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휴-."
"얀. 무슨 한숨을 그리도 쉬냐??"
차를 나른 후 얀의 곁으로 다가온 세스가 그의 얼굴을 얀에게 가져다
대며 말하였다. 그의 하얀 피부가 환하게 반짝거리는 빛 좋은 금발과
어울려 이상적인 조합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갈색의
눈동자가 빛을 내며 얀을 바라보았다. 심각해 보이는 얀의 표정에 세스는
걱정스러운 눈빛이 되었다.
"휴-."
"얀?"
"세스. 얀에게 말시키지마. 자기 걱정이 태산일 텐데 너에게 이야기해줄
여유가 있겠냐?"
세스는 귀에 익은 음성에 고개를 돌렸다. 제이드였다. 그는 입을 굳게
다물고 팔짱을 낀 채 얀을 보고있었다. (세스가 보기엔 심각한 표정이었지
만 억지로 웃음을 참고 있었던 것이었다.) 제이드는 무표정인 채로 얀을
보고있었지만 그의 눈빛은 얀의 행동이 재밌다는 듯 잠깐씩 반짝거렸다.
제이드는 오전 시간인데도 여유만만한 태도였다. 이제는 오전에 '좋은
아침'에 오는 것이 면역(많은 여자들에게서)이 된 모양이었다. 얀을 바라
보던 제이드의 입술이 올라가며 미소가 생겼다. 한참동안 얀을 관찰하던
제이드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세스를 느꼈는지 그에게로 시선을 돌렸
다. 방금 전의 제이드의 말에 호기심이 나는지 세스가 말했다.
"무슨 소리야?"
"너는 가게 일(물품 관련)때문에 어제의 재미있는 장면을 못 봤겠지
만..... 으흐흐흐"
제이드는 생각만 해도 재밌다는 듯 테이블 위에 두 팔을 벌린 채 고개를
숙이고 한참동안 웃다가 얀에게 다시 시선을 주며 키득거렸다.
"자업자득이지."
"자업자득???"
"아. 저기에 오는군. 당사자들에게 물어봐."
세스는 제이드의 이해할 수 없는 말에 인상을 찌푸리다, 제이드가 가리
킨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제이드가 가리킨 곳, 가게 입구로 엘라와 캐시
, 루시, 소피아가 들어섰다. 세스는 자신에게 인사하는 그녀들에게 다가
가서 얀이 지금 이상하게 행동하고 있는 원인을 물어보았다.
세스의 말에 의아해 하던 엘라, 루시, 캐시, 소피아는 세스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보았고 테이블에 늘어져 있는 얀을 발견하였다. 곧 얀이
그런 행동을 하는 이유를 생각해 낸 엘라와 루시는 테이블을 두드려가
며 격렬하게 웃어대었다. 나중에는 너무 웃어 숨을 쉬지 못하자 켁켁거렸다.
세스는 그녀들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어 멀뚱하니 바라보다가 가만히 서
있는 캐시와 소피아에게 시선을 돌렸다. 세스의 시선을 받은 캐시는 평
소의 무표정이 아닌 약간 난처하다는 듯 머리를 매만지며 세스의 시선
을 피했고 소피아는 연기가 나지 않을까 걱정스러울 정도로 얼굴이 시
뻘개져서 고개를 푹 숙였다. 두 손으로 양 볼을 붙잡고 어쩔 줄 몰라하고
있는 소피아를 잠자코 바라보고 있던 세스는 결국 최초의 궁금증 발생자
제이드에게 시선을 돌렸다. 제이드는 박장대소를 터트리며 웃는데 바빠
말을 못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옆에서 보고 있던 엘라가 숨을 고르면서
딱하다는 듯이 보고 있었다.(같은 처지^^;) 엘라는 너무 웃는 바람에 눈가
에 맺힌 눈물을 닦아내며 세스에게 말했다.
"내, 내가 설명해 줄게."
움찔.
엘라의 음성에 축 늘어져 있던 상태에서 깨어난 얀이 절망적인 음성으로
소리쳤다.
