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연결자-74화 (74/127)

<74> 사투

제롬은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그리고 이를 악물고 잘 올라가지도 않

는 왼팔을 가까스로 들어올려 두 손으로 검을 움켜쥐었다.

"좋은 마음가짐이야. 내 상대가 되려면 그 정도는 해야지."

벤투자는 제롬의 기백이 전해져오자 기특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힘이 미치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끝까지 최후의 발악을 하는 애완동

물은 자신에게 즐거움을 가져다준다.

제롬은 벤투자의 말을 흘려들으며 마지막 한방울의 힘까지 체내에 갈무

리했다. 그리고 천천히 벤투자의 거동을 보며 기회를 노렸다.

그러나 자신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방어도 하지 않는 그녀를 보

자 잠시동안 난감해 하던 그는 조용히 호흡을 가다듬으며 정신을 집중했

다.

마음을 정한 순간 그는 움직였다. 다쳤다고 보기 힘들 정도로 빠른 움직

임을 보이며 제롬은 벤투자에게 접근했다.

허리부근을 노리는 검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를 내며 벤투자를 위협했

다. 그러나 그녀는 사뿐히 스텝을 옮겨 그 자리를 모면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

그녀는 약과한 것이 있었다. 제롬이 상처들로 인해 온몸이 너절해질 대

로 너절해진지라 그이상의 공격이 없으리라 본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섬광도 같은 찌르기.

제롬의 검이 벤투자의 복부를 향해 번개같이 돌진했다.

"윽"

벤투자는 허리를 깊숙이 숙이고 신음성을 내뱉었다. 벤투자의 모습을 보

고있던 제롬은 생각지도 못했던 공격이 통하자, 예상외의 결과에 몸이

굳어져 그녀를 바라보았다.

벤투자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깊은 아픔을 내포하

고 있었다. 제롬은 자신도 그녀이상으로 당한 처지인데도 불구하고 그녀

의 눈동자를 보자 죄책감에 사로잡혔다. 제롬은 주춤 뒤로 한발자국 물

러섰다.

하지만, 그런 느낌도 잠시 그녀를 바라보고 있던 제롬의 표정이 바뀌었

다.

가냘픈 손가락에 끼인 검날, 찔렀다고 생각된 느낌이 이것이었나....

벤투자는 생글생글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시선을 아래로 내리자 제롬

의 검이 그녀의 손가락 사이에 잡혀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녀는 검

을 제롬에게 던져주었다.

"어때 내 연기력 좋았어? 이만하면 연극배우로 나서도 될것같지? 마지

막 공격 좋았어. 민첩함도 있었지만 상대방의 허를 찔렀거든. 하지만...

문제점이라면 상대방에겐 그 허가 안 통한다는 걸까? 그렇지만... 나도

이 이상은 사절이야. 가지고 놀던 애완동물한테 물리는 것은 기분 드럽

거근."

벤투자는 위험한 미소를 지으며 검을 살짝 흔들었다. 그러자 그녀가 잡

고 있던 손잡이로부터 올라온, 검은 마력이 검날을 타고 뱀이 똬리를 틀

듯 빙글빙글 검끝까지 올라갔다.

"간닷."

그녀는 표정을 굳히며, 낮은 자세를 취하며 잡고 있던 검을, 돌진하며

쳐 올렸다. 그러자 무시무시한 검풍이 회오리 치며, 제롬이 들고 있던 위

에서 아래로 내려찍은 검과 맞부딪혔다. 제롬은 자신의 능력을 극한까

지 올리며 검기로 검을 보호했다. 마나와 마력의 충돌은 주위에 격심한

충격파를 가져다주었다. 기류가 격심하게 흐르며 그들을 둘러싸고 흙 구

름의 융단이 바닥에 자욱히 깔렸다.

벤투자의 검을 온힘을 다해 막아내던 제롬은 그녀의 검기에 위해 자신

의 검기가 잘리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이를 악물고 그녀의 검에 대항했

다. 제롬의 검이 더욱 푸르게 불타오른다.

하지만 이미 승부는 나있었다. 잠시동안 호각지세는 아침의 안개처럼 사

라지고, 제롬은 결국 그녀를 당해내지 못하고 뒤로 날아가 버렸다. 3m

나 뒤로 주르륵 밀린 그의 몸은 성한 곳이 없이 없었다.

"흠, 막았다는 건가?"

벤투자는 놀랍다는 듯 제롬을 바라보았다.

쿨럭.

