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연결자-63화 (63/127)

63. 축제... 드디어..(2) -그런데 내용은 축제랑 상관없는;-

어둠이 내려져 있는 깊은 밤, 한 남자가 궁전 내부의 회랑을 걸어가고 있

었다. 그는 등불도 없이 푸르스름한 달빛만이 발치를 비추는 그곳이 익숙한 듯

한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포석 위에 깔린 융단을 밟고 성큼성큼 나아갔다.

반들반들하게 연마되고 조각으로 장식된 육중한 검은색의 문에 도착한 그

는 문을 살며시 밀었다. 문은 둔중한 저음을 내며 열렸고 그는 천천히 안

으로 들어섰다. 방안은 어두컴컴했다. 단지 예외라면 문의 오른편

에 있는 창문의 휘장사이로 내비치는 빛의 선이었다. 달빛은 긴 은빛 실

을 내보이며 남자의 신체를 이등분하여 어둠가운데 빛을 슬며시 드리웠

다.

그는 자신의 미간을 관통하는 달빛을 보고는 똑바로 빛을 향해 걸어갔다.

창문 앞에 다가선 그는 손을 들어올려 창문을 가린 휘장을 걷어내었다.

확.

갑자기 쏟아지는 밝은 은빛에 그는 눈을 살짝 찡그렸다가 앞을 바라보았

다. 부드럽게 흘러 들어오는 달빛이 자신의 최상의 색인 은빛의 실타래를

풀어내어 그를 감싸고 있었다. 부채꼴로 쫙 펼쳐진 은빛의 무대 위에 서

있는 그의 안색은 달빛과 구별이 가지않을 정도로 창백했다. 두꺼운 암

록색의 벨벳으로 되어있는 휘장을 부여잡고 있는 그의 손은 가늘게 떨리

고 있었다. 그의 숨소리가 점차 격해졌다. 아랫입술을 지긋이 깨문 그

는 약한 신음소리를 내며 창가에 기대어 섰다.

걷어진 휘장 때문에 창문을 사이로 비추어진 달빛은 전보다 더 밝아 보였

지만 창가에 서있는 그로 인하여 달빛의 고유한 아름다움은 빛을 잃고 있었다.

달빛을 받아 더욱 눈부셔 보이는 그의 은색의 머리카락은 창틀을 으스러

질 정도로 움켜 쥔 그의 손에 위해 조금씩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그의 신음성

은 조금씩 더해 갔고 잠시 동안 창가에 쓰러지듯 기대어 있던 그는 천천

히 벽을 타고 아래로 쓰러져 갔다.

벽에 기대어 숨을 몰아쉬고 있던 그는 이마를 감싸쥐었다. 주변의 침묵

에 동화되어가던 그의 몸이 들썩였다.

"하하하하하하"

그의 텅빈 마음을 반영하는 것일까. 처음엔 힘이 없던 웃음소리가 점차

커지며 방안을 가득 메웠다.

무겁게만 느껴지는 손으로 이마위로 쏟아져 내린 머리카락을 넘기던 그는

제대로 가눌 수 없는 몸을 억지로 일으켜, 방의 구석에 있는 자신의 침대 위로

털썩 쓰러지듯 몸을 뉘었다.

침대에 누워 잠시동안 호흡을 고르고 있던 그의 입에서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듣지 못할 정도의 작은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카롯.."

"........"

공간을 가르고 그의 앞에 나타난 청년은 두 무릎을 꿇고 아무 말 없이 고

개를 숙였다. 자신 앞에 나타난 붉은 머리카락의 청년을 바라보던 그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힘겹게 움직이는 그의 기척이 들리자 고개를 처

든 카롯은 자신의 주군을 보며 더 이상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겠는

지 격앙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제발 그만하십시오. 벌써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지 않습니까. 저는 이미

보고를 드렸습니다. 벤투자와 저의 결론으론 제르미스경은 확신을 얻은

것 같습니다. 이와 같은 결과라면 1개월 내에 좋은 소식을 드릴 수 있을

겁니다. 그 동안만이라도 잠시 마계로 가셔서 정양을 하십시오."

카롯은 자신의 바보같은 주군을 바라보며 소리 높여 말했다.

"날 즐겁게 하는구나....카롯.. "

뒤안은 카롯의 반응이 재미있는지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겁도 없이 그렇게 큰소리로 말을 하니 말이다...."

"............"

그의 입가에 떠오른 차가운 미소를 본 카롯은 입을 다물고 시선을 피했

다. 어차피 자신이 말해 봐야 주군의 귀에는 들리지도 않겠지. 하지만 그

걸 잘 알면서도 매일 같은 시각, 점점 더 길어지는 고통에 허덕이는 그를

보면 울컥하는 마음이 들어 자신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자기가 제르미스 경을 감시하여 얀 왕자에 관한 티끌 만한 소식이라도 전

하면 주군은 평소 포커페이스를 깨뜨리고 기대감이 담겨있는 눈으로 자신

을 바라본다. 왜 일개 인간에게 그리 애정을 쏟는 것일까... 그것도 자신의

몸이 망가져가는 것을 아랑곳하지 않고.

