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연결자-78화 (78/127)

<78>절대절명의 위기...

제롬을 무심(無心)히 내려다보던 소년은 그의 곁에 무릎을 꿇었다. 소년

은 발치에 떨어져 있는 제롬의 반토막이 난 검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그것을 들어 자신의 팔에 대고 그어 버렸다.

햇빛을 받지 못해 새하얀 속살을 배경으로 새빨간 혈선(血線)이 그려졌

다.

소년은 자신의 팔을 타고 흐르는 뜨거운 피를 제롬의 왼쪽 가슴에 떨어

뜨렸다. 그는 제롬의 가슴에 손을 대고 자기만 들을 수 있는 음성으로 낮

게 중얼거렸다. 그러자 갑자기 손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그는 더욱 정

신을 집중하며, 손을 천천히 가져가 상처를 덮었다. 흰빛의 입자에 둘러

싸인 그의 손이 닿자 그곳은 눈에 띄게 아물어갔다.

반면에,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는 소년의 얼굴에 변화가 나타났다.

처음에는 묵묵히 상처를 어루만지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에 비

례해, 이마에 맺힌 굵은 땀방울의 수는 늘어났다. 이를 악물고 있는 그

의 입가에서 실같은 핏줄기가 흘러내린다.

팔에서 떨어지던 피가 점차 줄어들고 딱지가 않기 시작하자 그는 이번

엔 반대쪽 팔목을 그었다. 그의 피는 제롬의 복부에 쏟아졌다. 깊게 뚫려

있던 복부의 검상에 새살이 오르며 메워져갔다. 그런 식으로 소년은 제

롬의 몸에 나있는 수십 곳의 상처를 일일이 치료하였다. 제롬의 몸은 소

년의 피로 물들어갔고, 그의 손이 지나간 자리는 놀라울 정도로 말끔하

게 치료되었다. 치료가 진행될수록 그의 몸에는 베여진 자국이 늘어났

다.

루쉐는 처음 보는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들어본 적도 없는 광경이

다. 이렇게 괴기스러운 치료방법은 상상도 해본적 없다.

신성력에 위한 힘도, 그렇다고 마법에 위한 치료도 아니다. 더구나 아무

리 상처를 잘 치료한다고 해도 자국은 남는다. 그런데.... 소년의 치료를

받은 제롬의 몸에는 상처가 있던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다.

고행으로 얻어지는, 기적처럼 보이는 치료행위.... 과장이 아니다. 이 정

도의 실력이라면 온 대륙 안이 떠들썩할텐데.... 그래야만 마땅한데, 소

문에서라도 들어본 적이 없다.

죽었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처다. 처음에는 거의 죽어가고 있는 제롬

때문에 눈이 뒤집혀 생각할 여유가 없었으나 제롬이 안정을 찾기 시작하

자,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잠자코 소년을 바라보던 루쉐의 얼굴에는 의문이 떠올랐다.

갑자기 나타나서 구해주고, 아무런 조건 없이 자신이 피투성이가 되어가

면서 묵묵히 치료를 한다.

처음 보는 낯선 사람... 분명 나에게 명령을 내리라고 했다...라크람 왕궁

에 소속되어진자? 하지만... 그의 외형 그 어디에서도 라크람특유의 건

강한 구릿빛을 찾을 수 없다. 소년은, 투명한 실핏줄이 들여다보일정도

로 연약해 보이는 피부를 가지고 있다.

라크람과 상관없는 사람이다. 거기다 저런 굉장한 치료를 행하다니....

그런 능력이 있으면 왕궁에 초빙되어올 확률이 높을 텐데, 자신은 들어

본적 조차 없다.

루쉐는 엄지 손톱을 깨물었다. 마음속, 궁금증만 더해간다.

...도대체 저 소년의 정체는 무엇이지?

처음엔 죽은 듯 누워있던 제롬은 치료가 진행되어감에 따라 조금씩 움직

이며 신음소리를 내었다. 납빛으로 변해가던 그의 피부는 점차 핏기가

돌았다.

거진, 밖의 상처가 다 치료되자 소년은 거칠어진 호흡을 가다듬으며 뒤

로 물러섰다.

