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연결자-66화 (66/127)

<66> 고백제(2)

어느새 정신차린 얀은 상담을 하는 디아스와 세스의 곁에 다가왔다.

"이봐. 좋은 생각이 있어. 헬레나에게 디아스가 자신에게 맞는 남자라는

것을 인지시키면 되잖아."

정말 좋은 생각이라고 생각했는지 얀은 싱글벙글 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디아스는 자신 없어 하며 우물쭈물 말했다.

"하지만.... 전-"

"헬레나에게 고백해봤어? 아니지? 그렇다면 확률이 있는거야."

"그렇지만 말했다가 친구관계마저 깨어질 것 같아서...."

고뇌의 빛이 역력한 그의 얼굴을 보며 부드럽게 미소를 지은 얀은 그의

곁에 앉으며 조용조용하게 말을 해나갔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시라노라는 친구가 있는데, 그도 너와 비슷한 경우

였어. 그의 경우는 긴코 때문에 고민을 하였지. 시인, 음악가이며 칼 솜씨

가 뛰어난 검객임에도 불구하고 얼굴 때문에 마음을 고백하지 못한 거야.

그녀를 사랑하던 다른 남자를 도와서 대신 연애편지를 써주면서까지 간접

적으로 사랑을 표현하지만... 결국, 그녀는 시라노가 도와준 남자와 결혼을 하지....

하지만 그녀는 편지에 쓰여있던 감미로운 사랑의 고백에 반해서 결혼식을

한 거였어. 얼굴이 잘생겼다던가 검술실력이 뛰어난 것을 본게 아니라구,

얼마나 자신을 사랑하는지를 본거야. 만약 시라노가 처음부터 고백을 했

었다면 어떻게 변했을지 모른다고.... "

눈에 보이는 것이 다라고 생각하지마, 부딪혀보면 생각보다 단단한 것도

부드러운 것도 있을 테니까.

결과는 알 수 없는 거야.

정말 중요한 것은 네 자신을 믿고 헤쳐나가는 거야. 절망적인 생각부터

하지 말라구. 자신이 원하는 것만을 생각해, 그리고 그것을 향해 뛰는 거

야.

"헬레나의 연애관과 결혼관이 틀릴 수도 있잖아. 너를 좋아할 수도 있다구.

아니라면.... 바꿔버리면 되니까."

얀은 밝게 웃으며 디아스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의 뒤를 힐끔 보더니

디아스를 향해 찡긋 윙크를 하며 말했다.

"하지만... 우선은 장애물부터 처리해야겠지."

디아스를 스쳐지나간 얀은 그들 곁으로 다가오고 있는 헬레나에게 가서

그녀의 손에 있는 아이스크림을 건네 받았다. 그는 헬레나와 이야기를 나

누며 다가와 자신의 손에 있는 아이스크림을 세스에게 건네주었다.

아이스크림을 다 먹은 얀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나무들 사이에 리본들이 많이 매여져 있네. 헬레나 넌 리본을 달았어?"

"어, 크로나는 처음 여행하는 거라고 하지 않았어?"

의아함을 담은 눈으로 헬레나는 얀을 바라보았다.

"응. 리본에 관해선 세실이 설명해 줬거든...."

"그래? 난 아침에 달았는데..."

"그럼.... 세실만 달면 되겠네..."

장난스럽게 웃은 얀은 어깨에 늘여져있는 머리채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머리끝에 장식되어있는 엷은 군청색 비단천을 끌렀다. 구속하고있던 굴레

에서 벗어난 은청색의 머리카락들은 스르륵 풀리며 바람에 하늘거렸다.

"세실, 나를 위해서 나무에 달아주겠어?"

세스에게 다가간 얀은 무언의 압력을 가하며 그것을 내밀었다. 그녀(?)가

입술을 질끈 깨물며 받아들자, 얀은 허리에 매여있던 검을 살짝 들어올려

검신을 내보였다.

얀은 검지를 검날에 가져다 대었다.

스륵.

검신을 타고 붉은 핏방울이 흐른다.

"잉크가 없으니까 이걸 대신 사용해 줘."

오른손바닥에 고인 피를 내밀며 싱긋 웃는 얀은 세스가 그걸 사용하는 것

이 진심으로 기쁘다는 표정을 지었다. 세스는 한숨을 쉬며 오른손을 들어

,손가락으로 피를 찍어 비단천에 자신의 이름을 써내려갔다. 어차피 읽을

사람도 없지만 만전을 기해야한다. 정확성을 기하는 세스는 눈을 부릅뜨

며 천 위에 '세실리아 듀란테드 카필로아'라고 썼다.

피로 써내려 가는 보기드문 광경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

었다. 하물며 그것을 들고있는 소녀는 눈을 현혹하는 아름다움을 품고 있

음에야...

끈적거리는 피가 마르길 기다려 바람에 흔들리는 비단천에 눈길을 주고

있던 소녀는 천을 소중한 듯 두 손으로 맞잡아 쥐고는 천천히 걸음을 옮

겼다. 사람들의 시선이 그녀를 따라 이동한다. 그녀는 풍성하게 펼쳐져 있

는 드레스자락을 살며시 들어올려 나무 밑의 돌단에 올라섰다. 빼곡이 들

어찬 리본들을 보며 곤란하다는 듯 예쁜 눈썹을 찌푸리던 그녀는 하얀 손

을 들어 올려 자신의 머리 위에 있는 가지에 매었다.