비틀거리며 일어선 제롬을 땅에 피를 뱉어냈다. 그 모습을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관찰하고 있던 벤투자는 검을 고쳐 잡고 제롬을 가리키며 말했

다.

"이번 공격까지 막아내면 네 실력을 인정해 줄께."

훗, 막아내면.... 내게 그럴 힘이 남아있나.

제롬은 헛웃음을 지으며 힘없는 자세를 고정했다.

여유로운 모습으로 팔짱을 낀 채 서있던 벤투자는 팔을 풀며 말했다.

"다음 생에서나 보자고."

벤투자의 눈매가 매서워졌다. 그녀는 자세를 가다듬은 후 정신을 집중하

며 제롬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다음순간 제롬의 등뒤로 다가와 있었다.

채챙.

등뒤로 내린 제롬의 검이 그녀의 검을 막아내었다. 그는 엉켜있던 몸을

풀며 그녀의 검을 비켜가게 하려고 노력했다. 가볍게 찔러 들어오는 벤

투자의 검의 날을 타고, 검을 옆으로 눕혀 그녀의 검의 무게중심을 지긋

이 눌러준 뒤, 제롬은 그녀의 검에 반동을 주어 그것에서 얻은 가속으로

빠른 속도로 칼을 튕겨서 벤투자의 목을 가르려 했다.

팡.

그러나 어느새 회수를 한 벤투자의 검은 굳건히 자신의 주인을 지키고

있었다.

벤투자는 양손으로 검의 손잡이와 검끝을 잡아 제롬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빠른 속도로 들어온 공격을 막아내려 검의 원심력을 이용했기

때문에 검의 쓰임새가 아닌 봉의 쓰임새가 되고 말았다.

순간 벤투자의 눈빛이 번득였다. 그녀는 검을 옆으로 눕혀서 비스듬하

게 제롬의 롱소드를 올려쳐 내고 그대로 제롬의 가슴을 향해 횡으로 휘

둘렀다.

치익.

제롬의 앞자락이 길게 잘라졌다. 그의 가슴에 혈흔이 생겼다. 그나마 제

롬의 빠른 회피동작 때문에 몸이 반토막이 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

겨야 했다.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제롬을 향해 벤투자의 연속공격이 들

어왔다.

그녀는 파공성을 일으키며 제롬을 향해 무지막지한 일검을 날렸다.

푹.

제롬의 힘으로 막는 것은 무리였는지, 벤투자가 내려치는 순간 재빠르

게 대응했던 것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검은, 그녀의 검을 가로막고 있던

제롬의 검을 반토막내며 그의 복부를 깊숙이 찔렀다. 벤투자의 검을 막

아내어 상해있던 검날이 그 수명을 다한 것이다.

제롬은 순간 비틀거리며 벤투자의 품안으로 쓰러졌다. 그녀의 어깨에 이

마를 기대며, 점차 제롬의 몸에서 힘이 빠져나간다. 벤투자의 몸에 기대

고 있던 제롬의 몸이 들썩였다.

"제롬!!!"

루쉐의 비명이 메아리쳤다. 그 소리를 흥미로운 듯 물끄러미 바라보던

벤투자는 자신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있는 제롬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의 적갈색 머리카락 쥐고 그의 머리를 들어올렸다. 그녀는 귓가에 조

용히 속삭였다.

"마지막 발악인가?"

"마지...막 발악...치곤 제법인 것... 아닙니....까?"

벤투자의 입꼬리 끝이 살짝 올라갔다.

"글세.... 내가 만약 인간이었다면 그렇겠지...."

그녀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몸에 기대어 있던 제롬을 밀었다.

털썩.

나무둥치가 쓰러지듯 제롬은 힘없이 뒤로 넘어갔다.

벤투자는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보았다. 몇 백년동안 전쟁에 임하지 않

아 몸이 녹슬었었나 보군. 한낱 마물조차 자신의 몸에 흠집을 내지못했

는데, 그보다 약한 인간이....

그녀는 천천히 제롬에게 다가갔다.

"그것..을 보고 '살...을 주고 뼈를..... 취한다'고 말...하는 겁니...다."

제롬은 입가에 피를 흘리며 힘겹게 말했다.

복부에 검을 맞은 순간 그녀의 가슴쪽으로 쓰러지면서 체내의 갈무리해

두었던 마지막 한방울의 마나까지 긁어모아 반토막의 칼에 쏟아 부었

다. 질것이 자명했기에 동귀어진(同歸於盡)의 수를 쓴 것이다. 자신은

어떻게 되더라도 루쉐만이라도 살리려 한 것이다.

