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연결자-40화 (40/127)

<39>

"얀-. 잘 간직하고 있겠지?"

리네스는 두 눈을 번득이며 부드러운 어조로 얀에게 말했다. 하지만 얀은 부드

러운 어조 대신에 차가운 한기만을 느꼈을 뿐이다. 그는 바짝 얼어붙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 그럼."

얀은 삐질거리며 가슴속에 손을 넣어 그것을 꺼내었다. 얀이 그것을 꺼내들자

그것은 영롱한 빛을 뿜어내었다. 모양으로 보나 확인한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

그것은 보석이 아닌데도 야광주(夜光珠)처럼 일곱 가지 빛깔의 아름다운 빛

을 가게 안에 뿌리고있었다. 하지만... 조용히 그 광경을 보고 있던 리네스가

얀의 손에 있던 그것을 두 손으로 집어가자 거짓말처럼 빛들이 사라졌다.

리네스는 그것을 다시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그것은 주먹 4개정도의 크기(타

조알?)로 얀이외의 사람에게선 빛을 뿜어 내지 않았다. 그렇다면 마법이 걸린

램프 대용품도 아니고... 무엇인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그것은 알의 모양이었다.

다만 빛을 내는 알을 들어본 적이 없는 그들은 그것이 알이라고 단정짓지 못하는

것이었다.

살펴보던 리네스는 도로 얀에게 그것을 건네주며 흐뭇한 미소를 띄우고 의자에

기대어 앉았고 얀은 한숨을 내쉬며 가슴속으로 그 알(?)을 집어넣었다. 그의 행

동을 지켜보던 리네스가 말했다.

"그게 무슨 동물의 알인지 세스에게 물어봤어?"

"어... 세스도 모르겠다는데. 동물도감에서 알려지지 않은 종류라는 거야. 특징을

봐서는 알인 것 같데. 좀 단단하긴 하지만.- 이 부분에서 얀의 이마에 삐질거리

며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처음엔 로인이 장난삼아 알에 박치기를 했는데 깨지지

않자. 나중에는 온갖 도구가 다 동원되었지만 부수는 것을 성공할 수 없었다.-

빛을 내는 특이한 종류라면 책의 첫머리에 나올 정도라는데 그런 종류의 알이

있다는 것은 보지 못했다니까.... -얀은 머리를 긁적이더니 조심스레 말했다- 세

스가 그런 종류의 알이 있다는 것이 학계에 발표된다면 획기적인 일이라며 흥

분하고 있어."

흥분했을 뿐만아니라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세스는 그것이 얀 이외의 사람에게

서는 빛을 뿜어내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밝혀내기 위해 혈안(血眼)이 되어있

었다.

"그래.....? 어.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네. 나 그만 집에 가야겠다. 나 내일도

올 테니까. 그때까지 그 알 간수 잘해."

"으, 응"

리네스가 가게입구를 나서는 것을 멍하니 보고있던 얀은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자 의자에 털썩하니 주저앉았다. 의자에 앉아 천장을 보던 그는 품안에

서 문제의 그것을 꺼내었다. 알에서 나오는 밝은 빛이 사방으로 퍼지고 있었다.

"휴대용 랜턴을 하면 딱이겠군."

겨울이 되어 밤은 일찍 오는데 늦게 까지 일을 했기 때문에 얀은 희미한 등불

에 의지하여 밤중에 산길을 혼자 걸어가기 일쑤였다. 알의 용도를 생각해낸 얀

은 그것을 다시 집어넣고 이번 일이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지. 생각하기 시작

했다.

동굴사건이후 리네스를 만나게 된 얀은 그녀에게서 알을 받게 되었다. 리네스의

말에 따르면 동굴 사건에서 구조당시 그들의 머리맡에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고 했다. 그 현상을 신기하게 생각한 사람들은 그것을 얀과 리네스와 함께 가지

고 왔고 그 물건의 처리를 리네스에게 맡긴 것이었다. 리네스는 그 사건을 기억

할 수 있는 물건이라고 생각하여 얀에게 선물한 것이었다. 그녀는 항상 가지고

다니며 자신을 생각해 달라고 간절한 눈빛으로 부탁했고 얀은 선물이라는 말에

생각지도 않고 덥석 받아버린 것이었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는 법.

그때부터 고통의 나날들이었다. 시도 때도 없이 불시 검문을 하는데.... 이젠 지

쳤다.

얀은 얼굴을 테이블에 박고 두 손은 테이블 밑으로 축 내려서 좀비와 같은 형

세로 힘없이 앉아있었다. 그런 그의 머리 위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오호라. 드디어 넉 다운이 되셨군."

머리를 들자 싱긋 웃으며 자신의 염장을 지르는 제이드의 얼굴이 보였다.

"또 너냐. 저리가 훠이."

얀은 손을 들어올려 힘없이 저었다.

