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연결자-61화 (61/127)

<61>

벽돌 길이 깔려있는 거리를 한 대의 마차가 달려가고 있었다. 위험해 보

이는 질주에 거리를 걷고 있던 행인들은 길가로 비켜났고, 자신들의 옆

을 지나쳐 가는 마차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제 갈길을 가려던 사

람들은 미처 피하지 못한 아가씨를 발견하고는 신음성을 흘렸다.

시시각각 달려오는 마차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아가씨는 조심스레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마차를 모는 마부는 뒤늦게 그녀를 발견하고 속력을 줄

이려 했지만 이미 때는 늦어 있었다. 주위에서 피하라는 외침이 들려오자,

그제서야 자신의 상황을 알아채고 그녀는 물러나려 했지만 이미 코앞으로

다가온 마차를 보고는 당황하여, 몸이 경직된 채 자신에게 돌진해오는 말

을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긴급한 상황, 마차가 그녀를 덮치려는 찰나 누군가 그녀의 팔을 잡고 길

가로 잡아챘다. 마차는 수십 미터를 더 가서 길에 멈춰 섰고 구사일생

으로 목숨을 건진 여성을 본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놀란 나머지 멍한 상태로 서있던 그녀는 곧 자신의 상황을 깨닫고 얼굴

을 붉혔다. 모르는 남성의 품에 안겨있는 상태로 보호하듯 든든한 팔이

자신의 어깨에 둘러져 있던 것이다. 일견 부드러워 보이지만 강인함

을 지니고 있는 팔 때문에 아가씨는 움직이지 못하고 가만히 서있는 채

그에게서 느껴지는 따스한 온기를 느끼고 있었다. 놀란 가슴이 진정되는

것이 느껴졌다. 탄탄한 가슴에서 볼을 대고 있자, 그의 심장의 고동소리가 들

렸고, 그로 인해 얼굴이 더욱 붉게 변하자 그녀는 팔을 들어 그의 가슴을

살짝 밀쳐내었다. 그러자 남성은 그녀의 제스처로 상황을 알아차렸는지

팔을 풀었다.

"괜찮으십니까?"

공기 울리는 부드러운 톤의 목소리.

그녀가 고개를 들자, 미소를 짓고 있는 청은발의 소년을 볼 수 있었다.

단정한 모습의 호감이 가는 인상을 주는 그는 맑게 웃으며 자신을 보고

있었다.

자신을 구해준 사람?

가느다란 두 팔로 어떻게 자신을 구했는지 감동을 하고 있을 때

그녀의 뒤에서 탁한 음성이 들려왔다.

"어디 다친데 없소?"

그녀는 고개를 돌려 말을 걸어온 남자를 보았다. 남자는 마차의 마부로

마차가 멈춘 직후 그들에게 다가온 것이었다. 그녀는 마부를 보고 고개

를 조심스레 끄덕였다.

"젊은 아가씨가 어디다 정신을 빼놓고 다니는지 원, 다음부터 조심하쇼.

갈 길도 바빠 죽겠는데, 이런 일까지 생기다니.. 다친 곳은 없다니 난 이

만 가보겠소."

"아... 죄, 죄송합니다."

아가씨는 호화스럽게 보이는 마차의 외장을 보고 당황해하며 사죄를 했

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소년은 불만스러운듯 마부를 바라보다 그녀를

보호하듯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사람이 많은 길에서 속력을 낸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일입니다. 생각

있는 분이라면 누가 먼저 잘못한 것일 줄은 알겠죠? 아가씨가 다친 곳

이 없으니 저도 이쯤에서 말을 끝내지만 다음부턴 유념하시길 바랍니

다."

못 마땅한 듯 그를 째려보던 마부는 마차에서 들리는 종소리에 말을 잇

지 못하고 마차로 되돌아갔다. 자신들에게서 멀어지는 마차를 보고있던

그는 아가씨에게 시선을 돌리고 말했다.

"마차가 자주 지나다니는 길이니까 조심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다음에

이런 일이 없으리라는 보장이 없으니까요."

"아, 죄송합니다."

"풋, 저에게 미안해 할 필요까진 없습니다. 충고하는 거니까요."

"네....."

부끄러운 듯 홍조를 띄고 말끝을 흐리던 아가씨는 조심스레 말을 이었

다.

"저... 저를 구해주셨으니 보답이라도 하고 싶은데요. 크게 해드릴 것은

없고 점심식사라도...."

"무슨 일이야 얀?"

그녀의 말을 끊으며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굉장한 미인, 말을 하던

아가씨는 놀란 눈으로 다가오는 여인을 바라보았다. 유리처럼 빛나는 블

론드의 머리카락이 찰랑거리며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빛을 한층 더하고

있다. 인형처럼 보이는 고전적인 미인이었다. 우아한 몸놀림으로 천천

히 걸음을 옮기는 그녀를 보며 아가씨는 놀란 듯 입을 벌렸고, 그런 아가

씨의 모습을 바라보던 얀은 입가에 장난스런 미소가 걸렸다.

