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연결자-42화 (42/127)

<41>

"어."

어느 틈에 움직이고 있는 자신의 몸을 본 세스는 얼굴을 붉히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았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넋을 잃고 바라보는 루

시와 제이드의 손과 발이 저절로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즐거운 곡조로 인해

물이 흘러가듯 몸이 자연스레 움직였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세스는 피식 웃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곡조라니.

이 정도라면 음유시인 뺨칠 정도인걸....

세스는 고개를 들어 자신의 눈앞에서 캄을 연주하고 있는 얀의 모습을 뇌리

속에 깊이 각인 시켰다. 설(雪)에 의해 반사된 밝은 빛이 창가로 흘러 들어

와 그를 비추고 있었다. 눈부신 빛은 이따금 은청색 머리카락에 반짝이며 그

의 수려한 외모를 비추었다. 그는 여인과도 같은 길게 자란 속눈썹을 살며시 감

고 자신이 연주하고 있는 곡에 푹 빠져 있는 상태였다. 악기에 닿은 촉촉한 붉

은 입술이 벌어지며 '캄'의 숨구멍에 공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그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빠르게 움직이며 아름다운 움직임을 그려내었다. 한치의 오차도

없는 즐거운 선율은 그들을 휘감고 놓아주질 않았다. 그들의 심장박동이 점차

빨라지며 리듬을 타고 싶은 감정으로 만들어주었다.

잠시 기억을 더듬었던 세스는 자신의 흔드는 손길에 눈을 떴다. 루시가 오른손

엄지의 끝을 물어뜯으며 나머지 왼손으로 세스를 흔들고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세스에게 말했다.

"그런데... 오늘 얀이 왜 그것들을 들고 갔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돼.

다른 때에는 빈 몸으로 숲에 '캄'연습을 하러 갔었잖아..."

루시의 말에 뒤늦게야 얀이 수상적인 행동을 했다는 걸 기억해 낸 세스는 입술

을 살며시 깨물으며 생각에 잠겼다.

3일째 숲에서 연습만 하던 얀이 오늘은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우리 가게의 것

만이 아니고 로인과 같이 로인의 여관의 그것까지 싹 쓸어 가버렸다. 무슨 이유

일까.... 생각을 해도 알 수가 없자 세스는 웃음을 띠며 그들은 돌아보았다.

"자. 우리는 음악감상이나 하자고. 생각한다고 알 수 있는것도 아니잖아. 얀이

올 때까지 궁금해 할 수밖에...."

깨끗한 하얀 눈이 텔라리움 숲 위에 내리어 기막힌 설경(雪景)을 연출하고 있었

다. 눈으로 자신들을 치장한 나무들은 햇빛에 반짝이며 자신들의 아름다움을 뽐

내고 있었다. 온 대지가 하얀 색으로 통일되어 청정한 모습으로 탈바꿈을 되었

다. 하늘의 푸르름과 대비되는 땅위의 순백의 색은 묘한 대조를 이루며 보는 이

의 가슴을 시원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런 끝없이 널려있는 눈으로 덮여있는 숲의

바다 한가운데 유독 한 곳만이 동그란 공터로 남아있었다.

얀은 찬바람이 불어오는 그 숲 속 공터에 서있었는데, 그의 손에는 '캄'이 들려있

었다. 음악을 연주하는 얀은 하얀 눈으로 뒤덮인 공터에 깨끗함의 결정체인양

하늘과 같은 푸른색을 띄고 있는 은발을 휘날리며 자연의 한 부분처럼 녹아들

어 있었다.

슬프지만 매혹적인 곡이 '캄'에서 흘러나온다.

얀은 무아지경에 빠진 듯 평소 때와 달리 긴 은청색의 머리카락들을 푼 채 허

리까지 늘어뜨리고 자연의 바람에 자신의 몸을 내맡겼다. 다른 곳과 달리 매섭

지 않은 겨울 바람이 그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공기 중에 유연하

게 흩날리게 만들었다. 조금씩 살랑거리며 그의 피리소리에 호응하듯 움직이던

청은색의 머리카락들이 갑자기 주변으로 '확' 떠올랐다.

