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연결자-84화 (84/127)

<84>불안

아침식사를 하는 '달그닥' 거리는 소리만이 들릴 뿐, 침묵의 서약이라도

한것 처럼 방안은 조용했다.

세스는 드래곤이라는 경이로운 생물의 출현에 억눌려 기를 못 펴고 있었

고 얀은 드래곤의 무서움을 깨달아버려 굳어있었으며 마지막으로 지금

의 이런 상태를 발생시킨 레드 드래곤 일족 키리아는 얀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 행복하다는 듯 말없이 생글생글 웃으며 얀을 바라보고 있었다.

얀의 얼굴만을 바라보던 키리아는 우울한 분위기의 주범이 자신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얀과 같이 지내려면 지금의 분위기를 타파해야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키리아는 이미지 쇄신을 위해 거만함을 떠는 드래곤 특유의 성질을 억눌

렀다.

키리아는 조심스럽게 자신이 예전, 유희중인 시절에 재미있었던 일들을

하나씩 이야기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의 이야기는 노래와 이야기로 벌어

먹고 사는 음유시인도 울고 갈 정도로 재미있었다.

처음엔 경직되어 진 채, 조용히 식사만 하던 얀과 세스는 키리아의 이야

기가 점점 더 흥미있어지자, 식사하는 것을 잊고, 귀를 기울였고. 자신

도 모르는 새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래서 말이지. 나는 녀석이 원하는 대로 녀석머리에다 폭우를 쏟아

부었어. 자신의 머리 위에만 비가 오니까 기겁하는데, 얼마나 웃기던

지..."

"푸하하, 착한 일 한 거야. 그런 사기꾼은 맛 좀 봐야해. 자신의 말이 거

짓이면 번개를 맞을 거라고 안 한게 그 사람에겐 정말 다행이네."

"훗, 그렇지..."

얀은 정말 즐겁게 웃고 있었다. 지금 모습은 자신이 반했던 그때와 같

다. 키리아는 가슴 저려오는 두근거림에 미소를 지었다. 그래, 난 이 모

습을 보기 위해 지난 시간을 견디어 왔던 거야....

키리아는 아무말 없이 부드러운 눈빛으로 얀을 바라보았다. 세스와 키득

거리며 웃던 얀은 키리아의 눈빛이 이상하자, 의아해 하며 바라보았다.

얀은 (너무 웃어서 생긴 눈물 때문에)눈가를 문지르며 말했다.

"왜 그래? 키리아?"

"아무것도 아냐...."

키리아가 웃음을 지어 보이자 얀은 조금 수상쩍어 하였지만, 그의 생각

은 얼마가지 못하였다. 키리아가 다시 다른 이야기를 꺼냈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웃던 얀은 존경스럽다는 듯 눈을 반짝이며 키리아

를 보았다.

"대단하구나 키리아. 정말 많은 것을 알고있구나. 넌 모르는 것이 없겠

다. 부러워."

훗,

키리아는 웃음을 터트리더니 고개를 저었다.

"부러워 할만한 것은 못돼. 나도 모르는 것이 있으니까."

키리아는 할아버지 같은 자애로운 표정을 지으며 얀을 올려다보았다.

(참고로 키리아는 어린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다.)

"에이, 설마."

못 믿겠다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젖는 얀을 바라보던 키리아는 턱을 문

지르며 생각에 잠기었다.

"음..... 그럼 내 말을 믿게 할, 어떤 예를 들면 좋을까...?"

고민을 하며 인상을 찌푸리던 키리아는 뭔가를 떠올렸는지 미소를 띄우

며 손바닥을 가볍게 내리쳤다.

"그래. 그게 있었구나."

"그거라니....?"

얀은 의아해 하며 키리아를 바라보았다.

"네가 가지고 있는 것들 중에서 내가 처음 보는 것이 있었어."

"내가 가지고 있는 것 중에서?"

자신에게 그런 것이 있었나? 얀은 고민을 하며 생각해내려 노력했다.

미소지은 얼굴로 그 모습을 바라보던 키리아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

다. 그가 향하는 곳은 얀이 누워있던 침대였다. 침대로 간 그는 얀이 베

개라고 생각했던, 부드러운 천에 쌓여 있는 물건을 가져왔다.