"엘라~~~~"
히스테릭한 표정을 짓고있는 얀을 재미있다는 듯 보던 엘라는 말했다.
"뭐 어때. 다 알게 될 텐데."
상황에 어울리지도 않은 애교 섞인 눈초리로 얀을 흘겨본 엘라는 큰 비밀
이라도 이야기하는 듯 조용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살짝 올라간 입꼬리
는 그녀의 심정을 대변해 주고 있었다.
"문제 하나! 오늘까지 생긴 얀의 애인은 총 몇 명일까요? 여기서 확실히
해야할 것은 여자친구가 아닌 애인이야."
"그, 그만해 줘 엘라"
얀은 울상이 된 채 엘라에게 사정을 했지만 그녀는 얀의 괴로워하는 표정
을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얀에게 미소를 지어주던 그녀는 덧붙여 말했다.
"다른 말로는 부인 후보라고도 하지. 참고로 난 1순위야."
그때까지 우스운 듯 킥킥거리던 루시는 엘라의 말이 끝나자 목소리를 가다
듬으며 말했다.
"난, 2순위."
"설마∼"
세스는 믿지 못하겠다는 듯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천천히 고개를 돌
려 자문을 구하듯 (루시와 엘라는 얀을 잘 놀렸으므로, 믿을 만한)캐시와
소피아를 시선을 돌렸다. 캐시는 괜한 헛기침을 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렸
고 세스와 눈이 마주친 소피아는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깊숙이 숙였다.
그 모습을 웃으며 보고 있던 제이드는 루시와 엘라의 말에 릴레이라도 하
듯 이어 말했다.
"캐시는 4순위고 소피아는......."
말을 멈춘 제이드가 소피아를 바라보자 그녀는 제풀에 놀라더니 황급히
귀를 막으며 고개를 더욱 푹 숙였다.
"후후, 5순위야. 덧붙여 엘라가 낸 문제의 정답을 이야기해 주지. 입이 간
지러워 참을 수가 없군. 답은 52순위까지야!"
사실 순위 결정은 얀에게 말한 순서로 정해졌다. 여성쪽에서 말하는 방
식의 거의 프로포즈와 마찬가지이고 보니 평소 맘이 약했던 소피아는 자
신의 행동이 부끄러워 얼굴을 들지 못했다. 크로나 국(國)이 여성의 권
위가 다른 나라보다 높긴 하지만 아직 까진 중세시대나 마찬가지로 여성
의 행동은 제약을 받았다. 그런 만큼 프로포즈는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다.
이런 시대에 한 남자에게 그것도 여성이 먼저 프로포즈했다는 것은 놀
라운 일이었다. (52명이 한 명에게 프로포즈를 했다면 현실에서도 놀랄 것
이다.^^;)
"아마 우리 도시 안에서 애인이 제일 많을걸."
제이드의 말에 세스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아마가 아니야. 우리나라와 무역을 하는 라크람은 평민이라도 능력 있
는 자(者)라면 최대 25명까지 부인으로 둘 수 있어. 뭐 물론 왕인 경우
는 후궁이 수백은 될 수도 있지. 부인과 애인은 다른 것이긴 하지만 애인에서
점차 발전하는 것이니 그 쪽(?) 능력을 충분히 보여주는 예야. 하지만 혼자
만의 능력으로 이 정도까진.... 납득할 수 없어."
세스는 심각한 얼굴로 생각에 잠기었다.
1주일 전에 하던 말들이 떠올랐다. 얀은 정말 신(카사노바 신)의 가호를 받는
자(者)란 말인가? 세스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한
손으로 이마를 매만졌다.
색다른 반응(세스의 반응)을 재미있게 보고있던 제이드는 웃음을 띄우며 말했다.
"그러니까. 그게 자·업·자·득이라니까, 자기무덤 자기가 판 거지."
