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파앗
푸름과 어두움이 교차하는 공간.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허공간에 얇은 균열
이 일기 시작했다. 점차 금이 가듯 공간의 균열 양상이 커지고 있었다. 그곳에
서 흘러나오는 고음의 귀를 찢을 듯한 소리가 허공에 울려 퍼지며 메아리쳐 묘
한 감응을 가져다주었다.
-끼긱-기-기-기.
금이 간 부분에서 간헐적으로 밝은 빛이 나오며 요란한 소리가 고막을 찢을 듯
이 더욱 거세졌다.
- 파창
드디어 금이 벌어지며 깨어졌다. 사람 크기의 1/4정도 되는 그리 크지 않은 공
간이 생기며 그곳에서 눈부신 황금빛의 여명이 일어났다. 그리고 그 너머에서는
무언가가 푸드득(?)거리며 힘겹게 나오고 있었다.
"으악, 구멍을 좀 더 크게 만들걸~."
푸념을 하며 용을 쓰고, 나오고 있는 그것은 금색조였다. 새가 하는 말은 일반
새들의 지저귐도 아닌 사람들이 쓰는 언어(言語)라고 불리는 것이었다.
양 날개를 손으로 사용하여 기우뚱거리며 공간에서 나오려 하는 금색조 때문에
공간이 거이 메워져서 그곳은 빛이 보이지 않은 암흑의 공간이 또다시 되고 말
았다. 빠져 나오려 애는 쓰고있지만 완벽하게 공간에 끼어서 나오지도 못하고
들어가지도 못하는 형태가 된 금색조는 한숨을 내쉬고는 구멍에 몸이 낀 채 푹
늘어졌다.
"에피르?"
허공간을 울리는 맑은 미성의 목소리에 금색조의 몸이 잠시 멈칫하더니 머리를
들어올리고 잘 보이지 않는 허공간을 바라보았다. 금색조는 그 목소리의 주인공
이 누구인지 아는지 반가운 음성으로 외쳤다.
"아~. 살았다. 가이아님 저 좀 살려주세요. 홀 디멘션(차원 구멍)에 몸이 끼여서
나갈수가 없어요."
두 날개를 마구 휘저으며 반갑다는 듯 금색조가 이야기하자 어둠의 장막이 쳐
져 있는 영역에서 아름다운 여인이 걸어나왔다.
그녀가 밟는 곳마다 밝지는 않지만 새벽의 여명을 따온 듯한 부드러운 빛이 그
녀의 발치를 비추며 어둠이 걷어졌다. 그녀는 황갈색의 윤기나는 머리카락을 땋
아 양옆으로 동그랗게 말아서 그녀를 상징하는 꽃과 칼모양이 조각된 조그마한
여러색의 보석 장신구로 고정시켰고, 상아빛 피부는 그것에 어울리는 얇은 황금
빛 베일로 뒷머리 부분을 살짝 가리며 길게 땅 아래까지 자연스럽게 내리닫고 있
었다. 금색조의 앞까지 다가온 그녀는 머리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그녀가 머리
를 저을 때마다 황금빛 실크 베일이 나풀거리며 심신을 상쾌하게하는 향기가
공간으로 흩어졌다.
"에피르... 내가 뭐라고 말했니? 차원 이동을 할 땐 이동 게이트를 사용하던가
홀 디멘션을 넉넉하게 만들라고 했잖아. 처량하게 그게 뭐야."
"멍청하니까. 그렇죠. 생명을 관장하는 신이나 되어서 저런 추태를 보이다니. 신
들의 망신은 오빠가 다 시키는 거예요."
여신 가이아의 뒤를 따라온 검은머리의 소녀가 말을 받았다. 그녀에게선 어리지
만 알 수 없는 성숙한 매력이 풍기고 있었다. 건강한 갈색피부에 온몸을 휘감고
있는 무릎까지 내려온 검은색의 긴 생머리가 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녀의
아름다운 이마에는 바람의 모양을 형상한 듯 조각된 은빛테가 자리잡고 있었는
데 중심에는 루비, 그 옆에는 조그만 다이아몬드 등의 보석들이 박혀있고 하단
(下壇)에는 눈물모양의 진주로 장식되어 있었다. 그 써클렛은 그녀가 이따금씩
몸을 움직일 때마다 검은색머리와 상반되는 붉은 빛을 뿜어내며 아름다움을 뽐
내었다.
"카이슬라. 오빠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비꼬는 거냐. 어서 빼달란 말이야!!"
금색조는 오른 날개를 들어 자신이 끼어있는 허공간을 팡팡 치며 말했다.
그 모습을 혀를 차며 보고 있던 검은머리의 소녀는 오른손을 들어 '탁'소리를
내며 튕기었다. 그와 동시에 금색조가 있던 공간이 깨어지며 그는 바닥으로 추
락했다.
"으악!"
"새로 변신했으면서도 날지도 못하나보지."
