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연결자-51화 (51/127)

<50>

사박사박.

아침이슬이 내려 촉촉한 숲길을 따라 부지런히 올라가고 있는 세명이 있었다.

가는 모양으로 보아선 산맥을 가로질러 가는 사람들인 것 같은데 드문드문 말

소리만 들려올 뿐 일체의 잡담도 들리지 않았다. 조용히 하라고 누가 시킨것도

아닐진대 낮의 숲과 달리 적막함과 우울한 기운이 가득한 숲의 기운에 취해있

는 것 같았다.

콜록콜록.

기침소리가 들려왔다. 한 번 시작하면 숨을 쉬지 못할 정도의 간격으로 해대는

기침이었기에 듣는 사람마저도 괴로울 정도였다. 부지런히 다리를 놀리며 걸어

가고 있던 세스는 입술을 질끈 깨물고는 걸음을 멈춰 섰다. 그가 고개를 돌리고

등뒤의 얀을 바라보자 수건으로 입을 가리고 기침을 하던 얀이 겸연쩍게 웃어

보였다. 그런 얀의 모습에 세스는 한숨을 푹 쉬고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무심한 듯 다시 발걸음을 옮기긴 했지만, 사실 세스는 아침부터 심해진 얀의 기

침소리에 걱정이 되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아침에도, 여행이 지체되긴 하지

만 친구의 병이 심해지는 것보다는 나을 거라는 생각에 얀에게 엘프의 마을에

서 시간을 더 보내자고 말을 해보았지만 얀은 일축해버렸다. 찬기운 때문에 조

금 심해진 것이라며 걱정할 것 없다고 그는 웃었다. 세스는 마을에 있을 때도

얀이 이런 증상으로 일주일씩 앓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걱정은 되었지만 믿어

달라며 자신의 가슴을 탕탕치는, 활기에 차있는 눈동자를 보곤 길을 떠나기로

허락 한 것이었다.

하지만... 습기가 차있는 길을 들어서면서 얀의 기침소리가 심해진 듯 하자 자신

의 결정에 마음이 쓰라려왔다.

세스의 마음처럼 침중한 새벽의 푸르스름함이 그들의 주위를 감싸고 있었다. 세

스는 얀이 걱정되긴 했지만 한번결정한 일을 다시 번복하기도 난처해서(1시간

넘게 온 길을 다시 내려가면;) 길을 안내해주는 뮤첸의 등을 부지런히 따라갔다.

처음의 널따랬던 길과는 달리 산의 정상으로 오르자 한 사람이 지나다닐 정도

의 폭밖에 안 되었기에 그들은 일렬로 걸어가고 있었다. 30여분간 숲을 헤치고

나아가자 나무들이 둘러싸고 있는 빈 공터가 있는 절벽이 나타났다. 밝지가 않

아 멀리까지 볼 수는 없었지만 그들 앞으로 10걸음만 나서면 벼랑이었다. 세스

는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잘 보이지도 않는 길을 바라보았다. 그의 왼편으로

벼랑을 따라 나있는 길이 보였다. 센바람도 불지 않는 산책하기에는 알맞은 장

소인 것 같았다. 잠시 앞의 전경을 바라보던 뮤첸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그 길로

걸어갔고 얀과 세스는 그를 따라갔다. 그들의 오른편에서는 어둠을 헤치고 찬란

한 빛의 여명이 솟아오르며 부드러운 주황빛이 그들이 나아갈 길을 환히 비추

어주고 있었다.

세스는 침묵을 깨야겠다는 의무라도 느꼈는지 말하기 시작했다.

"애딘버 시에 도착하면 전통음식점에 들리자. 애딘버는 볼거리도 많지만 먹거

리로 유명한 곳이거든. 네가 좋아할만한 곳이야. 순한 양고기에 매콤한 바로멜

라 소스를 양념한 후 구운 로스구이가 유명하거든. 한번 맛보면 잊지 못한다니

까 가보자구. 좋지 얀?"

".................."

"얀??"

대답이 없자 이상함을 느낀 세스는 걸음을 멈춰섰다.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들

려오던 얀의 기침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던 그의 조용한 발걸음 소리도 자신의

귀에 잡히지 않았다. 불길함에 사로잡힌 세스는 뮤첸을 불러세우고 빠르게 뒤돌

아섰다. 그의 눈에 태양이 쏟아내는 주황빛을 가득 받은 얀이 무언가에 홀린 듯

이 절벽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서는 것이 보였다. 다급한 마음에 세스는 자

신이 능력을 숨기고 있다는 것도 잊어버린 채 발에 힘을 준 동시에 절벽 끝에

서있는 얀에게 쏘아나갔다. 희미한 잔영만이 그가 움직이는 궤적을 보여줄 뿐이

었다.

