아 앉아있는 얀의 모습을 군침 삼키며 바라보던 실버 울프는 그의 달콤한 피

의 향내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뛰어들었다. 리네스는 그의 모습에 비명을 지르

며 앞으로 달려나왔다.

"리네스 처음에 부탁한 걸 잊었어!"

힘차게 말을 한 얀은 리네스에게 장난끼어린 윙크를 하며(어느 사이에^^;) 자신

의 오른쪽에 떨어뜨려 놓은 막대기를 잡아 조용하게 뒤돌으며 180。횡으로 휘

둘렀다. 마지막이란 생각이, 또 여기서 물러나면 리네스를 지킬 수 없다는 굳은

결의가 그의 몸에서 발산되며 막대기가 흰 투명한 빛으로 물들어갔다. 눈앞에

번쩍이며 강렬한 빛이 나타나더니 실버 울프의 몸이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사라져갔다.

얀은 죽음의 고비에서 자신이 찾길 원하던 마지막 부분의 느낌을 찾을 수 있었

다. 그가 만든 빛은 성스럽게 타오르며 그와 그의 주위를 부드럽게 감싸안았다.

그것은 그의 의지의 힘으로 이 곳이 꿈이라고 생각하는 얀 만이 사용할 수 있

는 차원 연결자로서의 힘의 각성이었다.

그는 그저 눈앞에서 빛나고 있는 하얀빛이 아름답다고만 생각했지만...

얀의 몸이 성스러운 빛으로 둘러싸였지만, 리네스에게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

았다. 단지 그의 모습을 보지 못하게 가로막은 불편한 것으로 여겼을 뿐. 리네

스는 이상하단 생각을 할 사이도 없이 얀이 있다고 여겨지는 곳으로 뛰어갔다.

그 빛은 그녀를 부드럽게 받아들였고 곧 사라졌다. 리네스는 곧 그를 발견할 수 있

었다. 다급하게 얀을 안은 그녀는 자신의 가운을 벗어들어 이와 손을 이용해 거

칠게 찢어내었다. 리네스는 그것을 적당한 붕대 사이즈로 만들어 얀의 셔츠를

벗긴 후 자신의 실크 가운 붕대로 꽉 묶었다. 다행히도 흘러나오던 피의 양이

줄어드는 것 같았다.

"얀 괜찮아?"

정신을 잃은 듯 보였던 얀이 실눈을 뜨고 리네스를 보며 말했다.

".....리네스... 너 같으면 피를 이렇게... 쏟았는데 괜찮겠냐?"

농담을 걸어오는 얀의 모습에 리네스는 눈물을 닦으며 웃으며 말했다.

"어서 도시로 돌아가자. 빨리 가서 치료를 해야지. 응?"

그 모습을 힘없이 바라보던 얀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미안해, 리네스. 같이 못 갈 것 같아... 이미 피를 많이 쏟아서... 걸어나갈 기

력도 없어... 나와 같이 가다간... 피 냄새를 맡고 온 몬스터들의 공격을 받게 될

거야... 그 동안... 기운 좀 차렸겠지...? 날 위해서라도... 도시로 빨리 가서 사람

들을 불러다 줘. "

얀은 침침해져 오는 눈을 감으며 생각했다. 자신은 의지의 힘을(그렇게 부르기

로 마음먹었다.)싸우는 방법으로만 이해했을 뿐이다. 지금 시도를 해보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다른 용도, 치료의 힘으로 사용할 수 없었다. 즉 자신의 상처

를 치료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런 이상 자신은 곧 정신을 잃을 것이고 그녀에

게 부담이 된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리네스의 연락을 받은 사람들이 자신을 구

하러 올 수도 있으니까...

가만히 자신의 세계로 빠져들어 가던 얀은 가슴을 치는 (등까지 연결되는^^;)통

증에 어쩔 수 없이 눈을 뜨게 되었다. 리네스가 울음을 터뜨리며 자신의 가슴을

때리고 있었다.

"어-, 리네스 가지 않았어?"

"뭐-? 가지 않아? 이 나쁜 놈아. 나 혼자 어떻게 가라구. 이 연약한 여자보고

혼자 가란 말이야...- 환자를 무지막지하게 때리는 힘을 두고 연약한?- 몬스터

의 습격을 받아도 좋으니까, 같이 가달란 말이야!! 응?"

리네스는 자신의 앞에서 점차 핏기를 잃어 가는 얀의 모습에 두려운 마음이 되

어 소리쳤다. 오늘에서야 그와 친구가 되었는데, 그를 잃을 수 없다. 얀은 자신

을 위해 상처를 입었다. 그가 죽는다면 자신도 살아갈 희망도 목적도 없다. 리

네스는 울며 얀의 가슴에 매달렸다.

차가운, 하지만 따뜻한 손길이 그녀의 머리와 얼굴을 매만졌다. 리네스는 눈물

범벅이 된 얼굴을 들어 그 부드러운 손길의 주인공을 바라보았다. 리네스의 모

습을 본 얀은 쿡쿡 대며 웃었고 그 덕분에 입에서 피가 흘러나와 처녀귀신을

연상시킬 정도로 리얼한 분장이 되었다. 얀의 그런 모습에 당황한 리네스는 눈

물을 닦고 얀의 입가를 닦아주었다.

"리네스, 나....난 죽지 않아. 내 여자 친구들이 몇 명인데... 그들에게 인사도 못

하고 왔단 말이야..."

리네스는 죽음의 그림자가 자신에게 다가왔음에도 농담하고 있는 그를 눈을 흘

기며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을 따스한 눈길로 바라보던 얀은 조용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리네스.... 날 용서해 준거지? 이제부터 우린 친구야... 걱정 말고 도시로 가서

사람들을 불러 줘. 난 꼭 내 여자친구 리네스를 찾아갈 거니까... 알겠지?

...미안...하지만 나좀 눈좀 붙일게 너무 피...곤해."

얀은 리네스의 볼을 쓰다듬던 손을 내려 자신의 가슴에 올려놓고 편안한 잠으로

빠져들어 갔다.

Name : 제너시스   Date : 04-09-2001 00:32  Line : 104  Read : 3397

[33] Fantasy in dreams(차원 연결자)-30.폰타 언덕(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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