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축제...드디어..(3)
서울의 러시아워를 방불케 하는 전경이 그려지고 있었다. 인간 콩나물시
루랄까. 사람들에 둘러 쌓인 얀과 세스는 기합을 집어넣고 열심히 인파를
헤치고 나아가고 있었다. 인간 장벽을 가까스로 넘어선 그들은 '털썩'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들의 뒤에는 아직도 거리 퍼레이드를
구경하느라 여념이 없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내 다시는 오늘의 고통을 잊지 않으리라."
세스는 이를 갈며 얀을 노려보았다. 엎어져있던 얀은 절절한 외침을 담은
세스의 음성에 고개만 살짝 옆으로 돌려 그를 보았다. 그리고 그의 눈에
서 쏟아지는 레이져 빔을 발견하고는 슬금슬금 앞으로 기어갔다.
"......."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세스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얀의 앞을 막아섰다. 머리 위로 드리워지는 그림자에 슬쩍 고개를
들은 얀은 악마의 미소를 짓고있는 세스를 보았다. 그는 정말로 즐겁게
웃고 있었다.
잠시 후 얀은 머리를 문지르며 투덜거리고 있었다. 그의 뒤는 폭풍의 눈
처럼 고요한 세스가 뒤따랐다.
"쳇, 레이디가 말이야. 품위가 있어야지, 품위가. 우아함도 결여되어 있고
고상함은 쥐뿔도 없고 기품은 어디다 팔아먹었는지."
한참 떠들던 얀은 묘한 한기를 느끼고 입을 다물었다. 이글거리는 눈빛으
로 자신을 바라보는 세스를 알아챈 것처럼.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돌려
무시무시한 세스의 눈빛을 확인하자, 털썩 무릎을 꿇고 사정했다.
"제가 죽을 때가 되어서....."
실실 웃으며 손을 비벼대는 그를 어처구니없다는 듯 바라보던 세스는 화
를 내려했지만 이까짓 일에 화를 내면 여행동안 울화통이 터져 죽을 거라
는 결론에 다다르자 자신을 타이르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하지만.... 얀의
눈동자 깊은 곳에서 지금 상황을 즐기는 것이 느껴졌다. 이게 다 누구 때
문에 고생을 하는데 저렇게 재미삼아 놀리는 건지.
밖으로 나오기 싫어하는 자신을 억지로 끌어낸 것도 얀이요.
자기 맘대로 여장시킨것도 얀이요.
간편한 여행자 의복도 아닌 공주님 풍 드레스를 골라서 불편하게 만든 것도 얀인 것이다.
처음에는 '참자'라는 의도에서 시작했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열이 뻗치자
세스는 이성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럼. 죽어봐!"
"앗, 십자막기"
머리 위로 내리쳐진 수도(手刀)를 팔을 교차시켜 막아냈다. 역시 단련이
잘되어 있단 말이야. (현실에서의) 동생의 시도때도 없는 기습공격에 익숙
해져 있는 그로선 손쉽게 막아낼 수 있었다. 자신의 공격이 빗나가자 2차
공격을 하려던 세스는 자신의 곁에 찰싹 달라붙는 얀으로 인해 꿈을 이룰
수 없었다.
"세실~~~~"
검지로 세스의 옆구리를 찌르며 아양을 떠는 얀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세
스는 헛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넌 이미 죽은목숨이야."
매혹적인 웃음을 지으며 얀의 귀를 잡고 늘였다 줄였다를 반복했다.
"아야야. 잘못했어 다음부터 약올리지 않을게."
찔끔거리며 흘러내리는 눈물, 정말 아프긴 아팠나 보다. 강아지같은 눈망
울로 꿈벅거리는 눈동자를 보자 세스는 웃지 않을 수 없었다.
"푸하하하하하"
"뭐야. 그런 천박한 웃음은."
"어, 내가 웃은 게 아닌데...."
고개를 돌리자 자신들을 보며 웃고있는 한 남성을 볼 수 있었다. 눈가에
맺혀있는 눈물을 닦아내던 그는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그들의 눈초리
에 정색을 하며 더듬거리며 말을 했다.