한 폭의 그림 같은 광경에 감동을 느낄 새도 없이 단에서 내려서는 그녀

에게 손을 빌려준 청은색 머리카락의 소년이 냉큼 올라가 그것을 풀러버

렸다. 자신에게 시선을 맞추는 그녀에게 장난스럽게 혀를 낼름 내밀은 소

년은 그것을 자신의 안주머니에 넣어버렸고 이로서 구경거리는 끝이 났

다. 그들은 자신들이 본래 서있던 장소로 걸음을 옮겼다.

불만스러운 듯 바라보는 헬레나를 재미있게 바라보던 세스는 이번엔 자신

이 반격할 차례라는 것을 깨닫고 얀을 향해 오른손을 내밀었다.

"..........?"

자신의 행동에 만족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헬레나의 모습에서 뿌듯함을 느

끼던 얀은 가슴께로 내밀어진 세스의 손의 의미를 생각할 사이도 없이 조

건 반사적(?)으로 왼손을 내밀었다. 세스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약간

곤란한듯 인상을 찌푸렸지만) 얀의 손을 끌어올려 베여진 검지를 핥았다.

"아얏....뭐-"

말을 이으려던 얀은 조심스럽게 자신의 손가락을 빠는 세스의 모습에 놀

라서 그를 바라보며 서있었다. 대충 소독되었다고 생각되어지자 세스는

고개를 들어올려 자신의 레이스 손수건을 꺼내어 들었다. 하얀 손수건을

접은 그녀(?)는 상처를 건드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집게손가락을 미이라

로 만들어버렸다.

".......;"

자신의 작품을 눈여겨보는 얀을 고소하다는 듯 바라보던 세스가 입을 열

었다.

"자신의 몸을 생각해야지, 난 나를 위해서라도 얀이 다치는 것은 정말 싫

어."

옥구슬이 굴러가는 듯한 그녀의 목소리는 절실히 남성들의 마음에 와 닿

았다. 하지만 단 한 명만은 소름 돋은 팔을 애써 무시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주위를 딴대로 돌리려 애썼다.

"와, 벌써 사람들이 자리를 잡아가는걸. 난 손을 씻으러 갈 테니까, 헬레

나와 세실은 자리 좀 맡고 있겠어? 그리고 난 지리를 모르니까, 안내 좀

부탁할게, 디아스."

말을 한 얀은 다짜고짜 디아스를 끌고서 광장에서 사라져버렸다.

"조금 더 있었다간... 아마 과다 닭살증으로 죽는 최초의 인간이 되었을

거야."

몸서리쳐지는 경험을 한 얀은 부들거리며 몸을 이끌며 천천히 걸어갔다.

"공동수도라며 저쪽에 있어요....."

손가락으로 한곳을 가리키는 디아스를 확 쳐다본 얀은 그를 자신 쪽으로

돌아 세우며 말했다.

"정말로 손 닦으러 나온 줄 알아? 그리고 나이도 거의 비슷해 보이는데

말 놓으라고. 자, 여기서 확실히 말해봐. 오늘 일 저질러 버릴거야. 아니면

미적거리며 헬레나의 주위를 평생 돌거야. 결정을 하라고."

망설이던 디아스는 얀에게 시선을 맞부딪쳐갔다.

"...네가 떠나면.... 난, 다시는 용기를 내지 못할 것 같아. 한번 도전을 해

보겠어."

"좋았어."

얀은 기뻐하며 디아스의 등을 쳤다.

"헬레나의 리본은 갖고있겠지?"

"집에 있긴 한데...."

"그럼 집에 가는 김에 멋지게 보일 준비를 해야지. 음.... 꽃다발도 준비하

고 말이야. 무도회가 끝나면 바로 시작되니까 어서 준비하자고."

얀과 디아스는 빠릿빠릿하게 뛰어갔다. 가는 도중 백합도 준비하였고 디

아스의 집에 도착한 후에는 디아스에게 어울릴만한 코디를 하였다.

그 사이, 무도회를 알리는 저녁놀은 지고 있었다.

준비를 마치고 광장에 빨리 가기 위해 마차를 이용했던 얀과 디아스는 곧

후회를 했다. 인파로 인하여 걷는 것이 더 빨랐기 때문이다. 창문으로 고

개를 내밀어 광장까지의 거리를 가늠하며 초조해하던 그들은 더 이상 참

지못하고 마차에서 내려 뛰기시작했다.

사람들과 부닥치며 얀과 디아스는 열심히 달렸다. 트리폴리 광장을 눈에

보일 정도로 얼마 남지 않았지만 거리를 가득 채운 사람들 때문에 속력을

내기 버거웠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치며 달려가던 디아스는 사람들을

피하려 움직이다가, 순간 눈에 보이는 물건 때문에 자리에 멈춰 섰다.

그것을 보는 순간 잊고 있었던 생각이 떠올랐다. 그것을 준비한다면....

자신의 생각대로 라면 헬레나의 마음을 좌지우지 할 수 있을 것이다.

디아스는 자신의 앞에서 멀어지고 있는 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최대속

도를 내어 그를 따라잡았다. 그의 뒤에 도착하자마자 디아스는 얀의 손목

을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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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인용한 시라노는 1950년에 스탠리 크레이머(Stanley Kramer)가

제작한 흑백영화입니다. 예전 EBS에서 재미있게 봤어요 ^^

말은 안되죠. 연결은 부자연스럽죠. 하아, 언제쯤 나아지려는지...

대패나 사포는 필수품인것 알고 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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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y in dreams(차원연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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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제너시스  Date : 09-09-2001 14:40  Line : 330  Read : 2982

[70] <차원 연결자-67.고백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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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과 약간 달라진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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