청은색의 머리가 하늘로 치솟으며 공중에서 화려하게 휘날렸다. 그의 머리카락

들이 청은색의 빛을 뿜어내며 물결치듯 허공을 수놓았다. 푸른 은빛의 머리카락

은 빛에 반짝거리며 푸른 하늘의 색을 땅 위에 뿜어내었다. 얀을 보호하는 오라

인 것처럼, 그의 주변에서 물결치던 그것들은 서서히 하늘거리며 내려와 얀의

몸을 애무하듯 그를 쓰다듬었다. 바람의 손길에 온몸을 맡기려는 듯 두 눈을 가

만히 감고있던 얀은 연주를 멈추고 천천히 눈을 떴다. 그와 동시에 허공을 유영

하던 아름다운 머리카락들이 천천히 내려앉았다.

아름다운 푸른 눈동자를 들어 앞을 내다본 얀은 자신의 손님들이 도착했음을

알고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공터의 정중앙에 서있는 그의 주변에 그를 둘러 싼

검은 원의 형태가 생겨났다.

로인은 얀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 음악이 멈추자 정신을 차렸다. 그는 자신

의 주변에 생기고 있는 처음 보는 현상에 깜짝 놀라 얀의 곁으로 한 걸음 물러

섰다. 흰 눈이 쌓여있는 공터에 얀과 (얀의 곁에 있는)로인을 제외한 곳에 원의

형태인 검은색이 선명해졌다. 놀랍게도 눈 위에 그려지는 검은색은 그림자였다.

마법진의 원처럼 땅위에 갑작스레 나타난 그것들 위로 그림자의 주인공들이 하

나둘 나타났다.

하얀색의 아름다운 목을 지닌 우아함의 새 '칼리브람'

그 들의 바깥쪽으로 검은색의 원을 만드는 강직함을 상징하는 새 '코다'

마지막으로 그들의 주위에 여러 가지 색색가지의 새들이 나타났다.

나무 위에 올라 간 놈들도 있고 얀의 어깨와 자신들이 처음 보는 로인의 머리

위에 올라가 즐겁게 재잘대는 조그마한 노란색의 떠버리 새들도 있었다. 목에

있는 연한 노란색의 솜털을 뽐내며 얀의 어깨 위를 잠시간 뛰어다니던 그것들

은 갑자기 흠칫하더니 작지만 세찬 날갯짓을 하며 그들에게서 떨어져 날아올랐

다. 짧은 시간인데도 그것들과 재미있게 놀던 로인은 떠버리 새들이 날아가자

무슨 일인가해서 고개를 치켜올리고 허공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주변을 두리번

거리고 있는 그에게 세찬 바람이 몰려왔다. 당황을 하고 있는 로인에게 바람의

원인을 알고있는 얀이 웃으며 말했다.

"로인 걱정할 것 없어. 내 친구가 오는 모양이야."

"친구...?"

"훗, 그래. 우리가 들고 온 것 있지. 그것들 좀 줘 볼래."

로인은 그 말을 듣고 자신의 뒤에 있던 포대 자루를 풀고 얀의 앞에 가져다 놓

았다.

얀은 그 안에 있는 무언가를 꺼내고 자신의 친구가 내려오길 기다렸다.

