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연결자-68화 (68/127)

68. 고백제(4)

어둠에 삼켜져있던 거대 도시는, 잔잔한 수면에 던져진 돌에서 파생된 파

문이 퍼지듯 중앙에서 퍼져오는 열기에 휩싸여졌다. 사람이 없는 것처럼

도시의 성벽부근은 괴괴하여 유령도시를 연상케 하는 반면, 도시의 중심

으로 들어설수록 휘황찬란한 등불로 밝히어져 떠들썩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초저녁부터 조금씩 달아오른 사람들의 흥분은 최고조에 이르러 축제의 막

바지에 다다라있었다. 광장 주변은 그곳을 둘러싸고 있는 가로수 길에 색

지로 장식한 오색등을 달아서 은은한 분위기를 연출하였고 그곳에서 잠깐

만 나서면 먹거리를 파는 행상인들과 처음 보는 유흥거리를 쌓아올리고

사람들을 유혹하는 노점상들이 즐비하여 사람들의 흥취를 돋우었다. 간혹

소수의 연인들은 어둠을 틈타 자신들만의 시간을 갖지만 사람들의 관심의

대부분은 광장 정면에 위치한 무대에 쏠려있었다.

축제도 자정으로 접어들어, 거의 끝났다고 생각할 무렵 이외의 사람이 단

위에 올라섰다. 고백제의 참가는 연령의 제한은 없었다. 청년들이 대부분

이라고는 하나,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남성이라면 누구나 참가가 가능한

것이다. 축제 진행 위원회에 여성의 이름이 쓰여진 리본만 제출하면 말이

다.

축제의 마지막에는 신청자들 중에서 베스트 커플을 뽑는데 이것은 그때까

지 구경만 하던 관객이 직접 참여하는 것으로 투표용지에 제일 어울린다

고 생각하는 커플을 적어내야 한다. 베스트 커플에겐 명예가 주어지는데,

상품도 여성들이 좋아하는 화장품류나 혹은 일류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드

레스등 꽤 고급이어서 대부분의 남성 신청자들은 자신의 파트너에게 그것

을 선물하기위해 단위로 올라서면서부터 관객들의 관심을 얻고자 한다.

그들 중에는 특이한 분장을 했다던가 마술을 보이는 사람도 있었고 멋진

자세로 단위로 올라서는 등 기발한 아이디어가 속출했지만 이번에 단위로

올라선 이는 다른 이유로 관심을 집중시켰다.

시간이 꽤 경과하여 집으로 가려고 했던 사람들도 걸음을 멈추고 새로 올

라온 신청자를 바라보았다.

갑자기 소란스러워진 사람들을 따라 단 위를 올려다 본 세스는 믿을 수

없는 사실에 경악해하며 굳어져버렸다.

"세실리아? 왜 그래?"

디아스와 얀을 찾느라 주위를 신경쓰지 못했던 헬레나는 세스의 반응에

의아해 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주위를 둘러보자 주변사람들도 마찬가지였

다. 서로의 몸을 밀치며 조금 더 앞으로 가서 자세히 보려고 애를 쓰고

있었는데 좀 전보다 더욱 시끄러워져 시장바닥이 따로 없었다. 잠시 세스

의 몸을 흔들어 보던 헬레나는 그의 시선을 따라가 보았다.

곧 그녀는 놀라워하며 세스가 원치 않던 답을 뱉어내었다.

"엇, 얀이잖아?"

헬레나의 확인성 발언에 세스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왠지 불안해

진다. 원하는 여성이 있어 올라갔을 경우도 있지만 얀은 이곳에 와서 아

는 여성이라곤 헬레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헬레나는 디아스가 마음을 두

고 있는 소녀이다. 그의 마음을 잘 알고 있는 얀이 예의에 어긋나는 짓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헬레나 이외의 인물이라는 건데....

생각나는 여자가 없다;

얀이 떠날 때의 모습이 마음에 걸린다. 디아스를 찾으러 갔던 그가 왜 저

위에 올라간 것인지... 세스의 머릿속에서 하나의 가설이 떠오른다.

설마? 아니겠지. 아닐거야?! 괜한 생각이겠지?

세스는 고개를 흔들어 자신의 추측을 부정했다. 얀도 생각이 있다면 그런

짓은 안할 것이다. 어쌔신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일부러 변장까지 했는

데 잡아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아니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들킬 것을 감수

하면서까지 자신을 불러내겠는가. 불안해져 오는 마음을 애써 부정하며

세스는 자신의 마지막 결론을 믿고싶었다. 그때 세차게 자신을 흔드는 진

동을 느끼곤 고개를 돌려 자신을 흔드는 장본인을 바라보았다. 헬레나가

흥분된 얼굴로 보고 있었다. 그녀는 무대 쪽을 가리키며 자신의 일처럼

뛸 듯이 기뻐하며 소리쳤다.

