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연결자-49화 (49/127)

<48>

결국 엘프는 오후 늦게가 되어서야 일어났고, 얀과 세스의 여행을 자신이 지체

시켰다는 사실 때문에 당황해했다. 잠시동안 당황해 하던 그는 내일 자신이 지

름길로 도시까지 안내를 할테니 오늘은 자신의 마을에서 묵고 가 달라고 간절

히 청했고 그리 바쁘지도 않은 여행이었던 터에, 엘프마을을 구경할 수 있는 진

기한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얀과 세스는 승낙을 하였다. 그 엘프는

자신의 이름을 뮤첸이라고 소개했다.

얀은 뮤첸이라는 엘프의 등을 보며 숲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세스야 이런 곳이

익숙한 듯 말없이 걷고 있었지만 얀은 텔라리움 숲과 다른, 기묘한 숲의 구조에

경탄하며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의 기색을 알아차렸는지 그 엘프-뮤첸-가 말

했다.

"이 곳 바르셴 산맥의 숲은 나무들의 특이한 구조로 유명하지요. 아름다운 조형

물 같지요?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작품이지요. 조그만 더 걸

어간다면 이곳 엘프들의 자랑거리, 봄의 나무라 불리는 네냐 나무 가로숲 길을

볼 수 있어요. 자주색꽃잎이 휘날리는 것이 장관이죠."

뮤첸은 얀을 향해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의 미소를 받은 얀은 쭈뼛거리며 말했

다.

"네? 네. 아~ 정말 장관이에요. 특히 저 덩굴나무에 보라색 꽃이 장식되어 있는

것은 플라워 아티스트의 손길이 닿은 것 같이 아름답네요.... 저... 그런데...."

얀이 할 말이 있는 듯 말을 끌자 뮤첸은 그의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서서 얀을

보며 말했다.

"왜 그러시죠? 뭔가 잘못된 거라도??"

"잘못되었다기보다... 좀 전부터 약해지긴 했지만 숲 안에 이질적인 기운이 느껴

져서요... 제 기분 탓인 것 같네요..."

손에 가시가 박힌 것처럼 거슬리는 기분...

얀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뮤첸의 뒤를 따라오면서부터 기분이 더욱 민감해

진 듯 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마음 한 구석이 거슬렸다. 마치 살 속에 깊숙이

박혀 들어가 찾을 구멍조차 보이지 않는 가시처럼... 자신의 손에 닿을 수 없는

그런 곳에 존재하는 뭔가가 자신의 기분을 착잡하게 했다. 얀은 자신을 보는 시

선에 고개를 돌리고 뮤첸을 보았다.

얀의 말을 들은 뮤첸은 얼굴을 굳히더니 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진지하게 자

신을 바라보는 바람에 잘못한 것도 없으면서 괜히 찔리는 얀은 삐질거리며 웃

었다. 그 얼굴을 보던 뮤첸은 훗 하고 웃더니 머리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역시 뭔가가 다르시군요. 기운만으로도 느낄 수 있다니....- 뭘?? -

맞습니다. 느끼신 대로예요. 이곳이 결계로 보호되는 곳이긴 하지만 인간들의

악착같은 면에는 당해낼 수가 없었죠... 결국 이곳도 오염되어 가고 있어요.

노력은 하고 있지만 좀 전의 맹독을 품은 샘처럼 그런 곳이 늘어나고 있죠....

그 이유라면... 이 숲이 크라드온이 말한 안젤리크 크로스와 연관이 있기 때문이

랄까.... "

"안젤리크 크로스??"

얀은 처음 듣는 단어에 어리둥절해 하며 뮤첸을 바라보았다. 무슨 뜻이지...?

고민에 빠져 있는 얀의 귀에 조용하게 문장을 읊조리고 있는 세스의 차분한 목

소리가 들려왔다.

"안젤리크 크로스(신의 십자가)... 주신이 천마대전에서 마족들을 징벌시 사용했

다고 일컬어지는 신기(神氣)를 지닌 무구(武具)... 세상에 알려져 있는 것은 그것

뿐이야. 그리고 크라드온 님이 말한 안젤리크 크로스라면 네메시스의 서(書)를

일컫는 것이겠지...? 안젤리크 크로스를 설명하고 있는 대목이라면....

.....크로나의... 건국왕이자 영웅으로 추앙받는 네터드 크라드온이 죽으면서도 그

리워하던 안젤리크 크로스(신의 십자가)가 있는 곳.... 생명의 샘, 생명의 땅, 그

리고 생명의 숲...이 존재하는... 신의 기운이 모여 만물을 이루었으되 그 정(淨)

한 기운이 모든 것을 살리는 땅. 인간을 창조한 근본이자, 돌아가야 할 곳... 지

혜와 생명... 그들을 흥하게 할 모든 것을 간직하고 있는 영원의 낙원... 세상의

힘을 봉인한 영원의 샘...에 잠들어 있는 안젤리크 크로스... 그것을 얻는 자... 불

사의 삶을 살리라. 이치를 아는 자만이 세상을 얻으리라. 안젤리크 크로스를 얻

는 자(者)에게 나의 진정한 유산을 남겨주노라... 1장 25줄의 내용이지."