"..끝난..거야? 너 괜찮니? 힘들어 보이는데...."

소년은 자신의 뒤로 다가온 루쉐를 보며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 ...아직 끝난 게 아니야... 가장 중요한 게 남아있으니까... 상처가 다 나

은 듯 보여도 안의 상처는 치료하지 못했다. 후우, 그의 속은 진탕되어

서 내장기관이 다 뒤죽박죽일 거다. 그걸... 낫게 하려면..."

말을 하던 그가 입을 다문다.

"하려면....??"

루쉐가 되묻는다. 루쉐의 말을 듣자 소년의 얼굴빛은 미비하게 변했다.

그는 고개를 돌리며 묵묵히 말했다.

"생각이 바뀌었어. 이제부터 위험한 부분이니까...

네가 있어봤자 신경만 쓰일 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니 자리 좀 피해

줘. 오늘하루 이 근처에 오지도 말고, 여기에 관심 가질 생각도 하지말길.

그리고 여기서 있던 일은 머리 속에서 지워버리도록 해... "

말을 하는 소년의 표정에는 이미 방금 전의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 그

는 차가운 하늘빛 눈동자를 힐끔 돌려 루쉐를 쳐다보았다.

"만약 호기심 때문에 이 근처에 왔다간 어떻게 될지 알지? 이 사람이 죽

는다면 다 네 책임이다."

제롬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내일 정오까지 이곳에 오지마. 그리고 모포라던지 필요한 것은 네가 마

을까지 내려가서 조달해 줘. 내가 길가에 흰 천을 매어놓을 테니까. 그

아래에다 놓으면 돼."

루쉐는 갑자기 변한 그를 이상하게 생각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물러

설 수밖에 없었다. 그가 마음을 돌린다면 제롬은 그 자리에서 끝장일 테

니까.

빈 공터로 변해버린 그곳에서 제롬과 소년, 둘에게 중요하고도 괴로운

저녁이 다가오고 있었다.

"저것들 인간도 아냐."

얀은 헐떡이며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발을 놀렸다.

"눈이 부실정도의 미소년이 아파하는데, 틈도 주지 않고 공격을 해?"

쿨럭, 쿨럭.

힘을 실은 연설을 하던 얀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괴롭게 기침을 했

다. 쓰러지듯 나무에 기대서는 그를 세스는 부축하며 고개를 저었다.

"얀, 하나도 웃기지 않아. 제발 고집 그만 피우고 업히라고."

흘끔, 고개를 돌린 얀은 가늘어진 눈으로 세스를 바라보았다.

"싫어, 다 큰 남자가 체면이 말이 아니잖아."

몸은 아파서 다 죽어가면서도 고집은 살아있는지, 얀은 나무를 부여잡

고 열이 올라 상기된 얼굴을 세차게 가로 저었다.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얀과 세스의 귀에 나뭇가지가 밟혀 부러지는 소리

가 들려왔다.

"벌써 쫓아온 건가...."

낮은 음성으로 걱정스레 말을 하던 세스는 갑자기 고개를 돌려 얀을 바

라보았다. 세스가 뚫어지게 자신을 바라보자 얀은 의아해했다. 잠자코

얀을 바라보던 세스는 생긋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자 얀은 자신도 모르

게 그를 따라 생긋 웃고 말았다.

그 순간 세스는 얀을 안아들고는 정신없이 뛰기 시작했다.

헉,

"세, 세스..."

"암말하지도 마. 우선 도망치고 보는 거야."

"하아, 하아..."

정신없이 달려가던 세스는 달리던 걸음을 멈춰 세우고 신음성을 흘렸

다. 그의 발 밑은 낭떠러지... 눈앞에는 웅장한 폭포가 펼쳐져 있었다.

세스는 아무말없이 천천히 얀을 내려놓았다. 세스의 품안에서 옮겨왔던

터라 아직도 흔들리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던 얀은 비틀거리며 세스의

팔을 움켜쥐었다. 고개를 들어 세스의 얼굴을 바라본 얀은 굳어져있는

그의 얼굴을 보며 의아해했다.

"세스? 왜 그러는 거...."

이런....

