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연결자-88화 (88/127)

<88>조우(遭遇)<2>

시원한 바람이 이마를 훑고 지나간다. 흐트러진 머리를 쓸어 올리며 하

늘을 바라보던 키리아는 언덕에 누워 잠들어있는 얀에게로 시선을 옮겼

다. 그는 아기처럼 순한 얼굴로 달콤한 잠에 빠져들어 있었다. 누가 엎어

가도 모를 만큼 단잠에 빠져있는 그를 키리아는 행복한 표정으로 바라보

았다. 키리아는 손을 조심스럽게 내밀어 얀의 얼굴을 쓰다듬어 보았다.

손끝으로 부드러운 감촉이 스며들어온다. 더불어 따스한 감정이 피어오

른다. 키리아는 자신도 모르게 편한 미소를 지었다.

같이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사람...

어리광을 피워서라도 관심을 끌고 싶은 사람....

부드러운 미소로 얀을 바라보고 있던 키리아는 몸을 천천히 숙여 얀의

눈꺼풀에 입을 맞추었다.

눈 키스의 의미는 동경...

소유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서글픈 마음...

가슴 한 구석이 지끈거린다.

바르르 떨리는 얀의 속눈썹을 슬픈 눈빛으로 바라보던 키리아는, 생각

을 떨쳐버리려는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서, 그곳에서 걸어나왔다. 모

든 것을 잊고 싶은 마음에 두 눈을 감고 서서 바람에 몸을 맡기던 그는

안정히 되었는지 고개를 들어 한가로이 구름이 떠다니는 푸른 하늘을 올

려다보았다. 그곳은 조용하다. 영원하여 막힘이 없다. 하지만 폭풍우가

몰아치고 밤이 되면 저곳도 변하기 마련.... 시간이 흐르면 모든 것은 변

하고.... 언젠가 다시 안정을 되찾겠지...

키리아는 서글픈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려 얀을 바라보았다. 잠에 취

해 뭔가를 웅얼거리는 모습을 보며 '쿡'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마음이 가

라앉는 것 같다. 그는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흔들었다. 그리고

손에 들고 있는 완성되지 않은 화관(花冠)에 시선을 주었다. 키리아의

입가에 편안한 미소가 감돈다.

몸을 돌려 얀에게 가려던 그의 시선에 뭔가가 잡혔다.

하늘을 가로지르는 하얀 비둘기..

키리아의 얼굴에 의아함이 떠올랐다.

전서구.....?

하지만 생각이 더 이어지기도 전에, 얀의 뒤척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깨

어나려는 모양이다. 키리아는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전서구를 보이자, 이

상하다고는 생각했지만 자신과 상관없다고 생각되자, 금방 흥미를 잃어

버렸다. 그에겐 얀이 잠에서 깨어나는 것 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 그

는 깊게 생각하지 않고 얀에게로 걸음을 옮겼다.

"우웅"

눈가를 비비며 일어서자 자신에게 내밀어지는 희끄무레한 형체가 보였

다. 시선을 집중하자. 보랏빛 꽃과 붉은 꽃이 조화롭게 어울려, 연한 풀

잎과 작은 들꽃으로 장식되어진 화관이 보였다. 눈뜨자마자 보이는 물

건 때문에 의아해 하던 얀은 시선을 들어올렸고, 멋쩍어하며 그것을 내

밀고 있는 키리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얀은 미소를 띄우고 그것을 받

아들였다.

아름답다. 며칠의 생명으로 끝나는 그들이지만, 키리아의 손에서 재창조

되어 만들어진 그것들은 예술품인 마냥 아름다웠다. 얀이 그것을 바라보

고만 있자 키리아는 손을 내밀어 얀에게서 그것을 받아들고는 얀의 머리

에 살짝 올려놓았다.

얀은 웃음을 터트렸다. 현실에서 친구들이 자신을 광년이라며 놀리긴 했

지만...

진짜로 이런 소품을 사용하게 될 줄은...

