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뜻밖의 구원(2)
무표정한 얼굴의 소년은 루쉐의 곁으로 다가와, 주저앉아있는 루쉐의 팔
을 거머쥐고 일으켜 세웠다. 넋이 나가 있는 루쉐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
라보던 그는 오른손을 들어 루쉐의 볼을 가볍게 때렸다.
루쉐는 정신이 들자 소년을 뿌리치고, 누워있는 제롬에게 황급히 매달렸
다. 그녀는 자신의 옷을 찢어 제롬의 상처를 막으려했다. 하지만 이미 때
는 늦어있었다. 창백하게 질린 제롬의 손과 발은 점차 식고 있었고 경련
을 일으키고 있었다.
"죽었어. 신경 쓰지 말고 일어서지..."
"싫어, 죽긴 누가 죽어. 아직 이렇게 숨을 쉬고 있잖아. 당신도 서 있지
만 말고 좀 도와줘."
"다행히도 심장 옆 관통상이지만.... 출혈이 커. 복부 출혈, 골절, 각 부위
에 검상등... 그의 몸에 나있는 자상만 보더라도 수십 곳이 넘는다. 넌 눈
을 장식으로 달고 다니나? 더구나 내장과 내부기관이 걸레처럼 헤집어
져있다. 지금 숨쉬는 것만 해도 기적이다."
"아냐, 그럴 리 없어. 제롬이 죽을 리 없다구. 아니, 죽는 다고해도 내가
살려낼 거야."
"기적을 바라는가? 죽은 사람은 살아날 수 없어. 그게 자연의 법칙이다."
그는 냉정하게 말을 하며 루쉐의 허리를 잡고 일으켜 세웠다. 루쉐는 반
항하며 두 손으로 소년의 가슴을 쳤다.
"살려내야만 해. 내 목숨과 바꿔서라도 살려낼 거야. 누구든지 제발 도와줘
!!"
그건 분명 억지였다. 제롬의 얼굴에는 이미 사신의 그림자가 스며들고
있었다. 하지만 루쉐는 소년에게 제롬의 생명이 달려있기라도 한 듯 애
걸복걸했다. 그는 자신에게 매달리는 루쉐를 귀찮다는 듯이 내려보다 무
슨 생각에선지 루쉐의 팔목을 거머쥐어 들어올렸다. 루쉐의 움직임이 멈
춰졌다. 놀란 표정으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그녀에게 소년은 시선을 맞추
었다. 그는 가만히 루쉐의 검은 눈동자를 내려다보았다.
진심이 담겨있는 눈동자....
차가운 표정으로 내려다보던 그가 입을 열었다.
"부탁인가 명령인가? 명령이라면 이행하지."
루쉐는 울음을 삼켰다.
".........?!"
루쉐는 눈물을 닦아내며 그를 바라보았다.
"...명령....이야."
소년은 루쉐를 놓아주고 잠자코 루쉐와 제롬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결심
을 굳혔는지 그는 루쉐를 밀어내고 제롬의 곁으로 갔다. 그리고 그의 곁
에 무릎을 꿇고 앉아 눈꺼풀을 올리고 눈동자를 들여다보았다.
소년은 고개를 돌려 루쉐를 바라보며 말했다.
"네가 있으면 치료하기가 불편해. 자리 좀 비켜 줘."
"사, 살릴 수 있는 거야?"
"흠... 글쎄, 해봐야 알겠지..... "
말끝을 흐리던 그는 미간을 좁히며 제롬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소년
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지금부터의 장면은 네가 보기엔 거북스러울지도 몰라, 피하는 것이 좋
을 거다."
루쉐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싫어. 혹,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잖아. 끝까지 제롬 곁에 있을 거야."
"그래....?"
소년의 입가에 냉소적인 미소가 떠올랐다.
'그의 명령이 있었으니. 이쯤은 감수해야 되겠지. 어차피 나와 같은 처지
가 될 테니, 숨겨 봤자 그게 그거고. 좋아, 일족(一族)의 규율쯤은 생략
하기로 하지.'
소년은 혼잣말을 하며 자리에서 서서히 일어섰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차가운 눈빛으로 루쉐를 바라보았다.
"그럼 지금부터, 명령을 수행하지..."
잠시 난감한 표정으로 제롬을 내려다보던 소년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제
롬 곁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손을 뻗어 조심스럽게 제롬의 옷을 벗겨나
갔다.
루쉐는 잠자코 바라보았다. 소년이, 제롬의 웃옷을 다 벗기고 아랫도리
마저 벗기고 있을 때 루쉐의 얼굴은 점차 굳어져 갔다. 어느덧 제롬은 태
어났을 때와 같은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있었다. 그 모습을 말없이 지켜
보고 있던 루쉐는 볼을 붉히며 얼굴을 황급히 돌렸다.
그녀의 귓가에 옷자락이 스치는 소리가 들렸다.
엥? 제롬의 옷은 이미 다 벗겼는데....
루쉐는 의아해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풀썩.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녀의 귀에, 더욱 크게 옷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소
리가 들렸다. 그녀는 이상한 예감에 고개를 홱 돌렸다.
꽤액!
"자, 자, 자, 자, 자 잠깐!!!"
반나신이 된 소년은 의아해 하며 루쉐를 바라보았다. 루쉐는 소년을 삿
대질하며 말을 더듬거렸다.
"나, 나, 나, 나, 난..."
"난 뭐?"
그는 뚱하니 말을 던진다.
뭐야, 부끄러움도 없는 건가?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루쉐는 소리쳤다.
"이, 이보라구. 난 너에게 치료하라고 했지. 그렇게 온몸으로 서비스하라
고 하지 않았어. 그가 아무리 총각일지라도... 죽기 전에 그렇게 총각딱
지를 뗀다고 해도 결코 좋아하지 않은 거야!"
"하하하하."
소년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그 모습을 화난 얼굴로
바라보고 있던 루쉐는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뭐가 우스워!"
그는 눈물을 닦아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귀엽군. 이래서 그(페이든황태자)가 너를 좋아하는 건가?"
"뭐야?!!"
루쉐는 그가 나지막하게 말하자 자신에게 나쁜 뜻일 거라고 짐작하고, 눈에
불을 켜고 소년을 노려보았다. 소년은 싸늘한 눈빛으로 맞받아 쳤다.
"이 사람(제롬)을 죽이고 싶은 건가? 그를 살려달라고 말한 건 네가 아닌가? "
"하지만.... 난 이런 방법이라면 사양하겠어."
"입닥쳐. 나라고 좋아서 하는 것이 아니니까... 죽을 사람 살리는 걸 너무 쉽게 생각하는 군."
굳어진 얼굴로 소년은 고개를 돌렸다. 말문이 막힌 루쉐는 소년이 고개
를 돌리기 전, 잠깐 사이에 그의 표정에서 씁쓰름함을 발견하고 입을 다
물었다.
"난 경고했어. 여기서 도망치느냐? 지켜보느냐는 네 맘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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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 야한? 이라고 생각하셨다면 그것이 함정.... 우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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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y in dreams(차원연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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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제너시스 Date : 10-09-2001 20:18 Line : 308 Read : 2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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