세스의 시선을 따라가던 얀은 그제서야 그들에게 어떤 상황이 닥쳤는지

깨달았다. 그는 세스의 소매를 꽉 움켜쥐었다. 그리고 세스를 끌며 뒤를

돌아 '후다닥' 뛰기 시작했다.

쉬익, 투다다다.

달려나가던 얀의 발치에 숲에서 날아든 화살이 줄을 지어 박혔다. 그 바

람에 놀란 얀은 숨을 급하게 들이마셨다.

그의 몸 안에서 지금 상황에 대한 솔직한 심정이 터져 나온다.

쿨럭, 쿨럭.

얀은 급하게 손수건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숨을 쉬지 못할 정도의 기침

때문에 얀의 얼굴은 불게 달아올랐고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입술을 질

끈 깨물고 얀의 모습을 바라보던 세스는 얀의 손을 꽉 움켜쥐었다.

뒤는 낭떠러지.... 그리고 앞의 숲에는 자신을 쫓는 사냥꾼들이 매복해있다.

여기서 끝인가...

"....도망자의 신세는 오늘로 마지막이군...."

헛웃음을 지으며 세스는 낮게 읊조렸다.

대략 열 명이 넘는 사람들...

얀이 멀쩡하거나, 혼자라면 그들에게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얀은 전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거기다 자신은 얀을 데리고 무

사하게 그들에게서 빠져나갈 재주가 없다.

세스의 얼굴에 절망의 그림자가 감돌았다.

수풀이 흔들리며 사람들이 걸어나왔다. 숲 안에서 움직이기 쉬운 간편

한 복장의 사람들, 그들은 호기심이 어린 눈동자로 세스와 얀을 바라본

다.

그들 중 한 명이 손을 들어 수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서있던 사람들 중

한 사내가 다시 숲 속으로 사라져갔고, 나머지의 사람들은 얀과 세스의

퇴로를 막아섰다.

그것을 바라보던 얀의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이윽고 결심한 듯 손을 들

어올려 주문을 외려던 얀은, 그 순간 자신의 어깨에 세스의 손이 얹어지

자 의아해 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긴장한 듯 얼굴빛이 변해있는 세

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고개를 작게 가로 젖고 있었다.

"마법을 쓰고 나서 몸이 더 안 좋아 졌잖아. 그만 둬."

"하지만...."

세스는 더욱 강하게 얀의 어깨를 쥐며 고개를 흔들어 부정의 뜻을 밝혔

다.

사내들이 포위망을 좁혀오자 얀과 세스는 뒤로 한발자국 물러섰다. 그

모습을 팔짱을 끼고 뒤쪽에 서있던 사내가, 이윽고 팔을 풀며 말했다.

"거의 2년 가까이 잡히지 않아, 어쌔신도 고생시키는 자라고 해서 기대

를 했는데, 이거 보니 완전히 애군... 우리를 동원시킬 정도의 실력이라

고 들었는데 말이야... 헛소문이었던 건가?"

그러자 그의 곁에 있던 남자가 낮게 웃고는 검을 땅에 꽂았다.

"헛소문만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네가 카므리스라고 불리는 자인가?"

남자는 고개 짓으로 얀을 가리키며 말했다.

"소문대로 미인이군...."

엥? 소문??

얀이 의아해 하며 그들을 바라볼 때 세스의 눈빛은 번득였다. 그들을 둘

러보던 세스는 숨을 깊게 들이쉬고는 그들 앞에 나섰다.

"당신들이 말하는 것을 보니 어쌔신은 아니군요? 행동이나 말투에서 추

측해보건데... 용병이지요? 얼마를 받고 고용되었습니까? 제가 그 두배

를 내겠습니다. 저희들을 여기서 못 본척 해주십시오."

그 말을 듣고, 갈팡질팡하는 사내들 사이에서, 그들을 진정시키며 한명

이 나섰다. 머리를 긁적이던 사내는 멋쩍어 하며 말했다.

"이런... 미안하게되었군. 나도 그렇게 하고는 싶지만 말이야. 벌써 용병

길드로 너희들을 포위했다는 연락책을 보냈다고... 빨리 말해줬으면...