카이슬라는 오른손을 오른 눈 밑으로 가져가 대고 혀를 내밀며 '베에' 하더니
재빨리 여신 가이아의 뒤로 숨어버렸다. 가이아의 뒤에 숨은 이상 손을 대지
못하는 금색조는 씩씩대더니 머리를 한번 부르르 떨었다. 그와 동시에 밝은 황
금빛이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며 금색조가 있던 공간이 빛으로 둘러싸였다.
점차 빛이 걷히며 나온 것은 카이슬라의 나이 또래로 보이는 미소년이었다. 그
가 입은 것은 황금색의 중국 황실에서 입을 듯한 땅에 끌리는 옷이었는데 품이
넉넉한 외투형식의 얇은 옷이 그의 늘씬한 몸을 가려주었다. 안에 입은 은빛의
아라비아 풍의 발목을 조인 바지가 얇은 금빛 장삼과 어우러져 독특한 매력
을 풍기었다. 화가 난 그는 부르르 떨고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그의 머리카락이
찰랑거렸다. 그의 머리스타일은 독특하였다. 머리카락의 색이 각각 금색, 은색으
로 반이 나뉘어져 있었는데 앞머리를 얼굴 옆으로 자연스레 길게 내려 가슴까
지 늘어트리고 있었다. 그리고 뒤로 묶어 올린 뒷머리는 색깔별로 둘로 나뉘어
10cm 정도 길다란 청록색의 비단 천으로 꽁꽁 싸매어(무협지에서 하나로만 묶
은 것처럼)두 가닥의 포니테일형식으로 높게 올린 형태였는데 각각 나뉘어진
은발과 금발이 머리의 뒤를 통과하여 등까지 내리닫고 있었다.
카이슬라의 놀림에 화를 참지 못한 에피르가 씩씩거리자 그의 (이마에 쓰여진)
써클렛 중심에 있는 (육각형 모양의 칠보의 색을 띄고있는)보석이, 가슴근처까
지 (앞머리와 함께)길게 내려진 두 줄기 칠보장식들과 서로 반응하여 투명한 공
명음을 내었다.
그가 억울한 듯 소리쳤다.
"쓸데없이 힘을 없애는 건 낭비라구 낭비. 아무리 힘이 남아돈다고 해도!
내 몸에 맞게 구멍이 만들어 진줄 알았는데. 이곳이 너의 영역인 만큼 죽음을
관장하는 너의 힘이 더 세어지기 때문에 내 힘이 더 들어가는 걸 깜빡했단 말
이야. 힘의 배분 계산을 착오했을 뿐이라고. 나는 이곳에선 내 힘의 반에 반도
내지 못한단 말이야. 너도 내 영역에선 같은 처지면서, 흥.
그런은 너야말로 네 공간에 조명 좀 달아라. 올 때마다 어두워서 어디 살겠니."
"흥. 그거야 내 맘이지. 자고로 죽음하면 어둠. 어둠을 상징하는 것은 검은 암흑
이라고. 그래도 난 미적 센스를 살려서 푸른 여명을 준비했단 말이야. 오빠야말
로 잘도 모르면서."
카이슬라는 그 말에 삐진 듯 고개를 팩 돌렸다.
고개를 돌리고 삐진 상태로 서로를 외면하는 에피르와 카이슬라를 한숨을 쉬며
바라보던 여신 가이아는 본래 목적을 상기하고 생명의 신 에피르에게 고개를
돌렸다.
"에피르, 갔다온 일은?"
"아. 맞다. 죄송해요. 먼저 보고해야 하는 것을....."
깊히 반성한다는 듯 에피르가 고개를 90도 각도로 푹 숙이자 그의 뒷머리 카락
이 철썩하니 그의 앞면을 강타했다. (머리스타일엔 자신을 자학한다는 깊은 뜻
이?? 혹시 마조히스트?)
"아얏!"
"멍청이."
"풋, 괜찮으니까. 어서 말해봐."
에피르는 손을 들어 안면을 문지르며 자신의 쌍둥이 여동생 카이슬라를 슬쩍
째려보고는 재빠르게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예, 모든 것이 순조로워요. 차원 연결자도 별탈 없이 금제를 받아들였고요 영
생수(永生獸)도 그를 주인으로 인정했어요. 하지만, 이상한 점이 있는데...."
"이상한 점이라니?"
"저....."
에피르가 말을 하지 않고 머뭇거리자 운명의 여신 가이아는 살며시 웃으며 그
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괜찮아. 뭐든지 말해봐. 네가 본대로 느낀 대로 말하기만 하면 되는 거야. 다른
점을 걱정할 필요 없어."
"저.... 그러니까... 차원연결자에게서 다른 신의 기운이 느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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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보[七寶]란?
일곱 가지의 보배,무량수경(無量壽經)엔 금,은,유리,파리(坡璃),마노,거거,산호,
화경(法華經)엔 금,은,마노,유리,거거,진주,매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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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y in dreams(차원연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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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제너시스 Date : 04-09-2001 01:07 Line : 125 Read : 3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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