"이런 것도 다 추억이야. 하나라도 더 추억을 만드는 게 좋지 않겠어?"

웃으며 말을 하는 제이드의 얼굴에 슬픈 기운이 스쳐갔다. 그는 입술을 질끈 깨

물고 다른 곳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 너.... 정말 겨울이 지나면 떠날거야?"

심각한 얼굴로 물어보는 제이드의 얼굴을 물끄러미 보고 있던 얀은 피식 웃으

며 말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부터 누누이 말했잖아. 식구들을 찾으러 갈 거라고 말이

야. 세스와 얘기 다되었어. 그 녀석 떠날 때 같이 가기로 했거든. 혼자 여행 떠

나는 것 보단 말동무라도 있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지금 같아선 떠나는 것도 망

설여지지만. 식구들을 만나고 싶어. 잠을 자려고 눈을 감으면 문득 떠오르거든.

너도 이해해 주겠지?"

".............."

"훗, 찾다, 찾다 못 찾으면 이리로 돌아올 테니까. 속상한 얼굴하지 말라고. 지겹

게 본 얼굴인데도 질리지 않냐? 그리고 내가 식구들을 꼭 찾는다는 보장도 없

고...."

"아니. 찾게 될 거야. 내가 널 위해 기도해 줄게.... 다만 모두가 이 도시에서 떠

난다고 생각하니까....

별로 친하지 않았지만 라슈도 수도로 갔고. 세스나 너도 내년 봄에 떠나면 이

도시에 로인과 나만이 남을 것 아니야."

얀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이번엔 내가 말해야겠는걸. 헤어짐이 있어서 만남이 즐거운 거라고. 언젠가 다

시 만날 건데 벌써부터 고민을 해. 이런 것도 다 추억이야. 하나라도 추억을 만

드는 게 좋지 않겠어? 한 달 반이나 남았다고."

제이드에게 그가 했던 말을 고스란히 돌려준 얀은 즐거운 얼굴로 그를 보았다.

얀의 얼굴을 물끄러미 보고 있던 제이드는 피식 웃으며 손을 들어 웃고 있는

얀의 머리를 비벼 헝클어 트렷다.

그래....내가 받은 만큼 (얀에게)주지 못했다고 고민할 필요는 없는 거야... 짧은

시간만이라도 얀에게 평생 기억할만한 추억을 만들어 줄 수 있다면...

제이드는 우수에 젖은 눈으로 얀의 청은발을 바라보았다.

...그것이.. 내가 너에게 해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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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을 따라 잡티하나 없는 순백의 백마가 힘차게 달려가고 있었다. 완벽한 균

형미를 가진 아름다운 말이었다. 늘씬하게 뻗어있는 다리가 땅을 박차고 뛰어올

랐다. 군더더기 없는 근육들은 아름다운 선을 그려내며 허공을 질주하듯이 달려

갔다. 하얀 말은 거칠 것이 없는지 속력을 내고 있었다. 그 위에는 하얀색과 대

조되는 검은 망토가 바람에 시원스레 휘날리고 있었다. 속력이 붙어서인지 더욱

거세진 바람이 검은 망토의 주인의 적갈색 머리카락들을 마구 흩트려놓고 있었

다.

다급하게 달려가던 말이 멈추어 섰다. 백마의 주인은 자신의 말을 진정시키고

있었다. 말의 목을 손으로 두드려가며 말의 귓가에 다정하게 말을 해주던 검은

색망토의 청년은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았다.

"도대체 어디에 계신 건지...."

제롬는 먼 산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저 산만 넘으면 크로마의 국경도시 탄페

렉마이다. 조금이지만 얀님의 기운을 그전보다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건 그

분과 가까워지고 있다는 증거일 테지.... 그 이유를 모르겠지만.....

제롬은 크게 숨을 내쉬었다. 세찬 바람이 거친 손길로 그의 머리카락들을 쓰다

듬고 있었다. 크로나에 가까워질수록 추위가 조금씩 강해지는 느낌이었다. 제롬

은 자신의 망토를 잘 추스렸다. 검은 색의 망토가 그의 체온을 잘 보온하고 있

었다.

따스한 느낌....

훗, 그래... 그분의 기운도 이랬지... 얀님과 같이 있으면 마음이 따뜻했어.

언제 만날 수 있을까.....?

제롬은 그의 초록색 눈동자를 들어 산너머에 있을 크로마 국을 바라보았다.

저곳 어딘가에 그분이 계시겠지....

자신의 마음을 추스린 제롬은 카이첸의 고삐를 틀어쥐었다.

"가자. 카이첸! "

.... 그리고 나를 기다리고 계실거야.

경쾌하게 울려 퍼지는 말발굽소리만이 한적한 숲을 뒤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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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y in dreams(차원연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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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제너시스   Date : 04-09-2001 01:03  Line : 177  Read : 3597

[43] Fantasy in dreams(차원 연결자)-40.'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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