키리아는 이유를 모르면서 얀이 웃자, 즐거운지 같이 웃었다. 얀은 웃음

을 멈추고 손을 내밀어 키리아를 안았다. 키리아의 몸이 움찔 굳어온다.

"고마워."

귓가에 속삭여지는 얀의 목소리에 키리아의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

이 느껴졌다. 키리아는 작게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작은 팔을 내밀어 얀

을 끌어안았다.

그는 얀의 귀에 들리지 않을 정도의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나야말로..."

키리아의 눈가가 붉어진 것처럼 보인 것은 착각이었을까. 그는 얀에게

서 몸을 떼어내고 활발하게 말했다.

"세스가 걱정하겠어. 이만 가보자."

"그래."

기분이 좋아진 키리아의 모습에 얀은 산책오길 잘했다고 생각하고는 고

개를 끄덕였다. 얀은 옆에서 잠들어있는 아기를 안아들고 몸을 일으켰

다.

"이번엔 길을 따라서 가볼까?"

"좋아!"

키리아는 웃으며 고개를 들어올려 얀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엔 방금

전의 고뇌는 거짓이었던 듯 밝은 기운으로 가득했다.

얀의 소맷부리를 잡고 걸어가던 키리아는 자신의 귀에 들리는 소리에 뒤

돌아보았다가, 인상을 찌푸리며 얀을 이끌고 길의 가장자리로 물러섰

다. 얀은 의아해하면서도 키리아의 손길에 따라 자리를 옮겼고, 몇 초 지

나지 않아 달려오는 마차를 볼 수 있었다.

외관이 화려하고 품격이 엿보이는 마차였다. 검은빛에 가까운 바탕 위

에 금박으로 외장(外裝)을 장식하고 있었고, 마차의 네 귀퉁이에는 밤에

도 사용하기 위해서인지 고급스러운 작은 램프가 실용품이 아닌 장식품

처럼 마차를 장식하고 있었다. 마차의 창문에는 차양이 쳐져있어, 안에

앉아 있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으나, 겉보기로도 대단한 사람이 자

리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확실히 마차의 몸체에 귀족가의 문장이 있

는 것으로 보아선 추측이 맞는 것 같았다. 달려가는 마차의 앞뒤로 각각

무장을 한 2명의 기사들이 호위하고 있었다.

흙먼지를 일으키며 지나쳐 가는 4두 마차의 뒤를 멍하니 바라보던 얀

은, 그나마 미리 발견하고 멀찌감치 떨어져있어 흙먼지를 뒤집어쓰지 않

은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키리아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려 고개를

돌렸던 얀은 심각하게 생각에 빠져있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키리아....?"

"어?"

자신을 부르는 얀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듯 키리아는, 얀을 옆에 두고

도 다른 생각을 하고 있던 것이 미안한지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미안..."

"무슨 생각을 했던 거야?"

미간을 찡그린 채 마차가 지나간 자리를 바라보던 그는 고개를 가로 저

으며 웃었다.

"그냥... 아무 것도 아니야..."

"싱겁기는..."

얀은 피식 웃으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고 키리아는 얀의 걸음을 따라잡으

며 오늘 하루동안 있었던 일을 정리했다.

도망자를 찾고 다닌다는 기마병들의 소문... 그리고 아침에 보인 소문의

주인공인 듯한 기사들.... 마지막으로 보인 이런 곳과 인연이 없어 보이

는 귀족가의 마차....

무엇을 의미하는 거지.....

키리아는 고개를 들어 마을을 바라보았다.

하나의 공통점은 그것들은 모두 마을을 향하고 있다는 것....

알 수 없는 예감에 키리아는 마음은 불안해져 왔다.

"어라...."