"세실리아 들리지 않아? 널 호명하고 있다고."

뭐?

그의 얼굴에 경악이 떠올랐다. 신이시여 맙소사, 왜 저에게 이런 시련을 주십니까.

그, 그래. 아무도 모르게 도망쳐야겠다. 태연하게 행동한다면 내가 누군지

모를테니까. 세스는 자신이 여행자라는 이점을 이용하기로 했다. 사람들은

이름만 듣고 누군지를 모를테니까. 세스는 얼굴에 철판을 깔고 나 몰라라 했다.

무대에서 진행을 맡은 사회자의 목소리는 확성 마법을 걸어놓은 마이크를

이용하기 때문에 멀리 있어도 옆에서 듣는 것처럼 잘 들린다. 그러니까

아주 멀리 떨어지지 않는 이상 광장에서 하는 말을 못들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무대아래에서 반응이 없자 사회자는 난감해 하며 더욱 자세한 이

야기를 설명해 나가기 시작했다.

"세실리아님? 세실리아 듀란테드 카필로아님. 어서 나오십시오. 자신이 맞

는 건가 하는 의심쩍은 생각이 들어서 못 나오시는 거라면 접수된 리본에

대해 설명해 드리죠. 이 리본의 특징은 군청색의 비단천에 특이하게 피로

이름이 쓰여져 있군요. 결의가 대단합니다. 이런 분을 모시지 않는다면 정

말 후회하겠는데요. 여러분의 협조가 필요한데 이 리본의 주인공을 아시

는 분은 속히 그분에게 무대위로 올라와 달라고 전해주십시오."

리본에 피로 이름을 쓰는 장면이 기억에 남았었는지, 자신들의 주위에서

리본의 주인공을 찾던 이들은 곧 세스를 발견해 내고, 용기를 내서 올라

가라며 격려하기 시작했다. 아마 부끄러워서 올라가지 못한 것으로 생각

했나 보다. 세스가 리본의 주인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의 주위에서

소수였지만 관중들은 그 사실을 알게되자 세스의 등을 떠밀다시피 해서

무대 위에 올려보내고 말았다. 세스는 난처해하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에 단위에 올라서고 말았다.

"와!"

두 사람의 선남선녀(善男善女)의 모습에 사람들의 탄성이 흘러나왔다. 한

눈에 봐서도 '잘 어울리는 커플이다' 라는 생각이들 정도였다. 처음에 얀

이 올라왔을 때는 의아해 하던 그들이었는데, 지금은 일이 어떻게 진행될

까하는 기대로 가득 차있었다. 옷을 입을 걸로 보나 행동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이 꽤 부유한 집 자제로 보이는 데다, 소녀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

기에 충분할 정도로 미남인데 뭐가 부족해서 고백제까지 나왔는지, 그가

부탁만하면 뭐든지 들어줄 것 같은데...하며 그의 행동에 의문을 품던 사

람들도 단 위로 올라선 세스를 보고 납득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세스가 예의바르게 관객을 향해 인사를 하자 사람들은 더욱 환호성을 질

렀다. 그녀의 모습은 앞서 올라왔던 어떤 여성들보다 아름다웠다. 지금 무

대 위에 서있는 소년과 비견될 정도로.

넘실거리는 플라티나 브론드의 머리카락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찰랑거리

며 그녀를 비추는 조명의 빛을 반사해냈고 진주빛의 투명한 피부는 여성

들의 부러움을 살 정도로 고와보였다. 살짝 움직인 손끝 하나의 동작에서

도 흘러나오는 것 같은 기품, 마치 소국(小國)에서 온 공주님 같았다.

자신의 짝이 올라오자 어색해하는 얀을 보며 웃음을 터트린 구경꾼들은

그의 기운을 북돋아 주기 위해 격려의 말을 던졌다.

"잘해 보라구."

"멀찌감치 서있지 말고 붙어."

그리고 눈을 반짝이며 자신들의 눈앞에 서있는 소년이 어떤 프로포즈를

펼치까 기대를 한다. 소년은 소녀의 눈치를 보며 서있다가 사람들의 호응

에 힘입어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섰다.

세스는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눈빛으로 얀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이번 일은 어떻게 된 거야? 책임질 수 있어? 하는 압력이 담겨있었고 그

뜻을 알아차린 얀은 죽은 듯 고개를 푹 수그리고 시선을 어디에 둬야할지

어쩔 줄 몰라하였다.

남자쪽은 미적지근한데 여성은 그와 반대로 정렬적으로 그에게 뜨거운 눈

빛을 보내자 구경꾼들은 환성(歡聲)을 질렀다.

얀이 용기를 내어 다가서자 세스는 쥐를 노리는 고양이처럼 그의 행동 하

나하나를 지켜보았다. 얀은 그에게 한마디 외치며 다다다 달려간다.

