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연결자-33화 (33/127)

<31>

얀은 편안한 기분으로 잠들어 있었다. 따스하고 몸을 안락하게 만들어

주는 무언가가 자신을 감싸고 있다. 마치 엄마 품과 같은.....

'엄마 품!!!!'

얀은 두 눈을 벌떡 떴다.

이런.....

얀은 황급히 몸을 일으켜 뒤로 주춤주춤 물러섰다. 몸 전체가 쑤시고 결렸지만

자신의 황당한 기분보다는 나을 것이다. 그런 기분을 만들어준 당사자는 두 눈을

비비며 일어나 앉아있었다.

"얀, 괜찮아?"

부드러운 어조로 더불어 슬픈 빛을 띄고 말하는 리네스를 보자 화를 낼 수도

없었지만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이야기하는 그녀를 보자 자신의 상황을 알고

있는 건지... 하는 답답한 심정이 되어 얀은 불끈하고 말해버렸다.

"리네스 내가 도시로 가라고 했잖아. 거기다 여기는 어디야! 아직 그 근처일 텐

데, 위험하다는 걸 몰라."

"흐으윽, 흑흑"

리네스는 몸을 돌린 채 울음을 터뜨렸다. 자신은 여자다, 여자의 눈물 같은 거

에 쉽게 넘어가지......

"리네스 미안해. 눈을 떠보니 네가 있어서 놀라서 그런 거야. 그만 진정해."

얀은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원래는 조금도 움직일 수 없을 정도의 상

처이지만 자고 났더니 힘이 났고 울고있는 리네스를 보자 그녀를 내버려둘 수

없어서 얀은 등에서부터 번져오는 화끈거리는 통증을 이를 악물고 참아

내며 그녀의 곁으로 몸을 끌며 다가갔다. 그는 오른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자

신의 품으로 살며시 감싸안았다.

리네스는 서러운 게 많은지 얀의 품에서 목놓아 울었다.

"얀, 미안해 내가 심술을 부리지만 않았어도.... 그때 정신이 없는 나머지 해서는

안될 말을 내뱉었어. 네가 토박이도 아닌데 말이야, 당연히 내 말뜻을 이해할

거라고만 생각하고.... 그렇지만 않았어도 네가 이렇게 크게 다치지 않았을 텐

데.... 흑흑"

"리네스 울지마. 솔직한 심정으론 내가 다쳤다는 것이 조금 불쾌해. 쑤시지 결

리지.. 하지만 그건 너에게 화가 나는 게 아니라 나 자신에게야. 처음부터 너를

이해할 생각을 하지 않았어. 결국 너까지 사지(死地)로 몰아넣은 것은 나야... 미

안해."

리네스는 창백한 안색으로 자신을 위로하려는 얀은 보자 미안해서 그를 볼 면

목이 없었다. 그저 소리 죽여 울뿐이었다. 집사 웨이슨이 어떡해서든 자신을 찾

아냈으면 좋으련만... 그렇다면 얀도 상처를 치료할 수 있을 텐데....

"그나저나 리네스, 너의 치료가 효과가 있긴 했나봐..."

"치료?"

리네스는 울다말고 얀의 말에 의아한 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는 눈물을 두 손

으로 닦으며 얀을 올려다보았다. 얀이 보기에 지금 리네스의 행동은 고양이가

세수하는 모양 같아 귀여워 보였다. 그래서 그녀를 웃음(?)짓게 만들고 싶은 마

음에 자신의 생각을 끝까지 밀고 나가기로 했다.

"그래. 네가 온몸으로 날 치료해 줬잖아. 거기다 온기까지 나누어주고."

얀은 웃으며 손가락으로 리네스를 가리켰다. 리네스는 아플텐데도 장난스럽게

이야기하는 얀을 보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가 조금은 괜찮아 진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시선을 아래로 내려 자신의 옷차림을 살펴보고는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리네스는 정신이 없는 통에 자신이 잠옷 바람이라는 것을 잊고 있었다. 거기다

위에 걸쳤던 가운과 얀의 가디건은 붕대로 만들어서 자취를 감춘 지 오래였고.

간단하게 설명해서 지금 그녀의 모습은 몸을 가려줄 가운도 없이 얇은 잠옷만

입은 완전히 남자를 유혹하는 요염함 그 자체였다.

리네스의 은색의 실크 잠옷은 부드럽게 그녀의 몸을 감싸며 그녀의 곡선을 여

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그것으로도 리네스가 감당할 수 없는데, 이 잠옷은 리네

스가 어머니의 강압으로 입게 된 것으로 (그녀의 기준으로 따져서) 무-지 야했다.

어머니의 말로는 여자는 아픈 중에도 아름다워야 된다나. 이해를 못했지만 어머

니가 강경하게 나오는 바람에 입게 되었는데 그것이 화근이었다.

실크 잠옷은 목에서부터 내려온 가느다란 끈이 가슴부분부터 시작된 실크 드레

스를 붙잡아 주고 있는 형식이었다. 즉 그녀는 가슴 위(목, 어깨, 팔 등등)가 허

전했다는 것이다. 리네스는 얀의 체온이 떨어지는 것을 걱정해서 자신의 몸을

그의 몸에 밀착시켜 안는 형태로 오래 동안 있었다. 어머니가 아이를 안는 포즈

였지만 지금 그런 것은 떠오르지 않았다. 단지 자신이 그를 안았다는 것 그리고

어머니가 해주신 말씀만이 떠오를 뿐이었다.

'리네스 남자는 다 늑대란다. 위험한 동물이야. 거기다 남자와 단둘이 있다면 그

건 더 위험하지. 그런 경우엔 여자가 스스로 지키는 수밖에 없어.'