마을 안으로 들어서자, 한적한 그곳이 눈에 들어왔다. 아침만 하더라도

떠드는 소리로 시끌벅적했던 곳인데, 그것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고요

하다. 마을 안쪽으로 들어서자, 이상한 현상 때문에 가슴 졸이고 있던 얀

의 눈에 질서정연하게 정렬해있는 기사들이 보였다. 그들은 말의 곁에

서서, 긴장한 모습으로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그들의 곁

에는 좀 전에 보았던 마차가 세워져 있었는데, 이미 마차 안에 있던 사람

은 자리에 비운 듯 조용하고 괴괴했다.

마을 사람들은 그들의 모습에 놀라 집안으로 숨은 것 같았다. 기사들이

서있는 곳은 얀이 거처하는 오두막집으로 통하는 길가였기 때문에 얀은

하는 수 없이 고개를 숙이고 그들 곁을 지나갔다. 열을 맞추어 서있던 그

들은 얀이 자신들의 앞을 지나가자, 눈에 이채를 띄고 얀을 바라보았다.

자신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동자에, 잘못한 것도 없으면서 괜히 주눅이

들은 얀은 아기를 몸으로 가리며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고, 키리아는

그다지 신경 쓰일 정도의 일은 아니었는지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자신의

갈 길을 걸어갔다.

기사들의 시선은 얀이 자신의 집안으로 들어설 때까지 계속되었다. 곤혹

스러운 듯 미간을 찌푸리며, 그들의 시선을 난처하게 생각하던 얀은 걸

음을 빨리 옮겨 오두막집에 다다르자 잽싸게 뛰어들어갔다. 며칠을 지내

지 않았어도 집은 집이라고 문을 들어서자, 차츰 마음이 안정되어 갔다.

거실 한복판에 서서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는 얀을 웃는 낯으로 바

라보던 키리아는 부엌으로 들어가 냉수를 가져왔다.

"진정하는데 도움이 될 거야."

얀은 물잔을 받아들고 마셨고, 한숨을 쉬더니 방금 전의 놀라운 광경에

도 꿈쩍하지 않는 키리아를 보며 대단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넌 괜찮아?"

"뭐가? 아, 밖에 있는 인간들? 왜 내가 인간들의 시선에 당황해야 하다

고 생각하는 거지?"

키리아는 이상하다는 듯, 자신의 행동이 잘못한 것이었나 생각하는 눈치

였다.

앗, 이 녀석은 드래곤이었지. 납득을 한 얀은 머리를 끄덕이고는 복도를

걸어갔다. 키리아는 얀에게서 받아든 물 컵을 거실에 있는 탁자에 올려

놓고 얀의 뒤를 따랐다.

편한 기운으로 감싸여져 있는 그곳을 걸어가자, 집밖에서 보았던 가슴

떨리는 사건은 기억에서 지워졌고, 단지 세스에게 이야기해줄 이야기 거

리로 머리 속이 가득 찼다. 오늘 보았던 여러 일들을 세스에게 몽땅 말해

줄 생각에, 기분이 즐거워졌고 그에 반응하여 얀의 걸음은 점차 빨라졌

다. 그에 걸음에 따라 단정히 묵어 놓은 머리카락이 출렁거렸다. 다급히

걸음을 옮기는 얀의 눈앞에 자신들이 묵고 있는 방이 보였다.

방문에 가까이 다가간 순간, 키리아는 무언가를 느끼고 걸음을 멈춰 섰

다. 들어서려 하는 얀을 말리려 했지만, 이미 늦어있었다. 그의 손은

얀이 지나간 텅빈 허공을 잡고 말았다.

얀은 방문을 힘차게 열며 말했다.

"다녀왔어. 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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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라는 부분은 채워서 읽어주세요~~

그런데 퍼즐조각을 맞추신 분이 있을까?

힌트의 퍼즐조각..

아기...(특히 아기의 머리색) 세스... 사람을 찾고 다니는 기마병들...

화관...팔찌... 귀족가의 문양이 새겨진 마차...

음... 뒷 내용을 보면 경악할분도 계실지 모른다는

심장약한 분들은 안 보셔도...(닭살증이 발생할지도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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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y in dreams(차원연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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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제너시스  Date : 14-09-2001 00:19  Line : 375  Read : 4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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