"친구."

스륵.

세스는 슬쩍 몸을 비틀며 피해냈고 달려나간 얀은 관성을 이기지 못해 팔

을 벌린 채 세스를 지나쳐 멈춰섰다.

앗, 애교로는 안 넘어가잖아.

세스의 행동에서 첫 번째 작전이 성공할 기미가 안보이자, 다음 작전으로

넘어갔다.

글썽글썽.

연기력도 풍부하지... 얀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있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선 수절을 하는 미망인의 절기(絶技)! 허벅지 꼬집기가 시전되

고 있었다.

세스를 처량하게 바라보던 얀은 관중들에게 들리지 않을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세스, 어쩔 수 없었다구. 디아스가 아직 나타나질 않았단 말이야, 부탁을

받은 난 시간을 끌기 위해서 무슨 수라도 써야 했어, 그래서 생각해 낸게

이것뿐이란 말이야. 이해해줄 수 없어?"

얀의 변명에 화를 살짝 누그러뜨리던 세스는 다음 말에 눈을 부릅떴다.

"그리고 남들한테 네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구. 네가 얼마나 예쁜데, 난 자

랑하고 싶단말이야."

얀이 눈이 반짝거리며 흥분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 그렇다. 얀이 자신을 끌어드린 이유는 그 뭐도 아닌 재미있고 싶어서

다. 처음엔 친구를 생각해준다고 납득을 하던 세스도 뒤이어진 말에 눈썹

을 치켜세우다 이해심 깊은 자신이 참기로 했다.

"그래도 나에게 상의는 했어야지. 갑자기 불려나오면 내가 당황할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

"미안해."

머리를 푹 수그리고 반성을 한다.

무대 위에서 낮은 목소리로 얘기를 주고받던 얀과 세스의 분위기가 숙연

해지자 그들의 사정을 알 길 없는 구경꾼들은 의아해했다. 분위기가 저조

한 커플은 처음인 것이다. 남성은 여성에서 사정을 하고 여성은 남성의

말에 코방귀를 뀌며 화를 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관객들은 남자가

바람을 피워서 비는 것이라고 지레짐작을 했다.

기가 죽어있던 얀이 고개를 번쩍들고 생기가 가득한 눈으로 웃으며 세스

를 바라본다.

"사과의 의미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를 들려줄게."

"...?"

세스는 지적호기심이 많으니까, 처음 듣는 언어의 노래에 흥미를 가지겠

지? 그러면 화도 풀릴거구? 얀은 평소 자신이 알고 있던 단 하나의 팝송

을 불러주기로 마음먹었다.

얀은 뒤로 천천히 물러섰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세스에게 시선을 맞부딪

쳐갔다. 세스는 말하자마자 행동을 하는 얀 때문에 당황해하는 기색이 역

력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노래를 부른다면 자신을 위한 사랑의 세레나데로 보일

것이다. 자신을 알아볼 사람은 없겠지만 그래도 남자한테 노래를 선물로

받는다니.... 묘한 기분에 젖어든다. 세스는 그를 보며 난감해 하고 있었다.

얀은 그런 세스의 표정을 보고는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숨을 가

다듬고 수많은 관객들은 관계치 않고 세스만을 위한 콘서트(concert)

를 열었다.

다물어져 있던 그의 입술이 천천히 열린다.

감미로운 음성이 흘러나온다.

Fly me to the moon

나를 저 달로 데려가주세요

And let me play among the stars

그리고 별들사이에서 놀게 해주세요

Let me see what Spring is like On Jupiter and Mars

목성과 화성에서의 봄이 어떤지 보게 해주세요

in other words, hold my hand!

바꿔 말하자면, 내 손을 잡아줘요

in other words, darling, kiss me

바꿔 말하자면, 자기, 키스해줘요

Fill my heart with song

노래로 내마음을 채워줘요

And let me sing forevermore

그리곤 영원히 노래부르게 해줘요

You are all I long for

당신은 내 그리움의 모든 것이며

All I worship and adore

내 존경과 숭배의 모든 것입니다

In other words, please be true!

바꿔 말하자면, 진실로 대해줘요

In other words, I love you!

바꿔 말하자면 당신을 사랑해요

밤을 타고 노래는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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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로도 유명한 Fly me to the moon 의 가사입니다. 젤 좋아해요.

(한페이지나 가사로 떼워먹었습니다. 흐흐흐 그래서 일까요? 저장을

잘못해서 다시 쳤어 ㅠㅠ)

담은 편은 수정하느라고 조금 느리게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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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y in dreams(차원연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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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제너시스  Date : 09-09-2001 16:41  Line : 431  Read : 3153

[72] <차원 연결자-69.고백제(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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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이 쬐끔 바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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