너나 우리나 좋았을 텐데 말이야. 지금쯤이면 도착했을걸. 한번 보고가

되면, 그 명령을 착실히 이행해야 하는 것이 우리 몫이야. 그렇지 않았다

간 길드에서 영원히 추방이거든..."

사내들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난처한 얼굴이 된 세스는 입술

을 질끈 깨물고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제발 제 동료만이라도 돌려보내 주십시오. 당신들의 목적

은 저만 아닙니까? 살려주신다면 보수는 두둑이 드리겠습니다."

미간을 찡그린 사내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이거, 참.... 우리들이 들었던 명령에는 너희 두 사람이 들어있어서 말이

야. 네 동료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말아. 걱정해야 할 것은 너 일텐데..."

자신의 동료들을 바라보던 그는 임무가 끝났다고 생각했는지 거칠 것 없

이 말하기 시작했다.

"의뢰자한테서 직접 내려온 지시에는 너의 목을 원한다고 쓰여있었지

만... 네 동료에 대해선 깊은 관심을 표하더군....

요 몇 개월 사이에 우리들 사이에선 네 여자, 아니, 아니.... 이거 미안한

데... 우리들 사이에선 그렇게 불리고 있거든.... 뭐 지금 네 행동을 보니

맞는 말 같기도 하고 말이야...

하여간 너를 지키고 있는 '카므리스'라는 여검사에 대해서 소문이 파다

하거든... 지금 보면 외모 빼곤 사실이 아닌 것 같지만 말이야."

힘이 없어서 비틀거리는 얀을 세스가 부축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사내

는 혀를 찼다.

"목숨에는 지장이 없겠지... 다만... 귀족의 노리개로 전락할 뿐이야. 자

존심은 상하겠지만 죽는 것보다 그게 어디인가?

카므리스의 무용은 뒷골목에서 귀가 아플 정도로 들었지. 지금 생각해보

면 과장이 심한 것 같지만 말이야. 아, 내 말이 거짓은 아닐세. 그곳에선

자네를 호위하는 미녀검사가 제일의 관심사라고... 수십 차례 포위망에

서 빠져나간 자네의 소문과 더해져서 말이지. 그만큼 자네에게 관심은

지대하다네. 더구나 처음부터 자네를 주목했던 자라면 그녀에 대해서도

호기심은 다를 테지. 자네의 여자를 그것도, 소문이 무성했던 자를 자신

의 발밑에 둔다는 것도 색다른 쾌감일테니 말이야.."

---------------------------------------------------------------

우후후, 속은 분들 많죠? 저는 음흉합니다....

제글은 무책임의 시험 대상이라고나 할까. 흥미위주로 쓰니까요.

(맞춤법? 어법? 쓸때마다 틀립니다. 내용? 연결되지 않습니다.

글 수준? 야요이를 방불케합니다. 그렇습니다.... 저 이런 사람입니

다.ㅠㅠ)

읽어주시느라 귀한 시간내주신 분덜 감사하구요.

한번 읽고 생각에서 지워버리기, 모자라는 부분 알아서 채워넣어야하는

것 알고 계시죠?

(에잉? 모르신다구요....;)

--------------------------------------------------------------------------------

Back : 82 : <차원 연결자-79.제롬의 위기> (written by 제너시스)

Next : 80 : <차원 연결자-77.뜻밖의 구원(2)> (written by 제너시스)

--------------------------------------------------------------------------------

--------------------------------------------------------------------------------

Total access : 314051 , Current date and time : Tuesday 9th April 2002 15:28:14

--------------------------------------------------------------------------------

Copyright 1998-2002 HolyNet . All rights reserved.

Fantasy in dreams(차원연결자)

아래 글의 저작권은 작가분께 있으며,

무단 링크나 작자의 허락없이 퍼가는 것을 금합니다.

--------------------------------------------------------------------------------

Name : 제너시스  Date : 10-09-2001 20:25  Line : 335  Read : 2892

[82] <차원 연결자-79.제롬의 위기>

--------------------------------------------------------------------------------

--------------------------------------------------------------------------------

Ip address : 211.183.163.81

Browser version : Mozilla/4.0 (compatible; MSIE 5.5; Windows 98; KORNET)

..Fantasy in dreams(차원연결자)-79-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