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휘∼ 리 ∼리 ∼ 리 ∼리 ∼
가슴속을 시원하게 해주는 아름다운 음색의 영롱한 악기 소리가 하얗게 눈 덮
인 주노의 도시위로 울려 퍼졌다. 깨끗한 순백의 눈으로 덮여 있는 도시와 어울
리는, 슬프지만 아름다운 곡조의 곡은 사람의 마음을 안정시킬 뿐만 아니라 깊
은 여운을 남기었다. 그 음색은 모든 만물(萬物)의 기운을 정(淨)한 상태로 만들
었다.
맑은 고음의 음악은 겨울의 시원한 마른하늘 담아놓은 듯이 자연에 스며들었다.
아름다운 선율은 하늘을 한껏 휘저어 놓으며 모든 이들을 감상적으로 만들며
멀리 멀리 퍼져나갔다.
눈이 두텁게 쌓인 도시 안은 조용했다. 사람들의 발길이 드문드문 해지며 손님
이 별로 없는 '좋은 아침'에서 루시와 캐시, 엘라는 고개를 괴고 앉아 창 밖을
바라보며 멍하니 음악 소리를 감상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에게 세스와 소피아가
차와 쿠키를 가지고 와 그들 앞에 내려놓았다.
달콤한 차와 고소하고 맛있는 냄새를 솔솔 풍기는 쿠키가 그들을 유혹하고 있
었지만 어느 누구도 손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그녀들은 아득한 정신으로 음악
에 깊이 몰두하여 두 눈을 감은 채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녀들의 모습을 보며 미소짓고 있던 소피아가 말했다.
"좋은 음악이지?"
그 말에 두 눈을 번쩍 뜬 루시가 투덜거리며 말했다.
"너무 불공평해. 같이 배웠는데도 얀은 어떻게 저런 아름다운 음색을 낼 수 있
지."
루시는 입을 부풀린 채 뿌해있었다.
그 모습을 웃으며 보고 있던 소피아는 테이블에 손을 내밀어 '캄'을 집어들었다.
'캄'은 악기이름인데 지금 얀이 사용하고 있는 악기와 같은 종류였다. 플룻을 불
듯이 옆으로 공기를 불어넣는 관악기인데 배우기가 쉽고 들고 다니기가 간편해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악기였다. 축제나 마을 행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할 정도
로 흔한 악기로 전문적인 연주용 악기는 아니었다. 축제의 흥을 돋우거나 할 때
사용하는 간편한 피리 같은 것이었다.
"정말 신기하지. 같은 악기인데 얀이 불면 맑고 신비한 음색이 나오잖아."
소피아는 '캄'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 말을 듣던 엘라는 뿌해져 있는 루시를
보며 웃으며 말했다.
"루시 다시 한 번 악기를 바꿔보지 그래?"
"흥."
그 말에 더욱 상처받은 듯 더욱 뾰루퉁해진 루시는 복어만큼 부풀어올랐다. 그
녀는 처음엔 악기가 나빠서 얀보다 못 부는 것이라며 그의 악기와 수도 없이
바꿨던 것이었다.
그녀의 모습을 보고있던 소피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후훗, 그만해 엘라. 너도 알면서 자꾸 놀리지마."
풀이 죽어있던 루시는 소피아에게서 '캄'을 빼앗아 불어 보았으나 '캄'특유의 삐
리리하는 재미있는 음색이 나왔을 뿐이었다. 풀이 죽어있는 루시의 모습을 보던 세
스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루시. 너도 그 정도면 잘 부는 거야. 얀이 특출난 거라고. 나도 너 정도의 수준
인걸. "
"맞아. 어떻게 스승보다 제자가 더 뛰어날 수 있지?"
도발을 하는 듯한 엘라의 말에 세스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내가 몇 년을 더 '캄'만 연습한다고 해도 얀처럼 될 수 없어. 얀은 '캄'에 어울
리는 곡을 스스로 만들어 내는 걸. 아마도 영원히 그를 따라잡지 못 할거야."
세스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창 밖을 내다보았다. 창 밖을 바라보고 있는 그의
머리 속으로 5일 전의 광경이 떠올랐다.
"이건 이렇게. 어 잘했어. 이젠 불어봐."
세스는 루시에게 개인 교습을 시키고 있었다. 그는 아직까지는 여자들이라면 멈
칫멈칫 했지만 루시와 캐시에게는 편하게 말을 놓고 있었다.