키리아가 다가오자, 얀과 세스는 의아해 하면서도 테이블 위에 있는 것

을 치웠고, 키리아는 아무 말 없이 그걸 테이블에 올려놓고 조심스럽게

천을 한 꺼풀씩 벗겨 나갔다. 여러 장의 천을 들추자 마침내 얀을 궁금하

게 하는 물건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어, 어, 이건....."

키리아가 꺼내 놓은 것은 '알'이라고 얀이 지칭하던 것, 바로 리네스가

건네주었던 랜턴대용품이었다.

"그런데... 이건 왜....?"

말을 하던 얀은 문득 깨달았다. 세스가 말하길 이런 형태의 물건은 본적

이 없다고 했다. 그 어디의 서적에서도 볼 수 없는 진귀한 것이라며 흥분

했었다. 그런데 설마, 긴 생명을 부여받아 살아가는 드래곤조차, 알지 못

하는 것이 존재한다는 말인가? 이것이 그런 거란 말이야? 얀의 얼굴에

의문이 떠올랐다. 그때, 세스의 외침소리가 들려왔다.

"야안, 알이 커져 있어."

"뭐어?"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

얀은 세스의 말을 부정하며 시선을 알에게 주었다. 순간 얀은 헛바람을

들이켰다. 분명, 세스의 품안에 있을 때만 해도 (여타 다른 동물들의 알

에 비해선 컸지만)15cm 의 작은 사이즈였던 그것은 절벽에서 정신을 잃

은 이후 며칠 지나지 않은 사이에, 대략 40cm 정도의 크기로 커져있었

다. 얀은 할말을 잃은 채 천천히 다가가 그것에 손을 얹었다. 알에서 그

전과는 다른 은은한 빛이 흘러나왔다.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는 키리아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오색 영롱한 색

이 아닌 한층 밝아졌으면서 눈에 부담을 주지 않는 그 빛을 놀랍다는 표

정으로 바라보고 있던 세스는, 키리아가 궁금해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

자, 부연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저것은 저희들이 한 동안 머물렀던 '주노'라는 곳의 폰타언덕에서 발견

한 것입니다. 발견자는 얀과 같이 있었던 리네스라는 여성이지요. 그녀

가 얀에게 저걸 주었습니다. 저것은 방금 보신 것처럼 얀에게만 반응하

고 있습니다. 무엇 때문이지는 모르지만... 얀과 관련이 있는 것임에 틀

림없을 테죠. 그리고...저것을 알이라고 지칭하고 있긴 하지만... 그 실체

를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제 기억 어디에서도, 저런 종류의 물건이 발

견되었다는 소리를 들어 본적이 없기 때문에... 알이라고 단정짓기는 어

렵겠지만.... "

"알이 맞아...."

알의 정체가 무엇인지 고심하는 듯 키리아는 미간을 좁히며 뚫어질 듯

이 알을 노려보았다.

"이것이 무엇의 알인지 말할 수는 없지만, 이것 한가지는 장담할 수 있

어. 이건 분명 알이야. 그것도 이 세상에서는 발견된 적이 없는. 내가 살

아온 동안에는 본적도 없어, 혹시 일족의 노장로들이라면... 어쩌면 아

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지금 내 생각으론 이것의 정체에 대해 정확

히 아는 사람이 없을 거야..."

"그런데, 어떻게 이것이 알이라고 단정지을 수 있는 거지?"

얀은 알을 손가락으로 '톡, 톡' 두드리며 키리아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

다. 얀은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이런 큰 알이 있단 말이야? 내가 본 것은 고작해야 주먹만한 크기를 본

것이 다라구. 거기다 이건, 며칠만에 갑자기 두배 이상 커져 버렸어. 나

도 처음엔 모양이 타원형이라, 알이라고 불렀지만 지금은 솔직히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 이런 괴상한 물건을 어떻게 알이라고 단정지을

수 있는 거야?"

키리아는 얀이 뚱해져 있는 모습을 보고는, 너무 귀엽다는 듯 웃음을 터

트렸다. 키리아의 행동은 영락없는 11살의 순진무구한 소년 그 자체였

다. 얼굴 가득히 웃음을 짓고, 웃음 때문에 몸이 들썩일 때마다 붉은 고

수머리가 흔들렸다. 무척이나 귀여운 모습이었지만, 키리아의 본 모습

은 1200년 살이나 먹은 드래곤이다. 자신의 의문점을 풀어주길 기대하

고 있던 얀은 대답없이 웃음만 짓고 있는 키리아를 보며 못마땅한 듯 고

개를 돌렸다.