리네스는 살며시 고개를 들어 얀을 바라보았다. 그는 자신을 보며 빙긋이 웃고

(?)있었다. 얀이야 리네스가 귀여워 웃는 것이었지만 리네스의 상황에선 그런

쪽으로 보이지 않았다.

얀 = 남자

남자 = 늑대

늑대 = 위험

리네스의 머리는 수학적 부호를 사용하며 결론에 도달했다. 얀이 남자라는 것으

로도 위험한데 자신은 그것도 모자라 이런 야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옷을 입고

있다. 당연히 밀실같은 방에서는 합당한 결론 도출이었겠지만 그녀의 머리 속에

선 한가지가 빠져있었다. 그녀가 있는 장소가 밀실이 아닌 폰타 언덕이라는 것.

그리고 언제 몬스터들이 들이닥칠지 모른다는 것.

하지만 그녀는 지금의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고 자신의 세계로 빠져 들어갔다.

슬금슬금 얀을 피해 동굴 안쪽으로 들어서자, 그 행동을 어이없이 바라보고 있

던 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리네스, 지금 우리 상황이 어떤지나 알고 있는 거야?"

리네스의 눈을 바라보자 전-혀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휴- 그래, 그렇다면.....

"미안하지만 리네스. 너는 나의 눈에는 여자로 보이지 않아. 여자란 말이지 자

고로 가슴이 크고 엉덩이가 커서 애 쑥쑥 낳고 남편에게 내조 잘하고.... 윽"

어느새 다가왔는지 리네스는 방금 전의 불안했던 표정이 아닌 잔뜩 화가 난 표

정으로 얀의 등을 그것도 다친 쪽을 정면으로 내리쳤다. 그제서야 얀은 로인과

제이드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었다.

쿨럭.

갑작스런 충격을 견디지 못한 얀의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무서운 여자

--;)리네스는 정신이 번쩍 들어 얀의 상황을 인식했다. 또 다시 울상이 된 리네

스를 씁쓸하게 바라보던 얀은 입을 열었다.

"리네스 이곳이 어디야?"

"어? 훌쩍 나도 잘... 아, 아니 우리가 쓰러져있던 곳에서 30m 정도 떨어져 있는

동굴이야."

얀은 동굴 밖을 내다보았다. 해가 저물고 있었다. 이래선 리네스를 혼자 보낼

수 없었다. 자신이 그녀를 지키는 수밖에. 눈앞이 또다시 흐릿해져갔지만 편히

잘 여유는 없었다. 얀은 더욱 정신을 차리기 위해 노력하며 주위를 살펴보았다.

동굴이라고 해도 그렇게 깊어 보이지 않았고 입구가 하나뿐이라서 대충 앞에서

달려오는 몬스터들을 처리하기엔 적당한 것 같았다. 얀은 리네스의 손목을 잡아

자신의 등뒤로 옮겼다. 그녀는 잠시 움찔 하는 것 같았지만 그의 손길에 따라

자리를 이동해 주었다.

얀은 이상한 것을 발견하고 리네스에게 말했다.

"리네스 이곳에 사람이 산 적도 있어?"

"설마. 이곳은 기사들이라고 해도 마음대로 올 수 있는 곳이 아니야. 그런데 살

수 있다면 그건 몬스터들이겠지."

"하지만 몬스터들이 불을 키는 도구를 만들 수는 없을 것 아니야."

리네스는 얀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것을 자세히 보자 그건

등불 같은 종류가 아닌 얀이 쏟아놓은 피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리네스는 고개

를 돌려 얀을 돌아보았다. 그는 눈이 침침한지 계속 손으로 눈가를 비비고 있었

다. 그렇겠지, 그 정도 피를 쏟았으니 눈앞의 사물이 제대로 보일 리가 없었다.

가슴 한 구석이 묵직해져왔다. 하지만 그런 기분을 떨치고 빛을 발광하고 있는

얀의 피를 바라보았다.

얀의 피가 직접 발광하는 것이 아닌(얀은 반딧불이가 아니었다.) 무언가가 얀의

피에 반응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빛은 얀이 쏟아놓은 피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었는데, 점차 그 빛은 원을 그리며 커지고 있었다.

이상한 느낌에 리네스는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때 1m 정도의 지름으로

갑자기 커진 빛의 원은 한 줄기 빛을 내쏘으며 줄어들었고 동굴 안쪽으로 쏘아

진 그 빛은 똑바로 직진하다 무언가에 부딪친 것처럼 잠시 주춤했다. 곧 빛은

두 갈래로 갈라지며 원을 그렸다.

그 빛의 원에서 웅웅하는 귀를 울리는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자 리네스는

귀를 막으며 몸을 움츠렸다. 얀도 참을 수 없는지 그녀를 안으며 몸을 움츠렸다.

그때 빛의 원에서 3m 상공의 중앙으로 여러 줄기의 빛이 올라가며 빛의 반구가

만들어 졌다.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밝은 빛을 뿜어내며 동굴 곳곳에 엄청난 마

력을 퍼트리던 그것은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보다 더 맑은 고음의 음을 방출하며

갑자기 갈라지기 시작하였다.

가슴속을 울리는 소리가 동굴안에 울려 퍼지며 투명한 빛의 반구는 허공으로 부

스러져 사라졌고 그와 동시에 엄청난 빛을 상공을 향해 쏘아 올렸다. 귓가를 울리

는 소리를 마지막으로 리네스와 얀은 정신이 아득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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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y in dreams(차원연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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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제너시스  Date : 04-09-2001 00:35  Line : 222  Read : 3480

[35] <차원 연결자-32.폰타 언덕(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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