"얀!!"

세스는 다급하게 두 손으로 얀을 뒤에서 급하게 끌어안았다.

"무슨 짓이야!!"

세스의 화가 난 목청이 공기 중으로 울려 퍼지자 움찔한 얀은 조심스럽게 고개

를 돌려 세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왜 그래??"

얀은 정말 모르겠다는 듯 세스의 얼굴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런

얀의 모습에 세스가 기가 막혀 말문이 막히자 가만히 세스의 표정을 살피던 얀

은 빙그레 웃더니 세스의 손을 다짜고짜 붙잡고 벼랑 끝(?)에 다가가 섰다. 그

리고 오른손을 들어 앞을 가리키며 말했다.

"안젤리카 크로스."

"응??"

얀의 행동에 황당해 하던 세스는 얀이 뜸금없이 내뱉은 소리에 인상을 찌푸리

며 그를 바라보았다. 얀은 그런 세스에게 재촉하듯이 다시 앞을 가리키며 같은

말을 반복했다.

"안젤리카 크로스!"

왠 주신의 무기? 뭐가 있다고 그러는(그런은?) 거야. 보나마나 앞은 숲의 전경

(全景)인데....

세스는 아이처럼 안달하는 얀의 얼굴을 보며 인상을 잔뜩 구기고는 고개를 돌

려 앞을 보았다. 그리고 처음으로 보는 자연이 주는 신비에 넋이 나가 멍하니

그 기적을 바라보았다.

반달모양으로 있는 벼랑을 따라 그 아래에는 푸르름을 간직하고 있는 나무들의

행렬이 몇 킬로미터에 걸쳐 펼쳐져 있었다. 그런 나무들 위로 아직 걷히지 않은

새벽의 푸르스름한 빛이 넘쳐나고 있었고, 높은 벼랑에서 그것을 바라보자 나무

위에 맺혀있는 하얀 안개의 무리들로 인해 숲은 불투명한 광경을 연출하며, 벼

랑의 반대편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의하여 물에 이는 파문(波文)처럼 숲 전체가

부드럽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샘가에 담겨있는 파란빛을 간직하고

있는 물결같았다.

그 모습만으로도 놀라운 것이긴 했지만 세스가 놀란 이유는 그것이 아니었다.

정작 세스를 놀라게 한 것은 그것위로 떠오른 정체불명의 빛의 무리였다. 숲 위

로 빛을 발광하는 십자가 모양이 떠올라있었다.

"아, 자연의 장난이군요."

정적을 깨는 소리에 세스는 정신을 차리고 옆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세스의 곁

에 선 뮤첸이 앞의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세스를 보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곳 엘프들의 자랑거리 중 하나이지요. 아름답죠? 아침에만 볼 수 있는 장관

이랍니다. 저것은 자연의 장난에 위한 것이죠. - 뮤첸은 손을 들어 반대편(숲을

감싸고 있는 좌측과 우측 산맥)을 가리키며 말했다.- 정면에서 들어오는 햇빛이

산맥에 있는 특이한 바위들에 위해 굴절되어 만들어지는 것이랍니다. 마치 십자

가 같은 모양이죠."

설명을 듣던 세스는 고개를 돌려 그 빛의 십자가를 바라보았다. 날이 밝아오자

십자가에서 나오는 빛이 강해졌다. 빛의 십자가에서 나오는 오라처럼 엷은 금빛

이 숲 위로 퍼지며 그것들에 위해 흰 안개가 걷히고 있었다. 천천히 퍼지는 빛

의 물결은 세스와 그들이 서있는 벼랑까지 넘실거리다가 강한 눈부심을 남기고

한순간에 사라져버렸다.

그것을 보고 있던 세스는 알 수 없는 감동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신의 사랑을 처음으로 받아보는 나약한 인간처럼 자연이 일으키는 기적에 감격

해 버린 세스는 스스로가 얼마나 조그마한 존재인지 깊이 느끼며 방금 전의 광

경을 가슴속 깊이 묻어두었다.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돌리자 얀이 재미있다는 듯이 웃으면서 자신을 보고있었

다. 무안해진 세스는 그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말하기 시작했다.

"빛의 십자가라.....

그렇군. 아마도 크라드온님이 말한 것도 이것이겠지...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알 수 있겠어....

'세상의 힘을 봉인한 영원의 샘에 잠들어 있는 안젤리카 크로스.'라... 정말 멋지

게 묘사했는데... 자연이야말로 세상의 모든 힘의 어머니이니까... 그리고 숲은

자연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지. 그 광경을 주신의 무기와 비교하다니...."