"아, 미안...."

키리아는 눈가의 맺힌 눈물을 닦아내며 얀을 달래려 노력했다.

"네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내가 잠시 주체를 못하겠는 것 있지...."

사랑스러워? 넌 거울도 안 봤냐? 이중에서 제일 귀여운 것은 바로 너라

구. 남말하고 있냐? 얀은 얼굴 가득 불만을 품고 키리아를 노려보았다.

그런 얀의 모습에, 키리아는 헛기침을 하고 말을 이었다.

"너는 이렇게 큰 알을 본적 없다고 말했는데... 난 이것보다 더 큰 알을

낳는 종족을 알고있어...."

"....드...래곤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세스는 조심스레 물어보았고 키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저렇게 갑자기 커지는 현상을 보이지는 않지만 말이야.... "

키리아는 얀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의자 위에 올라가서 손을 뻗어

알에 손을 얹었다. 물론 알에서는 아무런 반응도 없다.

자신처럼 손을 뻗으면 금방 일 것을, 왜 의자에 올라가는 건지 의아해 하

던 얀은 곧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테이블의 높이는 키리아의 목높이

와 같아서 키리아가 알을 만지려면 손이 닿지 않았던 것이다. 발꿈치를

세우고 알을 만지는 키리아의 모습을 상상하던 얀은 키득키득 웃었다.

혼자서 웃고 있는 얀을 이상하다는 듯이 키리아가 바라보자, 얀은 금새

웃음을 멈추고 시치미를 뚝 떼었다. 그런 얀을 키리아가 가만히 쳐다보

고만 있자, 뒷말을 궁금해하던 세스는 키리아에게 말을 걸었다.

"그럼, 이것과 드래곤의 알 사이에 무슨 공통점이라도 보이는 겁니까?"

"어? 그렇지-. 갑자기 불어났다는 점만 빼면 거의 비슷해. 인간이라서 느

낄 수는 없겠지만, 지금 이 알은, 생명활동으로 왕성해. 며칠 내에 깨어

날 기세야. 준비해두는 것이 좋겠어."

"정말, 이것에서 뭔가가 태어난단 말이야? 세스, 네 노력이 결실을 보았

나 보다. 기분이 어떻냐? 네 자식이나 마찬가지인데..."

"무, 무슨...."

세스는 얼굴을 붉혔다. 그러자 가만히 알을 지켜보고 있던 키리아가 고

개를 가로 저으며 반대의 의견을 피력했다.

"내가.... 볼 땐, 이건은 세스와 아무 연관성이 없어. 있다면 얀일까....?"

"뭐?"

얀은 세스를 놀리다가, 퍼뜩 놀라 키리아를 바라보았다. 자신을 바라보

자 키리아는 턱을 문지르던 자세에서 고개를 돌려 얀을 바라보았다.

"아까도 그 현상을 보았겠지만, 분명 저것은 얀과 관련이 있어. 거기다

저 알에서는 얀의 기운이 배어 나와..."

"......뭐가 배어나와?"

얀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알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알에

서 나오는 어떤 것도 보이지 않는다. 알을 코앞에다 놓고 뚫어져라 바라

보는 얀의 모습에 세스는 한숨을 쉬었고, 키리아는 할말을 잃고 가만히

바라보다 천천히 입술을 떼었다.

"....보는게 아니라, 느.낌.으로 알아채는 거야. 좀 전에도 보았지만 네가

건드리니까 분명히 알이 반응했잖아."

"분명 얀과 관련이 있다는 것은 알겠습니다만... 그렇다면 저것에서 나오

는 것은 도대체 뭐란 말입니까?"

세스는 불안한 눈빛으로 키리아를 바라보았다. 키리아도 근심의 빛을 띄

우고, 알을 쏘아보고 있는 얀을 바라보았다.

"글세....괴물일수도 있고, 아니면 우리의 걱정과는 반대로 평화적인 생

물일수도 있겠지. 하지만... 여기서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알에서 깨어

나는 것은 지금 이 세상에는 없는 종류의 생물일거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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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y in dreams(차원연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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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제너시스  Date : 13-09-2001 21:41  Line : 251  Read : 3282

[89] <차원 연결자-85.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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