잘 불어지지 않자 얼굴이 벌개져 있는 루시를 보던 세스는 속으로 웃어버렸다.
푸훗, 귀여워. 꼬마 같잖아. 성격이 아이처럼 직선적이야. 동생같아서 편한걸 다
른 여자들도 이렇다면 좋을 텐데... 캐시처럼 남자답던가.
"어? 뭐 하는 거야?"
얀의 음성에 뒤돌아본 세스는 의아해 하는 그를 볼 수 있었다. 세스는 루시의
자세를 교정해 주고는 웃으며 말했다.
"루시에게 악기를 가르쳐 주는 거야. 요즘은 날씨가 추워서 오전엔 손님도 없잖
아. 시간 활용하는 거지, 뭐. 루시에게 예전에 약속했었거든... 여러 가지 악기들
을 생각해 봤는데, 이게 제일 나을 것 같아서. 악기 중에선 '캄'이 제일 배우기
싶잖아."
물론, 루시에겐 예외인 것 같지만... 세스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얀은 테이블에 올려져 있는 루시와 같은 것으로 보이는 악기를 들어올렸다.
"이게 '캄'이라고?"
얀은 신기한 듯 그 악기를 이리저리 살펴보다 조금씩 불어보았다. 세스는 루시
에게 가르쳐주느라 얀에게 신경을 쓰지 못했다. 세스가 루시를 가르치는 모습을
보던 얀은 그들의 옆으로 가서 세스가 루시에게 하는 말을 듣고 있었다. 루시에
게 반복해서 하는 말을 듣고 있던 얀은 1시간도 안돼서 악기 사용법을 마스터
할 수 있었다.
"뭐야. 플룻 비슷하게 생겨서 무지 어려울 줄 알았더니. 리코더와 비슷하잖아."
"리코더??"
세스는 새로운 단어를 듣자 열의에 불타는 눈빛으로 얀을 보았고 얀은 두 손을
황급히 내저으며 말했다.
"내가 살던 곳에서 쓰던 말인데 거기선'캄'을 '리코더'라고 불러."
물론 모양은 좀 다르지만...
겨우 납득을 한 세스를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쉬던 얀은 루시가 째려보자 의아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
"어렵지가 않다고?? 어디 불어보시지. 못 불-며-언. 두고 보자고."
살기에 찬 그녀의 눈빛에 삐질거리며 뒤로 물러서던 얀은 무언가에 가로막히자
고개를 돌려 자신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바라보았다. 제이드였다.
"얀. 자신있으면 해봐. 설마하니 루시보다 못 불겠어."
제이드는 불난 집에 부채질하듯 부추기고 있었다.
세명의 눈빛에 더욱 빼도 박도 못하던 얀은 '캄'을 집어들었다. 심기일전(心機一
轉)을 하는 기분으로 그것을 조율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삑삑거리며 괴상한 소리를 내던 악기에서 점차 고른 7음이 흘러나왔다.
준비과정을 마친 얀은 골똘히 생각했다.
악곡선정이 문제인데.... 무엇으로 할까.....?
'캄'을 든 왼손으로 오른팔을 받친 채 오른손으로 턱을 받치고 고민하던 얀은
머리 속에 번득이며 지나가는 생각에 빙그레 웃으며 '캄'을 한 손으로 한바퀴
멋지게 돌리며 입에 가져다 대었다. 곡목이 정해졌다.
'캄'이란 악기로 처음 개시한 곡은.... 태진아님의 '사랑은 아무나 하나'였다. 악기
를 만져본 사람은 알겠지만 노래를 흥얼거릴 정도의 실력만 되어도 때려 맞추
듯이 계명을 알아낼 수 있다. 처음에는 약간씩 틀리던 음들도 점차 제자리를 찾
아가며 경쾌한 음악소리를 만들어 내었다. 얀을 보고 있던 세 사람은 신들린 듯
연주하는 그를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캄'이란 악기의 영역을 벗어나 버린
고음의 맑은 음색은 상큼하게 가게 안을 메워갔다. 그 음악은 그들이 처음 들어
보는 새로운 종류의 음악이었던 것이다.
'사랑은 아무나 하나. 눈이라도 마주쳐야지. 만남의 기쁨도~ 이별의 아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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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y in dreams(차원연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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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제너시스 Date : 04-09-2001 01:03 Line : 235 Read : 3601
[44] <차원 연결자-41.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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