그는 자신의 주군에게 처음 웃음을 전해준 얀왕자를 인정하면서도 주군이

왜 그에게 관심을 쏟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것도 자신의 병의 원인을

알고있으면서도 마계로 돌아가는 것을 거부하면서.

다행히도 주군은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견디기 힘든 고통에도 불구하고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었다. 디아테스 님은 얀왕자와 관계된

외의 것은 얼음같은 표정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그것을 확

인하지 않았는가.

그의 병명을 알고있는 카롯으로선 내심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카오스적 마력팽창상태.

주군의 병을 가장 잘 나타내고 있는 단어. 일급비밀에 속하지만 측근인

자신은 알고있다.

간혹 마계에서는 당사자에게 맞는 능력이 아닌 지나칠 정도의 큰 마력을

지닌 돌연변이들이 나타난다. 그들은 거의 각성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

하는데, 그 이유인 즉슨 주체하지 못하는 큰 마력들이 자신을 소유하고

있는 주인들의 생전에 몸에 갈가리 찢겨져나가는 고통을 안겨주는 것이다.

물론 고통뿐만 아니라 덤으로 몸의 내부기관을 갈가리 헤집어 놓는다...

마계에서 큰 마력을 가진 것은 신분의 상승을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그들

은 분에 넘치는 마력을 지닌 것을 축복으로 여기지 않는다. 마력획득이라

는 단어 아래 죽어나가는 자가 다수이기 때문이다. 그것에서 벗어날 수 있

는 자는 얼마 되지 않는다.

생명을 유지하는 방법은 단 한가지뿐인데 자신의 마력보다 더 큰 마력으로

누를 수 있는 인물이 있어야한다. 그런 사람들은 높은 지위에 있기 마련

이어서 선택받은 자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생명을

유지한다고 해서 고통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살아가는 동안 계

속해서 괴로움을 겪는 것이다. 대부분의 마족들은 그래서 그것을 죽음보

다 더한 저주라고 부른다.

그 고통의 끔찍함은 카롯, 자신도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리고 눈으로 이 상황을 직접 확인한 것이 아닌가. 오늘 이전의 그 많은 시간동안...

아무리 심한 상처를 입어도 신음소리 한번 내지 않던 주군이 식은땀까지

흘리며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이대로는 안 된다. 이런 날이

계속된다면 얀왕자를 찾는 것보다 주군의 초상 치를 날이 먼저 일 것이

다.

하지만... 주군을 마계로 보내기엔 어려웠다. 평소 눈빛하나로 마계를 벌벌

떨게 했던 마계공작 디아테스의 모습은 변함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방

법은 단 한가지.

어떠한 수단을 써서라도 얀왕자를 찾아내는 길 밖에 없다.

결론을 내린 카롯은 입을 열었다.

"....분부하실 일은..."

"내 상태를...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겠지?"

제법 기운을 차렸는지 뒤안은 싸늘한 음성으로 말을 했고 그를 바라

보고 있던 카롯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녀석이 냄새를 맡고 온다면 너의 책임으로 지울 테니.. 만전을 기해

라. 그리고... 좋은 소식을 기대하겠다.... "

뒤안은 말하기 귀찮은 듯 손을 내저었고 그것을 본 후 다시 무표정으로 변

한 카롯은 방안에서 사라져갔다.

카롯이 사라지자 방안은 다시 침묵에 잠겨들었다. 오랫동안 고요함이 지

속되던 방안은 침입자로 인하여 평온함이 깨어졌다. 문이 열리는 소리

가 들리며 한 남자가 들어섰기 때문이다.

아직은 달빛이 비치는 창가를 제외하곤 나머지는 어둠에 잠겨있었기 때문

에 남자는 조심스레 걸음을 옮겼다. 손으로 벽을 집어가며 걸음을 내딛던

그는 '쳇'하고 혀를 찼다. 작은 목소리로 혼잣말을 하던 그는 정확히 흑단

목의 테이블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데 기억으로 이

정도의 정확함을 보인다면 지금 테이블 앞에 서있는 인물은 뒤안의 방을

수도없이 들락날락 거렸다는 말이 된다. 테이블 위를 더듬거리던 그는 자

신이 원하던 것을 찾고는 그것을 들어올렸다.

불이 밝혀졌다. 그가 들고있는 것은 세개의 가지가 나있는 형태의 촛대

로, 청동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촛대를 들어올려 방안을 살피던 그는 자

신이 원하는 것을 발견하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뒤안의 침대로 다가선 남자는 침대 옆 탁자에 촛대를 올려두고 잠에 빠

져있는 뒤안을 바라보았다. 아무 말 없이 뒤안을 바라보고 있던 남자는

천천히 허리를 숙여 땀으로 젖어있는 그의 머리카락을 정돈해 주었다.