일장연설을 하는 세스를 어이없게 바라보던 얀은 그게 뭐야 하는 표정을 지으

며 세스를 보았다. 세스의 말을 조용히 경청하고 있던 뮤첸이 박수를 치면서,

세스의 곁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놀랍군요. 네메시스의 서(書)를 통달하고 있다니... 그 어려운 내용을..."

고개를 살짝 숙여 뮤첸의 칭찬에 정중하게 답례를 한 세스는, 정말로 궁금한 듯

그에게 물어보았다.

"그런데 그것과 무슨 상관이죠?"

"그가 말한 곳이 바로 이 숲이라는 거죠. 50년전서부터 소문을 듣고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했어요. 그들 중에는 진정한 학자들도 있었지만... 안젤리크 크로

스를 찾으러 온 사람들이 대다수였었죠. 그 누구도 크라드온이 말한 뜻이 의미

하는 바를 해석하지 못한 채 50년동안 미스테리로 남아있어요. 몇 천년을 이곳

에 터전을 잡고 있는 저희 엘프들도 모르는 주신의 무기라니... 사람들이 찾지

못하는 게 당연한거죠. 그런데 그것 때문에 숲의 수난이 시작되었어요. 몇십 년

을 헤매도 원하는 것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화풀이를 숲에 하더군요. 그런 사

람들중 독한 사람들은 주변을 훼손하거나 샘에 독을 풀어놓아요. 글쎄요. 잘은

모르겠지만... 자신은 못 찾았으니 찾으러 온 다른 사람들도 신의 무기를 찾지

못하길 바라는 심보랄까요..."

뮤첸은 허탈한 듯 할아버지 웃음을 지으며 얀과 세스를 보았다. 세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전설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찾는 사람들이 있군요... 그리고 그런 이기적인 사람

들이 있다니..."

세스는 생각에 잠긴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얀은 세스가 설명한 크라드온이

누구인지는 몰랐으나 그 사람이 자신이 큰일을 당할 뻔했던 사건의 원인 제공

자라는 사실을 어렴풋이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이 경탄하던 숲이 조금씩

훼손되고 있다는 사실에 왠지 모를 슬픈 감정이 들었다.

말이 없어진 채 심각해져버린 둘을 바라보고 있던 뮤첸이 웃으며 말했다.

"자자, 해가 지겠어요. 어서 저희 마을로 가죠. 저희 엘프들도 알지 못하는 숲의

비밀이라니... 다 헛소문일 뿐이에요. 심각해질 필요는 없다구요."

환한 웃음을 지으며 앞장서는 뮤첸을 보며 얀은 피식 웃어버리고 세스에게 눈

을 맞추었다. 세스도 진지해져 있는 갈색눈을 들어 얀을 보고 있었다.

얀은 고개를 뮤첸이 걸어가고 있는 방향으로 으쓱하며 갈 의향을 비추었고 그

의 행동에서 그 뜻을 알아들은 세스는 조용히 웃으며 얀과 함께 달려가 뮤첸을

사이에 두고 걸어갔다.

뮤첸과 이야기한지 30분이 되지 않아 엘프의 마을로 보이는 곳이 눈에 띄었다.

마을입구는 뮤첸이 장관이라고 설명했던 네냐 나무의 자주색 꽃잎이 휘황찬란

하게 흩날리며 봄의 기운을 듬뿍 뿜어내고 있었다. 초록 수목들이 우거진 곳에

아름답게 바람에 날리고 있는 분홍색 계열의 꽃잎들은 얀과 세스에게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큰 감명을 주었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네냐의 꽃잎이 생명

의 기운이 왕성한 엘프 마을에서 다른 곳보다도 먼저 꽃을 틔운 것이었다.

"저.... 얀, 세스?"

자신들을 호명하는 말에, 마을의 전경을 넋 놓고 구경하던 얀과 세스는 앞을 바

라보았다. 마을의 엘프 반 이상이 구경을 나왔는지 자신들의 주위를 둘러쌓고

있었다.

"뮤첸이 인간들을 데리고 왔어."

"어머, 예쁘게 생긴 인간들이네..."

"80년 넘게 인간이 발을 들여놓은 적이 없는데 장로님께 혼나지 않을까?"

여기저기 웅성대는 소리의 중심에 서버린 얀과 세스는 난처함으로 땀을 흐리고

있었다. 그럴 때 그들을 구원해줄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을에 손님을 초대한 것이 오래간만이어서 그래요. 저희 집으로 모실거니까

제 뒤를 따라오세요."

얀과 세스는 자신들을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는 엘프들이 내어준 길을 걸으며

뮤첸과 함께 그의 집으로 향했다. 그의 집은 마을에 서있던 커다란 거목들중 하

나로 푸른 잎사귀들이 아치형태로 입구를 감싸고있었다. 그들이 문 앞으로 다가

가자 잎사귀들이 자연스레 벌어지며 내부를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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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y in dreams(차원연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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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제너시스  Date : 04-09-2001 01:32  Line : 200  Read : 3688

[52] <차원 연결자-49.얀의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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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y in dreams... 얀의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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