"죄, 죄송합니다."
얼굴 가득 부끄러운 기색이 역력한 그에게 왜 웃냐고 따질 수도 없는
터라 둘은 합심해서 흘겨주고는 자리를 뜨려했다. 그러나 그들의 의도대
로 되지 않았다.
"뭐하는 거야. 디아스?"
상큼한 목소리의 소녀였다. 그녀는 위풍당당하게 남자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녀의 뒤에는 짐을 산더미처럼 쌓아올린 직속 하인 둘이 서 있었다.
"쇼핑은 그런 대로 즐길만 했어. 너도 같이 갔으면 좋았을 걸. 그런데...
이 사람들은 뭐야?"
그제서야 얀과 세스가 눈에 뜨였는지 그녀는 눈동자만 살짝 돌려 그들을
쳐다보았다. 별로 관심없어 하던 그녀의 눈동자에 빛이 번득였다.
"앗!!!"
그녀가 탄성을 질렀다. 얀을 가리키고 삿대질하며 말을 잇지 못하는 그녀
를 보고 있던 세스는 얀에게 속삭였다.
"저 여자는 몇 번째냐?"
"........."
잠시동안 고민을 하던 얀은 생긋 웃으며 말했다.
"내가 너를 두고 바람 피울리 있겠어. 본적도 없어."
이마에 불거진 핏대를 애써 무시하고는 세스는 상냥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고민을 하셔?"
"핫, 하하하. 내가 워낙 잘나서 말이지"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하는 얀을 노려보던 세스는 머리를 가로 젖고는 그
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야안, 인생은 그렇게 살면 안 된다."
"뭐 어쩌겠어. 이 몸이 잘나서인걸. 그렇지만 정말 실례인걸, 나를 알아주
는 여성의 성함을 모르다니..."
그러고는 성큼성큼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 우아하게(어디서 배웠는지 모
를)절을 하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저의 기억력이 나빠서 어디서 당신같이 아름다운 숙녀분을
뵈었는지 모르겠군요. 실례가 안 된다면 성함을 들을 수 있을까요?"
정신을 차렸는지 소녀는 고개를 살짝 까닥이곤 말했다.
"헬레나 윈스키입니다. 모르는게 당연하죠. 직접 상면한 적은 없으니까요.
그저께 거리에서 마차에 치일 뻔한 아가씨를 구한 적 있죠? 저도 그때 그
자리에 있었거든요. 정말 멋있었어요."
"하하하, 그랬나요? 아, 저는 얀입니다. 그리고 이쪽은 세-"
사정없이 째려보는 세스의 눈빛에 찔끔한 얀은 안면몰수하고 말을 이었
다.
" -실리아고요. 지금은 여행하고 있는 중이죠."
"정말, 좋은 기회를 잡으신 거예요. 이 곳 트리폴리의 성 아가사의 날은
유명하거든요. 혹시... 이곳은 초행이신가요?"
"그렇죠. 크로나의 어디나 저에겐 처음이니까요."
"그렇다면-"
두 눈을 반짝이며 말을 끌던 그녀는 힐끔 세스를 보며 말했다.
"제가 두 분을 위해 가이드를 했으면 하는데요. 이곳 토박이인 저로서는
안내해 드린다면 더 할 나위 없는 기쁨이 될 거예요.
"그렇다면 좋습니다. 폐가 안 된다면 이곳 사정을 잘 아는 분께 부탁드리
고 싶었거든요."
부드럽게 웃는 얀에게선 페로몬이 풀풀 풍기고 있었다. 그 모습을 걱정스
레 바라보고 있던 세스는 얀의 옷가지를 잡아당기며 나지막하게 물어보았
다.
"그렇게 쉽게 허락해도 되는 거야."
"내 생각도 그렇지만, 엘라가 여자에겐 무조건 친절하게 대하라고 했거든. 난
궁극의 페미니스트야."
이 녀석은 위험하다. 세스의 뇌리를 타고 강한 경고가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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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y in dreams(차원연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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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제너시스 Date : 09-09-2001 11:53 Line : 223 Read : 3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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