"쿵------"
제이드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가게 안을 크게 울리는 소리에 모든 이목
(耳目)이 그곳으로 집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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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y in dreams(차원연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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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제너시스 Date : 04-09-2001 00:54 Line : 162 Read : 3583
[38] <차원 연결자-35.그의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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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ntasy in dreams... 그의 결심?...
<35>
"쿵------"
고막을 때리는 소리에 세스는 몸을 틀어 소리를 낸 장본인을 바라보았다.
얀이었다. 벌떡 일어선 그의 뒤로, 나동그라진 의자가 보였다. 얀은 주먹
을 꽉 쥐고 고개를 숙인 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얀의 모습을 놀란 눈
으로 보고있던 세스를 '아차...'하는 마음이 들었다. 재미로 이야기를 했다
지만 당사자의 마음은 알아채지 못하고 계속 떠들어대었으니....
얀이 화를 참고 있다는 것은 한 눈에 보아도 알 수 있는 것이었다. 미안
한 마음에 세스는 그의 곁으로 다가가 손을 내밀어 그의 어깨를 잡으려
는 데 그(세스)의 손은 허공을 집고 말았다. 단지 얀의 이 한마디만을 들
을 수 있었을 뿐이었다.
"으∼앙"
얀이 울음소리와 함께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가게 밖으로 뛰어나갔
던 것이다.
손을 내밀던 그 자세 그대로 굳어진 세스의 등뒤로 다가선 제이드는 왼
손으로 자신의 오른쪽 팔꿈치를 받치고 오른손으론 턱을 문지르며 말했
다.
"충격이었나 본데, 생각보다 더 순진하네..."
(순진해서가 아니라 너희들이 놀려서다.--;)
제이드의 말에 패닉상태에서 벗어난 세스가 그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
다.
"그..런데, 자업자득이라니 무슨 소리야??"
"아! 너는 잘 모르겠구나!! 네가 오기 전에 얀이 검술을 보인 사건이 있었
거든 내가 얀의 검술에 반해서 좀(?) 쫓아다녔는데 끝까지 검술은 가르쳐
주지 않고 다른 기술(?)들만 가르쳐 주더라고. 이번 일도 얀이 나에게 선
보였던 기술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니지..."
"여자들이 반할 정도라면.... 엄청난 무술이나 학문 쪽?!?!"
세스의 말에 진정되어가던 가게 안이 또 다시 웃음바다가 되었다.
"푸- 훗, 그러면 좋게."
"그럼 뭐야?? 많은 여자들을 혹하게 할 정도라면 엄청난 기술일텐데??"
세스는 진정 모르겠다는 듯 심각한 얼굴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재미있게 보고 있던 제이드가 말문을 열었다.
"놀라지마-. 그 기술이란.... 꽃꽂이, 레이스 뜨기, 뜨개질, 자수...등등 조금
더 있지만 정신 건강상 이쯤에서 그만 두지."
"윽."
낯빛이 창백해지는 세스를 보자 재미있는지 엘라가 제이드의 말에 이어
말하여 그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
"거기다 음식 솜씨는 도시 안에서 알아줄 정도에, 외모는 누구나 인정할
정도잖아. 뭐 테드 오빠 오두막에 같이 살면서 살림 솜씨는 공인(公認)
되었고. 제일 중요한 것은...."
엘라가 말을 하지 않고 질질 끌자 세스는 창백해져 있는 얼굴을 들어 그
녀에게 시선을 맞추며 말하였다.
"중.....요....한 것이 있어.....?"
"있지. 얀이 여자들의 마음을 잘 이해한다는 거야. 마음이 척척 맞잖아.
얀은 부드러운 마음을 지녔어."
"난 여자들이 용감하고 남자다운 남자를 좋아하는 줄 알았어. 거기다 잘
생긴 남자라면 더 좋아할 테지. 그런데 그것이 아니더라고. 여기 여자들
은 부드러운 남자를 좋아해. 세스, 너나 나나 결혼하려면 이것하나는 확
실히 마스터 해놔야겠어."