마지막으로 온 손님은 금색조(金色鳥)였다. 금색조는 아름다운 금빛 날개를 멋

지게 펼쳐 상공을 비상하였다. 날개에 반사된 빛이 오색으로 반짝거려 보석으로

치장을 해 놓은 것 같았다. 금색조는 사뿐히 눈밭에 내려앉았다. 금색조의 몸에

는 드문드문 여러 가지 다른 색의 아름다운 깃털이 있었다. 왕관을 쓴 것처럼

이마에 더듬이처럼 나와있는 길다란 깃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이상한 것을 알 수 있었다. 길쭉이 솟아있는 깃털은 세 개였다. 그런

데 그것들은 각각 색이 저마다 틀렸다. 왼쪽에 있는 깃털은 은색이었고 오른쪽

에 있는 것은 금색, 마지막으로 가운데 있는 그것은 칠보의 빛을 반짝거리며 신

비함을 더해주고 있었다. 머리를 갸우뚱거리며 얀의 곁에 있는 로인을 바라보던

금색조는 마치 사람처럼 잘도 걸으며 얀에게 다가왔다.

갸우뚱거리고 있는 금색조를 바라보던 얀은 시선을 맞추기 위해 무릎을 굽힌

채 두 손으로 무릎을 집고 웃으며 말했다.

"안녕."

그 말에 반응하는 듯 고개를 까딱인 새는 얀에게 더욱 다가오더니 부리로 얀의

손을 살짝 쪼았다. 그 제스처를 알아차린 듯 더욱 짙어진 미소를 띄우던 얀은

포대에서 꺼낸 물건이 들어 있는 그 손을 살며시 폈다. 그의 반응을 지켜보던

금색조는 그의 어깨위로 날아올랐고 자신의 눈앞에 놓여 있는 빵 덩어리를 맛

있게 쪼아먹었다.

"뭐야. 왜 남은 음식들을 싸가자고 했는가 했더니 새들에게 주려고 한 거였어?"

로인의 말에 새에게 시선을 두고 웃고있던 얀은 로인을 보며 미소짓고 말했다.

"어차피 사람들이 남긴 음식이잖아. 사람들이 입에 대지도 않았는데 버릴수도

없고 그렇다고 다시 내갈수도 없으니 이런 방법이 좋지 않겠어. 일석이조로 말

이야. (새를 잡는다는 말은...^^;)겨울에 먹이를 찾기 힘든 짐승들에게 주면 좋잖

아. 내 음악소리를 듣고 멀리서들 찾아오는 것 같은데 손님들을 이대로 보내기

가 미안했으니까. "

자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로인을 보던 얀이 말했다.

"너도 좀 나눠줘. 숲에는 공터에 들어오지 못한 손님들이 더 있으니까..."

"손님들이 더 있다고? 저 새 들만해도 이 지역에 있는 새들을 몽땅 끌어 모은

것 같은데..."

"내가 언제 손님이라고 했지 새라고 했어. 네가 있으니까 겁먹어서 나오지 못한

것뿐이라고. "

그 말에 인상을 찌푸리던 로인은 얀의 말대로 부대에 있던 채소와 빵들을 꺼내

어 눈 위에 골고루 뿌렸다. 그 장면을 유심히 보고 있던 금색조가 부리를 벌리

고 아름다운 음색으로 지저귀기 시작하자. 공터를 채우다시피 했던 새들이 공터

의 반을 비우며 나머지 한곳으로 몰려가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빈곳이 생기자

숲의 밖에서 눈치만 보고 있던 사슴과 비슷하게 생긴 뿔이 3개씩이나 달려있는

스택, 토끼와 다람쥐를 합성해놓은 듯함 작고 귀여운 라륏. 그밖에 여러 가지

색다른 동물들이 몰려나왔다. 그들은 자신들의 앞에 놓여 있는 진수성찬을 맛있

게 먹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얀은 자신의 귓가에 들려오는

소리에 시선을 돌렸다.

로인이 어느새 말썽쟁이 노란 떠버리 새에게 둘러싸여 곤혹을 치르고 있었다.

떠버리 새들은 먹이보다 로인에게 더 관심이 있는지 그를 쪼아대며 그의 몸주

위를 돌아다녔다. 새들 때문에 로인은 마치 노란색 코트를 입은 것처럼 보였다.

