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연결자-39화 (39/127)

<38>

".....카롯."

"네."

붉은 머리의 청년이 아무 것도 없던 방안에 모습을 들어내었다. 원래부터 방안

에 있던 것처럼 그는 자연스럽게 방에 나타났다. 뒤안의 앞에 나타난 그는 뒤안

에게 부복 자세를 취하며 그의 명령이 떨어지길 기다렸다. 하지만 5분 10분이

지나도록 그의 귀에는 어떠한 말도 들리지 않았다. 뒤안은 그를 불러 놓고 눈을

감은 채 말없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붉은 머리 청년은 눈을 들어 생각에 잠겨 있는 자신의 주군을 바라보았다.

말을 할까 말까 고민하던 그는 답을 듣지 않고서는 자신의 궁금증이 풀리지 않

을 것 같자 결심을 하고 떨어지지 않는 입술을 떼었다.

"디아테스님. 무례하다는 것을 알지만 왜 주군같이 고귀하신 분이 이런 하찮은

인간들의 일에 관여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인간들은 주군의 입장은 생각지도

않을 뿐더러 주군의 암살까지 서슴지 않습니다. 물론 주군께 해가 될 만한 존재

는 없겠지만, 그들의 행동이 괘씸합니다. 주군의 말씀만 없었다면 벌써 이 나라

는 사라지고도 남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한가지 걱정되는 것은.... 주군께서 맡은

일들은 보통 인간이었다면 오래 전에 죽고도 남을 정도입니다. 지금 주군의 몸

상태가 어떤지는 자신이 더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뒤안은 눈을 뜨고 자신의 앞에서 열성을 다해 말하고 있는 심복 카롯을 보았다.

그의 붉은 눈은 자신만을 보며 자신만을 생각했다. 그도 그랬다면 좋았을 것

을.... 뒤안은 눈을 감으며 얀을 생각했다.

파란눈의 소년. 그는 모든 인간들이 꿰뚫지 못하는 자신의 본질을 알고있다는

듯 자신을 바라보았다. 하물며 자신의 종족들도 알지 못하는 자신의 기분을 알

아차렸다. 그는 자신의 기분 상태에 따라 얼굴표정이 바뀌었다. 평소 무표정으

로 일관해 오던 자신과 마찬가지로 얀도 평소 무표정이었으나 자신이 기분이

나쁘면 위로하는 표정으로 자신이 기분이 좋을 땐 자신이 기분이 좋은 것이 싫

다는 듯 심술 맞은 표정으로 변했다. 영혼이 없는 소년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뒤안은 저주의 기운을 읽고 있었다.) 자신에게 자유자제로 표정을 변화

시켜 보여줬다. 물론 이건 자신만 아는 비밀이다. 다른 사람이 있으면 그런 표

정을 짓지 않았으니까. 그런 얀이 자신에게는 위로가 되었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을까....

천하(天下)에 거칠 것 없던 내가, 아무런 힘도 없는 가냘픈 소년 한 명이 사라

졌다고 위축되다니.....

그리고..... 그에게서 느꼈던 알 수 없는 동질감은 무엇이었을까.....

뒤안은 또 다시 아파오는 머리를 감싸쥐었다.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다. 마력을

운용하면 간단하게 체력은 회복되겠지만 지금의 고통은 어떤 것으로도 치료할

수 없었다. 마계로 돌아가면 (그가 무지 싫어하는)치료 방법이 있긴 하지만 얀

을 찾을 때까지 마계로 가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통증이 조금씩 심해졌지만 우

습게도 얀을 볼 수 없다는 사실보다는 작은 고통처럼 느껴졌다.

자신의 힘으로 사라진 얀을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잊기 위해 모든 힘을 봉인하고

보통의 인간처럼 정신없이 일들을 처리했다. 일을 하면 그를 잊을 수 있었기에.

그전 같으면 간단하게 처리할 일들도 정신적인 데미지 때문인지 몸에 더욱 피로가

축척 되었다.

두 손으로 아픈 머리를 감싸쥔 채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뒤안의 뇌리로 강한 자극처럼

유네의 말이 떠올랐다.

'네 능력이라면 얀을 찾을 수 있을 것 아냐.'

훗, 그래 마공작이라는 작자가 인간하나 사라진 것을 찾지 못하다니.... 사람이라

면 있어야할 특유의 기운은 온 대륙을 뒤져보아도 나타나지 않았다. 사라졌거나

죽어서 자연으로 돌아가지 않은 이상 자신의 수하들 눈에 띄지 않을 수 없다.

설마. 아니야....

뒤안은 자신을 덮쳐오는 생각을 부정하려는 듯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카롯은

갑자기 정신없이 고개를 흔드는 주군을 보고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뒤안은 자신의 눈을 들어 카롯을 바라보았다. 은색에서 연한 보라색으로 변한

그의 눈이 아름답게 반짝였다. 데스나이트 1000명을 한순간에 처리한다고 알려

져있는 카롯이 자신을 두려운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은 두려운 존재일까....

"카롯, 아직까지 진척된 사항은 없는 것이냐?"

"죄송하지만, 저의 수하들에게서도 또 제르미스 경쪽에 붙여놓은 수하에게서도

좋은 소식이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한가지 보고드릴 것이 있는

데... 크로나 국에서 거대한 신성력이 느껴졌습니다. 저희들로선 한번 조사를...."

"그만... 지금 나에겐 그럴 여유가 없다는 걸 잘 알고있지 않나?"