그러나 생각대로 목표물에 정확히 명중은 했지만 자신의 상대는 생각보

다 괴물이었던 같다.

제롬은 서글픈 웃음을 지으며 벤투자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제롬의 눈동자에 차가운 시선을 맞추다가 그의 가슴에 발을 올려

놓고 복부에 박혀있던 자신의 검을 빼들었다. 한걸음 뒤로 물러선 벤투

자는 자신의 왼쪽 가슴에 꽂아져 있던 검을 생각에 잠긴 눈으로 바라보

다 인정사정없이 빼내었다. 잠시동안 그것을 내려다보던 그녀는 자조적

인 웃음을 지으며 그것을 등뒤로 내던졌다.

피슛.

그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피분수가 제롬의 얼굴을 적셨다. 하지만 벤

투자가 몇마디를 중얼거리자 눈에 뛰게 피가 줄어들고 상처가 천천히 아

물었다.

"내가 방심했었던 것 같군."

벤투자가 다가서자 제롬은 일어서려 힘겹게 노력했지만, 이미 그의 몸

은 통제를 벗어나 있었다.

"이런, 이것으로 끝이군."

벤투자는 낮은 소리로 중얼거리곤 제롬을 향해 검을 횡으로 휘둘렀다.

"쨍그랑"

"무슨 일이야. 얀?"

얀은 호흡을 거칠게 쉬며 가슴을 움켜쥐었다.

쿨럭.

얀은 급히 자신의 손수건으로 입을 막았다. 그의 손수건이 젖어 들어갔

다. 고요한 여관방 안에서 얀의 괴로운 기침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격한 기침을 하던 얀은 고비를 넘겼는지, 해탈의 경지에 오른 표정을 지

었다. 그리고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돌려 세스를 바라보았다. 침대 곁

의자에 앉아있던 세스는 어느새 얀이 누워있는 침대 곁으로 다급히 다가

와 있었다.

"햐, 숨 한번 쉬기 힘드네. 풋, 세스... 그런 표정... 짓지 말라니까. 누가

기침 한번 했다고 죽냐?"

"...하지만... 안색이 창백한걸... 그들을 따돌린답시고 너무 무리했어.

내 잘못이 커."

"암, 찐득이도 그런 왕찐득이도 없었지. 하지만 그 덕분에 지금은 이렇

게 쉴 수 있는거잖아. 오히려 내가 미안한걸 나 때문에 일정이 늦어지는

거잖아."

"짜식, 걱정하기는... 그럴 여유가 있으면 몸이나 추슬러라. 힘들면 말이

나 할것이지 병이나 키워놓구."

세스는 피식 웃음을 터트리고는 얀의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그는 얀이

떨어뜨린 컵을 들어올렸다.

"컵을 들 힘조차 없으니...이거 큰일이구나."

세스는 걱정스런 낯빛으로 얀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얀은 세차게 머리

를 흔들며 황급히 부인했다.

"아냐. 손에서 미끄러졌을 뿐이라구...."

얀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며 세스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갑자기 불길한 기분이 들어서 말이야...."

-------------------------------------------------------------------------

에휴, 수정을 하려다가 이제는 포기... 너무 많아ㅠㅠ 그냥 올립니다.

벤투자 대사에서요 기분 드럽군은 그냥, 드럽군으로 쓴거랍니다.

--------------------------------------------------------------------------------

Back : 78 : <차원연결자-75.어린날의 정경>- (written by 제너시스)

Next : 76 : <차원 연결자-73.다가오는 절망> (written by 제너시스)

--------------------------------------------------------------------------------

--------------------------------------------------------------------------------

Total access : 314051 , Current date and time : Tuesday 9th April 2002 15:27:41

--------------------------------------------------------------------------------

Copyright 1998-2002 HolyNet . All rights reserved.

Fantasy in dreams(차원연결자)

아래 글의 저작권은 작가분께 있으며,

무단 링크나 작자의 허락없이 퍼가는 것을 금합니다.

--------------------------------------------------------------------------------

Name : 제너시스  Date : 09-09-2001 16:59  Line : 276  Read : 3127

[78] <차원연결자-75.어린날의 정경>-

--------------------------------------------------------------------------------

--------------------------------------------------------------------------------

Ip address : 211.183.163.81

Browser version : Mozilla/4.0 (compatible; MSIE 5.5; Windows 98; KORNET)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