턱을 문지르며 세스는 깊은 사색에 잠겼다. 그의 입에서 조용하게 말이 흘러나왔다.

"그런데... 궁금한 점은 그 장소가 이곳임을 알았다면 50년 동안이나 아침마다

일어나는 찬란한 광경을 그 많은 사람들이 못 봤냐는 거야... 본다면 금방 알아

차릴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건...... ..인간이란..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을 보는 존재이니까....

눈앞의 작은 것에 연연해하는 것이 인간의 삶이지. 앞만 보며 달려가는 것도 벅

찬데 누가 주변을 보는 여유를 가지겠어. 정작 소중한 것은... 곁에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을 거야."

그리고... 현실에서의 나라면 결코 이런 광경을 볼 수 없었을 거야. 나야말로 작

은 것에 집착하는 인간이니까... 방관자의 태도를 지닌 지금에서야 주위를 둘러

볼 여유가 생기다니....

대답을 바라지 않고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렸던 세스는 뜻밖의 대답에 그 말을

한 주인공을 바라보았다. 얀은 평소와 달리 심각해진 얼굴로 보통의 숲으로 돌

아온 앞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세스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얀을 바라보았

다.

둘의 모습을 보던 뮤첸은 세스에게 그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저도 세스님이 설명하기 전까지는 그가 말한 것이 이것이라는 것을 몰랐군요.

엘프들은 이 현상을 잘 알고는 있지만... 인간이 하는 말에 신경을 쓰지 않으니

까요. 왜 50년 동안 유물을 찾는 사람들이 알아채지 못했을까 말했지요. 제가

아침마다 일어난다고는 했지만 일기상태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정작 볼 수 있

는 기회는 그리 많지가 않아요. 오늘은 운이 좋은 거죠. 거기다 볼 수 있는 시

간도 채 5분이 되지 않고요. 만약 이 현상이 일어난다고 해도 숲 안에서 자신들

이 원하는 것을 찾으려 하는 사람들은 자신들 위에 짙게 뿌려있는 안개위로 나

타나는 현상을 볼 수 없으니 절대로 알 수가 없죠. 만약 본다고 하더라도 보물

찾기에 혈안이 되어있는 사람들이 크라드온이 말한 것이 이것인 줄 알겠어요.

자연현상으로 치부할 뿐이죠."

"그런데... 왜 그 크라드온이라는 사람은 이것을 얻으면 불사의 삶을 살수 있다

고 한거지. 그리고 저런 것은 결코 가질 수 없는 거잖아. 그렇다면 그가 준다는

유산은 어디있는 거야."

얀은 좀전의 감동에서 해방되었는지 투덜거리고 있었다.

"훗, 얀. 나도 삶에 연연해하는 인간이지만 크라드온님이 말한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응??"

"과장법이 사용되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겠지만... 좀 전의 광경... 그것들과

일치되는 순간, 그 순간만큼은 영원을 사는 것일 테니까. 자연과 일치되었던 나는

영원히 남는 것이니까....-세스는 웃으며 검지로 얀의 이마를 지긋이 꾹꾹 눌렀다.

- 그리고...."

세스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한 팔로 얀의 어깨를 감쌌다.

"유산이라면 우린 충분하게 받았잖아."

"언제??"

얀은 정말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세스를 바라보았다. 귀엽게 보이

는 그 모습에 세스는 주춤 뒤로 물러났다.

"윽... 그 광경 말이야. 아마 그것이 크라드온님이 죽으면서도 그리워했다던 것

의 진정한 실체일거야. 그것이야말로 그가 진정으로 소중히 간직하던 것일테

지."

세스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시선을 돌려 숲을 바라보았고 얀도 그를 따라 고개

를 돌려 좀 전의 감동이 남아있는 숲을 바라보았다.

죽으면서도 보고싶어했던 광경이라.... 그만한 가치는 있는 것 같아.... 이것이야

말로 그가 후손들에게 남겨주고자 했던 진정한 유산일거야....

밝아오는 태양의 빛을 받으며 그들은 하염없이 서있었다.

(여행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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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y in dreams(차원연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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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제너시스  Date : 05-09-2001 21:24  Line : 141  Read : 3632

[54] <차원 연결자-51.라크람 왕성에선 뭔가 특별한 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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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y in dreams(차원 연결자)<51>

- Fantasy in dreams..... 라크람 왕성에선 뭔가 특별한 일이 있다(?)....

(들어봤다 생각하시는 분들은 대단한 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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