얀은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온 세스에게 손을 내밀었다. 세스는 어리둥절

해 하며 얀의 손을 맞잡았고 얀은 세스의 손을 부드럽게 이끌면서 자신

의 곁에 세웠다.

상대방의 능숙한 리드에 따라 얀의 곁에 선 세스는 자신의 앞에 있는 여

성을 보고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얀이 자신보다 먼저, 카페에서 나온

것이 채 5분이 되지 않았는데, 벌써 여성과 같이있단 말인가? 분홍빛으

로 변한 그녀의 얼굴만봐도 사정이 짐작되었다. 그녀의 마음은 이미 얀에게

반쯤은 기울었을 것이다.

마을에서 이미 얀의 능력을 알고있었지만 다른 도시에 온지 몇 분만에

아가씨를 사귀다니 이 녀석의 능력은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구나. 세스

는 얀의 능력을 새삼스레 깨달았다.

세스가, 자신을 이상한(?)눈초리로 바라보는 여성을 보며 얀의 위대함을

느끼고 있을 때 그의 귓가에 지금 상황을 재밌어하는 듯한 얀의 음성이

들려왔다.

"점심식사초대는 감사하지만 제 애인이 질투가 심해서 실례를 무릅쓰고

거절을 해야겠군요."

애인?

이 녀석이 언제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또 여자라도 사귀었단 말인가? 세

스는 더욱 의심스런 눈초리로 얀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얀은 세스의

기대에 부응하기라도 하듯 세스를 부드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말을 이

었다.

"그렇지 않아 세실?"

컥, 세실?!!

죽어서도 듣기 싫은. 제일 듣기 싫은 그 단어가 얀의 입에서 나오다니...

세스의 낯빛이 창백해지며 식은땀이 주륵주륵 흘렀다.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한 그의 이상한 변화에 의아해하던 얀은 아가씨의 아쉬워하

는 말을 뒤로하고 세스를 이끌고 발걸음을 옮겼다.

"세실, 세실, 세실..."

"재미붙였냐?"

"응."

새로 잡은 여관에 앉아있던 세스는 얀의 단답형 대답에 경직되는 목을

좌우로 흔들었다.

"제발, 그만둬 줘. 다른 좋고 좋은 이름도 많은데 하필 그 이름이야. 부탁

이니까. 다른 이름으로 부탁해."

"왜 세실이란 말에 그렇게 반응을 보이는 거지? 부를때마다 곤란해하는

네 모습이 재밌어서 내가 멈출 수가 없잖아."

"내 잘못으로 떠넘기는 거냐?"

투덜거리는 세스를 바라보며 웃음을 참지 못하던 얀은 넘겨짚어 보았다.

"세실이란 말에 뜻깊은 추억이 있나보지?"

정말로 뜻깊은 추억이 있는지 세스의 안색이 하얗게 변했다.

세스의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을 즐기던 얀은 말을 이었다.

"하지만 네가 아무리 듣기 싫어한대도 이것만은 양보할 수 없겠는데...

어쌔신들을 속이려면 제일 중요한 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역이용

하는 거야.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에는 네가 혼자 여행을 한다는 것과 너의 신상

명세서가 있을 텐데, 우선 전자의 것은 나로 인해 깨어졌고 후자의 정보

중에는 아마 여성을 싫어한다는 정보가 있을 거야. 그래서 그 정보를 역

이용하기 위해 (네 얼굴은 이미 알려졌으니까)여성과 같이 여행을 가는

것보다 네가 여성으로 변장하는 것을 채택한거야."

"그건 나도 알아. 하지만 그 세....실이라는 이름만은 어떻게 해줄 수 없

어?"

"안-돼. 적들을 속이려면 우선 우리들이 익숙해야 하는데 그 세실이란

이름은 이미 너에게 친숙(?)한 듯 보였어. 무슨 이유에선지는 몰라도 목

숨이 오락가락하는 상황에서 그보다 좋은 이름을 선택할 수 없단 말이

야."

고집으로 똘똘 뭉쳐있는 얀의 모습을 슬프게 바라보던 세스는 고개를 천

천히 끄덕였다.

"그래... 좋아. 내가 양보하지."

그 모습을 보며 씨익 웃고있던 얀은 세스를 바라보며 줄곧 궁금해 하고

있던 질문을 하였다.

"그런데, 여관을 잡는 것도 그렇고 도시도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이 도시

에 무슨 일이 있는 거야?"

"어? 모르는 거야?"

"뭘?"

정말 모른다는 듯 똘망 똘망한 눈망울로 자신을 바라보는 얀을 한심스

레 쳐다보던 세스는 말을 내뱉었다.

"2일 후가 크로나 국(國)의 3대 축절 중에 하나, 성 아가사의 날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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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보다는 수정하는 것이 먼저 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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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y in dreams(차원연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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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제너시스  Date : 07-09-2001 09:40  Line : 197  Read : 3545

[65] <차원 연결자-62.축제.... 드디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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