자신의 웃옷 스카프를 빼어든 그는 조심스레 뒤안의 곁에 앉았다. 그리고

뒤안의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닦아주었다.

뒤안의 얼굴을 바라보던 남자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뒤안의 옷은 이미

땀에 젖어 몸의 실루엣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그것을 바라보고 있

던 남자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맴돌았다.

손을 내밀은 그는 뒤안의 (발목까지 내려오는)원피스형 셔츠의 단추를

하나씩 위에서부터 풀어갔다. 차례가 되어 허리아래의 단추를 풀려고

하는 순간, 그의 손은 의외의 방해자로 인해 행동을 멈추었다.

남자의 손목을 잡고있는 핏기가 가셔있는 하얀 손, 뒤안이었다.

"...제발 그만 둬 줄 수 없나? 이제 밤에는 찾아오지 말라고 했잖아."

귀찮아하는 기색이 역력한 뒤안의 모습에 코웃음을 친 남자는 자신의 상

아색 머리카락을 묶으며 말했다.

"네 성격에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리 만무하지. 어차피 나 아니면 도

움받을 사람도 없으면서 괜한 소리 말아. 내가 아니면 오늘도 이 꼴로 잠

들었을 거면서."

"반, 네 생각은 고맙지만 주변사람들의 눈도 생각해야지, 우리에 대해서

안 좋은 소문이 퍼져있는 것을 알고있지?"

뒤안의 말에 눈을 똥그랗게 뜨고 그의 얼굴을 바라보던 유네(반)은 코웃

음을 치며 말했다.

"흥, 언제 우리가 남들의 시선을 신경썼냐? "

자신의 말에는 신경을 쓰지 않고 다짜고짜 자신의 옷을 벗기려고 하는 유

네의 손에 저항하며 -그렇다. 평소라며 간단히 유네를 물리칠 뒤안은 발

작으로 인해 힘이 빠져서 유네에게 밀리는 것이다.- 뒤안이 말했다.

"이제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제발 그만둬 줘."

뒤안의 말을 듣자 유네는 뒤안에게 뻗치던 마의 손길을 멈추고 아쉬워하

는 얼굴로 말했다.

"이게 얼마나 재미있는데 내가 그만두냐? 처음엔 너를 돕겠다는 갸륵한

의도에서 시작했지만 이젠 멈출 수 없어. 이것이 내가 살아가는 또 하나

의 즐거움이란 말이야. 수건으로 네 몸을 닦다가 알아낸 사실인데... 여기

하고 요기하고 저기가 너의 성감대라고."

언제 연구를 했는지, 유네는 뒤안의 몸 구조를 잘 알고있었다.

재미있어하며 직접 행동으로 뒤안의 몸의 이곳저곳을 만지는 유네의 손길

에 뒤안은 몸서리를 치다가 그의 손을 쳐냈다.

"경고는 이번 한번만이야. 다시 한번 약올리다간 죽음을 면치 못할 줄 알

아."

나지막하게 말하는 뒤안의 목소리에 유네는 그 동안 잊고 있던 사실이 번

뜩 떠올랐다. 뒤안이 아픈 것을 기회로 그를 놀려먹었던 것은 사실이다.

뒤안이 병중이라는 것은 자신만 아는 비밀로 왕궁사람 어느 누구도 이 사

실을 모른다. 그것을 빌미로 간호겸해서 밤마다 뒤안을 놀려먹었던 것인데...

그러다가 즐거움에 빠져들어 뒤안이 무서운 녀석이라는 사실을 잊고만 것

이다.

이 녀석은 자신을 죽이고도 남을 위인인 것이다.

헉, 잘못하다간 목숨이 날아가겠구나. 조심해야지...

유네는 삐질삐질 식은땀을 흘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난 이만 가볼게. 몸조리 잘해라."

유네는 뒷걸음치다가 '획' 돌아서서 걸어나갔다. 문에서 나서려는 순간

그는 등뒤에서 들려오는 뒤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한달..내에 얀의 소식을 알아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간호해준

것은 고마웠어..."

핏.

그말하는 게 그렇게나 어렵냐.

주저하며 말하는 뒤안의 어조에 유네의 입가에 미소가 감돌았다. 유네는

자신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뒤안을 향해 한번 손을 흔들어주고 방밖

으로 걸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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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의도는 '진지하게 쓰자' 였습니다. 믿겨지십니까?

ㅠㅠ 성격때문일지도;

쭈구리고 앉아 벽 긁고 있는 제너시스,

(한 문장씩 읽어보면 말은 된다. 하지만 연결하면 이상하다.... 음...

또다시 벽을 긁는 제너시스)

오타 지적해주신 세이안님 감사해요~~(위에 고쳤당*^^*)

그래도 어색하다구요? (안들려안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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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y in dreams(차원연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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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제너시스  Date : 09-09-2001 11:51  Line : 184  Read : 2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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