그 모습에 쿡쿡 거리고 웃고 있던 얀은 옷깃이 잡아 당겨지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고 자신의 어깨에 앉아 옷깃을 부리로 잡아당기는 금색조를 보게

되었다. 왜 그런가 하고 생각하던 얀은 금색조의 뜻을 알아듣곤 '캄'을 들어올렸

다.

조용하고 아름다운 선율이 공터를 메워갔다. 그 음악은 높은 산 위에서 한눈에

숲의 광경을 내려다보는 것처럼 묘한 감동을 가져다주었다. 시원한 바람이 머리

속에 들어와 마음까지 맑게 해주며 가슴속을 차분하게 만들어주는 그런 느낌을

지닌 곡이었다.

지금 얀이 불고 있는 음악은 트롯같은 장르가 아닌 피아노 곡을 편곡한 것이었

다. CF나 라디오 등에서 많이 나오는 유키 구라모토의 곡 중, Romance라는 곡

이었는데 세스의 말대로 얀이 뛰어난 재능을 지녀 캄에 맞는 곡을 작곡한 것이

아닌 기억을 더듬어 부는 것이었다. 현실에서야 들어만 봐도 '아, 어디에 나오는

음악이구나.'하고 알겠지만 이 곳 사람들은 (춤곡도 아니고 그렇다고 음유시인의

음률이 섞인 곡도 아닌)처음 들어보는 장르이고 보니 신기해 할 수밖에 없어서

자신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서정적인 곡에 푹 빠져 들어간 것이다. 하긴, 차원

연결자가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매혹시키는 능력이 악기소리에 포함되어 있으니

감동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었다. 차원 연결자로서 현실보다 높은 능력을

지닌 얀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힘을 생활 속에서 발휘하는 것이었다.

'캄'에서 입을 뗀 얀은 앞을 보았다. 어느새 공터에 있던 음식들이 깨끗하게 치

워져 있었다.

"오늘은 그만. 내일 보자구."

웃으며 말을 하는 얀의 뜻을 알았는지 동물들은 하나둘 자리를 떠났고 마지막

으로 금색조가 얀의 머리맡을 한바퀴 돌며 날개짓을 하더니 허공으로 날아가버

렸다.

그들이 날아가는 장면을 보던 얀은 기지개를 피고 로인을 바라보았다. 로인은

힘이 빠진 채 땅바닥에 주저 앉아있었다. 떠버리 새들이 그를 어지간히도 괴롭

혔나 보았다.

얀은 웃으며 빈 포대자루를 정리한 후 정신을 차린 로인과 함께 도시로 내려가

기 시작했다.

조용한 텔라리움 숲을 얀과 함께 걸어가던 로인은 앞을 바라보던 시선은 돌려 얀을

바라보았다. 얀은 즐거운 표정을 지으며 눈 위를 사뿐히 걸어가고 있었다. 평소

에도 여러 가지 유식한 이야기를 설명해주는 얀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오늘 일에 비교해선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았다. 로인은 음악소리로 동물들을 끌

어 모으고 그들과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얀을 다시 보게 되었다. 자신의 친구가

대단한 능력을 지닌 사람이라는 생각에 그는 얀이 너무 자랑스러웠다.

로인이 반짝거리는 존경의 눈빛으로 자신을 보는 것을 모른 채 얀은 자신의 생각에 골똘히

몰두해있었다.

햐아. 재밌었어. 내일도 놀러와야지. 거기다 이 정도면 음식쓰레기 걱정은 없겠지. 획기적인

발상이야. 자연친화적인 쓰레기난 해소라니.

난 역시 천재라니까. 음하하하하

로인의 거는 기대와 달리 노는 것에만 정신이 팔려있는 주인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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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y in dreams(차원연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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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제너시스  Date : 04-09-2001 01:05  Line : 180  Read : 3570

[45] <차원 연결자-42.신의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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