뒤안에 말에 자신의 실책을 깨달은 카롯은 얼굴을 굳히고 자신의 시선을 더 이상

주군과 마추지 못했다. 뒤안은 깊숙이 고개 숙인 카롯을 바라보았다. 카롯은 지금

자신의 명을 받고 얀의 흔적을 찾고 있었다. 얀과 제롬이 영혼의 공명을 일으켰다는

사실도 그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제롬이 얀이 있는 곳을 느끼는 것처럼 방향을 틀었

다는 말을 들었을 때 자신은 그것이 무언인지 알 수 있었다.

영혼의 공명.

그것은 서로의 운명 연장선에 서있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이 그

런 관계라면 자신은 괜한 욕심을 부리는 것일까.... 유네가 하던 말이 귓가에 들

려왔다.

'얀은 나를 싫어하지.... 하지만..... 난 내 동생 얀을 좋아해.... 그를 포기할 수 없

어'

그래. 크리스는 너와 마찬가지로 나를 싫어해. 하지만 난 왜 그를 좋아하는 것

일까. 혈육도 아닌데 말이야..... 알 수 없어. 그러나..... 단 한가지 알 수 있는 사

실은 나도 너처럼 그를 포기할 수 없다는 거야.

"카롯. 벤투자에게 나의 명령을 전달하라. 이번 작전에 그도 참가시킨다."

"하, 하지만...."

카롯은 보라색 광염을 뿜어내고 있는 주군의 눈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주군이

사라져버린 왕자를 얼마나 좋아했는지는 자신의 눈으로 확인했다. 하지만 벤투

자를 투입하라니. 자신과 상극인 줄 모르시는 건가. 광기의 전사라고 불리는 그

가 왔다가는 이번 작전이 남아나지도 않을 것 같았지만 자신은 주군의 판단을

믿기로 했다. 그는 조용히 방안에서 사라져 갔다.

"유네....."

고개를 숙이고 걸어가던 유네는 뜻밖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유네를 부른

사람은 왕세자 미르였다. 그는 1층 홀로 내려가는 복도에 서있었다. 아마도 자

신을 기다리고 있던 것 같았다. 안타까운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미르를

보며 의아해 하던 유네는 한가지 사실을 깨닫고 재빠르게 눈물을 닫아 내었다.

".....많이 힘든가 보구나? 어려운 일이 있으면 나에게 와서 얘기해 주렴."

미르는 따스한 미소를 띄우며 오른손을 들어 유네의 볼에 가져가 대었다. 눈물

이 미르의 오른손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는 유네의 눈물을 닦아내고는 자신의

하얀 비단 손수건을 꺼내어 그에게 내밀었다.

"진정이 되면 나에게 돌려주렴. 그때까지 그것이 너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구나."

미르는 자신의 동생을 따스하게 안아주고 그의 이마에 키스를 해주었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뒤돌아 걸어갔다.

유네는 자신의 마음을 헤아려 위로해준 형의 마음씀씀이가 고마웠다. 그는 손수건으

로 자신의 눈물을 닦으며 마음 속 깊이 감동을 느꼈다. 그리고 그 감동과 함께 천천히

자신의 궁전으로 걸어갔다.

유네는 자신의 형이 얀을 보고싶어 하는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위로해 준 것으로

생각했지만....

진실은 달랐다.

미르가 유네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궁 안에 들리

는 소문에는 고약한 것들이 많았는데 왕자들과 관련된 것은 두 가지였다. 하나

는 제르미스 경과 얀 왕자의 스캔들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뒤안 경과 2왕자 유

네의 스캔들이었다.

미르가 확인하고자 한 것은 두 번째 것이었다.

뒤안이 세헤르나의 실질적인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을 한, 세헤르나의 가문

들은 뒤안에게 중매인을 매년마다 보냈지만 10년 동안 어떠한 가문도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한 뒤안에 대해 여러 가지 소문이 나던 것이 7년전부터는 왕궁과

연결되어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한 밤중에 뒤안의 처소에 사람이 드나든다고.

처음에는 궁의 시녀를 몰래 꼬여내고 있다고 생각한 귀족들은 별로 흥미를 느

끼지 못했고 소문은 더 이상 확대되지 않았으나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시녀들

의 눈에 재상의 방으로 밤마다 찾아가는 유네 왕자가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이

다.(뒤안이 한 밤중이 돼서나 시간이 나기 때문이었지만 어이없게도 소문을 진

짜처럼 보이게 만드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5년째 뒤안 경과 2왕자가 내연의

관계라는 말이 궁 안에 떠돌고 있었다. 미르는 헛소문이라는 단정짓고 자신의

동생을 믿었지만 오늘 믿음이 깨어졌다.

맞았었어. 자신의 생각이 틀렸던 것이다. 훗, 형이라는 사람이 자신의 동생이 가

슴(?)아픈 사랑을 하는 데 도와주지는 못하고 .... 그래. 뒤안경이라면..... -그의

이미지를 떠올리던 미르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자신도 그에게 넘어갈 뻔 한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 유, 유네와 잘 어울릴거야. 미남에다. 능력

있고. 아까 보니 -이 부근에선 미르의 얼굴이 벌개졌다.- 남성끼리의 사랑은 잘

모르겠지만 서로 자연스러운 것 같았어.(뭐가?) 아바마마께 살며시 전언(傳言)

을 드려야겠군. 다른 이가 올리는 말을 듣고 놀라시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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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y in dreams(차원연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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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제너시스  Date : 04-09-2001 00:59  Line : 193  Read : 3639

[42] <차원 연결자-39.그를 생각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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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ntasy in dreams... 그를 생각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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