능글맞게 웃으며 말하는 제이드의 말에 여자들에게 둘러 쌓인 자신을 상
상해보던 세스는 안색이 납빛이 되어 말했다.
"그.....럴....일은 없을 거야."
말의 속도와는 다르게 빠르게 고개를 젖는 세스를 보며 제이드는 긴 한숨
을 내쉴 뿐이었다.
진정된 세스는 궁금한 듯 같이 찻잔을 비우고 있는 제이드를 보며 물어
보았다.
"저.... 너희들(엘라, 루시, 소피아, 캐시를 보며)의 순위는 들었는데. 리네스
는?? 설마 순위 안에 없는 건 아니겠지?"
세스는 처음부터 리네스의 순위가 궁금했는지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 제
이드를 바라보았다. 그런 엄청난 사건을 함께 했던 여성이라면 설마... 0순
위?!
세스의 눈을 보던 제이드는 찻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리네스는 3순위야. 엘라의 소식을 어떻게 들었는지 집에서 이곳까지 뛰
어왔더라고 꽤 먼거리인데도 말이야. 그때까지도 다른 여자들은 부끄러워
서 얀의 근처에서 우물쭈물하고 있었거든. 뭐 말을 안 하면 뒤쳐지는 느
낌을 받았다나 어쨌다나? -제이드는 어깨를 으쓱였다.- 리네스의 말을 듣
고 얀은 얼이 빠져서 고개를 끄덕이더라구. 얀은 그때까지 장난처럼 생각
했나봐 크로나 여자들의 무서움을 모르는 거였지. -세스는 고개를 빠르게
끄덕이며 동의를 뜻을 밝혔다.- 뭐 그 다음부턴 탄탄대로였어. 얼이 빠져
있는 얀에게 여자친구들이 줄줄이 와서 알아서 후보 순위에 자신들을 올
리더라구 나중에 52순위까지 되었을 때 정신차린 얀이 거기서 끊었고. 좋
은 구경은 거기서 끝났지."
제이드는 양손바닥을 밖으로 펼치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창 밖의 얀
을 보며 말했다.
"그 다음부터 얀은 줄곧 저 상태고."
오후의 시간. 이제는 겨울이 되어 제법 쌀쌀해진 바람을 맞으며 가게 앞
의자에 멍하니 앉아 있던 얀은 허무로 가득찬 눈을 들어 하늘을 보고 있
었다.
비극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처량맞은 표정을 짓고 있는 얀은 세스(세스는
깊이 공감하고 있었다.)를 제외한 주노의 모든 남성들의 분노의 대상이 된
사실도 모른 채 힘없이 앉아있었다.
겨울이 되어 황량해진 도시 안으로 휘몰아치는 거친 바람만이 그의 심정
을 대변해 줄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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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얀의 속마음은....
이런. 이럴 때 라슈만 있었어도 상의 할 수 있었을 텐데. 하필이면 지금같
은 시기에 없을 건 뭐람. 뭐 공부한다고 수도의 학교로 돌아가는 것을 말
릴 수는 없지만.... 로인도 그래. 여관이 바쁜 것은 알지만 놀러와 주면 좋
잖아. 맘넓은 로인이라면 나를 놀리지도 않겠지.... ㅠㅠ
으이구. 이게 다 예린이 때문이야.(애꿎은 예린은 왜??) 결혼하려면 이런
것은 필수라고? (그 소릴 듣고 제영(얀)은 예린에게 밤까지 특훈을 받았
던 것이다.) 가사(가정과 비슷한 교과목) 실기점수는 잘 받아서 좋긴
했지만 실력 발휘한다고 하다가 이 꼴이 되었잖아.
그리고 제이드!! 날 놀리다니, 언제가 복수하고 말테다!!!!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는 얀이었다.
제이드는 서늘한 기운이 갑자기 몸 주위을 둘러쌓자 몸을 부르르 떠는 것
만으로 기운을 소멸시키고 말았다. 무서븐 놈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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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제너시스 Date : 04-09-2001 00:55 Line : 236 Read : 3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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